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포켓몬스터 혹은 테니스의 왕자에서 나오는 짤막하게 나오는 재미있는 문장들이 있었다. 팬들이 적어준 하이쿠였다.
 보는 내내 '도대체 저 문장들이 뭘까'하던 본인의 고민이 어이없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5-7-5글자의 짧은 운율을 자랑하며, 한 줄 안에 쭉 요약해놓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운율때문에 3줄로 정리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무심코 책을 들춰보다가 본인은 한 줄의 하이쿠와 '소세키'라는 이름에 내 눈을 의심하며 열광했다.
 일본의 소위 '국민작가'도 하이쿠를 애용하는 정도면 그 인기를 짐작하겠는가.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정치인을 정중히(?) 거절한 이 하이쿠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시원함과 경쾌함을 준다.
 그러나 대게 하이쿠는 자연의 미를 찬양하는 데서 돋보이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하이쿠 시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싸 씨의 걸작품들이 실려있어서 매우 좋았다.
 초가집에 같이 사는 빈대 시리즈는 웃음을 지어내면서도 왠지 슬프다는...
 언제나 매우 훌륭한 번역을 선보이시는 류시화 씨는 참 닮고싶은 분이다. 그녀의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간혹 이렇게 짧은 시들을 보다보면 문득 시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사이코 북스 01
로버트 M. 영 지음, 이정은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줄 감상평: 보통 여자아이들이 혈액형or별자리 점보기 좋아하는 것처럼 본인도 프로이트 이론을 좋아한다고 하는 난 마이너인가요.
 싸이코북스가 심리학자들의 논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책이었다.
 문체도 딱딱해서 일반인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게 써있고, 저자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인지 자신의 상담사례는 써놓지 않았다.
 다시 말해 상담사례는 적혀있지 않고, 철저히 이론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심리학 관련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 참고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프로이트와 클라인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게임이 가능한 필드는 같지만 규칙이 다르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훨씬 철저한 편이다. 구강기와 항문기 등 각각의 선수(특성)들이 어느 필드(연령)에 달려야 할지 일일히 정해놓았다.
 반면에 클라인은 이 책에 나온 말 그대로 잡탕 느낌? 이 간단한 말을 엄청 어렵게 풀어놓았지만 아무튼 본인은 이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오이디푸스 비극의 시초가 아버지의 '아동학대'에서 시작되었다는 견해는 제법 신선했다.
 게다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오이디푸스 비극과 연관시키는 장에서는 약간 놀라기도.
 동성애가 병적이라는 선입견이 프로이트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오이디푸스 이론은 이드에고슈퍼에고보다 더 중요한 프로이트의 이론으로서,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이론에서조차 결단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다.
 남성들의 자궁선망 콤플렉스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이디푸스 이론이 더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본인은 정통파인 덧.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박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
박태원 지음, 천정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인이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니 전자책도서관에 이 책만 덩그라니 꽂혀져(?) 있었다.
 다시 말해 종이에 쓰여져 있는 책은 전시해놓지 않았다는 소리이다.
 전자기기엔 관심이 없어 당연히 전자책과도 인연이 없던 나는 결국 이렇게 전자책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단편집이 아니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단편 하나만 쓰여져 있었고,
 당연히 분량도 짧아서 딴 짓도 해가면서 뜨문뜨문 읽었다. 결국 한시간만에 완독했다.
 "그는 결코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구절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자세한 이유도 쓰여져 있지만 길기 때문에 생략.
 말 그대로 소설가가 직업인 구보씨의 하루를 그린 책이다.
 과거 애인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상상이 겹쳐져서 그려지긴 하지만 책은 그의 유년시절이나 대학시절 등을 꼬치꼬치 따지는 타입이 아니다.
 과거 약했던 자신과 성욕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의 문체는 차라리 깔끔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밖에서 자잘한 상처를 입더라도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되면 이상하게 내일을 꿈꾸게되는,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마저도.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소설답게 상당히 정답고 훈훈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시절 ebs에서 강의들으면서 보던 단편이었으나,
 역시 쓰잘데기없는 평론 안 듣고 직접 읽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솔직히 나도 오늘은 할 일이 없는 날이라서, 구보씨의 말에(특히 고독!) 적극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ㅋ
 한편으로는 '독신남자들의 삶에 공감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싶기도 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을 산다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쓴 오하라 미쓰요씨의 에세이이다.
 유달리 굴곡있는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겪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솔직히 쓴 글이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에서는 왠지 '내가 이런 일을 겪어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너는 이렇게 하거라.'라는 충고?
 자신이 무슨 대단한 것을 겪은 마냥,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읽으면서 펑펑 울었지만 속으론 이런 생각이 이중으로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나 본인도 조금의 관용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처음 에세이를 읽었던 사춘기시절을 다 겪은 여유인지,
 이 에세이를 읽고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니, '저출산정책'에 대해 콕 찝어 비판을 퍼붓는 글을 보면서 후련해졌다.
 자신에 대한 고민이 어느정도 해결되면 친구와 사회에게 눈을 돌린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읽는 사람을 은근히 거슬리게 만드는 훈계조 존댓말은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종합적으로 성찰하듯, 반복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적어가면서 고찰을 늘어놓는다.
 종교의 장점을 정확히 꼬집을 줄 알며, 미래의 계획을 언급할 줄 알게 되었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보다는, 그녀의 치유과정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을 보면서 혹시 본인처럼 실망한 사람들은 이 책을 보길 바란다.
 어딘가 찝찝한 엔딩에서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에필로그를 보게 되리라.
 더불어 '응원합니다 당신의 새출발을'이라는 책도 추천한다. 그녀의 공부법을 상세히 쓴 책인데 본인은 영어공부법에 가장 공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집어져야 문학이다 - 문학전문기자 정철훈의 작가 오디세이
정철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시인들의 이야기, 무엇보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장황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뒤집어져야 문학이다'라는 테마에 맞추려고 노력한 티는 보이지만 일반인의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기껏 돈 비싸게 들여 출판해놓고 자기네들 소위 문학인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는 거밖에 더 있겠음?
 뭐 김경주씨는 원래부터 특이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인정하겠지만.
 무튼 알아들을 수 없는 답답함과 지루함은 박민규씨의 얼굴을 보고 송두리째 풀려버렸다.
 썬글라스를 끼고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죽은 왕녀의 파반느' 프로필을 이미 봐버린 본인은 자꾸 웃음만 나와서 난감했다-_-;
 무튼 그 이후부턴 가볍게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잘 알만한 분들이 나오셨기 때문에.
 우리나라 문학의 고지식함과 편협함에 대해 군데군데 날카롭게 꼬집는 정철훈씨의 문장도 한가락했다.
 그나저나 대채 이문열씨는 왜 등장하신건지... 문학을 뒤집자는 테마인데 거기서 보수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
 무튼 여러모로 추천할 책은 아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김남조씨의 최근 삶과 조세희 씨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본인이 제일 알고 싶었던 한강님과 김선우 시인이 나와서 기뻤다. (그러나 역시 난해한 분들.)
 김춘수 테마에서 정철훈씨가 쓴 것처럼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문학이 3김씨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