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1266호 : 2018.03.06
위클리경향 편집부 지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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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태식이 일 다시 시작하면 에미 니는 그 그림 그리는 일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
"그때 가 봐서요, 어머님...."
"아무리 여자도 바깥일 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애들은 엄마 손에 커야 안 되겄나."


동네 근처 사시는 분인데 본인의 경험담과 섞어서 만화를 그렸다고 하셨다. 넘나 강력한 문빠이셔서 페친 끊은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뭐 정치에 대한 생각은 달라도 저게 사실이 아니길 ㅠㅠ 실제로 주인공 여자와 남편 분 둘 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 진짜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여자분 작품이 더 좋은데.


1.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란 말은 반만 맞는 얘기다. 권력의 문제는 남녀가 관계맺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얘기를 하면서 남녀의 문제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미투운동의 목적을 나쁜 지식인이 물러나고 착한 지식인이 권력을 착하게 쓰는데 둬야 한다' 뭔데. 그러니까 남녀 관계에서 기어이 남자들이 권력 잡겠다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슬슬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돈 벌어오거나 드물지만 더 벌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 주간경향 편집자는 얼마나 빻은 것임? 굳이 권력타령 하자면 지식인을 싹쓸이하고 서민이 권력 잡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국회의원도 최저임금을 주자는 세상인데.

 

2. 지금 정신병원 다니는 페친들이 좀 있어서 미안하지만, 정신병원은 가질 않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난 초딩 때 정신병원에 다니지 않겠느냐 하는 말을 들었는데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결국 가지 않았다. 근데 정신병원을 다닌다고 소문이 돌면 왕따시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듯하다. 정신병원 다닌다고 SNS에 올렸다가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고. 난 정상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봄.

심지어 대안학교도 아니고 심야에 야자제끼고 EBS 방송을 듣는다고 해도 집에 안 보내주려 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부모님 부르기 전에 내가 부모님 불렀었다. 너 이러다가 대학 못 간다고 자꾸 쿠사리 먹이는데 진짜 인내심에 한계 와서 선생 칠 거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었다. 그리고 1년 반동안 4시간만 자고 하루종일 공부만 해서 대학 붙었음 ㅇㅇ. 나는 학교의 공교육 시스템 참 좋아한다. 공부하는 데 자극도 되고. 솔직히 돈은 쳐들였는데 하루종일 생산적이지 못하게 돌아다니기 뭐 이딴 과제하고 남들은 다 공부하는데 놀아제끼는 대안학교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나에게 고등학교는 출석 관리만 해주는 곳으로 남아있었다. 심지어 공부 안 하는 인간들은 내가 한창 문제풀이하는데 서로 귤 껍질 던지고 낄낄대고 있었다. 선생도 말리질 않더라. 그래서 내가 졸라 크게 소리질러서 못하게 했고. 미안했는지 그 애들이 나중엔 닭갈비 사주더라. 수능본 후엔 채점하자고 떼거지로 달라붙더라. 솔직히 가소로웠음. 아무튼 공부하려고 하는 애들에게도 공부하지 않으려는 애들에게도 쓸모없는 게 학교이다. 수능은 EBS만 봐도 SKY 아니면 왠만한 곳 다 합격한다. 인터넷으로 집에서 공부해도 학업 인정되는 시스템 반드시 나와야 한다. 그런데 공단기같은 데서도 인강만 듣는 애들 은근히 비웃더라.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대체 뭘 하는데. 과식? 서로 짠한 것들끼리 미팅? 환기도 잘 안 되는 노량진 자취? 아니 왜 수능 시험 치게 해준다는 학교가 공부를 방해하고 지랄인지 알 수가 없다. 애들은 막 은따 왕따 이지메 이런거 만연하고 그 사회 내에서 눈치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공부를 언제 하냐? 노량진도 문제다. 인강을 올려놓았으면서 왜 인강만 듣는 사람들 까고 있냐. 히키코모리 기질을 내비치면 그때부터 게으르고 쳐노는 백수로 찍히는 선생님들의 이상한 선입견은 선생님들 자질에 관한 교육으로 뿌리째 뿌리뽑아 해결해야 한다.

 

3. 내가 보기엔 미국과 BBK 사건이 연관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보수정권과 미국이 연관된 게 많은 듯하다. 그래서 GM도 문재인 정부가 되고 나서 이명박근혜 때 자신들이 저지른 것들이 밝혀질 듯하니까 한국에서 나가겠다고 선수 쓰는 것 같다. 마치 삼X과 연관된 신X계에서 문재인이 기초연금 올린다고 하니까 근무시간 줄여서 선수치는 것처럼. 나 X쳤다 신고하지 마라 이것들아.

4.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신이 그런 실수를 하고 사과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동안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따지고 보면 그게 경륜이다. 나는 변명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그로 인해 2차로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과를 짧게 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살을 붙이면 붙일수록 논쟁의 소지가 더욱 생겨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애초에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말실수는 한 번 하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딱히 욕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평생 남길 수 있으며, 삼가야 할 말들은 세상에 천지다.

 

사쿠란, 슈가슈가 룬, 워킹맨의 만화가 안노 모요코가 안노 히데아키와의 결혼생활을 그린 감독부적격도 책 읽다가 이혼할 뻔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었다. 안노 히데아키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었고, 일본의 오타쿠 4대 천왕의 하나로 손꼽혔다. 엄청난 오타쿠의 취향에 놀라다가,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오타쿠 성향에 대해 인정하고, 결국은 그의 취향을 이해는 못해도 인정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



 


안노 히데아키는 애니메이션 감독 가운데서도 특이한 종에 속하는지라... 사쿠란 정말 잘 봤는데 안노 히데아키랑 결혼하셨는지는 몰랐다. 책 읽다가 이혼할 뻔보단 사실 이 감독부적격이란 책에 사실 더 관심이 가는데. 그나저나 오타쿠 4대 천왕이란 뭘까. 하나는 우주세기 건담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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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러브라이브! 선샤인!! TV시리즈 VOL.6 UFE - 7th 얼티밋 팬 에디션
사카이 카즈오 감독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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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죽 이어져 있으니까.

 

13 업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욕망과 번민과 실천으로 그 원을 가득 채우고, 가장 먼 한계로까지 밀어붙여 더이상 그 한계 안에 포함될 수 없게 하여, 그 한계를 타파함으로써 무의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릇 자연의 현상과 부대낄 때 우리는 그 본질의 원대함을 찬미합니다.
- <고행> p. 123

이거 보니 즈라마루가 무라는 테마를 들고 곡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던 일이 생각나네.

좀 걸리는 게 있다면 러브라이브 뮤즈에서는 모두들에게 일단 무조건 반말부터 놓기 시작하자고 하는 쪽이라 할 때, 선샤인에서는 보수적인 지론을 펼친다는 점이다. 재밌는 건 뮤즈에선 '하면 된다' 식이었다면, 선샤인에서는 '한다고 해서 그게 되겠냐' 라는 지론을 펼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현재 좀 보수적이 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안성맞춤 이겠지만, 다이아가 '그래. 나는 나일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며 포기한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어색해도 자꾸만 해야 사람들에게 익숙한 인상으로 남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 그래도 자신이 다이아 짱이라고 불리고 싶음 먼저 다른 사람들을 ~짱이라 부르고, 신경질을 누르고 평소에 자주 사람들에게 정답게 말을 걸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데선 공감한다.

점점 이 애니의 목적이 아이돌물이 아니라 현실물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웨 슬퍼... 이런 애니는 현실반영이 없을경우 내적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데(?) 근데 러브라이브 뮤즈땐 하지 뭐, 하면! 된다! 와 어메리카! 라는 식이었는데 이번 아쿠아는 완전 꿈도 희망도 없다 ㅋ 얘네들 발품파는 거 보면 많이 슬프다; 치카가 와타시 아이도루 야메마스를 안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시점. 완전 될 사람만 된다는 식인데 ㅋ 게다가 장래유망 러브라이브 팀이 최신화에서 완전 무대에 꽈당 넘어져서 전국팀에 진출을 못한다 ㅋ 그걸 보고 아쿠아 애들이 하는 말이 아이돌은 아무리 잘해도 본방에서 실수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ㅋ 문화시장판이 하나부터 열까지 도박판에 배수의 진인 것까지 구현을 했다ㅠ 아이돌 ㄹㅇ 극한직업인게 여기서 드러난다. 환호만 하지 말고 합리적 투자 시스템 좀 해달라고; 뮤즈가 어디까지나 초무적 해피엔딩으로 끝난지라 진짜 충격이 끝장난다. 이 정도면 신데마스가 아이돌계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타이틀도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신데마스도 성공으로 끝난지라ㅋ 학교가 학생을 모으지 못해서 러브라이브 결승 끝나고 통폐합 당한다는 결과부터 먼저 나오고 그러면서도 러브라이브에 도전한다는 과정이 나올줄은 ㅋ

9화에서는 노래도 공연도 무지 좋았다.
의상때문에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난 마지막에 불 켜지는 걸로 그럭저럭 합격점 ㅎㅎ

11화 떼창은 한국 콘서트에서 영향 받았으리라 본다. 일본은 누가 콘서트 영상 보여줬는데 남자나 여자나 오우! 오우! 거리지 가사를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던 걸로 기억함. 한국 애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른다 다들 1급땄나 싶을 정도로() 하긴 잼프로젝트 공연 갔는데 애들 하는 말이 쏙쏙 다 자동적으로 들어가긴 하더만. 난 정규적으로 일본어 공부한 적은 없다. 흐... 양덕들만 빼면 혼모노 오타쿠들은 죄다 한국에 있나 싶다. 그러니 잼프로 보컬이 노래 한 곡 마치고 삼겹살 마시써요! 이러지 ㅋㅋㅋ

현실물이라고 해서 대뜸 팬들의 마음을 난도질해버리고 끝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음악은 현실을 초월하여 뭐든지 불살라버리는 힘이 있다. 그것은 아메야메를 외쳐 비를 그치게 만든 호노카의 힘이며, 가라!를 외쳐 바람을 일으키고 종이비행기를 떠오르게 만드는(약간 호노카보다 약하긴 하지만) 치카의 힘이다. 마지막에 나를 엉엉 울게 만든 반전이 이 작품을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한 감동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라노호시 여학원은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으니 불도저로 밀리거나 포크레인으로 찍히기보단, 어떻게든 관광명소로 만들어져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역시 치카의 힘이 호노카의 힘만큼 파워풀하지 못한 데선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2탄은 1탄을 이길 수 없는 것인가... 0에서 1로, 그 다음으로 올라간다는 주제는 뮤즈보다 훨씬 확고했다. 하지만 폭동을 일으키지 못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이사장 부모님의 조건은 아무리 봐도 아이들이 버텨나가기엔 무리한 데가 있었다. 다시 말해 성취해내지 못할 조건인 걸 알면서 마리에게 학교 입학 정원수를 채우라고 숫자를 제시했을 수 있단 소리다. 사실 그런 학교의 정원수가 채워지던 안 채워지던 부자들은 잘 살지 않는가.

 

뮤즈가 성우들의 불미스런 소문들과 과로로 인한 부상으로 인해 인기가 추락하자 팬들은 아쿠아를 추켜세우며 뮤즈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러브라이브의 뮤즈가 선샤인보단 좀 더 폭동에 가깝다 생각한다. 선샤인에서는 이사장이 마리이긴 하지만, 부모님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코토리는 어쨌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어도 단호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항했다. 마키도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러브라이브 스쿨 다이어리 마키편 참조)을 겪으면서까지 스쿨아이돌을 해내려 노력했다. 다시 말해 좀 드세다. 심지어 호노카의 성우는 강건한 육체로 인해 그녀를 놀리고, 비하시키는 말투가 배어 있는 사진까지 수없이 찍혀왔다. 그러다 결국 AV배우를 뛰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에 의해 거의 묻히다시피 했으나, 그녀의 슬기로운 처신에 의해 극복되었다. 그에 비해서 선샤인의 순종은 남성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팬으로서는 좀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건 작품의 문제라기보다 특히 남성팬들의 태도에 문제가 더 많을 것이다. 다음 러브라이브 선샤인 극장판이라던가 러브라이브 3탄에서는 뮤즈나 선샤인이나 다른 팀이나 어느 하나를 비난하고 비웃는 태도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페미니즘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 해야 러브라이브 프로젝트가 오래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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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딱 하루만
김미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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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나무

마당에 우람하게 서 있던
나무가 이사를 갑니다.
트럭을 타고 길게
누워서 이사를 갑니다.

처음으로 누워서
나무는 하늘을 봅니다.



 


진짜 불행히도 난 좋지 않았던 일들을 잘 까먹기 때문에 대부분의 슬픈 일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런 날을 잊지 않으려고 글을 써도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어느 날엔가 홱 버려버린다. 그래서 일기장은 블로그 아님 없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글들도 지워버렸기 때문에 내가 진심으로 슬퍼할 때의 내용은 쓰여져 있지 않다. 그래서 리뷰를 쓸 땐 좀 억지로 다른 사람과의 안 좋았던 일들을 담아서 쓰는 편이다.
할아버지는 안경 나사로 안경을 조여서 쓰시곤 했었다. 외할아버지는 나와 성격이 안 맞아서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그가 6.25에 참전한 군인이란 사실엔 어느 정도 자부심을 품고 있다. 난 내 주위 대부분 사람들의 모든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 설령 그 주위의 '바깥'에 있는 사람이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해도 나는 믿으려고 한다. 내부와 외부, 안과 바깥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와 영영 헤어져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될 때 나는 그 누군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로 헤어진 후 다시 마주치면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더라. 나는 사람이 죽으면 세상의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헤어지고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나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그 다음날 8월 25일에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것도 아침에 저녁밥 같이 먹자 해놓고 갑자기 심장이 멎어서 사망하신 것이다. 가족들은 충격이 컸다. 병원에 한달음에 달려가 다리도 문질러보고 가슴도 문질러보지만 아버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염라대왕님이 실수하신 것이기를, 내 생일날만이라도 신께서 아버지를 보내주기를 빌어보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없는 집은 텅 빈 것만 같다. 현관에서 벨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 세우던 나는 우연히 옷장에서 아버지의 추리닝을 발견한다. 인간의 일상은 오래 입어 늘어난 속옷 따위에서 갑자기 새롭게 재발견되기 마련이다. 그걸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여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창조만큼이나 새롭기 마련이다.

(부모님을 여의지 않아서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해냈으나 다소 현실성은 없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부모 가정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부모님이 생명을 잃으면 나와 같이 살지 못하니 얼마나 불쌍한가'라는 생각도 아이답긴 하지만, 그게 '생명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로 바로 이어질 수는 없지 않을까? 딱히 고양이만 불쌍한가? 따지고보면 우리 입에 들어가는 동물 식물 모든 음식이 이미 죽었으니 불쌍한 게 아닐까? 나는 실제 이보단 더 많은 생각이 들었을 듯하다. 그래도 자신이 아끼는 생물들에 대한 소소한 감정을 글로 옮기려 노력하는 나의 태도는 존중한다.



 


살아가면서 속은 단단하고 겉은 물러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되려 겉이 물러보이면 여러 사람들이 꾹꾹 찔러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꾹꾹 찌르는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말은 매우 지당하지만 살면서 자신을 지켜낼 AT필드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 겉이 물러서 수억번 찍히다보니 내 울타리엔 가시가 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서 벽을 느낀다고 말하고 이기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하며 스쳐지나갔다. 세상이 이렇게 혼자 사는 추세로 돌아가자 오히려 나는 요새 내 벽, 아니 가시가 고마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가시 채찍으로 일단 남부터 후려치고 보는 행태를 부리면 안 되겠지만. 좋은 일러스트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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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비시선 174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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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새 중에서

고성 영천 건봉사 들어가면
돌장대 끝에 새 한마리 앉아 있다
옛적에 아도화상을 태웠고
조선의 만해가 타고 식민지 조국을 굽어보았다 하나
지금은 주인이 없다

크기는 큰 닭만한데
한번 날면 천리를 간다지만
동강난 하늘 어디 날 데가 있겠는가
만해도 가고
동란 중에 절은 한줌 재로 변하니
인적 끊긴 민통선 안에서
새는 나래를 꺾었다
(...)
나라는 망했다
만해는 젊은 가을을 어떻게 보냈던지
날마다 능파교 아래 개울에서 가재를 잡았을까
공양미를 퍼내 간성 색주가에서 술을 마시고
불이문에 기대어 님을 기다렸을까

 

 



 


무심코 집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출신 문인이었다. 이런 경우가 꽤 있다. 시인은 아예 양양 토박이인 듯하다. 그래서 사투리가 좀 쓰여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이 흔히 그렇듯 진보적인 시각과 지역의 어떤 일이라도 솔직담백하게 말할 마음의 준비가 시에 물씬 배어 있었다. 역시 그냥 시인이 되는 건 아닌 듯하다.


영랑호를 걸어다니다가 명백히 무덤이라 할 만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콘트리트를 피해 흙바닥에 만들어진 그 동그란 무덤은 딱 햄스터 크기만큼 불룩했고 조그만 나뭇가지로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장례 문화의 폐해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계속 운동을 하다가 집으로 갔었다. 그런데 빚 때문에 일가족이 모두 거기서 자살했었단 얘기는 좀 무섭다 실화냐.
거기 지금은 완전히 무슨 동네 개울가 같은 곳인데.
하기사 뭐 중심은 좀 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근데 거기서 사람들이 골프치고 운동하는 거 아니냐.
그보다 그 땅 일대를 어느 기업이 다 샀다고 하던데?
게다가 이 책 버젓이 '우리 지역에 사는 시인이 만든 책'이란 표를 매달고 팔고 있는데?
하기사 이 시집 이전에 우리는 읍으로 간다라는 시집도 냈다고 했는데 그건 보이지 않더라. 거기 쓰여져 있는 시들 중 하나의 제목이 '내 가는 모든 길의 검문소에서'라고 한다 ㅋ

양양에서 아이를 낳으면 송침이라는 소나무 가지를 소나무 끝에 꽂아넣는다는 사실을 이 시집에서 처음 알았다. 지금은 인간들이 다 불태우고 자르고 헐어서 그렇지 옛날엔 그만큼 소나무가 많았으며, 주민들과 제법 친숙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속초와는 옆 마을 사이인데 왠지 지독한 앙숙취급을 하는 양양. 속초가 너무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개발을 한다는 제법 합리적인 이유를 들이댔었으나... 현재 속초가 정말 무지막지한 개발을 하면서 패스트푸드나 체인점에 길들여진 입맛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불러모으자(5년 전만 해도 친구가 나름 속초 시내를 걸어다니면서 '나는 밖에 나와 걸어나와서 5분 이내 커피점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인간이라 이런 곳에선 살 수 없다'라는 불평을 했는데 지금 내 집에서 딱 걸어서 5분 이내 커피점이 두군데나 있다.) 양양도 케이블카를 짓겠다고 성화를 부리고, 그러면서도 속초를 싫어하는 걸 보면 그냥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속초에 가뭄이 일어도 물 한 번 주지 않겠다고 버틴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방 고유의 문화는 속초와 달리 제법 잘 살리고 있는 곳이다. 관광오고 싶다면 양양 오일장에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신경숙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사회의 핍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외딴방이란 소설은 결코 주제가 가볍지 않다.


표절과는 별도의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영랑호에 대한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다면 그 곳에 골프장을 지어도 사람들이 찾아갔을까? 아무리 예전에 힘들었다 하더라도, 남의 가족이 영랑호에 들어가 '물 속의 집'을 차리던 말던 자신은 빚을 모두 탕감했다고 큰 소리로 웃어제껴버리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나는 이번 평창올림픽 또한 무게가 가볍지 않았다 본다. 총소리 한 번 안 나고 무사히 끝난 올림픽은 처음이라고 세계가 깜짝 놀랐다지 않는가. 이 참에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해서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바이다. 그깟 알바비 좀 받겠다고 길거리에서 드러눕지 말고.



 


문학에서 가족, 어머니는 정말 한물 간 소재다.


새롭게 다룰 수 있지 않겠냐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솔직히 이젠 쓸 대로 다 쓰지 않았나. 약술 마시는 어머니, 아버지와 싸우는 어머니, 부동산 투자해야 한다며 이불 틈에 돈을 감춰두는 어머니(이건 정말 후손들이 보면 분통이 터지는 소재이지 그때가 좋았어라고 회상할 만한 소재가 아니란 말이다.)를 독자들이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한단 말인가. 당신 책만 보는 것도 아닌데 그런 소재들이 도무지 신선할 리가 없다. 그리고 남자 문인들은 대체 어머니같은 여자 언제까지 찾아다닐거냐. 이미 누가 어머니같은 여자 찾아다니다가 인생 망친 남자 이야기를 시로 쓴 것 같던데.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중에서

혹시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집집마다 걸려 있는 오징어를 본 적이 있는지
오징어 배를 가르면
원산이나 청진의 아침햇살이
퍼들쩍거리며 튀어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그 납작한 몸뚱이 속의
춤추는 동해를 떠올리거나
통통배 연기 자욱하던 갯배머리를 생각할 수 있는지
눈 내리는 함경도를 상상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오징어 속에는 소줏집이 들앉았고
우리들 삶이 보편적인 안주라는 건 다 아시겠지만
마흔해가 넘도록
오징어 배를 가르는 사람들의 고향을 아는지
그 청호동이라는 떠도는 섬 깊이
수장당한 어부들을 보았거나
신포 과부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지



 


이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물의 수온도 오르고, 무엇보다 관광객이며 토박이며 하도 물에다가 쓰레기를 버려대서 오징어가 안 온다. 우리나라 오징어 이제 그딴 거 없음. 홍게는 엄청나게 잡힌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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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 파트 1 & 2 (2disc)
히구치 신지 감독, 미우라 하루마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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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따라선 내 지식도, 내가 만든 게 아냐. 항상 위키 같은 데 알아봐서 복붙한 거고...마리 짱도 댄스할 때 누군가의 흉내를 내잖아? 그건, 스쿠퍼즈랑 다를 게 없는 게...

 

이 우라하라가 아니다. 외계인에게 점령된 하라주쿠를 일컫는 언어다.

어떤 애니를 보다가 잘못 클릭해서 보게 된 애니메이션인데 동화같은 스토리에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오프닝과 엔딩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화면 연출을 애니메이션 본편에 그대로 가져온 것도 돋보인다. 특히 난 마리의 변신버전 옷이 마음에 들더라. 알고보니 케모노 프렌즈를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미국 애니메이션 회사 크런치롤의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본격 자위대 애니메이션 게이트 방영한다고 했던 그 미친 파오후 회사 맞다. 아니 우라하라와는 전혀 다른 내용인데?

마음이 서로 통하는 마리, 코토코, 리토. 이들은 크리에이티브 가게를 물려받게 된다. 이과계열인 코토코는 스위츠를 만들고, 마리는 옷을 만들고, 리토는 일러스트나 기본적인 디자인을 담당해서 가게를 운영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전세계가 외계인의 침공을 받고, 어쩌다가 이들은 하라주쿠에 갇히고 만다. 이들은 스쿠퍼즈라는 외계인의 힘을 빌려 자신들을 변신소녀로 만든 뒤 사람들을 지켜나가는데...

 결국엔 그림 그리는 애도 자신의 그림을 꼭 인정받아야 하는가라는 과제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카라멜은 왕따당하지 않으려 필사적이었고, 마리는 그저 인기도만이 중요했다는 건데. 여태까지는 크리에이티브 회사를 차린다는 과제 하나에 매달리고 있어서 서로의 개성에 대해선 다 잊어먹고 산 것. 결국 합동 회사를 차리거나 다같이 무언가를 하면 이런 때가 오는데, 그걸 또 서로 무의식으로 파고들어가 좀비화시키는 설정도 특이하다. (그야 여성들이 스트레스가 생기면 과식한다는 건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색채가 너무 현란해서 애니를 보는 사람이 상당히 적은 듯한데 난 현재 이 애니에 무지 빠져 있다. 서로가 다름을 인식해버린 이 셋이 어떻게 힘을 합쳐 다시 예술에 빠질지가 관건이다.

 

 

좀비물이라면 묻지 않고 다 보는 편인데 이 애니같은 장르는 어떤 데서도 보지 못했다.

 

귀염무섭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을 창조해냈는데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나오긴 했지만 좀비물에선 처음 본다.)굉장히 특이하고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근데 무서운 건 얘네들 슬럼프가 안 온단 거다. 그림 그리는 애가 잠깐 슬럼프 왔지만 벽화로 해결 ㄷㄷ 또 무서운 건 보는 사람 최대 몇백명밖에 안 되는데 점점 자막넣는 사람이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 원래 대사는 카피인데 저기서 어떻게 복붙이 나왔는지;;

 

창작을 하다 미친다는게 엄청 미스테리한 무언가일 것 같지만 별거 아니다.

 

창작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계속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창작을 고통이라 인식하는 와중에도 특유의 초연함이 있다는걸 느낄수가 있는데... 이 초연함이 창작욕을 계속 부추기는 것도 있고 '아 내 멘탈이 강해졌구나'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사실은 강해져서가 아니라 변해 있어서 초연한 것이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 괜찮은게 아니라는 것. 창작같이 자의식, 정신소모가 많은 활동의 경우 이를 정신적 보상의 영역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굶주림이 오는데 그런 걸 현시대엔 공급받을수가 없으니 늘 굶주린 상태에서 만들어내는걸 뭔가에 홀린 것마냥 하게 된다. 창작을 안 하면 배고파지는 상태가 온다면 확실하게 미친 거다. 좋아서 하는 거라지만 사실 늘 굶주려 있다는 느낌을 뭔가를 만들 때면 조금씩 느끼곤 한다. 처음에는 그게 창작에 대한 정신적 보상이였다면 나중에는 창작 그 자체에 대한 굶주림을 느끼는 상태. 이게 강해져서 그런줄 알았더니 변해서 그랬다는걸 알고도 별 감흥이 없는 이 상태. 그렇다고 창작하는 사람은 다 유리멘탈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 창작이란게 항시 멘탈 소모상태를 의미하는거고 자기 실력을 최대한으로 내는 게 꺼려지는 이유도 당연히 그만큼 소모하는 멘탈이 많아지기에 뻗게 되버릴까 두려워서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본바 뻗으면 오히려 다행인거다.


 다 좋은데 온 마음으로 미사 최고 로리 최고라고 부르짖는 듯한 결말이 너무 아쉬웠다.

 

물건을 빼앗으며 살아온 외계인들의 진심 어린 사과는 괜찮았다고 본다. 그러나 첫째로 지적하고 싶은 게 우리나라에는 왜 그렇게 사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애니를 만든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유물을 빼앗아간 다른 나라들만 생각한 게 아닐지. 둘째로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간 자들의 이런 정중한 사과가 과연 이 세 주인공들처럼 피해자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일단 게이트 방영한 것부터 어떻게 해명 좀 해봐라. 일단 나는 전쟁을 겪은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전쟁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가 좀 더 확실히 드러난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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