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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리스 리코일 - NT Novel
아사우라 지음, 이미기무루 그림, 장혜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4년 8월
평점 :

문제는 얘네가 어떤 것까지 테러로 삼느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총을 썼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그 시대에서 살았다면 서민의 대부분은 리코리스의 총살감 아니었을까? 대통령이 계엄을 내려서 우리 일상이 작살날 뻔해서 응원봉 들고 시위하려고 했는데 그건 리코리스의 총살감인가? 아니, 일단 한참 전으로 돌아가서 독립운동하면서 한국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이토 히로부미 등등을 총살하려 한다. 그들도 리코리스의 사냥감이 아니었을까? 건슬링거 걸은 그래도 전반적으로 총을 들고 있는 소녀들의 비극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이 감독은 리코리스라고 학생들에게 예쁜 교복을 입히고 그들이 '쓸데없는 매스컴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에질을 했다고밖에 생각 안 든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리코리스는 누구 편을 들려나? 일반 시민인 남성이 여자 감독들이 제법 있는 편인 애니메이션 회사를 습격해서 불을 지를 때 리코리스는 누구 편을 들려나? 아마 이런 때엔 나서지 않는 단체 아닐까?
일본인이 착하다는 메시지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던데, 이들이 쓰는 총은 자세히 볼 것도 없이 PKM이다. 리코리스가 있는 세계는 망한 세계다. 디스토피아를 모에화시켜서 어쩌자는 걸까. 치사토가 일상을 지키려 한다는 건 너무 수수해빠진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선 갈길이 다르지만 마지마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이 오히려 범죄를 더욱 크게 만들고, 사회적 치유를 아예 없애버리고, 전반적으로 일반 사람들을 세뇌시켜 1984를 만들어버리는 방법이란 말이다. 마지마가 하는 말을 잘 들어봐라. 지나가는 여자애한테 총맞아 죽을 수 있다고. 너네라고 안전할 거 같아? 아, 대통령이 계엄해도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이니 감이 안 오나? 아니면 저 정도로 사회화된 한국이니 반강제로 정부의 개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건가? 그리고 리코리스를 도발하면 편안하게 자살할 수도 있겠네(실제로 있다. 일부러 경찰을 도발하여 총을 쏘게 만드는거다.)? 이 애니의 교훈은 내가 총들면 그들도 총든다는 것뿐이다.
결말 말인데, 치사토는 대체 무슨 속편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총을 안 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리코리스라는 게 있으면 안 되는 단체란 말이다. 하긴 사회 앞에 개인은 미력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심장 기부한 인간에 대한 무력한 태도를 보면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