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알드노아. 제로 O.S.T.
사와노 히로유키 (Hiroyuki Sawano) 작곡 / 씨앤엘뮤직 (C&L)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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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로봇물보다도 SF물 및 초능력물로 보면 무방하겠다. 감히 넘볼 수 없는 화성의 공주가 지구에 오려다 테러를 당하고, 그걸 빌미삼아 강력한 귀족들이 지구에 쳐들어온다. 말은 거창하지만 지구에 비해 명백한 화성의 자원부족, 그리고 지구인들의 비아냥거림에 어지간히 상처를 입었던 거 같다. 여담이지만 아톰에서도 우주 출장이 잦은 겐이란 아이에게 지구의 아이들이 가방을 뺏으면서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괴롭히는 장면이 있었다. 원래 사소한 일들로 인해 원한이 쌓이고 그렇게 큰 일들이 만들어졌겠지. 화성의 공주가 그렇게 지구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던 이유는 화성에 온 지구인의 아들 슬레인이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성의 공주는 여러 지구인들을 접하고, 나아가 자신이 죽을 뻔하게 되면서 우선순위가 바뀐다. 슬레인보다는 지구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바라게 된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그 때 다른 사람을 사랑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죠.

2. 사실 화성과 지구의 갈등 외엔 이런저런 떡밥을 뿌리지 않아서 시간을 내서 후딱 보기 좋은 킬링타임물이다. 괜히 극장판 하나 더 내어서 설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걱정까지 될 정도이다.

3. 처음부터 공주 싫었는데 역시나.. 생각해보면 귀족들만 쳐들어왔는데도 지구가 존속위기에 처하는데, 왕족은 더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하나씩 왕족의 능력이 드러나는데,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뿐이다. 유독 자원이 모자란 국가이다. 저 권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저렇게나 왕족을 고귀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자기네 국민들을 갈아넣었을까. 공주는 맨날 자괴심이 든다는데 저 정도면 솔직히 자괴심이 들어도 싸다. 반면 알드노아 제로 리뷰에서는 왜 공주를 목졸라 죽이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천지인데 솔직히 걔 입장이라면 나라도 죽일듯이 미웠어. 맘에 드는 캐릭터가 없는 것도 특징. 슬레인은 질투많은 남자로 찍혔다 ㅋㅋ 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지구에서 두기보다는 화성에 두고 싶었던 일말의 마음도 작용한 거 같고.. 지금 이 말로 이나호에 대한 호감이 저하됨. 이전보다 쪘더라도 보통 키가 150이라면 50kg 초반대가 이상(정상 아님)적이라 생각한다. 키가 더 클수록 말할 것도 없고. 이 ㅅㄲ 하렘 남주된 이후로 눈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졌군요.

4. 백작님은 알고보니 세카이계 아저씨였구나.. 사랑하는 아내를 여의어서 전쟁이라니. 그러나 언제나 복수는 끝이 좋지 않은 법.

5. 매일 이 애니메이션 보면서 스쿼트, 런닝, 실내자전거 각각 30분씩 탔다. 이게 전쟁물 보면서 해야 효율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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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and the Rumors (Paperback, Compact Disc) - Thomas & Friends Thomas & Friends 92
윌버트 오드리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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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듬돌'은 마을 장정들이 힘을 기르거나 마을 잔치 따위로 사람들이 모이면 힘자랑을 하기 위해 들었는데, 이 듬돌을 들어 올리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이를테면 두 손으로만 들기, 가슴에 붙여 들기, 배에 붙여 들기, 들고 허리 펴기, 들고 일어서기, 땅에서 조금만 들기, 돌을 들고 걷기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듬돌을 들고 가슴과 허리를 완전히 편 채 두 다리를 꿋꿋하게 딛고 서 있는 것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무산소 운동의 최고봉인 역도를 연상케 한다.)



홍길동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로군요.

아니 짤은 왠지 이 놈 생각나서.. 일러스트 한국인이 그렸다는데, 그 안에서 숨도 쉬고 돌로 뒤덮여졌다가 풍화되면 살이 같이 부서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약만 뿌리면 간단하게 살 수 있다 하니 그린 분도 제주도의 돌을 잠깐이라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머들은 제주도에서 쌓아놓은 돌탑을 얘기하는데, 놀랍게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농사할 때 돌을 치워놓은 게 탑으로 된 게 아니냐고. 주술적 의미가 있는 건 방사탑이란 것이고 보통 사람 크기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은 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농사를 지었다고 소문났던 한국인. 이 머들은 제주도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증거물을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확실히 제주도에 가면 마치 잡초처럼 머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지금은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이전엔 동네개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 보인다고.).

매우 조그만 핸디북이며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쉽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매우 천천히 책을 읽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3분라면 먹으면서 단숨에 읽을만하다. 약속시간 전에 와서 사람 기다리거나 일하면서 중간중간 틈틈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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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 아트 앤 메이킹
사이먼 워드 지음, 배지혜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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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에서 우주가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개척정신 좋다 우주로 가자.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왜 우주로 가냐. 이 영화는 후자다. SF에서 도플갱어가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또 다른 나는 나한테 동족혐오를 보일테니 좋지 않다. 또 다른 나는 내 일을 도와줄 수 있으니 좋다. 이 작품은 전자 후자 다 나온다. SF에서 외계인이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저 외계인을 박살내고 우주를 인간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해야 하며 이는 지구에서 농사와 다를 바 없다. 저 외계인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인간에게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미키 17은 후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어 장면 별로 없는 편이고 설국열차에 비해 매우 순한 맛이다. 고어 기대하는 사람은 30분 정도가 재미없을테고, 반대로 생각하면 고어 못 보는 사람들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소리다. 스포일러 피하고 호불호 갈릴 수 있는 입장에 대해 정리했으니 감안하고 보길 바란다.

2. 베테랑 같이 맨날 매운 영화만 나오면 또 폭력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영화를 못 보므로,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데선 장점이 있다고 본다. 근데 아까 말한대로 마지막 30분이 좀 의뭉스럽다. 인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스토리를 좀 많이 생략한 거 같은데 봉준호 감독님 원래 이 영화 몇 분이었나요. ㄷㄷ 1시간 30분 분량이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다음 작품은 아무래도 못 볼거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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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2025-03-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아트 앤 메이킹 북에 영화 리뷰를 다시는 건가요?

갈매미르 2025-04-17 15:41   좋아요 0 | URL
당시 검색하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작품이라면 모를까 같은 영화작품 평인데다가 저는 호평으로 글을 달았기 때문에 곤란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라켈수스의 딸 9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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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모형극은 붕괴하고 여마술사의 검은 소리를 내며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리스 경감은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멍을 연달아 내질렀다. 기이한 은색 인형은 낙하한 기세 그대로 여마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이게 좀 뜬금없는 대목을 명문장으로 뽑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고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대목 중 하나를 꼽았다. 파라켈수스의 딸 말고도 다른 작품도 보고싶은데.. 아무래도 저자는 항상 여장남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소설에 대한 특이점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아직 먼 일일 듯 하다. 작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던데, 남성의 마음을 지녔어도 여성의 몸으로 행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하는 료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작중인물이 성배에 얽히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스친의 조언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에게 벌어진 일은 언뜻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중심사건은 다빈치코드이다. 그러나 료타로는 남다른 사건과 그로 인해 가족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보통 서브컬처에서 (유사)가족의 삶과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권 내용에 걸쳐 성장하면서 매우 큰 절망에 속하는 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료타로의 모습이 색달라보인다. 혹 구할 수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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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t Thought: A More Comprehensive Introduction (Paperback, 5)
로즈마리 푸트남 통 / Westview Press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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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르는 '모태솔로'라는 말이 있어요. 그건 모든 사람이 당연히 연애를 욕망해야 하고, 연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정서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함의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연인 간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뿐이지 가족을 사랑하고,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 저는 묻고 싶어요. 사랑을 좁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인지를요.


내가 로맨스물 잘 안 읽는 이유이기도 함. 다들 로맨스소설을 너무 읽어 사랑을 격렬하게 해야 하는 줄 아는 돈키호테인데, 상대가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고 결혼하더라도 결혼 상대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인 줄 알고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찾게 됨. 아내가 스킨십을 원할 때 남편이 '가족과는 이러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를 치는 게 유행인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사랑에 대한 차별을 보여줌.

장애인 남성이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직 트랜스젠더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게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는 것뿐이지, 들어오면 이렇게 보복해야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혐오가 맞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될지 몰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난 고민해봐도 모르겠다.. 성중립 화장실이 생기면 혐오라는데 트라우마 있는 나는 그럼 야외화장실 못 가네. 타협이 안 되었다면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듯.

책을 읽고 있는데 트랜스젠더가 나오니 주변에서 왜 이런 걸 보는지 왜 그런 걸 목숨걸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 아무 차별발언 없는걸 보면 세상 좋아지긴 한듯. 나는 당사자는 아니어서 그냥 아이들을 좀 더 알기 위해 본다고 했다. 너무 소수자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이 실패하면 죽는 세상이다보니 그런 정체성을 숨기는 아이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음. 그들까지 합치면 소수자 아니지 않을까? 내가 꼰대소리를 하더라도 지적하면 책 보고 공부하면서 수정할 거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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