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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기사의 영웅담 1 - S Novel
미소라 리쿠 지음, 온 그림, 정우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내 가족이 되어줘.

솔직히 말해서 애니 퀄리티는 상당히 좋다. 현재 하이스쿨 DxD 4기, 건담 다이버즈를 참고하면 작화와 전투씬과 성우나 어느 쪽을 보던간에 훨씬 우월하다. 다만 작품은 평범하다. 단순히 노력하면 범재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평가를 참고하면 상당히 재미있어진다. 어차피 범재든 천재든 금수저이면 이길 수 없다는 평가, 천재가 방심하리라는 조건이 어디에 있겠느냐는 평가가 그것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로맨스 감성 터지는 것도 유치한 재미 중 하나다. 여성의 속옷을 봤으니 나도 벗겠다는 뻔한 아재개그 스토리에서 웃어버렸다(...) 남주가 암 걸릴만한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겉보기보다 능글캐릭인데다 섹드립 왤케 능숙한지() 그냥 가볍게 순정애니로 봐도 될 듯. 서비스도 고전적이지만 좋다. 검은 가터벨트에 스타킹 간만에 보네.

다만 여주가 미혼미혼 거리는 거 상당히 거슬린다; 너네 나라엔 미혼이면 뭐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니...?
응원석에 앉았던 애들 진짜 짜증난다. 쟤네들은 버밀리온과 잇키 대결보고 배운 게 없나 봄. 하기사 저렇게 카더라 소문으로 쑥덕쑥덕 거리다가 잇키가 이기면 또 축하한다느니 함성 질러대고 그러겠지. 냄비근성은 사실 권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닐까. 스텔라 말대로 도전도 안 하고 포기하기 바쁜 것들이 빈 소리는 겁나 오짐.
그나저나 작가가 떡밥 잘 줍는 듯. 초반에 스텔라가 잇키 여동생한테 뻥칠때 잇키가 '뭐야 그 멋진 녀석은!'이라고 받아쳤는데 그걸 또 적절히 이용해서 잇키한테 멋진 녀석으로 있어달라고 훈계하는구만. 역시 순정물이잖아..

잇키 아버지의 이론에 관해. 전형적인 위에선 기득권을 쥔 녀석들의 헛소리이다. 사람의 노력을 배제하고 재능만으로 판단하면서 자신들의 형체에 안맞으면 위험과 불균형이라는 이기적인 소리로 규탄하는 것이다. 그냥 자신과 자신에게 유리한 조직의 안전만 생각하는 위정자들의 생각. 그냥 그대로 냅두면 알아서 자기 길 갈 것을 굳이 조직의 톱니바퀴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이기심 아닌가.

학생회장 욕하는 사람들 많던데.
주목할 게 있다. 사실 학생회장이 인정사정 안 봐주고 라이키리 쓰면 한 번에 보낼 수도 있었다. 잇키가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다. 멀쩡한 상태라도 라이키리 쓰면 근접전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은 한 방에 가니까. 하지만 잇키가 스텔라를 어떻게 이겼는가를 주목했다면 학생회장 욕은 하지 않았을 텐데. 잇키는 말 그대로 검술에만 자신의 힘을 올인해서, 결론적으론 학생회장의 승부욕을 끌어냈다. 사실 잇키는 감지하지 못했으나 이전부터 본인이 상황을 그렇게 끌어간 것이다. 일단 마법을 거의 쓰지 않고 신체능력만으로 결투를 할 수 있다는 걸 학교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마당에서 학생들까지 모아 가르치는데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잇키는 사실 최대한 피해서 원거리로 공격하면 껌으로 승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현 상태에서 스텔라가 모든 기술을 쏟아부으면 잇키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술과 근접한 방식으로 승부하도록 끌어내는 게 1화 때부터 잇키의 방식이었다. 다른 하렘결투애니와 낙제기사의 차이는 바로 떡밥을 잘 줍는 데에 있다. 사실 잇키가 학생회장의 시합에서 쓴 기술(?)은 스텔라에게 처음에 쓴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시험장에서 아무리 불행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라이벌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의 합격을 양보해 줄 생각이 없다. 불행한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면 자신을 봐주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