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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아마...... 사랑이란 황금꽃술을 단 장미가 초록색 잎사귀에서 피어오르듯 아름다운 우정으로부터 저절로 꽃피는 것인지도 모른다. - p. 355
욕해도 되나요? (...) 매튜가 사망한 후에 뭔가 역경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잘 사는 앤. 길버트의 도움에 힘입어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성실하게 가르치는 앤. 그것도 잘 가르쳐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한다. (몽고메리도 교사생활을 했는데 학부모평가란에 칭찬이 넘쳤다고 한다. 혹시 본인의 교사 경력에 대한 자랑으로 그렇게 설정한 것은 아닌지.) 게다가 뜻밖의 사연으로 인해 쌍둥이 형제를 그린게이블즈에 두게 되는데 여자애 쪽은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는 반면 남자애 쪽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능글맞은 성격으로 나와서 그린게이블즈가 떠들썩해진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더럽게 사는 남자 해리슨 쪽이 좀 불안했었는데 다행히도 아내가 빨리 와줘서 사태 회복. 그린게이블즈 안 깊은 숲에서 혼자 은거하고 있던 독신녀의 결혼까지. 말도 안 될 만큼 긍정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상만사가 이렇게 잘 풀린다면 인생 힘들게 살 필요가 없지.
그러나 몽고메리가 이렇게 소설을 쓴 이유는 마지막 부분인 몽고메리의 일생란에서 공개된다. 1. 2권에서부터 출판사와 독자들이 그녀를 쥐어짜대서 어쩔 수 없이 썼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도 1권 줄거리에서 끝냈구나 싶기도 하고... 바스콘셀로스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쓴 이후 독자의 독촉이라던가 생계 문제 때문에 후속작을 쓴 거라면 나 엄청 실망할 것 같다 ㅠㅠ (그 분은 어쩐지 생계 때문일 거 같다는 느낌이.) 그래도 앤 2탄을 보니 기대이상이었으므로 바스콘셀로스도 느낌이 좋겠지 기대하고 있다. 아니, 바라고 있다.
몽고메리의 일생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끝이 불우한 인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을 잘못 만났다. 그래서 길버트가 그렇게 유순하고 순박한 청년으로 나오는 지도... 어쩌면 모드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앤을 통해 성공하는 인생을 그리려고 했고 그럼으로 인해 더욱더 소설 속 앤을 증오하는 악순환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히려 작가가 편하게 그린 에밀리보다 불편하게 쓴 앤을 더 좋아하니 아이러니하다. 앤이 살았던 애번리가 아발론의 스펠링을 바꾼 마을이라던데 앤은 모든 불우한 결혼생활을 한 여성들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내가 앤과 다이애너의 관계를 보면서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묘한 질투도 작가에 대한 감정이입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16살 때 자신에게 고백하다 차인 남자랑 죽을 때까지 절친이 되었다고 하니 이 여자도 겁나 쿨하다.;
한 때 사교계에도 많이 나갔다고 하던데.
인생은 닮고 싶지 않지만 맘에 없는 남자와 그와의 아이 둘을 먹여살린 그 강단은 닮고 싶다.
P.S 모드는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기를 펼쳐봄으로 인해서 과거를 회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데 대체 얼마나 일기를 길게 썼길래 소설에까지 참조할 수 있는 거냐(...) 그냥 난 닥치고 리뷰랑 편지나 열심히 써야징 ㅠㅠ 이제 서점에서 일까지 하겠다 책이 내 일생이 될 것 같으니 리뷰로 일기를 대신해도 되겠지?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