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탑 1 아룬드 연대기 시리즈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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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찍 죽고 싶지 않아. 오래 살아서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싶어."
클라리몽드처럼, 하고 입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그 이름이 입가에 오르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학교에 잘 온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더. 클라리몽드는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울까. 길 잃은 천사처럼 그렇게.- p. 317

 

 

 

사진은 키릴로차가 다니는 마법학교의 모두를 홀린다는 마성의 미녀 클라리몽드.

키릴로차도 역시 예외가 아니라서 그녀를 알게 된 이후 넋빼놓고 다닌다 함. 니 여자소꿉친구는 어쨌니 ㅋㅋㅋ 

 

 세월의 돌 이후의 작품으로 한 때 얘가 유리카의 아버지라느니 얘가 어머니라느니 말이 많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건 키릴이 세월의 돌에 자주 오르내리는 에제키엘과 동료 혹은 스승이었을 거란 사실이다. 그러므로 키릴 곁에 찰싹 붙어다니는 샤샤가 에제키엘이라는 말도 있는데 연령과 관련된 논란이 많다. (일단 15살도 어린애냐?라는 논란이 있는데 전민희 나이 정도면 충분히 15살은 애로 보인다.) 일단 올해 6권이 나올 예정이라 지켜보고는 있지만 전민희가 소설을 몇 개씩 동시에 쓰는 악취미가 있다보니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든다(...)

 최근 여러 일이 있어서 하루종일 책을 손에 잡을 수 없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변명을 늘어놓자면, 이 책은 왠지 모르게 읽기 힘든 소설이다. 첫째로 애초에 '세월의 돌 외전'으로 생각하고 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는 책이 되어버린다. 키릴로차의 불행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등장하다가 그의 행복한 어린시절이 확 나와버리니. 게다가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설정으로 인해 긴장되는 분위기는 배가 된다. 키릴이 가난한 천애고아에서 마법의 천재로 부상하는 장면, 그에 비해 키릴의 둘도 없는 친구 일츠의 조용한 성격과 평범한 능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장면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마치 '자, 이 행복이 어떻게 무너질까요?'라고 하는 듯한 분위기랄까.

 역시 전민희는 사랑에 대한 글을 매우 잘 쓴다. 맨날 그 잘나가는 커플을 깨부수는 건 열외로 하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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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4.03.17 - 1067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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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결합한 통합신당이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위치할 것이라는 점은 산술적으로 본다면 당연한 결론이다. 안철수 현상은 중도 유권자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이념적 정체성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사이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p. 27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힐링캠프에 나왔던 안철수를 보자.


 대충 기사는 '새로운 정치를 펼치지 못해서 아쉽지만 민주당에 들어가서 융합을 한 것까지는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4.19와 6.10 등의 사건을 정강정책에서 없애겠다는 말이 현재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주간경향이 또 뭐라고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철수의 말로는 정강정책에서 실수로 단어가 빠졌다면서 사과했다는데, 박정희 묘소 참배 사건과 기타 등등의 자잘한 '실수' 속에서 등장한 일이라서 과연 그 해명이 얼마나 먹힐지는 불가사의하다. 이미 사상이 까질대로 까진 상태인데 차라리 '정당끼리 화해하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지 않느냐' 등의 고자세로 나왔다면 카리스마 있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뭐 그랬다면 나를 포함한 진보쪽들은 등을 돌렸겠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만의 정치철학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남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게 다 티가 나는 이상 그의 변명과 사과는 정말로 구차하게 보인다. 처음부터 그가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 유명한 정치의 마수겠지.


 정작 눈치를 봐야 할 인간들이 눈치를 안 보는 게 문제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평창의 땅값이 오락가락하여 한창 이익을 볼 준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심지어 롯데는 만약을 위해 자기네 땅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농지로 구분해버리는 기발함을 갖췄다 한다. 이제 제주도와 인천 등에 이어 우리나라의 다른 땅들도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건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을 꼼꼼히 잘 가려내자. 슬프지만 돈에 눈이 먼 사람들 중에선 현명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실제로 나도 몇몇 사람들과는 갈라섰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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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3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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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발걸음이 멈춰서는 곳 어디에나 산이 있지만 그 끝자락은 막다른 길로, 거대한 도시조직 사이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 인식이 없으면 아름다움도 없는 것이다.- p. 53

 

 잡지를 구독해서 읽은 지는 얼마 안 되지만 무슨 책이던 그렇듯이 꾸준하게 읽어보니 대충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 이야기가 한 권 안에 들어있다보니 지루한 이야기도 있고 개소리(...)도 섞여있는 법. 물론 단편소설집 중에도 흥한 소설과 망한 소설이 있다지만 잡지는 또 달랐다. 소설보다는 더 광활한 범위에서 각기 다른 사람이 여러가지 장르를 쓰고 있으니 더 복잡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던 이번 3월호는 마치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들'의 범위 내에서 짜여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의학칼럼코너에서는 봉사활동이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1년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던가 자발적으로 일해야 옥시토신이 잘 분비된다던가 종교단체 내부 봉사활동 같은 게 효과를 배로 낼 수 있다던가 여러가지를 확실하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책을 읽은 그날 밤 상갓집에 가서 밤새 무료봉사를 하고 오신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전해주고 기운내라고 격려해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산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용산공원의 기초적인 윤곽이 잡혔다는 정보는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다른 칼럼에서 나왔던 말처럼 서울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녹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지었으면 좋겠다.

완공되면 일부러 서울에 올라가서라도 찾아가고 말테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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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웨딩드레스
김은정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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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나이가 스물여덟이라더라. 이십 대 후반 딱 중간에 걸린 나이지. 스물일곱보단 늙었고, 스물아홉보다 어린. 이십 대 중반이라기엔 너무 먹었고, 이십 대 후반이라기엔 억울한. 그래서 사춘기 비슷한 소고집이 된대. 지 인생이 제일 고단하고, 정점인 줄 아는.” - p. 428

 내 남자친구의 웨딩드레스 완독. 요즘 딱딱한 내용의 책만 보다가 오랜만에 로맨스소설 읽으니 가슴이 설레발레했다. 고딩때 생각나네.

 내용은 약간 꼬여있다. 남녀남녀 순서대로 4명과 트러블메이커로 보이는 여주의 여동생 1명이 웨딩드레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권선징악의 설정은 아닌데 여주랑 남주 입장을 작가가 너무 두둔해준다... 하기사 남주 약혼녀는 전 남친과의 실연으로 인해 히스테리가 있었겠지. 나도 한동안 그런 기분이었으니 이해한다. 대신 캐릭터들이 다 개성있어서 작가가 인물들의 생김새를 하나도 묘사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서 여주는 머리를 꽁꽁 묶어서 틀어올렸을 거 같다거나, 남주는 결혼예정 상대인 디자이너를 어시스트 해주느라 머리를 살짝 길러 고무줄로 묶었을 것 같다거나. (사실 제가 좀 단발머리 남성 취향이죠.) 오랜만에 그림 좀 그려볼까 생각될 정도로 선명하다. 며칠간의 해프닝을 세세히 설명하는 것도 또 하나의 에리트이다. 방송작가로도 인기있다던데 확실히 코믹로맨스드라마같은 느낌이다.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이 워킹우먼의 대전쟁(...)이라면 그 소설은 칙릿 여성의 외로움? 뭐 그런 내용이라던데 내용상 공감이 갈 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남성에 대한 이야기 말인데, 역시 난 끈덕지게 달라붙어 우직하게 프로포즈하는 남자가 좋다. 하지만 잔머리굴리거나 히스테리 부리는 남자는 별로... 아무리 전에 불같이 사랑했더라도 여주 첫사랑이 한 비겁한 행위는 아무리 백만 개의 사과를 현관에 놓고 간들 용서할 수 없고 플러스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죽도록 패줘야 함. 스포일러같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책 읽는 내내 이 녀석 생각났다. 여주 만나기 전에 돈밖에 모르고 철없던 남주의 모습이 딱 홍차왕자의 아삼같음 ㅋㅋㅋ

둘 다 여주 덕에 더 매력적으로 성장한 케이스이긴 하죠...

역시 남자는 엄마던 여친이던 아내건 여자 밑에서 커야 함.<-성차별 발언인가?

 

 내 남자친구의 웨딩드레스 사운드트랙 1.
 여주인공 세경이 매우 좋아하던 첫사랑 강후에게 차여 홧김에 효인이라는 부잣집 남자랑 결혼하려다 다시 첫사랑과 대면해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여 결혼 직전에 식장을 뛰쳐나온다. 그러면서도 첫사랑에게 가지 않고 미용을 하겠다며 바로 집에 들어가 돼지기름 팩을 하는 그녀의 심경은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라디오에선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는데 드럼이 훅훅 심장을 때린다.

 http://www.youtube.com/watch?v=FXJS1p8lNig&sns=fb

 

 내 남자친구의 웨딩드레스 사운드트랙 2.
 본인은 주다스 프리스트라면 painkiller를 추천하는데 작가는 생각이 다른 건지 아님 남주인공 해윤의 변호사답지 않게 자유분방한 성격에 맞추려는 건지 이 음악을 BGM으로 깔아준다. 굉장히 짧고 경쾌한 음악이긴 하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이 다 그렇지만 들을 땐 볼륨을 최대한 높여서 듣는게 예의다.

 http://www.youtube.com/watch?v=XPhPbTbjYM0&sns=fb

 

 내 남자친구의 웨딩드레스 사운드트랙 3.
 물랑루즈 버전이 좋지만 밴드가 연주했다길래 Glee의 음악으로 골랐다.

 http://www.youtube.com/watch?v=bWqels4iVYM&sns=fb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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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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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마...... 사랑이란 황금꽃술을 단 장미가 초록색 잎사귀에서 피어오르듯 아름다운 우정으로부터 저절로 꽃피는 것인지도 모른다. - p. 355

 

 욕해도 되나요? (...) 매튜가 사망한 후에 뭔가 역경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잘 사는 앤. 길버트의 도움에 힘입어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성실하게 가르치는 앤. 그것도 잘 가르쳐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한다. (몽고메리도 교사생활을 했는데 학부모평가란에 칭찬이 넘쳤다고 한다. 혹시 본인의 교사 경력에 대한 자랑으로 그렇게 설정한 것은 아닌지.) 게다가 뜻밖의 사연으로 인해 쌍둥이 형제를 그린게이블즈에 두게 되는데 여자애 쪽은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는 반면 남자애 쪽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능글맞은 성격으로 나와서 그린게이블즈가 떠들썩해진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더럽게 사는 남자 해리슨 쪽이 좀 불안했었는데 다행히도 아내가 빨리 와줘서 사태 회복. 그린게이블즈 안 깊은 숲에서 혼자 은거하고 있던 독신녀의 결혼까지. 말도 안 될 만큼 긍정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상만사가 이렇게 잘 풀린다면 인생 힘들게 살 필요가 없지.

 그러나 몽고메리가 이렇게 소설을 쓴 이유는 마지막 부분인 몽고메리의 일생란에서 공개된다. 1. 2권에서부터 출판사와 독자들이 그녀를 쥐어짜대서 어쩔 수 없이 썼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도 1권 줄거리에서 끝냈구나 싶기도 하고... 바스콘셀로스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쓴 이후 독자의 독촉이라던가 생계 문제 때문에 후속작을 쓴 거라면 나 엄청 실망할 것 같다 ㅠㅠ (그 분은 어쩐지 생계 때문일 거 같다는 느낌이.) 그래도 앤 2탄을 보니 기대이상이었으므로 바스콘셀로스도 느낌이 좋겠지 기대하고 있다. 아니, 바라고 있다.
 몽고메리의 일생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끝이 불우한 인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을 잘못 만났다. 그래서 길버트가 그렇게 유순하고 순박한 청년으로 나오는 지도... 어쩌면 모드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앤을 통해 성공하는 인생을 그리려고 했고 그럼으로 인해 더욱더 소설 속 앤을 증오하는 악순환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작가가 편하게 그린 에밀리보다 불편하게 쓴 앤을 더 좋아하니 아이러니하다. 앤이 살았던 애번리가 아발론의 스펠링을 바꾼 마을이라던데 앤은 모든 불우한 결혼생활을 한 여성들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내가 앤과 다이애너의 관계를 보면서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묘한 질투도 작가에 대한 감정이입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16살 때 자신에게 고백하다 차인 남자랑 죽을 때까지 절친이 되었다고 하니 이 여자도 겁나 쿨하다.;

한 때 사교계에도 많이 나갔다고 하던데. 

인생은 닮고 싶지 않지만 맘에 없는 남자와 그와의 아이 둘을 먹여살린 그 강단은 닮고 싶다.

 

 P.S 모드는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기를 펼쳐봄으로 인해서 과거를 회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데 대체 얼마나 일기를 길게 썼길래 소설에까지 참조할 수 있는 거냐(...) 그냥 난 닥치고 리뷰랑 편지나 열심히 써야징 ㅠㅠ 이제 서점에서 일까지 하겠다 책이 내 일생이 될 것 같으니 리뷰로 일기를 대신해도 되겠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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