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가위는 쓰기 나름 1 - NT Novel
사라이 슈운스케 지음, 이은주 옮김, 나베시마 테츠히로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읽지도 못했는데ㅡ."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
"ㅡ누가 죽을까 보냐!!!"
확고했다.- p. 55

 

 

소설에서는 등장 안하지만 만화에서는 등장하는 본래 하루미의 모습.

생긴 건 멀쩡한 미소년인데 이 남자주인공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놈은 하루에 나온 신간을 전부 사서 읽는 책덕후인 것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 날도 평상시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강도가 들어온 것도 못 본다. 강도와 가게 주인, 그리고 뭔가를 쓰느라 정신이 없는 여자가 있었는데 하루미는 그 여자를 지켜주려다 총살당한다. 그리고나서 한창 임사체험 중에 '죽으면 아키야마 시노부의 대죄 시리즈 마지막 편을 못본다!'는 생각이 들어 살려고 애쓰다 그만 닥스훈트로 환생해버린다는 것이다. 집념만큼은 대단한 녀석인 듯;;; (환생한 게 코믹스럽게 처리되서 망정이지 거의 스티븐 킹의 미저리수준. 자신이 지켰던 그 여자가 아키야마 시노부라는 걸 알자 이 녀석이 제일 먼저 한 말이 '우와, 정말이냐... 대죄시리즈 마지막편 내놔!' 뭐 이런 비슷한 대사였으니... 죽여도 죽여도 책 완결시킬 때까지 환생할 기세.)

 아마 아키야마 시노부같은 분위기를 주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아마 지금은 얼불노 작가일 것이다. 아키야마 시노부가 사실 창창한 20대라 쉽게 죽지 않을 나츠노라는 갑부소녀임에 비해서 얼불노 작가는 간당간당한 노인이라는 게 슬픈 스릴감(...)을 주지만. 아무튼 그 책의 완결을 볼 수만 있다면 환생이라도 하려는 주인공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나같은 경우엔 환생한다기보다는 부활시켜야 할 것 같다는 게 문제지만 ㅠㅠ
 아무튼 주인공부터 미친 이 책은 1권부터 엄청난 스케일로 마무리를 짓는다 ㄷㄷ 뭐랄까 설정이 특이하다보니 앞으로 나아갈 설정이 모호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역으로 나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나츠노의 과거도 왠지 흥미있고 일상물도 가능한데다 작가라서 여러 경험을 수집하고 기록한다는 나츠노의 트러블메이커적인 설정을 보면 추리물도 가능할 듯. 개인적으로 남주의 여동생 등장이 기대되는데... 뭘 만들어도 카레를 만든다는 설정은 역시 월희의 패러디려나. 아무래도 세세한 패러디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다보니 역주가 애를 쓰긴 했는데 몇 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서 포기한 듯하다. 번역자님 애쓰셨습니다...
 1권에서의 주제를 꼽자면 '의사소통'이 아닐까 싶다. 죽어서 개가 된 주인공(...)은 살아생전 중산층이었다는 설정이었나본데 그래서 그런지 나츠노랑은 거의 말이 안 통한다. 무엇보다 어딘가가 좀 비뚤어져 있는 나츠노는 왜 하루미가 죽어서까지 자신을 구하려 노력했는지 이해를 못하는 듯. 설상가상으로 나츠노는 자신을 지키려다 총에 의해 박살나서 죽은 인간을 바로 앞에서 보다보니 증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듯한데 주인공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관심하다. 자신이 죽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나는 건지 아님 원체 둔한 것인지. (후자라고 본다.) 아무튼 둘 다 전체적으로 성격이 쿨해서 몇 가지 대화가 안 되는 것만 통한다면 좋은 커플이라던가 파트너라던가는 가능할 듯. 근데 문제는 나츠노가 닥스훈트에게 이성으로서 푹 빠졌다는 거다 ㄷㄷㄷ 설마설마했더니 정말 수간물이었어?!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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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걸스 다크 3 - 월하의 윤무, Novel Engine
Blasting 지음, seryl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놀라운 건 3권에서부터 일러스트레이터 Seryl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흑백그림에서 그 변화가 제일 선명히 보이긴 하는데,

칼라그림에서도 이목구비의 비중을 많이 신경쓴 티가 난다.

라노벨이 판타지와 차이를 많이 둔 게 일러스트의 이미지화인 만큼 이건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면 역시 클라리스겠지만, 쿨한 누님의 분위기를 풍기는 테트라 오디언스도 좋다. 방관자 캐릭터에 비해서는 등장이 너무 빨라서 싱겁긴 하지만 일단 리니아하고는 정답게(...) 대화만 나누고 사라졌으니 그래도 스토리의 밸런스는 맞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잠깐이나마 저렇게 기가 센 여성 둘이 대치하는 장소가 되었으니 교국도 무사하지는 않을 듯;;;? 과하게 종교비판적이긴 하지만 교국의 배경이 아무래도 유럽 중세시대의 절정기같으니 이해를 해줘야겠지.

 이전에도 소드걸스 다크가 다른 소드걸스 판에 비해서 전투씬을 잘 그린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 그냥 전투씬 빼고 나머지는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수정을 해야겠다. 작가가 어떻게든 코믹하게 써보려고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쓰는 거 봐선 작가 자체가 평상시에 유머감각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단박에 꿰뚫어볼 수 있다. 마지막에 남주와 여동생하고의 키스씬이 나오는데, 어느 시점에서 그 장면이 코믹하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고 더군다나 남주가 본연 캐릭터답지 않게 태연히 당근과 채찍 어쩌고 하고 있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사실 고 최인호 소설가가 말했다시피 캐릭터들을 제대로 한 번 망가뜨려 보는 게 중요한데, 전에 소드걸스 앤솔로지를 발표할 때도 유머 쪽에 큰 진전이 없어서 본편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게 아닌가 본인은 생각된다. 자기개발의 일부로서 일부러 유머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은데 작가도 좀 더 분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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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7-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기서 뵙다니! 저 쉑터입니다.

갈매미르 2014-07-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엑;; 쉑터님 반갑습니다 ㅋㅋㅋ
 
크게 휘두르며 20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합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아. 안 그래? 네 공에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이것저것 시험해 보는 시간이야. 지금의 리드가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마!

 

 

아베가 부상당하면서부터, 당연한 말이지만 배터리로서 미하시와의 관계엔 그닥 진전이 없는 상태.

대신에 타지마와 하나이가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라이벌 관계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사이가 딱히 안 좋다는 건 아니다. 타지마가 워낙 사람이 좋은데다, 하나이는 자존심이 세고 소심해도 사람들에게 그닥 말을 못하는 데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전엔 하나이가 야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베가 다치고 니시우라의 조편성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다지마가 4번 주자에 포수 역할까지 하면서 슬슬 능력의 한계치에 달하다보니 자신감에 스크래치가 생기기 시작한 듯. 자신은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은데 묘하게 하나이도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하나이가 타자로서 잘 될 기회가 나오면 배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다 ㅋㅋㅋ 하긴 니시우라가 체력 위주로 키우다보니 키 크고 아베 다음으로 덩치있는 하나이가 돋보이긴 하다. (키 작은 타지마가 그동안 왜 인식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로.) 하나이는 여전히 야구에 선천적인 능력이 있는 타지마를 부러워하고. 전에는 하나이가 타지마를 일방적으로 우러러보는 단계였는데 여러 상황으로 인해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듯하다.

 그 다음의 이벤트가 바로 아베와 미하시가 다정히(?) 음식을 만드는 장면인데... 16권에서 매니저가 아베를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이 공식적으로 나온다. (이미 전부터 눈치는 깠지만) 아베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좋아죽음 ㅋㅋㅋ 그러나 워낙 야구랑 미하시(...)에게만 신경쓰는 둔탱이이다보니 '여자근접금지'같은 베리어가 형성되어서 악전고투를 하게 될 듯. 은근히 이 만화 BL 좋아하는 부녀자들이 많이 보는 편인데 지금쯤 신나게 삼각관계 팬픽을 쓰고 있으려나 ㅇㅅㅇ 근데 본인은 BL도 좋고 매니저도 귀여워서 어떤 루트를 선택해야 할지 갈등 중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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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4.03.04 - 1065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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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최규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화 송곳의) 프롤로그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법이 아니라 힘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많은 부분이 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법이란 게 생기기 전에도 노동이 있었고 노동운동이 있지 않았겠나. 결국은 힘의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p. 20

 

 

 좀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유성우 씨에게 생긴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봤을 때 생각났던 단어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콜드케이스', 하나는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사진은 고 유성우씨가 죽기 직전 근무했던 장원테크에서 만드는 제품들.

 

 아무리 베트남 사람마냥 말문을 열지 않는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죽음이 너무 조용하고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공장에서 같이 일하고 같이 밥먹던 사람이 죽었는데 그 유성우라는 사람에 관해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니. 설령 말을 섞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그의 몸 상태가 평소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보통 결과를 봤다면 아무리 마주하기 싫었더라도 원인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새 공장에서는 보통 부검하더라도 몸 상태가 그렇게 심하게 변형되진 않는 화학제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유성우 씨의 부모는 영화나 시사뉴스 같은 데서만 드러난 일을 접하다보니 그런 것에 대해선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 아들의 시체를 부검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 부검을 했다고 하면, 상황은 이미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간경향에서도 넌지시 힌트를 준 것과 같이, 공장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던가 노무사를 채용해서 당시 유성우 씨의 근무상태를 면밀히 캐봤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증거를 감추려고 하면 언제나 감출 수 있는 게 삼성이니 말이다.

 2014년도 로보캅 영화에 대한 평가가 후하게 나오던데, 그 이유가 내 평가와도 일치해서 재미있게 봤다. 그 영화는 미국에 이미 만연한 민영화를 까는 영화가 맞다. 하지만 마지막에 국가가 기업화되는 장면은 언급하지 않았다. 스포일러라고 생각했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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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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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걱정하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부르시는 것은 우리가 날개를 가진 거룩한 천사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최인호 씨의 친필원고라고 한다.

그의 글씨를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글씨를 해석해 주는 전문가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과연 그럴만했다.

 

 사실 지금 읽고 있는 최인호 성서묵상집과 이 유고집이 그닥 다를 바가 없다. 그가 가톨릭 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그대로 모은 게 묵상집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이다. 이 책은 유고집이기 때문에 주보에서는 가급적 자제한 것으로 보이는 병과의 투쟁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지금은 절판된 성서묵상집에 비해 사진이 많으며, 무엇보다도 글이 상당히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혹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마냥 편집해서 쓴 탓에 일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훨씬 더 친숙할 것이다. 그러나 성서묵상집에서는 또 성서묵상집만의 특징이 따로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소감을 쓰는 탓에 묵상집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생략하겠다. 단지 난 이 책보다는 이전의 글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난 최인호라는 사람을 잘 모르지만 왠지 그 분이라면 이런 식의 유고집은 싫어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의 죽음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최인호의 죽음을 그리는 편지를 썼고, 이 책에서도 그것이 실렸다. 최인호가 인생이란 책에서도 애지중지하게 여긴다고 표현했던 막내 손녀딸의 편지는 간결하면서도 큰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들이 쓴 편지는 어쩜 그렇게 주구장창하고 지루한지.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부고장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유치원생이었을 적 병에 걸린 가족에게 쓰는 편지 공모전을 하고 뽑힌 사람에게는 상도 주고 그 여러 편지들을 엮어 책으로 출판한다는 방식의 행사가 자주 있었는데, 그 때의 편지들이 이 책에 나온 편지들보다는 훨씬 더 진솔했던 것 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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