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1.8 - 타오름호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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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가려고 하면 진짜 책 무게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 저는 누워서 책 보는 거 좋아하는데, 팔이 떨어져요. (...) 책을 가볍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재생종이로 책을 내는 것에서 긍지를 갖고 꾸준하게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p. 12  
   

 이번 호는 제대로 맘에 드는 유익한 내용이 나왔다. 이순원씨의 글이 특히나 시원스러워서 좋았고, 본인의 생각을 많이 바꾸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본인은 양장책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최근 재생용지로 만든 책(물건이야기)을 가지고 다녔더니 다른 책들보다 가볍고 읽기도 편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순원 씨의 글을 보니 앞으로 출판사에서 재생용지로 책을 만든다면 본인의 가방도 훨씬 가볍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대강 공사가 최근의 홍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용어가 너무 낯설고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평소 한국지리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두리몽실하게 들리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생긴 만큼, 공부를 좀 더 해야 사람들에게 무언가 말할 게 생기겠지?

 8월호에서 빛을 발하는 코너는 단연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 만드는 법이 아니었나 싶다.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손쉽게 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방심은 금물인가 보다. 많이 번거로워보였으나, 노력하기 나름이 아닐까. 본인의 아파트 앞에서 버려지는 무수한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땡볕에서 죽어있는 지렁이와 땅속 친구들을 보면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을 계속 지니고 있으면 언젠가 나만의 지렁이 육성 상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초록당이 소유하고 있는 팔당 밭에 거름으로 뿌려줘야지 ㅎ 앞으로도 계속 작아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조그만 환경보존법들을 계속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P.S 이순원씨의 글은 읽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꼭 한번 봐야겠다. 몇 백년 가슴 속에서 묵은 게 싹 내려간 느낌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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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나무심는사람(이레)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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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벌레들처럼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  

- p. 71 (생활의 규칙- 람 다스)

 
   

  류시화 선생님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 분의 번역실력만큼은 인정한다. '모국어를 제대로 알아야 다른 나라의 언어가 보인다'라는 말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달까. 자칫 음율을 놓칠 수 있는 외국의 시들을 정말 매끄럽고 그럴 듯하게 번역해놓는 것을 볼 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 그녀의 기량을 처음 접하고, '한 줄도 아름답다'라는 하이쿠 시 번역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취향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책으로서 류시화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 시집은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이다. 외국의 유명한 시인들, 혹은 무명의 사람들이 자연과 관련하여 이야기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건 딱히 나무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니, 어쩌면 나무를 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한 번 이 시인들의 생애에 대해서 작정하고 뒤져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람 다스라는 인물은 하버드 대학 교수였으나 인도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명한 명상 수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도로를 걸어가기만 해도 경찰에 신고하고 총을 들이댄다는 미국 사회를 볼 때 정말 대단히 용기있는 결심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사람이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아... 정말 그 간결한 시와 간결한 시인 소개에서 느껴지는 그 장엄한 분위기는 이 책을 집어서 읽어봐야 실감할 수 있다.

 요즘 본인의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 폭발했다고 한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와서 할 게 없다보니 결국 책을 집게 되신 우리 어머니. 그 두툼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책을 읽고나서 류시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이 시집을 다 넘겨보고 나서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속초도서관에 정말 아무나 읽어볼 수 없는 희귀한 책들이 많으니 걸어가서라도 꼭 들러보라는 충고와 함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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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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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사건의 해결점은 스도쿠의 숫자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덕분에 스도쿠에 대해서 아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수학에선 4~5년 동안 떠나있던 탓에 머리는 잘 굴러갈 것 같이 않은데, 집으로 도착한 책은 스도쿠를 풀어야 할 것만 같은 책이지... 겁먹은 나머지 군대를 막 다녀온 남친에게 '스도쿠가 뭐야?'라고 솔직히 물어보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세히 가르쳐주는 우리 자상한 남친 ㅠㅠ (리뷰로 염장질하기!) 아무튼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1부터 9까지 가로와 세로를 수놓는 게임이라고 한다. 의외로 답은 한 개 혹은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운 게임이란다. 계속 나열 가능한 숫자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게임이라서 시간때우기 좋다고 한다.
 본인도 스도쿠에 인식이 너무 치우친 나머지 암호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이 책도 시간 때우기 좋은 추리소설이다. 아빠나 다름없는 수학교수님의 부탁으로 수학 천재로 알려져 있던 여주는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녀가 고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안가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리고 보스턴 출신인 형사가 엉겹결에 퍼즐박물관 큐레이터를 맡게 된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미국의 훈훈한 시골이야기라고 하기엔 다소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글이다. 무분별하게 쇼핑몰을 세우려는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쇼핑몰을 반대하지만 타지역 사람들에게까지 배타적인 고향사람들이라던가, 온화하고 인정많은 성격을 지녔지만 다소 히스테리를 부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기를 부추기는 여주의 고모라던가... 각각 캐릭터의 장단점을 매우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덕분에 소설도 상당히 안정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다. 시리즈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보았던 '그림포'처럼 실제 암호와 퍼즐을 몇 가지 올려놓고 설명을 제공한다면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추리가 유행인 것 같다고 할까, 숫자로 힌트를 내는 추리소설이 이번 해만 해도 벌써 여러 권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셜록홈즈시리즈'같은 정통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서가 사실상 하나도 제공되지 않는 현장을 관찰한 홈즈가 재잘재잘대는 걸 수동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이야기 스케일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독자가 같이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추리소설도 나름 참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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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사람 - 소믈리에 이준혁이 만난 15명의 명사들
이준혁 지음, 김문정.전재호 사진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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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와인이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까 타인의 취향이 이해되고 더 이상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가의 렌즈를 구입하게 되는 것처럼 와인 역시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p. 92  
   

   와인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터뷰라 그런지 다들 허심탄회하게 술에 대한 견해, 취향에 대한 생각, 예술에 대한 관점을 술술 털어놓는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함은 물론, 와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는 소믈리에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190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비싸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일단 김현중과 배용준 등 한 외모하는 인물들이 와인을 들고 있는 사진이 많다. 화보(...)의 가치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작품들의 사진이 등장하며, 책에 붙는 세금은 전부 아이들을 후원하는 기부금에 쓰인다. 게다가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한 멋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와인에 대한 각종 기초적인 지식을 알 수 있다. 와인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전혀 이 책을 구입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본인은 홈플러스에서 싼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게다가 입맛은 어린애 취향이라 스위트 와인을 주로 구입한다. 와인을 음미하는 법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비싼 와인이라고 무조건 좋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시는 차, 같이 마시는 와인은 추억으로 남고 특별하게 남는다. 본인의 입맛이 칵테일에서 와인으로 돌아선 이유는 바로 남친하고 같이 마신 삼만원짜리 와인이었다. 디캔딩으로 인해 맛과 향이 전혀 달라진다는 점이 신기했다. 와인셀러까지는 무리겠지만 집이 생긴다면 코르크따개와 디캔딩할 용기 정도는 구입해둘 생각이다.

 가장 신기한 글은 와인이 경제에도 관여한다는 간단한 소개글이었다. 와인은 15~40년까지도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사서 저장해두었다가 옵션을 이용하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투자이겠지만; 저자의 글을 볼 때 현재는 미국 유학 중이신 듯한데 꼭 성공해서 전세계의 와인을 두루 접하시길 바란다. 문득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그 열정을 책으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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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bliners (Paperback) Oxford World's Classics 113
Joyce, James / Oxford Univ Pr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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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zing up into the darkness I saw myself as a creature driven and derided by vanity; and my eyes burned with anguish and anger.- <Araby>, p. 24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와 자조를 품고 있는 책이다. 그 안에 내제되어 있는 감정의 에너지는 정말로 엄청나서, 사람을 오히려 감동시키게 만든다. 아마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더블린에 대한 애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소설 안에서 신나게 더블린과 아일랜드를 비판하고 있으나, 절대 그 안을 떠나지 않는다. 더블린 거리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나열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위를 마르고 닳도록 활보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괜히 <율리시스> 속의 인물들을 '코스프레'하는 축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더블린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분노를 지우고 사랑이 넘치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뭐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니 그저 추측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처음에 이 소설로 수업을 들을 때 무심코 듣고 넘겼던 것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수업에서보다 상황을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서 진행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역사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은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제임스 조이스같은 필체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활짝 핀 꽃보다는 피었다 만 듯한 꽃봉오리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독자에게 전부 다 해설해버리는 필체보다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필체가 좋다. 수업을 들었던 직후에 느꼈던 바가 많았는데, 미처 글로 쓰지 못해서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때라면 지금처럼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서평을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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