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진심이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어 있다.- p. 47

 

 

결국 그는 투병생활 중에서도 에세이 여러 권과 소설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암치료를 버텨내면서 쓴 글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이 병에 걸린 걸 몰랐을 때의 그의 에세이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투병생활 중의 그의 글은 매우 간단하고 무게가 있었지만, 건강했던 시절의 글에선 특유의 매끄러운 허풍과 까불까불한 위트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 에세이가 잠깐 누리는 인생의 여유라 생각했던 것일까. 소설을 쓰는 게 직업이라 소설쓰는 것 외에 펜을 잡는 게 지독히 싫다는 그의 독백을 보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제도 통일되어있지 않고 과거에 대한 반추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마구 섞여있는 이 글에선 작가의 고뇌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유독 그의 글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보니 친한 형들과 선배들이 하나 둘 세상을 등지는 직접 보게 되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가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평상시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나보다. 작가 김유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김유정이 죽기 전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애걸하는 마지막 편지 전문을 에세이에 올린다. 자신이 가난하게 살았던 때와 죽음의 위기에 빠졌을 때를 떠올렸던 것일까.

 나는 유독 그의 소설이 싫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소설 속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의 소설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왠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조선일보'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난다. 물론 그의 르포적인 문체도 한 몫하겠지만 그건 김훈 소설가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김훈보다는 최인호의 소설이 좀 더 경직된 느낌이다. 어쩌면 에세이에서 그의 재치를 다 풀어내서 소설에선 그런 인간적인 냄새가 풍겨오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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