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쉬킨 탄생 210주년 기념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박형규 옮김 / 써네스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젊은이의 무덤 중에서

아주 오래 전이었지, 늙은이들은
그의 발랄한 명랑함에 반하여
어딘지 슬픈 듯한 미소를 띠고
서로들 말하고 있었다ㅡ
"우리들은 윤무를 사랑하였지,
우리들의 지혜도 빛났었고,
하지만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자네도 지금의 우리 처지가 될 거야.
우리들이 그렇듯, 오, 장난기 많은 이승의 객이여, 자네도 샐녘이 차가울 거야.
지금 놀게나......" 그러나 늙은이들은 살아 있고,
그는 한창 나이에 시들어버렸다,
그가 없어도 벗들은 요란한 술잔치를 벌이고 있다,
어느새 마음에 드는 다른 벗들을 찾아내어.
젊은 처녀들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거의 이름은
이제는 드물게, 아주 드물게, 아주 드물게밖에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지난날 처녓적 그를 사랑했던 사랑스러운 유부녀들 가운데서
어쩌면 딱 한 사람만이 눈물을 흘리며
사라져버린 기쁨의 기억을
여느 생각으로 불러낼는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소설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쁜 짓이 나쁜 짓임을 알게 해 주는 게 소설이라고. 잡문집에서 그 이야기를 집어넣은 이후로 그의 소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은 권선징악이 전부인 것도 아닌데, 이 점이 바로 비소설 위주로 독서를 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설을 보면 왠지 나쁜 일이 자연스레 나쁜 일로 보인다.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기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을 잘 써도 인터뷰가 왠지 요상한 사람의 글을 보면 기분이 찝찝하다. 지금 고백하자면, 그래서 내가 박범신의 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무조건 소설은 고전을 많이 보고 현대소설과 비교하는 게 좋다. 시집 리뷰에서 왜 소설에 대한 글을 이렇게 길게 쓰느냐면, 아무래도 사람들은 시집보다는 소설을 많이 보기 때문에 비유로 설명한 것.

 

 

 

시는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까?

 시는 유달리 정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공감을 일으키며 평소에는 꺼려하는 사회 혁명을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속성이 있어왔다. 장편의 시들을 제외하고 SNS에 전부 담을 수 있고, 더 유감스러운 이야기지만 저작권이 허술해서 유포되기 쉽다. 그러나 그런 만큼 포스트잇에 쓸만한 조그만 글귀를 원하는 네트워크 세대들에게 잘 맞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 때엔 고은이 SNS에 '미안하다. 내가 살아서 밥을 먹는다.' 같은 글을 써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대충 보면 초등학생 일기장에다가 이렇게 써도 쉽게 꾸지람 받을 글이다. 그러나 글을 쓴 타이밍, 고은의 생애, 무덤에 묻힌 젊은이와 노인의 생존(밥)이 그 문장에 담겨있는 걸 알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고은을 좋아하지도 않고 푸쉬킨과 고은을 비교할 생각은 없다. 사실 시로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연애사와 사생활을 역사와 결부시킨 건 푸쉬킨이 더 뛰어나다.

 

 

그리고 시가 소설을 능가하는 최대의 강점이 있는데, 진심을 담아 써야 좋은 글이 되기 때문에 태생부터 거짓인 소설에 비해 거르기 쉽다는 점이다.

 한때 미래파들이 자기 내부를 탐색하는 난해한 시들을 만들어내서 모두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좋지 않은 시들을 걸러내기가 쉽다. 사회에서 이단으로 취급되는 소수자, 힘 없는 자들의 슬픔은 어떤 장르의 시이던간에 다 나타나게 되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령 행복한 시?라고 해도 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고은의 글귀처럼 우리의 행복 밑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존재한다. 그런 게 보이지 않는 시를 나는 좀 피하게 되는데, 한 가지 예외를 빼고는 얼추 그 예감이 맞는 것 같다. 푸쉬킨의 연애시는 대부분이 실패, 눈물, 그리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심지어 성공을 짐작하고 행복에 넘치는 연애시 하나는 그의 착각으로 밝혀졌다.) 국가의 압박과 자신의 위에 군림하는 왕은 그에게서 자유를 박탈해갔다. 그러나 그는 자연, 특히 바다를 바라보면서 저 너머로 탈출하여 학교시절 친구들과 같이 사는 자신을 상상하며 살아갈 용기를 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많이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테러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옹호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더욱 러시아에서 고립되었다. 러시아에 자유(?)가 올 때까지. 개인사는 결코 사회와 분리되어있지 않다.

 

  

 이백년 뒤에나 푸쉬킨이 러시아에 다시 나타날 거라고 고골리가 그랬다는데, 그가 탄생한지 이백년하고도 십년이 지나도 푸쉬킨만한 시인은 세계 어딜 찾아보던 나타나지 않았다. 살아있을 때 잘하자. 추방시켜 놓고선 왜 돌아가실 때 찾아 씁.

 연적도 좀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다 ㅎ 경쟁을 붙여서 쉽게 이기면 재미가 없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푸쉬킨은 불우했다. 아내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는 놈이 설마 자신의 처제와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아내를 쫓아다닐 줄은 몰랐던 거 같고... 그토록 비열한 족속을 라이벌이랍시고 만났으니 그렇게 어이없게 죽은 거라고 생각함. 결투신청을 하고나서 총을 뽑아서 쏘다가 죽는다.

 솔직히 이 시인은 그 자신이 찬미했던 바이런보다 더 괜찮지 않았나 싶다. 요새는 시인 탓은 아니지만 충분한 슬픔을 겪지 못했거나, 혹은 슬픔을 겪고도 멀쩡한 정신으로 이겨내는 시인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선 슬픔과의 싸움을 다룬 건 박소란 시인 정도인데 그분은 역사의식이 없고.. 이겨내야 멀쩡하게 글을 쓰는데, 김지하처럼 미치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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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Workers 2017.06.01 - 31호
워커스 편집부 지음 / 사단법인참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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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가 중혼한 일본인 부인의 외삼촌은 조선에 파견됐던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윤봉길 독립투사에 도시락 폭탄을 맞고 한 쪽 다리를 잃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출처: http://m.egloos.zum.com/bjb0398/v/4134257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어떤 이글루스 블로거가 대통령 남성 후보들을 여자로 그리고 여성 후보를 남자로 그렸었습니다.

 

 지금 전병헌 당시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이 심후보를 겨냥해 사표 방지 켐페인을 벌이겠다며 망언했다는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다가 '인천엔 충청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살아요'라는 구절이 나왔었는데, 이번에 심상정을 많이 뽑은 데가 제주와 울산 다음으로 인천이고 서울 권에서는 최고이다. 설마 싶지만 모함하는 건가..

 정리하자면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아닌 일본 오타쿠들 중에서 대놓고 혐한 메시지가 뜨는 애니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용서를 빌지 않는가 이제 일본의 용서를 받아 주자(???)라고 근본도 없는 말을 하는 애들은 이렇게 받아줘야 겠다.
 1. 너 롯데 잘 되게 하려고 그러냐? 그럼 사드 너네 집 뒷마당에다 깔면 되겠네?
 2. 731부대 보내버려야 겠구만이기.
 3. 어휴 일본가서 사세요 그럼 왜 이런 헬조센에서 사세요?
 4. 존나 내가 다 쪽팔리니까 일본에서 조센징 티 내지 마시고 ㅛ

  기아차 1사1노조분리 사건 정리. 혹시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추가시켜주시길 바람.
  1. 발단- 특별채용 합의 이후 이견: 말 안 듣는 비정규직 짜르고 신규 고용해서 뺑이 돌리겠다는 거임.
  - 지부 파업 먼저 하는 데 대한 논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걸 굳이 추가파업이라고 함.
  2. 갈등
  - 임금 투쟁: 정규직들 마음 급해짐
  - 사내하청 조합원들의 동요: 강경노선 아니냐, 정규직과 조율하자 등.
  : but 비정규직을 단 한 명도 정규직화 안함.
  - 2심 승소: 법을 지키라는 요구 당연화
  3. 분리
  - 기아차 지부장의 감정적 결정, 기아차 조합원 간 관계
  - 가해자 바꿔치기: 재벌, 자본->정규직 노조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라는 같은 현상에 다른 의견 잘 봤다.
 근데 북한과 통일해야 한다고 평상시 그렇게 주장하던 매체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독립된 국가를 만든다는 뉴스 바로 보이니까 북한과 남한의 2국가체제 주장? 속이 너무 보이네. 유행 따라가시나? 아님 심상정이 대표인 신좌파도 그렇게 원래 좌파랑 2정치체제를 이루고 있다고 퉁치시려고?

 성소수자, 오타쿠들도 차별받기는 하는데 소수정당이 여당되니까 자기들도 차별받던 시절을 모르는 거 아닐까욤? 그러다보니 자기네들이 차별받던 대로 똑같이 다른 소수자들에게 행하는 거?

 

 꼰대의 한줄이 또.
 이 새끼들은 신고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거 같음. 신고하면 아예 계정 지워버렸음 좋겠다. 이성애도 사생활이에요 이 사람들아.

 몰카에 대한 글 읽다보니 왜 내 뺨때린 친척 자꾸 생각나냐. 기사에서는 딱히 엄벌에 처하란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러는데 적어도 내 경험의 한도에선 엄벌 내려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놈이 나한테 그러고나서 나중에 엄마한테 돈 빌려달라해서 엄마가 나가라고 하니까는 진짜로 나가서 사업하다 망했다. 내 부모하고는 얼굴 보는데 내 얼굴은 보기 싫은지 날 피해다님 ㅋ

 여기서 처음으로 다리아 님의 생활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본다. 남편 대신 방을 정리해준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남편의 약간 지저분한 방을 참아주고 산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 한 방에서 같이 산다면 방을 더 깔끔히 정리하는 사람이 방을 청소하면 된다. 그게 왜 여성이 손해를 보는 일일까? 각방을 쓴다면 남편의 방은 냅둬도 된다 보지만.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명숙이 쓴 기사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말한다.
 연애할 때 돈을 내지 않는 여성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처단해야 할 넷상 펙트공격이고, 아우슈비츠 피해생존자가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감정적 대응을 못하게 하는 처단이냐? 연애할 때 자판기 커피 하나 안 쏘는 건 좀 문제있는 거 아니냐? 갈수록 한국 페미니즘이 바닥의 끝으로 추락하는 게 보인다. 하긴 뭐 책을 읽은 게 있어야 쓸 게 있지. 고추 안 달린 거만 믿고 현장 경험만 쌓는 그거 말짱 헛거다.

 

 

 

 물론 다양성은 존중해야 옳지만, 연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싸우며 연대에 올라가려고 자기네들끼리 몸싸움 하다보면 연대할 사람들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결국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서로 각자 사업을 하는 데엔 유리할 테지만 극단적인 변화와 자본주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는다. 피지배자를 착취하는 공식을 화염병 공식으로 깨뜨려야 하는데 뭘 그렇게 자꾸 우회해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어떤 나라가 테러로 사람 죽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차피 지금 테러하는 그 사람들이 다 죽어도 그들이 원하는 게 실천될지는 의문이며 아마도 당신이 그 나라에 있었으면 그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아무튼 윤봉길이 도시락 폭탄을 터뜨려 일본 사람 다리 하나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일본에 위안부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지지하는 지금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나는 충분히 그렇다고 본다. 우리도 기업이 나랑 주변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면 목숨 걸고 싸워야 하고, 우리도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려고 넘보면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꼭 주변 만만한 사람들의 미운 점만 보고 SNS에서 이를 저격한다. 심지어 이름도 정정당당히 못 쓰고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비열한 네트워크 인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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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스님 시봉일기 7 - 사부대중의 구세송
송암지원 지음 / 도피안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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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씨뿌리고 밥먹는다 중에서

부처님은 밭갈이 준비에 바쁜 파라타파자 바라문이
식사준비를 하는 곳에 서 계셨다.
바라문은 세존에게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리고 먹으니, 당신도 씨를 뿌리고 나서
식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라고 했다.
부처님께서는 "나도 씨를 뿌리고 나서
밥을 먹는다." 고 대답하신다.

"믿음은 종자, 계는 비,
지혜는 보습, 반성은 손잡이,
선정은 새끼, 정념은 쟁기의 끝과 채찍,
몸과 말을 지키고 음식을 절제하며
법으로써 풀을 베나니,
정진은 나를 안온으로 이끌고,
가서는 돌아옴이 없고 이르러서 슬픔이 없다.
나는 이렇게 밭을 가니 감로는 과실이라
온갖 고뇌에서 해탈했다." 하신다.

 

  

꼭 지가 땀흘려서 일한다음 먹는다고 자랑만 하고 끝나면 될 것을 남한테 강요하는 인간들이 있음.

 

 솔까말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츄라이 김치 츄라이"랑 뭐가 다르냐고 묻고 싶다. 예수도 안식일날 제자들이랑 놀면서 보리 훔쳐먹었어 욘석들아.

 

  

봄, 여름만 해도 그럭저럭이었고 가을 부분은 굉장히 별로였는데 겨울 부분에서 갑자기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다;; 굉장히 자기 주장이 뚜렷하신 분인데, 이 분이 겨울 부분에서 남기는 메시지를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1. 사람들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타고 났으며 완전하다.
2. 자신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생각하므로 사회적인 보장은 쓸모가 거의 없다.
3. 종교인은 종교로서 자신을 갈고 닦아야지 정치나 노동으로서 자신을 갈고 닦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는 기독교나 성당이 본받을 만한 것 같다. 검소한 종교인이 도리어 짜다고 욕을 먹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4. 부처님 법을 널리 퍼뜨리는 게 중요하며 남을 돕는 건 나중 일이다. 동정해서 사람 거지로 만들지 마라. 가난한 사람들을 돕되 동정하지 말고 빵을 직접 주지 말라는 견해는 많은데 내가 본 것 중 제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 구절같다.
5. 용기를 가지고 항상 용맹정진하라.

가을 부분에 암시처럼 나왔던 광명에 대한 묘사가 본격적으로 나왔다. 지혜, 자비, 생명이 빛을 내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게 돋보인다. 기독교 사람들도 공감을 누를 만큼 구절이 힘차서 정말로 중의 글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성철 스님도 상당히 자기 주장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성철 스님도 그렇고 광덕 스님도 그렇고 산에 사시다보니 강력해지신 걸까, 아니면 원래 절의 세계에선 이런 타입들이 권력을 잡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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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스님 시봉일기 3 - 구국구세의 횃불, 반양장 구국구세 (救國救世) 1
송암지원 지음 / 도피안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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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효 중에서

'우란분'이란 거꾸로 매어달려
고통받는 것을 구해준다는 뜻이다.
중생들이 그가 지은 업보에 얽혀
자유를 얻지 못하고 고통받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에서 몸을 벗고난 영혼들이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것을
구해주는 데 중점이 주어진다.

말하자면 고혼을 천도하는 의미인 것이다.
고혼은 우리의 조상일 수도 있고
무주고혼일 수도 있다.
7월 15일이면 절을 찾아 부처님께 공양하고
무주고혼을 천도하는 것이니
이 날은 과연 어두운 유명계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라고 할까.

 

  

신체에도 폭력을 가할 수 있지만 정신에도 폭력을 가할 수 있다. 

 

 나는 특히 정신적 폭력이 가장 비열하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이건 폭력을 가해도 그 행위를 확실히 폭력이라고 정의할 기준도 미약하고 물증도 얻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상상도 못할 피해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틀린 건 틀리고 다른 건 다른 것이라 확실히 이야기하는 게 가능하다면, 나는 파시즘이야말로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확실한 폭력이라고 이야기하겠다. 방송이나 연설도 그렇지만 이를 책으로 편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데, 나무가 그걸 만드는 데 베어나간 것도 그렇지만(...) 가장 사람들이 올바르다고 일반화시킬 수 있는 매커니즘으로 치명적인 독을 뿌리기 때문이다. 책을 쓴 사람이라면 다른 눈으로 보게 되며, 그건 그 책이 똥 닦는 휴지조각으로서의 가치가 없어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출판사에서 그 사람이 받아들여진다는 사회관계와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 분이 말씀하시는 공동체를 분석하겠다.

 예술가들이 모인 단체? 좋다. 종교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좋다. 하지만 모두가 얼마만큼 서로들의 예술작품이나 사상에 간섭하는가는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특히 독재자가 가장 문제이다. 독재자는 주변의 사람이 말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특히 그게 드러나는 게 토론이 나오는 방송이니 유명인 중에서 제자들을 많이 키우며, 친구의 말을 자주 가로막으며 수다가 많은 인간을 유심히 보길 바란다. 그 사람이 펼치는 사상은 파시즘일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오직 말뿐이지 자신을 넘어서는 사람을 결코 넘어가지 않고 (특히 제자를) 짓뭉개거나 유식한 질문을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다. 독재자가 죽거나 사업을 포기하면 그 단체는 중심을 잃고 무너지기 쉽다. 불교에서 중을 믿다가 그러는 경우를 나는 굉장히 흔하게 봤다.

 

 

결론을 말하자면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제사는 지낼 필요가 없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내는 게 좋다면 작은 파티를 열고, 설거지만큼은 반드시 리더격인 남자가 해라. 또한 남의 장례식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공동체는 갈 필요가 없다. 특히 거기 혼자서 말을 두 시간 이상 하는 독재자가 있다면 인생 종치기 딱 좋다. 그 자리에서 그가 저지르는 건 대화가 아니라 폭력이다. 노동하듯이 최대 하루에 8시간 보면서 대화를 편안히 할 수 있다면 그가 친구이며 공동체 멤버다. 더불어 각자 필요한 만큼 돈을 쓰며 살아라. 쓸데없는 절약을 강조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되 친하게 지내지 마라. 바로 그 사람이 네 돈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

 이게 내가 돈을 빼앗기거나 사기당하거나 먹튀당한 적은 없지만 충분히 집에서 간접체험당하고 친가와 외가 모두 인연을 끊은 결과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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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Workers 2017.05.01 - 30호
워커스 편집부 지음 / 사단법인참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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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조항은 남성 간 성관계를 비하하는 표현인 '계간'이라는 용어로 존속되다가 2013년 개정으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으로 수정돼 유지돼 왔다. 때문에 이 조항은 실제 군대 내 위계를 이용한 동성 간 성폭력 사건에서 오히려 동성애자인 피해자를 처벌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한편, 조항 상으로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으로 표현돼 있기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자면 이성 간 항문성교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이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이야 어떻게 될까 불안했는데 6월 1일 되기 하루 전에 가까스로 이 잡지가 끝나고 드디어 다음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시기가 적절한게 연체료도 다 갚았고(...) 31권은 어제 도착해서 잘 받았다. 이제 다시 31권을 달려야지. 한 달에 한 번 밖에 안 오는데 사회적 이슈를 밀접하게 다루는지라 그 달이 끝나갈 때쯤 되서 읽으면 다 지나간 이야기인지라 조금 지루해진다. 무튼 30권은 문재인과 그의 기반인 노무현 정권을 신나게 까는 이야기였고 31권은 심상정을 지지한다는 이야기였던 듯하다. 어쩐지 정의당에 아부하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내가 심상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지라(...) 기대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약 만들기 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한창 논란이 되어왔는데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문재인 씨는 교사부문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대해서 살짝 언급만 하다가 팬들에게 그딴 식으로 하면 뽑지 않겠다는 경고를 받아서 입사시험을 중얼거리다가 지금은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보면 되고 김선동 씨는 아예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셨다. 반대파부터 보면 주요층은 당연히 고시생, 교사들 등등. 이전에 더불어민주당 관련 팟캐스트에서 자기네들은 쌔빠지게 공부하고 있는데 어디서 굴러먹은 비정규직 놈들이 서류만 깔짝거리다가 취직되고 ㅈㄹ이냐 농담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욕설을 쫙 써서 글을 올린적이 있었다. 처음엔 나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찬성파는 워커스(다함께), 전국불안정노동철폐, 기타 공공관련 노조. 정규직 일자리는 어차피 늘어나는데 왜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안 되냐(너네만 정규직 취직되서 다시 비정규직들 괴롭히려 그러느냐는 비난이 함축된)라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아예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으며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로 자주 화제를 바꾼다. 이렇게 노동자들끼리 골 내며 싸울 게 아니라 아예 정치로 해결하자고 하는 걸 보면 정규직 일자리 증대에 공공도 한 몫 끼는 식으로 가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사대강이나 해외 자원 개발로 돈 날려먹는 대통령들도 있는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왜 돈을 안 쓰는지 모르겠다며 제법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고시생 생활도 괴롭겠지만 비정규직으로 취직되었을 때의 괴로움도 양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니 난 후자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 드는데.

 '난 정규직 되려고 노오오려쿠하고 있고 쎄가빠지게 굴러서 유지하고 있는 데 니들이 무슨..' 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본능에 가깝다. 이 논리를 사회과학의 언어를 입혀 이론으로 가꾼게 우파 논리라고 본다. 애당초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반칙이고 변태같은 것이기도 하고. 개선을 위한 시도로 법적으로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을 원천 금지하고 민간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비정규직 채용을 금하거나 크게 제한하며 그 외 기업에 대해서도 감시를 엄격히하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난 한 번 더 망하고 문씨같은 대통령 찍지 말라고 문씨를 뽑았는데 518때 걸진 퍼포먼스 하나 했다고 만족하는 걸 보면 이 나라는 틀렸음다 다음에 또 새누리당이나 안철수같은 애들 뽑을 듯.

 

확실히 여성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이 갑자기 뜬 것도 이와 관련된다. 불편하더라도 여성인권에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메갈이 퇴화되면 더 진화된 뭔가가 나오겠지.

 그러나 아무리 깨어있는 남성이라도 고부문화를 깨뜨리기는 정말 힘들구나 싶다.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고 하지만 뭔가 아예 고통을 회피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그러니까 태어나서 자랄 때부터 남성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성역할을 포기하고 살라고 프레셔를 넣지 않으면 고부갈등을 피하기가 힘들다는 건데 그게 어디 쉽나. 언제까지 남의 까치집에 들어가서 사는 뻐꾸기 신세를 여자들은 짊어지고 살 것인가. 정말 제사를 안 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가.

 사실 난 환단고기던 유사역사학이던 뭐 어때 별 상관없지라고 생각한다. 역사에는 한 가지 진실이 없고, 어차피 문명이 생겨난 이후 역사란 것에선 한 번도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얼마나 풍문에 시달리셨으면 국가와 결혼했다고 딱 잘라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셨겠는가. 독신 (남)왕이 후손이 없다는 걱정을 받을지언정 국가와 결혼했다고 일부러 이야기를 할 만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가? 또한 나는 이런 역사를 알고 있다. 러시아는 야전할 때 여자병사(첩)들에게서 애가 생겼고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시대 때엔 한국 여학생이 남들에게 돈 달라고 사정하고 농사해서 번 것들을 팔아서 전부 일본 군인들에게 보내줬다. 그녀는 위안부라는 '국가로부터의 의무'에서 도망갈 수 있었을까? 유사역사학자들이란 것들이 허풍은 심해도 역사 속 여성의 행방과 자취를 추적해준 것에는 감사한다. 다른 역사학자들은 못 하고 안 했던 행위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는 단어로 바꿔치기하여 사람들을 속여가면서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인건비 축소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되면 월급 올라버리니까 끝까지 월급을 적게 주겠다는 거임. 그러니 혹시나 정말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싶은 분 있다, 비정규직은 지긋지긋하다 하시는 분 계시면 근로계약서에 기간이 없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겁니다. 근데 뭐, 앞으로 몇십 년은 공무원 빼고 비정규직을 아예 벗어나기가 불가능할 듯. 오히려 최근 비정규직 많아지지 않았나?

 예전에 집이 좀 부유한 페친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사회에 대해 교육을 시킨다며 편의점 야간 알바에 취직을 시켰었나보다. 폭언을 듣는 건 예사이고 술을 퍼마시고는 정리도 안 하고 가는 고객들 때문에 화가 얼마나 났던지 사람들도 저주하고 아버지도 저주하더라. 그런 안 좋은 사회경험을 쌓느니 차라리 대학을 가는 게 백번 낫다. 일단 나는 편의점 알바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만난 점주들은 다 나한테 추근거렸었거든. 심지어 내가 고객이었는데도 그랬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강제로 주4주일제밖에 일을 안 시키고 8시간 일하게 하며 월급은 120정도로 열라 쥐꼬리만큼 주는데 그것마저도 질투해서 배아파하는 친구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그 녀석들과 갈려나가다보니 친구가 없는 건 물론이요, 직장동료요 부모까지 일을 그만두라고 강요하며 날 백수로 만들려고 하는 통에 정신이 없다. (물론 후자는 날 걱정하는 거지만 전자는 내가 아니라 백수인 다른 사람을 걱정해서인걸 내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팟캐스트에서는 지네들은 재태크 뭐 할지 고민하면서 청취자들에게는 '돈 쓰세요 자본주의에서는 안 죽어요'라고 하지 않나. 심지어 ㄷㅊㅅ다. ㅋㅋㅋ 어디서 사기를 쳐? 내 주위에도 굶어 죽은 사람 몇 있다. 무튼 이런 관계로 내 직장에 감사하고 모두의 말에 귀를 닫고 눈을 닫고 입을 닥치며 요새 개같이 모으고 있다. 워커스는 광장으로 나와서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하지만 그것도 시위나갈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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