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동양고전 슬기바다 4
주희 지음, 윤호창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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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고 학문을 하는 까닭은 본래 닫힌 마음을 열고 사물에 대한 안목을 밝게 해 행동하는 데 이로움을 주고자 해서이다.

 

  

웃우...

이 책을 보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다른 서적 다 뒤로 하고 동양철학고전을 좀 더 일찍 봤으면 사회성 좀 더 증가했을 거란 걸.

 

 절망하고 있는 나에게 부모님들은 형식상 이렇게 위로했다. 지금 이 책을 보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고, 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하는 말이 아니면 듣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씹어삼킬 줄을 몰랐다. 어차피 이 책을 쓰는 인간들도 다 나중에 늙어 죽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두번 쯤은 할 거라고, 초등학생 특유의 오만함을 발휘하여 그렇게 비웃었을 뿐이다. (내가 읽은 저서에서만 꼽자면 스티븐 코비랑 고승덕이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학을 포함하여 동양고전들은 정말 굉장하다. 수많은 학자들의 자기수양법과 이론이 담겨있으며, 게다가 그것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논어에 단순히 공자의 목소리만 담긴 게 아니었고, 맹자에 단지 맹자의 목소리만 담긴 게 아니었다.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한밤중에 내 방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도 마치 수십명의 사람들이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에 한창 심취하고 있는 지금 내 상태에선 정말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난 주희라는 사상가가 싫다. 불교를 너무 심하게 배척하는데다 도교를 잘못 이해해도 한참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정절을 지키려는 과부들 이야기는 좋았다. 자신의 운명이랄까? 소신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남자들의 해석이 한참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혹시 과부들이 말하는 '정절'이란 이전에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마음가짐인데, 그들이 너무 육체적 순수로만 해석한 게 아닐까?

 어쨌던 책 자체는 매우 보기 편했고 디자인과 해석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내용으로 볼 때 논어나 장자같은 매력이 떨어져서 별 세개를 줬을 뿐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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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오쇼 라지니쉬 지음 / 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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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완벽한 사람이 필요치 않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사람이 필요하다. 꽃을 피우고, 흐르며,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때로 슬픔에 젖고, 화도 내며,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마치 기후처럼 변하는. 비가 올 때도 있고 구름이 낄 때도 있고, 햇빛이 쨍쨍할 때도 있는 것. 우리에게는 모든 계절이 필요하다. 진실한 사람은 모든 기후를 갖는다. 추위, 더위, 봄, 가을, 모든 것을 갖는다. 그런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쇼 라즈니쉬는 종교가, 철학자, 신비주의자, 작가, 정신 지도자이다. 또한 그는 테러리스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를 숭배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자기네들의 후보를 정치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샐러드바 가게의 음식에 전부 살모넬라균을 뿌려서 발생한 사건이다. 그만큼 인도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내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까닭이 또 있는데, 이는 그가 종교가이되 한 종교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쓴 한 편, '섹스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도 썼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가 훨씬 흥미로운 책일 뿐더러 값도 비싸다.)

 

 이 배꼽이라는 저서에서도 시모네타같은 이야기가 상당하다. 옛날 책이라서 제대로 번역이 되었는지에 관련된 의심은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뮬라 나스루딘'은 신비주의 종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인데, 마치 요즘 유행어인 '에어 친구'같은 개념이라 보시면 되겠다. 현실이 아니라 가상에서 만든 '아무개'이다. 그 사람이 아내랑 살면서 겪는 이야기가 가장 코믹하니 눈여겨보면 기발한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에고에 대한 이야기를 창세기의 아담에게 벌어진 상황에 빗대고 있는데다, 그 전에도 의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으니 혹시 심리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

 

 인상깊은 글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다. 한 사나이가 완벽한 여자를 찾아 결혼을 하기 위해 세계 여행을 하다가 딱 한 번 완벽한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 완벽한 여자는 남자를 찾고 있어서,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저것 따지고 재다보면 결국 놓치기 마련이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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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틱 나인 1 - S Novel
시쿠라 치요마루 지음, 구자용 옮김, pako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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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연한 듯이 거기 있던 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있잖아? 그럴 때 처음 깨닫게 되는 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말이야☆- p. 343

 

 

 

 

중심인물들을 실은 조그만 일러스트지와 책갈피가 동봉되어 있었다.

 

 책이 발간되기 전에 예약해서 산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마 중사님의 적절한 정보 제공과 5pb의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라는 떡밥, 그리고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오컬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이 3가지 궁합이 맞지 않았다면 절대 사전예약을 하고 책을 사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 세가지 요소의 절충 때문에 별 다섯 개를 준다. 솔직히 카오스 차일드이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 중 4번째로 나온다고 하는데다 올해 발매된다는 소식이 있어서 '오컬틱 나인은 나오지 않겠지' 생각하고 포기하려 했었다. (주요 장르가 오컬트이기도 했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슈타인즈 게이트의 프로듀서인 시쿠라 치요마루가 이 내용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듯하다.

 일단 대부분의 시점에서 1인칭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인물이 정신없이 바뀌므로 퍼즐을 맞추듯이 소설의 사건을 정리한다고 보면 되겠다. 소설의 설정은 사람의 영혼을 전파로 해독할 수 있고, 오컬트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도쿄 키치죠지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을 하나로 모아가는데, 아무래도 오컬트를 가볍게 취급하느라 키치죠지를 벗어날 수 없는 블로거 가몬 유타가 주인공인 듯하다. (노란 떡볶이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아이이다.) 자신이 니트 신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키보드 워리어의 성격이 강하며, 실물의 이성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인터넷에서도 현실에서도 거침없이 활약하면서 다른 사람의 약점을 후벼파대는 하시가미 시라이이다. 하지만 뮤라는 니코니코 생방송 점술가에게 트라우마를 보이고 1권 중반에서 후반까지 내내 인터넷에서 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이 소설은 딱히 누구 하나를 특별히 비중으로 두지 않으며, 인물의 비중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대량의 시체가 나오질 않나, 1권 끝부분에선 가몬 유타가 시체의 이빨을 뺀다(...) 하긴 사드의 소돔 120일이 서점 진열대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된지도 무려 3년이나 지났는데 무슨 내용인들 못 내겠느냐마는. 작가 후기를 보면 이야기가 '경우에 따라 모든 종교를 부정할 사이즈'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로 진행되어 나갈지 매우 기대된다.

 

 

 

 

 

 

 

 

 

그 와중에 하늘에서 내려온 서큐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료타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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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에서 빌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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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에서 빌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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