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전쟁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1
진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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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카 신괴담시리즈의 깔쌈한 출발이다. 다른 책들은 아직 완결내지 못한 장편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시리즈의 첫번째 출발은 일명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 책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무당과 그 비어에 대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당에 관한 책이라고 하니 자꾸만 본인은 이우혁 씨가 쓴 <퇴마록>이라거나 문성실 씨가 쓴 <신비소설 무>와 비교되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러나 역시 오랜 세월동안 산타고 물건너 무당들을 만나본 그런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 지금 검색해보니 이 글을 쓴 진산님은 여성작가이며, <가스라기>라는 대표적 무협로맨스물을 쓰신 분이시다. 무당에 관해 처음 글 쓰신 것 치고는 그래도 꾸준히 지식을 모아왔던 듯하다.  

 그러나 역시 진영과 바리의 은근한 코믹로맨스물(?)같은 전개는 살짝 나를 혼돈의 경지로 몰아갔다. 아니, 로맨스물은 좋아하지만 이런 소설에서 등장해버리면 곤란하다고.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정도의 초멀티 금단근친물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순간 서평을 자청한 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었다. (물론 로맨스물은 아니며, 오빠와 동생 사이의 건전하고 적절한 선에서 완결이 났다.) 한국무속에 관한 글만 아니었다면 반쯤 읽고서 때려쳤을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소개에서도 판타지 소설이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건가...? 그래도 분위기는 나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거뭇거뭇하고 어두운 일러스트도 한 몫했지만, 평온스럽게 나오다가 문득 나타나는 음산한 기운이 글에 깃들어져 있었다. 특히 자애비의 뜻을 알았을 때 잠시 전에 읽었던 데를 펼쳐보고, 모공이 짜릿해지던 그 느낌. 나름 공포분위기를 살린다고 밤에 읽었는데, 창문이 갑자기 덜컹 흔들려서 흠칫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냥 본인이 공포영화를 하도 안 봐서 둔해졌던 공포감이 슬슬 회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전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당금애기' 다음으로 우리나라 주요 무속신화인 바리데기를 언급한 자체가 흥미있었다. 바리데기 주변 캐릭터의 성격이 어중간하긴 했지만 설정과 배치도 그럭저럭 좋았고, 결말도 다른 책처럼 어영부영 끝나지는 않았다. 적절한 복선도 감탄을 자아내긴 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생뚱맞게 등장했다는 점? 일단 책홍보와 관련된 독후감이니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궁금하다면 꼭 사서 읽으시길.  일단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무당에 관한 판타지소설이고, 가벼운 내용 특유의 가벼운 재미도 있다. 황석영 님의 <바리데기>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구입해서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무속소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P.S 서평단으로 뽑히고 나서 책이 도착했는데, 컬러일러스트 다음 장에 진산님의 싸인이 있었다! 서평단에게만 싸인북을 줬는지 아니면 다른 책에도 똑같이 그려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작가의 싸인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진산 님과 출판사 분들께 서평에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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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바이러스 - 그 해악과 파괴의 역사
헤르만 크노플라허 지음, 박미화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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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자라면 번듯한 차 하나 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자동차 면허 하나 못 땄다고 부모가 구박하고 친구들에게 '민폐끼치는 놈' 취급당한다. 심지어 어떤 은행에서는 차 대출 프로그램까지 챙겨놓았다. 대놓고 남자들에게 차 하나 구입하라고 압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여자란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여러 이유들 중에 하나이다. 내가 워낙 기계를 다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차 안에만 들어서면 인격이 변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관절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매일마다 보험업자 혹은 가해자와 싸운다. 그리고 보험업자나 가해자나 한결같이 자동차 중심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여기서 '그들'이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 탄 인간'을 말한다. 본인도 그들로 인해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을 때, 본인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그냥 지나가버린 적이 많다. 하도 화가 나서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따졌는데, 대답이 가관이다. 다음부터는 밖에 서 있으라는 것이다. 요즘엔 공공버스 하나 잡아타려면 차가 씽씽 달리는 차도 옆 내 발밑도 못 미치는 갓길에 서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그 회사 직원은 인간으로서 말한 게 아니었다. 그의 내부에 있는 버스가 그한테 그렇게 말하도록 조종했다. 
 처음에 그리스신화에 대해서 말했을 땐 정체를 의심했지만 알고보니 이 분은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교통계획과 교수였다. 환경운동가가 아닌 교통전문가가 자동차를 근본적으로 헐뜯는 글을 쓴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니 내 생각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보행자교통도 자전거교통도 얼마든지 교통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합리적이고 통계적인 이론, 계급차별정책과 환경문제 등 그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자동차의 위험에 대해서 경고하는 그 헌신적이고 집요한 노력은 보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교통사고의 문제가 교통시스템이라는 말도 새롭게 들렸다. 한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면, 독일에서 히틀러가 처음으로 도로를 확대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독재자로 불리는 박정희도 새마을운동의 일부로 도로를 확대했었다. 이 부분은 역사가나 연장자 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 이 쯤에서 생략하려 한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교통관련학문에 종사하시는 만큼 자동차의 역사와 발전(이라고 쓰고 퇴보라고 읽는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환경운동가와 차이가 큰 견해는 바로 밑의 글에서 드러난다.

 흔히 차체가 가벼운 전기자동차는 에너지를 덜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기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 p236

 전에 봤던 '지구의 미래'라는 책에서도 전기자동차를 극찬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의 환경운동가들마저 전기자동차 대량보급을 생각한다. 그는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고있는 만큼, 바이러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선 심리적 실험도 등장하는데, 저자가 직접 실행하고 사진까지 찍었다고 하며 상당히 재미도 있다. 꼭 진지하게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사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웃기고 재미있는 실험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들 중에서 자동차 모는 보통 남자의 극단적인 심리를 주제로 한 공포소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난 내 이상형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자동차 몰 줄 모르는 남자가 좋다. 본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천성 걷기를 좋아하는 보행자이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바이러스'에 얽히긴 싫다. 자전거를 몰 줄 안다면 좋지만 몰 줄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자동차 몰기 좋아하는 사람보단 그래도 괜찮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상황은 더 골치아프다. 그들은 도로가 조금이라도 가파르고 울퉁불퉁하면 쓸모없어지는 자동차에 자신의 모든 수입을 털어넣는다. 게다가 피규어까지 즐긴다면 상황은 더 재밌어진다! 스포츠카를 탄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많은 희생이 따름을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자는 말보단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일단 우리나라에서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어진 김에 이 책에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은 이유를 밝히려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헤르만 크노플라허의 견해는 100점 만점이다. 그러나 저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오역인지 알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게놈은 계획과 지속성을 위한 것이고 두뇌는 개별화와 즉홍성을 위한 것이다.- p180
 

 이렇게 말해놓고서 '게놈이 지배하는 법칙의 심각성'이라는 소제목에서는 단순무식한 게놈의 성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 출판사에 본인은 나름대로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을 '서울'이라고 번역한 대목에서는 화가 난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아니라는 주석조차도 없다.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고 길게 늘어지는 면이 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번역때문에 망쳐놓다니. 새삼 번역가의 선별, 그리고 책에 대한 번역가의 지식과 매끄러운 정리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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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미래 - 재앙을 희망으로 바꾸는 녹색혁명
프란츠 알트 지음, 모명숙 옮김 / 민음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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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환경에 관한 책을 주로 읽는다. 역시 환경운동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사람마다 제각각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촘스키 씨의 견해대로라면 전세계 사람들이 여러 방면으로 환경을 걱정하고 있다는 징조이니 그렇게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글쎄올시다. 본인도 이 책에 반발하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전철을 적극적으로 만든다는 의견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아마 독일이 대륙 사이의 평지인지라, 우리나라같이 산이 많은 국가에서 전철을 전국적으로 만들면 피해가 얼마나 커지는지 잘 알지 못하는가보다. 지리산이 고속도로와 철도로 인해 밑이 뚫린다면, 다음엔 강원도 산맥도 뚫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결국 본인이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몇몇 있어서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하겠다.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전기차도 개인 자가용이다. 그리고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전기차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면 연료 값은 다시 제자리가 된다. 그리고 전기도 언제나 펑펑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연료를 개발하기보다 승용차를 아예 줄이면 해결되는 일이 아닌가! 파시즘과 전체주의는 나쁜 이데올로기라고 하지만, 지구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평화전체주의'라도 강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개인적인 분노는 이쯤에서 생략하고. 

 그러나 물론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 이 책도 다른 환경에 관한 책들이 그렇듯 재생에너지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태양의 아이들>의 저자 앨프리드 W. 크로스비와는 달리 원자력 발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태양의 아이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본인도 <지구의 미래> 저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비록 50억년에 한 번 일이 터진다 해도 사람이 죽지 않은가. 그것도 자연스럽게 죽지 않고 인간이 만든 에너지시설 때문에 죽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결국 살인이고, 살인방관자가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최소한의 매너를 가지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지네들이 나자렛의 예수마냥 원자력 관련 사고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다면 모를까, 과학자들이 더이상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밀로 난방을 한다?'라는 코너에서도 그는 그의 상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감상적인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그의 명쾌한 해답은 그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시원한 감동을 준다. 특히 대중교통에 대한 규칙에서 '늦은 시간대에 유동적 버스하차'라는 제시는 본인이 적극 찬성하겠다. 한밤중에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법이다. 대통령께서 한 번 청와대에서 나와서 대중교통 출근제로 지내보신다면, 아마 반나절도 안 지나서 대중교통에 혁명이 도입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이다. 그 날이 언제쯤 올까? 이외에도 그는 재생에너지, 윤리교육, 경제와 생태학의 관계, 심지어 영성과 생태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 넘치는 필체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믿음가는 정보에 의하면 2010년 7월 남극에서 드디어 기온이 30도에 도달했다고 한다. 유럽은 친환경기업을 위해 대규모예산을 쏟아붓는 중이고, 저자는 독일을 친환경 연료개발도상국으로 비난하고 있다. 저자가 중국과 우리나라에 대해 은근한 기대를 담아 말씀하시는 걸 보면 너무 부끄러워서 낯을 들지 못하겠다. 이 글을 쓴 때는 2006년이다. 이제 2010년,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예산을 줄이고 4대강을 흙탕물과 구정물 천지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는 우리나라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세히 언급하지 않으셔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던 우리나라가 독일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독일 사람의 환경에 관한 글은 우리나라에도 꽤 도움이 된다.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 책에 적혀있는 모든 일을 시행하려면 모든 인간이 똑똑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는 똑똑하다. (여자로서는 철없고 우둔하기 그지없는) 남자분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일을 50 대 50으로 분담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계신다. 배운 여자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원낭비라는 것이다. 그 대목을 보는 순간 난 이 분이 희대의 천재임을 깨달았다. 왜 남자들은 일에 있어서 레이디퍼스트를 주장하지 않을까? 정보화시대에 여자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D.I.Y가 유행했던 때를 본인은 직접 목격했다. 아마 우리 다음 시대에는 가구를 만들듯이 '직접 에너지 만들기'가 유행할지도 모른다. 자연엔 생존법칙이 있다. 인간이란 종이 뒤쳐지면 말 그대로 '다음 후손을 남길 수 없다'. 생태학으로 가는 길은 곧 현명해지는 길이다. 환경에 대한 책을 윤리나 교양서보듯이 하자. 일단 본인은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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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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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주지가 되는 법에 관해 적힌 책이다. 그러나 주지가 되는 법에 대해 중국의 에피소드와 함께 우리나라 절 이야기를 살짝살짝 곁들여주는 센스를 갖추고 있다. 어쩐지 표지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심하게 짧은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는 책이 드물 것이라 한다. 성철스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도 몇 날 며칠을 졸라서 출입한 사찰들이 꽤 있다고 하니, 서양의 수도원 못지않게 뚫기 힘든 곳이라 짐작해본다. 불교에 관한 책이다보니 절에서 쓰는 용어도 알지 못하면 곤란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용어들을 찾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지식의 부족함을 어디에 탓하겠는가. 

 여러 이야기들이 많지만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주지되기 어렵다는 한탄이다. 절에서 있다고 해서 아무나 주지될 수 없는가보다. 절에서 얼마간 생활해봤다는 분의 말에 의하면 절에서는 위계가 철저하며, 무엇보다 수행과 관직(?) 사이에 갈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절의 리더'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부족했다. 복도 갖춰야 하고 절의 풍수와 맞아야 한다니, 그 까다로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본다. 목숨을 걸어 절을 지키는 주지들도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찰과 주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절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정작 주지에 대한 책들은 많지 않았다. 이 책으로나마 주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까놓고 털어놓는 절이야기라고 해도, 책에서 등장하는 스님들의 대화는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외계어같을 뿐 정상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철스님도 아직 내공이 그 곳까진 달하지 못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하시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스님들의 운치있는 대화와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깊은 지혜는 읽는 사람들이 감탄하도록 만든다. 여태까지의 고고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확 깨뜨리는 박력있는 스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스님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려 하셨는지, 원철스님의 구수한 입담때문에 절이야기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스님이 나라를 걱정해야지 나라가 스님을 걱정하는 건 대체 무슨 상황이냐'라는 따끔한 비평은 읽는 사람마저 후련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그 비평이 맞다면.) 

 본인은 최근에 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경전도 좋았고 밀교도 좋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꽤 오랜 역사를 지낸 우리 선종불교의 모습도 소박하고 넉살스러우며 지혜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사찰사건으로 인해 요즘 사람들은 사찰의 부패에 대해서 한탄하고 헐뜯고 있지만, 그렇다고 불교까지 싸잡아 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성범죄가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전부가 성범죄자가 아니듯, 우리나라 불교의 대중들이 모두 다 썩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게다가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갖가지 시민운동을 일으킨 스님들도 많다. 본인은 단지 우리나라 덕성과 복과 법력과 시기를 잘 타고 난 주지가 우리나라에 한 번 더 와서 불교계를 한 번 벌떡 일으켜 세워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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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인간관계의 맥을 짚는 외모 심리학
사이토 이사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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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살때만 해도 "사람의 외모가 그렇게 중요해? 중요한 건 마음이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엄청난 오류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마음을 스캔하거나 투시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내 마음을 파악할 수 있겠는가? 결국 다른 사람이 내 속마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외모라는 소리가 된다. 언뜻 딜레마로 보이는 이 문제를 이 책에서는 간략하면서도 핵심만 파고들어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까지 차근차근 분석해 나간다. 외모를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박겉핥기마냥 훑어보고 오랜 시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왜 요즘 유행하는 노래 가사에서도 이렇게 나오지 않던가.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이런 옷 이런 머리모양으로 이런 춤을 추는 여자는 뻔해
 네가 더 뻔해
 

 이 노래가 부담이 간다면, 속으로 찔린다는 말이 아닐까?
 본인은 외모하면 일단 몸무게를 떠올린다. 너무 살찌면 게을러보이기 십상이다. 반대로 너무 말라도 보는 사람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독한 성격을 지녔거나 병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무난하게 보이기 위해선 적당한 몸무게와 적당한 살집이 필요하다는 게 나의 견해이다. 실제로 그런 내용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보았지만 외모심리학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감정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제스처가 세심하게 제시되어 있으며,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책 보는 사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제스처의 사진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책의 정확성과 재미를 더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쩌면 그 표정을 감정 없이 재현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하에서 일러스트만 첨부했는지도. 무엇보다 '외모 심리학'에선 아는 체하면서 이래라저래라 충고하지 않고 연구로서의 핵심만 집었다. 본인은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제가 담긴 페이지, 표지 등등이 핑크색이라서 부담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연애와 인간관계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심리학책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여자들이 보는 연애책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기를. 본인은 남자도 이 책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냉철히 파악할 수 있길 바란다. 남자가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이상, 점점 세계적으로 수가 적어지고 있는 여자가 외모로 남자를 평가하더라도 그들은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여자보다 가꾸기 힘든 게 남자다. 수염이던 헤어스타일이던 패션이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일찍 준비할수록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히 이 책을 소장하시길 권고하는 바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좋은 사람으로 모이려는 마음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였다. 마음으로 우러나지 않는 선행은 동정으로 보이기 십상이고, 괜히 안 하던 일하면 내 몸도 쉽게 지친다. 이 심리학 책에서는 그 핵심을 잘 집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부분들에서 일본답게 직접적인 말보다는 제스처 표현을 극도로 강조하고 있으며, 빙빙 돌려서 말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구절로 끝내는 마무리가 참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책으로만 보지말고 직접 일상생활에서 보고 실천해라. 그러나 용기도 너무 넘치면 오버와 만용이 된다. 뭘 해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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