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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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가급적 스포일러는 하기 싫으나 한 마디만 해두겠다. 내용자체가 어두침침하다.
 문학토론을 하려고 펼쳐본 책에서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달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 취향이다(...)
 그냥 달달한 이야긴가보다, 하고 펼쳐본 책에서 뒤통수 한 대 맞은 격이랄까.
 그냥 흐지부지 끝나는 이야기려니 생각했는데 그냥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책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버렸다.
 여자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하고, 남자가 어쩜 저리 뻔뻔할 수가 있나 기가 막혀 혀를 차기도 하고.
 솔직히 이 책의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과연 행복하게 극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복수도 아니고 화풀이도 아닌 애매한 결과?
 필자같으면 바람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간과 심장을 빼서 생으로 씹어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미식가 타입이라 그렇겠지.
 칼을 잘 못 다루는 탓에 본인은 요리사의 심정은 모른다. 그저 맛있게 책을 음미할 뿐.
 주방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현재 서빙으로 일하고 있는지라 책에서 나오는 주방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는 바이다.
 요컨대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과 주방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충고할 말이 있다면, 최근에 실연한 사람은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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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전쟁 - NT Novel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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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대원씨아이 책은 받지 않는 우리 도서관에 꽂혀있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로 인해 흥미를 가졌으나, 읽어보면서 보통 책이 아님을 깨달았다.
 미묘하게 우리나라의 검열정책을 연상시키는 책이라고나 할까(...)
 역시 문학계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논쟁거리가 변하지 않는가보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서적에서도 양화법을 들이대는 정부, 그 이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 중에서도 도서관을 초점으로 했다.
 지방단체의 노력 덕분이라고 하지만 도서관에다 군대를 배치한다는 상상 자체가 대단했다.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군데군데 특성이 강력한 캐릭터를 넣은 것마저도.
 그러나 이런 소설들이 언제나 그렇듯, 결말은 살짝 느슨한 점이 있다.
 뭔가 본격적으로 파헤치려는 순간 후다닥 해피엔딩?
 미디어양화법을 둘러싼 이권 분쟁이 좀 더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지만 역시 라이트노벨에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려나.
 아무튼 미묘하게 현실을 벗어난 현대물 판타지를 보려면 이 쪽을 추천한다.
 전투장면에서도 전체적인 전쟁스토리보다는 인물묘사가 섬세하게 되어있어서, 딱딱하지도 않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P.S 이 분, 자신의 책 속에 나오는 소설 '레인트리의 나라'를 정말 소설로 썼더군.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P.S 별책 도서관전쟁도 있더군요. 근데 한자따위 초등학교때 때려쳤습니다. 그림의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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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슴 - 돌봄 경제학
낸시 폴브레 지음, 윤자영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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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미국인만의 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무튼 에코페미니즘 모임에서 추천하는 책이라서 한 번 읽어보았다.
 번역이 좀 서투른 감이 있지만 책을 쓴 저자 특유의 위트와 딱딱 부러지는 말투는 그대로 묻어나있는 책이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경제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덕 감정을 경제 계산에서 제외하는 그들을 순진하다고 칭한다.
 바햐므로 보이지 않는 가슴으로 국가가 제대로 분배되는 복지를 신청하는 때가 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의 마지막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재분배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지만.. 나름 읽을 만은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과 돌봄노동에 대해 신랄하게 긁어내리는 느낌이 시원하게 느껴졌달까.
 미국도 심하지만, 우리나라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페이가 너무 낮다.
 아동학과에 있는 언니들도 공부는 내팽개치고 공무원시험 알아보는 중이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해야 함은 틀림없지만, 어린이집 선생도 사람인 이상 먹고 살아야 한다.
 사실 보모같은 직업은 거의 멸종위기에 처해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1명이 노인 10명가량을 돌봐야 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이상,
 사람들이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간에 경제도 인간이 관여하는 거라서 가만히 두면 평등이 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니.
 참고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이런 책이 나올때마다 여러 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제발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들이 읽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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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2
키리노 나츠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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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양장본으로 나온 책에선 복숭아에 꼬리를 다는 재치있는 짓을 했지만, 일본원본책의 표지는 많이 다르다. 1권에서는 싱싱한 복숭아를 그려놓았는데, 2권에서 복숭아에 벌레가 끼는 장면을 그려놓았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닌가 싶다가도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표지를 들여다보면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참고로, 이 책은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이다. 유카의 실종에 대해서 갖가지 상상이 나돌지만 결국 애어른같은 유카는 엄마때문에 충격을 받아서 나름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고... 난 주인공 카스미의 행동이 제일 기분나쁘기도 했다. 의도적인 것 같은 그 철없는 성격과 무방비함이랄까. 솔직히 추행 정도로 끝나서 망정이지 우리나라의 증인회에 걸리기라도 했으면 몸과 마음을 다 뺏길 태세였음;;; 실종된 아이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안됐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책을 보면서 '플리커 스타일'이란 책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다. 나타나는 인물들 중에서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인물이 도저히 나타나질 않아(...)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잘도 살아가는 내용을 보니 좀 놀랍기도 하고. 의외로 현실같은 소설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나마 비정상적인 인물들 돋보이는 캐릭터는 우스미 정도일까.
 마지막에서라도 자신이, 아니 책 속에 나온 인물 모두의 고독이 유카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어른들에게 무력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봐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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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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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곡으로 인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죽은 사람도 아닌 주제에 그녀는 왜 이렇게 세상에 대한 원한이 많은 것일까... 생각한다.
 그러나.
 "웃지마, 웃으면 더 이상해."
 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저 말의 참혹함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름도 없이 여자로밖에 등장하지 않는 그 '여자'의 어둠, 요한의 어둠, 그리고 주인공의 어둠.
 그 모든 것이 심각하리만큼 어우러져서 코믹해야 할 이야기들마저 한없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자아낸다.
 작가의 생각을 빌린다면 서민의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사실 그와 그녀의 연애이야기마저도 상당히 분석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문체를 보았을 땐 엄청 여성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으나, 반전을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해피엔딩'읽고서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기는 때려칠려고 했었으나, 그런 결말이 있었을 줄은(...)
 멀쩡하게 잘 읽다가 허점을 맞은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싹 소름이 돋기도 하고;
 무튼 사랑이 신께서 부여한 마지막 희망이자 환상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이다.
 그것이 현실이던, 기억이던, 아니면 그저 자신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환상이던 간에.
 모두가 그 달콤한 잠에서 평생 깨어나지 않기를.
 "웃지마, 웃으면 더 이상해."라는 소리도 평생 들을 일 없기를.
 PS. 사실 요한과 여자의 어둠이 닮았다고 생각했을 때, 얼추 이 책의 결말을 알 것 같았다. 젠장.
 스포인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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