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독사 창비시선 397
이병초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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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중에서

몸땡이는 캄캄허게 식었드래도
귀는 열어둔다는디 즈아부지
시방 내 소리 듣고 있지라
입때껏 뼈 빠졌어도
요게 머냐고
술에 곤죽이 되어가꼬
대문간에 고꾸라질 적마다
차라리 디지라고
칵 디저불먼 부좃돈이라도 벌제
무신 년의 복이 요로코롬 휘어졌디야
막 쏘아붙인 거 참말로 미난허요


쌍용차의 또 다른 한 분이 생을 자살로 마감하셨다. 시신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시체팔이, 관 장사, 이러려고 뒤진 거냐, 아이고 시원하다, 대한문 앞은 박근혜 대통령 님을 지키려고 목숨바쳐 온 애국의 성지인데 누구 맘대로 분향소을 차려! 당장 꺼져!”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퍼부어대고 간다고 한다. 그뿐이랴. 분향도 방해하고 바닥에 물을 뿌려 서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 가 서 있을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촛불집회 때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에서 풀처럼 뽑아버려야 할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무심코 절 갔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내 지갑 리본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세월호 리본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대놓고 내 눈앞에서 시체팔이라던가 그러게 왜 배로 호화관광을 하느냐 소리를 해서 불교라면 소개팅을 신청해도 거절했던 생각이 난다. 왠만하면 사람 안 가리는데 지금도 그 말이 귀에 남는다. 또 다시 생각난다. 사람이 완전히 저승에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는 부위가 귀라던데. 좋은 말을 해야 편하게 가신다는데. 나머지 분들이 돌아가시지 못하게 밤낮으로 맴돌며 지키고 싶다. 뭣도 모르면서 떠드는 사람들의 입을 부숴버리고 싶다. 더 크게 소리를 질러 이상한 사람들의 말을 덮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무섭다.

옛날에 하루종일 자살 얘기했던 단짝친구가 있었다. 그때도 어떤 어른이 걔한테 너는 무슨 어린 애가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해서 내가 오히려 열올렸던 생각이 난다. 얘에 대해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그러나 확실히 그 행위는 민폐였다. 그 누가 어떤 짓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상에 남은 쌍용차 사람들의 슬픔을 그 누가 받아줄 수 있을까?

의자놀이 리뷰를 보니 역시나 무섭다는 말이 두번이나 나왔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확실히 그 어떤 사건보다 난 쌍용차가 무섭다. 이건 국가의 이지메에 가깝다. 아니, 사냥이랄까.

인간이란 뭘까.
시체팔이라니.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죽었냐니.
그런 말을 꺼낸 네 입이 지옥이다.

세월호 관련 시 참살을 읽고 확 무언가가 치밀어올라 이 구절을 썼다만 시가 모두 다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사투리 섞인 구수한 서정시집에 속한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악몽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그늘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6.25 전쟁이라거나 북한 이야기를 들려주긴 하는데, 어떤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던가 지명이라던가 사투리를 써서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담담히 스쳐지나간다. 마치 '잠자리'처럼 자연 풍경을 묘사하던 중 생명 하나의 이름을 부르듯이. 그러나 '자살'이 그렇게 간단하게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단어일쏘냐.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드는 시집이다. 까치독사라는 이름이 상당히 어울린다. 섹드립도 나오는데 묘사를 보면 나와 같은 누님 취향이실 것 같다. 나도 시 바람소리처럼 그렇게 자다가 누님한테 한번 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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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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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법률혼을 한 성소수자들이 그렇지 못한 성소수자들에 비하여 더욱 건강한 것이지요. 

제일 친하다 생각했던 친척에게 커밍아웃했는데 친척이 부모에게 아웃팅해서 부모에게서 온갖 차별과 모욕 발언을 들었을 때는 평생 잊지 못함. 

 

그게 사실 친척들에게 맘 못 열고 연을 끊은 가장 큰 요인이고. 이건 진짜 허락하지 않음 가정해체 순식간에 많아질거다. 난 앞으로 양성애자나 동성애자로 자신을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많아질거라 봄.

 

 

 

일단 굉장히 훌륭한 책이나 사정이 있어서 리뷰에서는 몇 가지 문제들만 지적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사회적 주제를 많이 담아내려 노력한 게 보인다. 꽤 문학적인 문장들도 써 가면서 저자 자신이 느끼는 아픔을 정확히 표현해내려 노력을 기울였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 대한 저자의 동경이 느껴졌다. 그러나 재미있게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 누구나 생각하고 쓸 만한 기초적인 상식이 들어가 있다. '이런 글 나도 쓸 수 있어!' 이런 의미는 아니고(...) 아무래도 통계 위주의 글을 쓰다보니 사회적 인식은 보편적으로 가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말해서 저자의 새로운 의견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세월호에서도 피해자를 '아이들'이라고 제한하여 표현하는 데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표현을 그대로 실어놓았다. 자신의 딸이 자칫 세월호 같은 일을 겪게 될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솔직한 표현은 좋았으나, 글이 출판된 시기가 2017년이다. 시간이 3년 정도 지나고 많은 의견이 나오고,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투적 문구가 되었다. 솔직한 측면은 좋았다. 그러나 기왕 발언을 조심하려는 측면이 있었다면 그쪽을 좀 신경써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안타깝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세월호 참사 생존자나 유족들에 대해 치유 프로그램을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의견에 찬성이다. 솔직히 이용해먹은 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었는데, 그분들의 눈빛은 진심같아서 쉬쉬했던 생각이었다. 개인에 따라서 느끼거나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건 정신건강연구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물론 난 정신치료에서 약의 효능과 프로그램의 효과를 믿는다. 그러나 쌍용에서와 달리, 세월호는 아이들과 어머니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발언권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는 느낌이다. KBS에서 연극한다고 나오시고, 세월호 관련 책을 홍보한다고 나오시는데, 그거 돈은 제대로 주시는지? 그리고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하지 않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예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좀 쉴 때는 쉬게 해주고, 무리하게 강요하지 말라는 거다. 환자가 원치 않는 치료를 할 때 그건 실험이지, 치료가 아닐 듯하다.

여기서도 페미니즘 주장이냐, 라고 하면 딱히 덧붙일 말은 없지만 아무튼 세월호 유족이 아니라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들 꼭 있다. 그나마 유민 아빠가 유명해져서 이미지가 나아진 거지. 그래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때 유족 말고 나오는 단어가 어린이, 그리고 어머니이다. 애 있는 사람들 감정이입하는 건 알겠는데 기분나빠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피해자와 유족이라는 단어에 좀 더 신경을 써줬음 좋겠다.

결론은 치유 프로그램이 성급하다고 저자가 말해놓고서 그 근본적 이유는 생깐다는 느낌이란 거다. 아동청소년은 가뜩이나 정신의학 쪽에 관련되선 보호를 못 받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몰려오면 메챠쿠챠가 될 수밖에 없어서리. 성인은 성인대로 치유를 못 받고.

또한 생각해봤는데 저자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외전까지 다루면서 이야기하는 면이 있었다. 세월호 다음으로 자세했다. 덕분에 소방공무원의 복지는 앞으로 많이 개선이 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정작 스트레스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무원들 이야기는 없다. 자료는 못 봤지만 자살 가장 많이 하는 공무원 집단 아닌가. 소방쪽 많이 복지가 개선되었다는데 사회복지쪽도 좀 다뤄주지 ㅠㅠ

더욱 슬픈 사실은 이 책에 이런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 여러 현상에 관심이 많은 교수가 그닥 없어서 그나마라도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머리가 이 정도로라도 돌아가지 않는 인간들이 우리나라 사회에 넘치고 찬다. 논문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책의 저자가 추천하는 책 정도는 읽었으면 좋겠다. 다루는 사회현상 하나하나마다 다 전문도서 한 권 이상은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데 너무 짧다. 씁.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는 비난은 앞서 말한 이유로 공중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옳지 않으며, 한국사회에서 HIV/AIDS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관리하는 데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기준으로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서울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에게 산부인과 의료접근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지,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을 서울로 이사하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이거 정말 비유 찰지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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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DxD 10 - 학교축제의 라이언 하트, Novel Engine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 곽형준 옮김, 미야마 제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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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영웅이 사람들에게 숭상받게 되는 순간부터 그 영웅은 사람들에게 선한 행동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숭상받는 종교적인 힘 그 자체가 되기 마련이다. 영웅주의를 까게 되는 맥락도 언제나 그런 방식이고. 사람들은 영웅의 행동을 보고 나도 저런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하는걸 배우지 않는다. 언제나 영웅이 옳은 선택을 내려줄테고 자신들이 선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힘을 내주니까 자신들은 그저 그걸 바라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심리를 가지게 된다.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게 인간이니까. 그리고 뭐든지 신에게 기도하면 이루어질 것이란 판타지는 종교성을 가진 인간들이 스스로를 가장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한 숭상이란 코드를 상품화시키며 팔아먹는 군상까지 나온다면 금상첨화이고.

 

영웅이 희망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관하고 낙관해 옳은 선택을 내리지 못하게 될 때도 옳은 선택을 갖춘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인간은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악당들을 무찌르는 영웅 서사는 언제나 그런 의미를 갖추고서 사람들에게 행동의 모범이 된다. 그렇기에 영웅서사를 보고 할 수 있는 덕질은 힘에 대한 숭상이 아니라 옳은 선택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자신도 그런 인물이 되기를 노력하는 것이다.

 

 

남주는 여자친구라고 여겼던 악마에게 차인 것에 대해서 벌써 4기째 정신적 충격을 받고 갈등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가슴은 좋아한다. 어찌보면 여성을 악마화하면서도 숭배하고, 좋아하는 여성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보통 남성들과 다를 바가 없다. 겉으로는 하렘왕이 되는 게 꿈이라 당당히 말하지만 막상 여성이 적극적으로 대시해오거나 몸을 접촉해오면 주저한다. 여러 사람을 돌보는 그의 다정한 면이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뒷받침해 주지만, 마음 속에 리아스를 품기엔 속이 좁고 포용력이 없어 보여서 그녀는 그를 결국 밀어내고 만다. 이대로 가다간 그녀를 잃고 미움받는 게 두렵다. 그러나 솔직해지면 도도한 그녀에 의해 악마 쫄따구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상태에서 있는 게 싫지만 적당히 엇박자를 맞추며 산다. 그는 마치 우리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잇세이는 동료들의 격려, 그리고 사일라오그 바알과의 뜨거운 혈투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낸다. 신체 단련만으로 마력 부족을 극복해낸 초인 같은 사일라오그 바알, 그리고 다소 특이한 전투 스타일에 지도력까지 지닌 잇세이. 이 둘은 단순히 할 일 없는 귀족 마왕들이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는 레이팅 게임을 자신들의 인격이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간만에 더파이팅 이후 제대로 된 80~90년대 남자의 배틀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감정이 고양되었다. (일단 죠죠는 남자들의 주먹 승부라기엔 밈이 너무 강해서 빼기로 하자.) 천재이던 범재이던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그 전투에서 신분과 계급 다 벗어던지고 이상을 끝까지 관철해 나갔는지의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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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얼터너티브 건 게일 온라인 5 - 서드 스쿼드 잼 비트레이어즈 초이스 - 하, J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이엽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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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게임 중독인 사람들만 바글바글한지라,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게임 중독에 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드 아트 온라인의 진중함과는 많이 다르다. 게임은 게임이라고 확실히 구분하는 편. 근데 결말은 '그러니 게임을 즐기자!'로 같다. (어...?) 그래서 원작이 게임을 제작한 회사를 건드리고 정부로 나아감과는 달리 외전에선 군대가 왔던 어쨌던 싹 다 무시한다. '군사들 훈련 목적으로 왔겠지'라며 ㅋㅋㅋ (그러나 그 말을 한 인간이 피토 휘 외엔 아웃오브 안중인 엠 씨라서 납득.) 그리고 차별받는 여성이 많이 나오고 작중에서도 그 점이 지적되긴 하지만, '게임의 특성'이라고 말하곤 가볍게 넘어가는 편이다. 아무래도 작가는 철저히 여성이 게임에서 망가져 가면서까지 이겨야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아니면 거기까진 생각 못 했을수도 있고. 여성이 많이 레슬링에 참여한다고 한들 변화는 있을까? 아마 일반적인 현상으로 간주되어 레슬링 여성 선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차별 발언이 사라지는 과정은 느려진다. 그리고 서브컬쳐에서 성폭력과 성추행이 일어날 때 여성은 직접적으로 상처를 받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여성의 게임 참여율을 무조건 늘리는 방법은 게임에 법률을 만들어 제한을 가하는 방법보다 더 리스크가 크다.

 

 

2. 다시 말해 그냥 재밌게 보는 애니 외엔 아무것도 아니란 소리다. 원작자가 유명한 작가라 중간중간 하이개그가 재미를 돋군다. 백합 서비스에 상당히 충실한 편이기도 하다. 다소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있긴 하지만, 그 의문을 현란한 액션씬이 지워준다. 절단부위가 꽤 깔끔한 편이지만 아무튼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터지는 설정이니 혹시 고어에 거북한 사람들은 시청에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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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8-07-02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아온 본편 어디에서 게임중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있는지부터 잘 모르겠군요. 오히려 게임중독자 키리토에 대한 지나친 미화가 비판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작품 아닙니까.

되려 본인의 경우, 본작에서 피토휘라는 데스 게임 SAO를 동경하는 인물을 넣음으로서 본편의 카야바 아키히코와 키리토를 돌려 까고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군대에서 훈련차 왔다고 해서 SJ참가자들이 무슨 신경을 쓰고, 그렇게 억지로 작품 스케일을 키워서 어쩌란 것지도 잘 모르겠군요. 그런 식의 세계관 폭주는 작가 카와하라마저 인정한 본편의 주 비판점일 텐데요?

추가적으로 여성 성차별 얘기는 왜 여기서 나오는지... 애초에 본편 3부에서부터 GGO는 세기말 세계관의 건 액션 게임이란 특성상 남성 유저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게임의 특성을 뭐 어찌 개혁하란 말인지... 작가 입장에서도 딱히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을 터고, 되려 최근에 페미니즘 단편집 ‘현남오빠에게‘에 실린 손보미 작가의 ‘이방인‘의 경우 망가져가면서도 끈질기게 수사하는 여성 형사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SAO 본편의 경우가 오히려, 전체적으로 키리토라는 히어로에게 구원받는 여성들(+2부와 5부의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수위높은 묘사)이라는 전형적인 남성 판타지를 담습하는, 여성 차별적인 소설 및 애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SAO의 진지한 분위기에 비해 본작은 가볍고, ‘그냥 재밌게 보는 애니‘란 말에도 동의합니다만, 정작 비판점으로 거론하신 부분이 제 생각과는 많이 다르셔서 이렇게 댓글을 남기고 말았네요.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갈매미르 2018-07-03 05:57   좋아요 1 | URL
예전에 소드 아트 온라인 리뷰에서 저도 그와 똑같은 비판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역시 단점보완을 기대했던 만큼 결말이 좀 씁쓸했던 건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의 비판점이 되었죠. 현남오빠에게 소설은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추천하셨으니 꼭 읽을게요. 이 댓글 다른 리뷰에서 좀 참고해가도 되겠습니까? 뼈대가 튼튼해서요. 감사합니다.

HG.Chris 2018-07-03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참고하시는 건 상관없습니다.

말씀하신 단점 보완이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AGGO 원작의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SAO와는 대치되는 주제의식 및 6권에서 나름대로 VR게임 내에서의 PTSD에 대해 다룬 부분은 개인적으로 SAO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SAO는 그 부분으론 쓴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VR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비록 어디까지 현실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선구적으로 다루었던 SAO의 족적은 인정하지만, 최근의 극장판 오디널 스케일조차 SAO의 근원적인 문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지나치게 스케일을 키우지 않는 오락 소설의 범주 내에서 SAO와 대치되는 주제의식을, 그것도 여성 캐릭터들을 주조연으로 내세워 흥미롭게 펼쳐나가는 AGGO의 존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갈매미르 2018-07-04 04:34   좋아요 1 | URL
그 점에서 의견이 달랐던 걸까요. 전 여성 캐릭터의 주조연에서 키큰 여자가 열등감을 느낀다거나, 특히 어린 여자애로 변신한다는 데서 뭔가 묘한 점을 느꼈습니다. 여성 레슬링 선수를 볼때의 그 애잔(?)한 기분이랄까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애니를 봤던지라 그쪽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역대 게임 소설 내에서 가장 무난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갈매미르 2018-07-04 04:54   좋아요 1 | URL
최근 진지하게 애니를 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앞으로도 보시는 애니 등이 저와 겹치시는 경우 때때로 간단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HG.Chris 2018-07-04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앞으로도 좋은 소통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하하, 뭐 분명 그런 부분의 불편함이 있을수는 있겠네요. 거기까지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실제 제 주변의 여성들 중에도, 심지어 남성들 중에도 카렌 만큼의 지나치게 큰 키에는 뭐랄까, 트라우마까지는 아니지만 좀 그런 감정을 가지는 걸 본 적이 간간히 있어서 그냥 현실적이구나 하고 전 받아들였습니다만...^^

실제로 게임 내의 아바타를 고를 때 키 큰 사람은 키 작은 아바타를, 키 작은 사람은 키 큰 아바타를, 뚱뚱한 사람은 날렵한 아바타를, 날씬한 사람은 육중한 아바타를 고르곤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 아바타를 고르거나 여자가 남자 아바타를 고르는 일도 분명 있잖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SAO의 경우 게임 내 아바타와 현실의 모습이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점에서(1부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설정상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러스트나 묘사 상으론 현실의 모습과 너무 닮았어요...) AGGO의, 뭐랄까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현실과는 또 다른 모습,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잖습니까, 엠이랑 후카지로는 예외같지만...^^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역시 게임과 현실은 다르지, 같은 느낌?
 
낙제기사의 영웅담 1 - S Novel
미소라 리쿠 지음, 온 그림, 정우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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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가족이 되어줘.

솔직히 말해서 애니 퀄리티는 상당히 좋다. 현재 하이스쿨 DxD 4기, 건담 다이버즈를 참고하면 작화와 전투씬과 성우나 어느 쪽을 보던간에 훨씬 우월하다. 다만 작품은 평범하다. 단순히 노력하면 범재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평가를 참고하면 상당히 재미있어진다. 어차피 범재든 천재든 금수저이면 이길 수 없다는 평가, 천재가 방심하리라는 조건이 어디에 있겠느냐는 평가가 그것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로맨스 감성 터지는 것도 유치한 재미 중 하나다. 여성의 속옷을 봤으니 나도 벗겠다는 뻔한 아재개그 스토리에서 웃어버렸다(...) 남주가 암 걸릴만한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겉보기보다 능글캐릭인데다 섹드립 왤케 능숙한지() 그냥 가볍게 순정애니로 봐도 될 듯. 서비스도 고전적이지만 좋다. 검은 가터벨트에 스타킹 간만에 보네.

 

다만 여주가 미혼미혼 거리는 거 상당히 거슬린다; 너네 나라엔 미혼이면 뭐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니...?

응원석에 앉았던 애들 진짜 짜증난다. 쟤네들은 버밀리온과 잇키 대결보고 배운 게 없나 봄. 하기사 저렇게 카더라 소문으로 쑥덕쑥덕 거리다가 잇키가 이기면 또 축하한다느니 함성 질러대고 그러겠지. 냄비근성은 사실 권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닐까. 스텔라 말대로 도전도 안 하고 포기하기 바쁜 것들이 빈 소리는 겁나 오짐.

그나저나 작가가 떡밥 잘 줍는 듯. 초반에 스텔라가 잇키 여동생한테 뻥칠때 잇키가 '뭐야 그 멋진 녀석은!'이라고 받아쳤는데 그걸 또 적절히 이용해서 잇키한테 멋진 녀석으로 있어달라고 훈계하는구만. 역시 순정물이잖아..

잇키 아버지의 이론에 관해. 전형적인 위에선 기득권을 쥔 녀석들의 헛소리이다. 사람의 노력을 배제하고 재능만으로 판단하면서 자신들의 형체에 안맞으면 위험과 불균형이라는 이기적인 소리로 규탄하는 것이다. 그냥 자신과 자신에게 유리한 조직의 안전만 생각하는 위정자들의 생각. 그냥 그대로 냅두면 알아서 자기 길 갈 것을 굳이 조직의 톱니바퀴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이기심 아닌가.

학생회장 욕하는 사람들 많던데.
주목할 게 있다. 사실 학생회장이 인정사정 안 봐주고 라이키리 쓰면 한 번에 보낼 수도 있었다. 잇키가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다. 멀쩡한 상태라도 라이키리 쓰면 근접전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은 한 방에 가니까. 하지만 잇키가 스텔라를 어떻게 이겼는가를 주목했다면 학생회장 욕은 하지 않았을 텐데. 잇키는 말 그대로 검술에만 자신의 힘을 올인해서, 결론적으론 학생회장의 승부욕을 끌어냈다. 사실 잇키는 감지하지 못했으나 이전부터 본인이 상황을 그렇게 끌어간 것이다. 일단 마법을 거의 쓰지 않고 신체능력만으로 결투를 할 수 있다는 걸 학교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마당에서 학생들까지 모아 가르치는데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잇키는 사실 최대한 피해서 원거리로 공격하면 껌으로 승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현 상태에서 스텔라가 모든 기술을 쏟아부으면 잇키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술과 근접한 방식으로 승부하도록 끌어내는 게 1화 때부터 잇키의 방식이었다. 다른 하렘결투애니와 낙제기사의 차이는 바로 떡밥을 잘 줍는 데에 있다. 사실 잇키가 학생회장의 시합에서 쓴 기술(?)은 스텔라에게 처음에 쓴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시험장에서 아무리 불행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라이벌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의 합격을 양보해 줄 생각이 없다. 불행한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면 자신을 봐주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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