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렌 하우스호퍼 지음, 박광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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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표지는 2009년에 새로 번역한 복사본이며, 본인은 도서관에서 맨 처음에 번역된 얇은 책으로 읽었다.
 '나'로 나오는 어느 여자가 원인모를 벽에 갇혀지내면서 2년 반동안의 생활을 기록한다는, 다소 판타지적인 내용. 심적 묘사가 굉장히 리얼하게 나오며 굉장히 끔찍한 상황마저도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있다.
 요즘엔 책으로는 커녕 작문에 써도 비웃음을 당하는 감정이입 수법이 많이 도입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책이 더욱더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단,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여러 번 등장한 것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모든 꿈과 환상을 이제 막 잃어버리고 허탈한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해내기엔 적합하지만 말이다.
 실상 이 작가가 표현해내려고 한 것은 죽음의 세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자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붙들고 있는 주인공의 노력을 찬찬히 보다보면 생에 대한 인간의 집착에 대해선 어느정도 감격하고 만다.
 사실 이 책을 과하게 칭찬하는 감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조난상황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나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숭고하고 치열한 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사실 개인적으로 현실에 근거한 책보단 어느정도 판타지 구석이 있는 책이 나로서는 더 좋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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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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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책제목과 겉껍데기를 보면 무슨 동화책으로 착각할 만도 하다. 나중에 살펴본결과 출판사에서 정말 책 하나는 내용에 맞게 잘 뽑아줬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지만. 설마하니 소설을 패러디해서 또다른 소설을 패러디하는 발상을 낼 줄은.
 프롤로그부터 시니컬하면서도 함부로 사람을 웃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비장한(?) 감각이 발현되며,
 그 최면때문인지는 몰라도 읽는 사람들의 눈을 떼어내지 못하게 만든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남자친구에 의해서도 그 사실은 증명되었다.)
 딱히 소설을 패러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었던 일상의 가난들이 총출동되는 순간이랄까.
 말 그대로 그 시절을 겪어본, 혹은 그 시절을 들어온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쁜소설과 국기계양대가 가장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저 가볍게 ㅋㅋㅋ하고 웃어넘길수도 있는, 그러면서도 진지한 의미를 돌이켜보는 소설들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의 소설들과 에세이를 한 번 쭉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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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에로의 초대
이무석 지음 / 이유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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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그닥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아니었으나, 내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을 상당부분 자극하는 내용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물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의견이나, 현재까지도 성적인 이야기를 학계로 끌어들여 공식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가보다. 솔직히 그보다는 카우치에 누운 상태로 이야기하는 상황, 그리고 분석가와 환자간의 색다른 관계, 전이와 역전이가 훨씬 더 눈에 띄었는데. 어째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야한 이야기, 혹은 불쾌한 이야기로 단축시키는가. 혹시 자신이 말하기 싫은 개인적인 일을 떠올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 말하고 싶다. 본인은 이 내용 중에서 절반정도는 배웠기 때문에 복습하는 식으로 읽으며 넘어갔다.  그러나 특히 역전이와 관련된 상담의 예가 매우 흥미로웠다. 내 생각이 맞는 것인가,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눈과 자신의 기억으로밖에 타인을 볼 수 없는가.
 진정한 의미의 공감이란 마음으로부터가 아니라 결국은 경험에 의한 공감이 아닌가.
 물론 책에서 말한 것처럼 단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말아야 하지만, 본인은 성공담도 실패담도 아닌 그 짧은 내용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실 유태인 이야기만 아니었더라면 더 깊은 인상을 받을 뻔했다ㄱ-
 단지 단점이라면 프로이트의 마지막 이론이라 불리는 죽음의 본능이론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짧게 나온 것 뿐? 성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아직까지는 금기사항으로 치부되는가보다.
 정신분석이 생물학적으로 연구되고 있고 나름대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2002년에 쓰여진 만큼 연구가 더 진전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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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 법구경 미니북
법정 엮음 / 이레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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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타니파타를 처음 읽을 때의 그 느낌보다는 살짝 반감되었지만 아무튼 여전히 함축적이면서도 교훈적인 말들인 것은 확실하다. 성경으로 따진다면 잠언같은..? 시적인 은유로 쓰여진 문구들 하나하나가 매우 인상깊었다. 특히 이 구절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
남이 했건 말았건 상관하지 말라
다만 내 자신이 저지른 허물과 게으름만을 보라
- 법구경의 '꽃' 구절 중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 이 책에서 매우 적합한 말들로 그대로 적혀있는 것이었다...; (살아본 날은 이제 겨우 20년정도 되었다만. 후훗.)
 이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불교로 돌아서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내세의 카르마이론은 반감이 들지만 뭐 무소유를 강조하는 종교인데다 인도에서 기반을 둔 종교이다보니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다.
 불교신자에게서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흐음.
 나같이 불교에 대해선 깜깜한 사람까지도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써주신 법정스님께 다시금 마음으로 깊이 감사드린다. 역시 문장력 좋으신 분은 번역실력도 남다르시다는 사실을 깊이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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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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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안 좋은 점부터 짚어주고 싶다.
 심리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솔직히 나도 한번쯤 들어본 용어들이라서 망정이지, 거기에서 나오는 단어의 10%는 거의 몰라볼 뻔했다. 심리학에서 나오는 용어라고만 생각해두고 넘어가라.
 두번째, 다중인격장애에 대한 묘사는 훌륭했으나 <이기적유전자>라는 책과 연결하는 건 아무래도 억지설정이었다. 아무리 살아남기 위해서라지만, 타인의 혼까지 받아들인다는 설정은 어찌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치히로는 자신의 다중인격마저도 다루기 힘든데,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남의 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문제란 말이다.
 자칫하면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소설을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독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소설'을 쓴 것으로 착각될수도.
 뭐, 해리성다중인격장애 자체가 아직도 연구대상이라서 소설상으론 자세히 표현하지 못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게다가 막판의 치히로를 보면 참.... 어쩌면 천재처럼 몸 자체가 태어날때부터 인격을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어졌는지도. 씁쓸하다.)
 어쨌던, 이 분 못보는 사이에 글쓰는 실력이 더 향상되셨다.
 새벽 한시까지 잠도 안 자고 소설을 본 적은 이번이 인생에 있어 5번째였다.
 '검은집'에서 본 것보다 더 한 긴장과 공포가 이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도록 만들었다.
 스릴러보다는 심리적인 갈등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듯.
 게다가 연애에 치중된 소설도 아니어서 굿이었음. 굳이 평가하자면 별 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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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량 2010-11-0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게 데뷔작이라는데...

갈매미르 2010-11-05 11:13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는 <푸른 불꽃>부터 데뷔작이었습니다. 영화로도 방영된 적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집>으로 인해 인지도가 생겼고요. 이 분의 소설은 전부 추천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