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의 테러 O.S.T. - 일본 후지TV 애니메이션
팝 이티씨 (Pop ETC) 외 노래, 칸노 요코 (Kanno Yoko) 작곡 / 씨앤엘뮤직 (C&L)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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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트라우마라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일종의 트라우마를 지닌다. 일본은 미국에 의해 개항되고 스스로도 개혁하려 가장 노력한 국가이다. 아마 아시아 중에서 제일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아무리 석양을 향해 달린들 한계가 있던 것이다. 겉으로는 작은 키에 약한 힘 등의 요소를 들 수 있겠으나 아시아인들이 가장 열등감을 느낀 건 서양의 문물에서였다. 문화적 공격은 종족에 대한 차별을 가능하게 한다. 잔향의 테러에서 일본은 이런 차이를 줄이려 아이들을 희생물로 삼았다. 사실 역사상으로도 카미카제 등 아이들의 목숨을 써서 전쟁에 이기려고 했던 시도가 나온다. 일본이 국가의 명예를 위한 희생이라고 이를 미화시켰다면, 잔향의 테러 세계관에서는 이를 아이들에 대한 학대로 보고 보호해주려 하는 어른이 나온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나마 일본이 슬슬 우익 세계관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장면이 꽤 나오는 편인데, 풍경과 같이 흘러나오는 아이슬란드풍의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긴 시간 대사 한 마디 안 나와도 가슴 속이 절절해지는 애니다.

아울러 식민지 트라우마라는 책과 같이 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애니에 대한 생각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

 

아울러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이 생각나지만 왠지 유행한 그 당시 볼 때도 허세가 너무 충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 애니메이션 쪽이 월등히 낫다고 생각한다.

 

P.S 이 작품 자체야 그렇지만 우익 세계관이 바뀌고 있다고 보기엔 사실 이 작품도 관련 비판이 더 깊이 못 들어가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작품도 결국 신진평화숙 같은 일부 정치 세력만이 타겟팅 되어있기에 짧은 것이다. 내 추측으론 그나마도 짤렸다 보지만. 하물며 이 애니를 좋은 사례라고 쳐도 사례가 너무 적다. 사실 매 분기 신작들 올라오는 거 보면 요새는 진짜... 차라리 우익 세계관으로라도 깊이를 갖춰서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어디서 본 물건들 재생산에 재탕들 뿐. 예전의 흥행 수표가 흥행 만화 -> 애니화의 순서였다면 지금은 그냥 라노벨 따다가 박리다매하는 수준인 듯하다. 초속 5cm라던가 읍읍. 사실 일본 내 정치계의 압력 무시무시하다는 소문 도시전설로 꽤 돌고 있고, 신경 안 쓰는 사람은 뒷배경이 무서운 건담 아재밖에 없을 뿐더러 그 분도 솔직히 엘리트 주의...

노이타미나를 통해 계속 이런 류의 애니가 방영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 그거 뿐인 듯. 요즘 일본 애니 판이든 게임 판이든 만화 판이든 하다못해 라노벨 판이든 스토리의 고갈을 겪고 있는 건 확실해보인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어느 출판사가 라노벨 작가를 뽑다가 '소설이라 할 만한 글이 없어서 심사를 그만뒀다'라고 공지된 사건도 있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창의력은 커녕 책을 쓰는 법 자체를 까먹어버린단 것이다. 솔직히 요새 다 키보드로 글 작성하지 정말 골똘히 생각해서 소설이나 시나리오 쓰는 작가가 존재하는가? 작사도 출판 및 미디어 업계도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별로 없어보이고, 새로운 시도라는 건 이미 90년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이타미나나 매드하우스 제작사를 편애하긴 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본 매체에서도 레어한 것만 다룰 뿐 그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 생각된다. 난 이게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의 나라가 무얼 잘못했는지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태풍을 맞아가며 점점 문화와 정신력을 잃어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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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8-10-10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걸 아직 본 적이 없었네요. 근데 김진명은 국뽕맞은 유사역사학자 아니었나요.. 소설 슬쩍 보다가 아주 지랄맞아서 던져버렸는뎁쇼.. 그나저나 노이타미나도 은근 까일 구석 많지 않나요. 메드하우스도 어느 열등생 같은 쓰레기 만든 전적도 있고...

사실 더 이상 완전한 새로움은 없죠. 하지만 그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 원동력을 앗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새롭지 않다고 해서 비판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러브 스토리의 정석은 그 옛날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끝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언제나 시대에 맞는 러브스토리를 원하고, 또 그걸 좋아해서 한번 웰메이드 수작 만들려고 고군분투 하는 작가들도 있고요. 대충, 편하게 만들어서 돈이나 좀 만져볼려는 자식들이나 표절작이나 쓰는 작가들을 비판해야지...

갈매미르 2018-10-11 04:57   좋아요 1 | URL
뭐 대충 저런 의미로 욕을 배로 먹는 애니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물론 저는 아주 재밌게 봤지요. 혹시 애니 보신 적 있다면 데스퍼레이드같은 걸로 보심 되겠습니다. 에피소드?는 3개 정도지만요.

HG.Chris 2018-10-11 22:50   좋아요 1 | URL
암튼 작화는 좋은데 스토리의 완성도가 영 아니라는 소릴 많이 들어서 칮아볼 생각을 안했었습니다만, 이 글 보고 한 번 찾아볼까 싶어졌네요. 근데 어떤 의미로 욕을 배로 먹는다는 말씀이신지는 잘 이해가 안 가요......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1 - 완전판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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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감정을 못느낀다 해서 비정상이라 낙인찍는 것 좀 그만 보고 싶다. 공감으로 이어지는 유대와 그 사회정서가 나한테는 솔직히 숨막힌다. 사람의 마음은 건전지 같아서 방전되면 사실상 아무것도 안 느껴지고 재충전해도 얼마 안 가 방전되는 타입도 존재한다. 평상시에 일상 속에서 늘 감정이란 걸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날 포함해서. 사실 보통의 경우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려나 존중같은 예의를 통해서 타인의 감정에 상처입히지는 않는 정도로 산다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자신이나 남의 삶에 빛을 비춰주지는 못하긴 하다. 평생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외로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은 어차피 안 된다고, 될 사람은 따로 있다고, 아님 환경 때문에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기회가 와도 자신이나 남들에게 거짓말이나 해가면서 말이다.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말은 사실 어떤 사람을 거절할 때 쓰는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게 두렵다. 역설적인 게,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보통 사람들에게서 애정이 거절된 경우엔 더욱 사랑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사랑을 줄 줄도 모르고, 관심을 받으면 공격을 발산한다. 나중에 거절당하기 전에 미리 거절하는 것이다. 방어막(AT필드)을 친다고 할까. 사실 이 말도 금발머리 청년이 전략상 내뱉은 말이고 주인공도 나중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겉으론 말이다. 그러나 거절받은 경험이 일본인 소년에겐 충분히 극복되더라도 둘의 사이엔 아직 앙금처럼 남아있고, 여전히 금발머리 청년은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난 1쿨 말 쯤에서 애쉬가 형과 소중한 부하를 잃으면서, 점점 더 에이지에게 집착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생각을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그걸 굳이 남 앞에 표출할 필요까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 본다. 사실 어제 친했던 사람이 오늘 죽어나가는 세상에선 되는 대로 교류해야 트라우마를 피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애쉬는 형이자 친구이자 자신과 같은 상처를 겪게 된 에이지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반은 진심이 담긴 말을 했다. 그러나 해서는 안 될 말이었던 건 확실하다. 애쉬와의 관계를 좁히려 일본인 소년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애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곧은 성격인 그는 어떻게 할까.

근데 차라리 그럴거면 친구 말고 연인이 되어서 같이 나락의 끝까지라도 가면 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철부지같은 마음이 내 안에 남아서 그런가. 오래 끌수록 점점 파탄나는 관계가 틀림없다 생각하고 있는데도 나는 이들이 언제까지나 함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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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8-10-08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분기 제 안에서의 top3 중 하나가 이 친구였습니다.

저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부디 언제까지나 함께하길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해피엔딩이면 실망할 듯...

갈매미르 2018-10-09 08:19   좋아요 1 | URL
애니 오리지널 스토리를 내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났죠 ㅋ
 
식민지 트라우마 - 한국 사회 집단 불안의 기원을 찾아서
유선영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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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를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지식인의 자기성찰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중국인 학살에 대한 접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민족주의가 사흘에 걸쳐 119명의 무고한 중국인, 그것도 갓난아기와 서너 살짜리 유아, 임신한 부녀자와 노인까지 무차별적으로 돌로, 몽둥이로, 불로, 톱으로 공격하는 폭력, 살인, 학살로 분출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다. (...) 냉소적 태도야말로 기나긴 변설로 내용의 공허를 폭로시키지도 않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남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외국의 영화잡지 등을 미리 보고 와서 신작 미국 영화에 대한 지식을 드러내기, 사회주의 사상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소비적인 모던 보이보다는 진지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맑스 보이'로 보이게끔 화려하지 않은 복장하기, 영화잡지는 외국 것 외에는 휴대하지 말기, 우울하고 경멸할 줄 아는 '천학박식' 되기, 또 최근 등장한 토키 영화를 모르면 집에서 근신하는 것이 좋고 지식과 교양이 없다면 "무조건 경멸하는 것이 모토고 철학이고 전술임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 제가 약간 사디즘이 있어서 이런 피뿜는 내용 무척 즐겨보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게 20년대의 일이고 결국 중국이 사회주의 정권이 되었죠. 지금 일부 어른들이 공산당이라고 중국 싫어하시는데, 예전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하니 세상사란 참 뭐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천과 평양에 사는 중국인들에게도 가혹한 짓을 했다. 제노사이드가 일어난 것이다. 만일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조상들이 했던 짓에 대해 대신 사과하자. 최소한 괜히 외국인들 모욕하는 창피한 짓은 안 하겠지. 레알 살인귀라고까지 불렸다 하니 망신 뻗치기 전에 외국인들과 싸우지 마라 국가 망신이다 ㅇㅇ. 뭐 동기는 이해하지만.

여기서 사회주의가 자꾸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 1924년인가 25년에 치안유지법이란 유명한 악법이 만들어져서 국제변화(식민지 독립이나 공산주의 운동)를 기하는 일체의 운동이나 언설을 엄중히 금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법조차 내지와 식민지 조선에서 그 강도가 달리 적용된다. 당장 내지 일본에선 입법부터 일제 패망기까지 해당죄목으로 사형까지 언도받은 사례가 없는 반면, 조선에서는 각종 공산당 사건이나 농촌 관련 활동으로 사형선고 내지는 장기간 투옥되는 일도 허다했다. 일단 식민지 조선인 중 상당수가 치안유지법 전과자(...)이니 말 다했다. 참고로 크리스천도 여기 해당된다.

 

 

 

일상의 각 현장에서
1. 근대화되지 못한
2. 식민지인이란 멍에
란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던 한국인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열패감, 피해자 의식은 한국적 근대화를 공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막 복잡한 학술논문마냥 대량의 정보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통일된 주제의식 아래 전개되는 내용이 참 읽기 평이하고 재밌다. 

 페친이 추천해줘서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을 대체 왜 추천해주시나 했는데 완전 내 입맛이네 ㅋㅋㅋ 요샌 가급적 내 입맛이 아닌 책을 읽으려 하지만 이 책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나쁘진 않겠다 싶어 계속 읽으려 한다. 덕분에 다시 냉정한 나로 돌아가 빌려준 돈도 다시 받았다. 돈 없고 빽 없고 여자인 내가 현재 사회적 약자이며 약자인 척 코스프레하는 인간들은 질색이다 ㅇㅇ

그런데 나는 식민지 때 유독 열등감을 느껴, 아내와 자식을 패며 화풀이했다는 구절은 공감을 못하겠다. 예전에도 지 아내를 상전이나 중국에 바쳐놓고, 전쟁에 패배하면 아내 버리고 도망가놓고, 상황이 나아지면 정조를 잃었다고 아내를 죽이거나 버리는 놈들 많았다. 딱히 일제강점기 때만이 아니라 한남이 원래 그런 인간들이다 ㅇㅇ 단지 일제강점기가 워낙 데카르챠라서 못난 인간들이 못난 본성을 더 많이 자주 터뜨렸을 뿐이지. 당장 삼국시대에도 아이 못 낳는다고 중전을 내치는 모습 꽤 나오는데, 특히 신라 중기가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딱히 조선만 남아 선호 사상을 주장한 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 물론 이것도 식민지 지배를 당했다는 맥락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항상 생각하는 게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주는가 이다. 말장난 같지만, 가령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의 상황마다 다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 그래서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령 나는 친일파 행위를 했거나 우파 일본인의 작품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포사건 같이 접촉하자마자 우리나라를 천하게 보고 함부로 죽인 일본의 태도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개인의 사상이 사회를 안 좋게 변화시킨다면, 선한 사람들이 모여 그를 막고 올바른 생각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도 한도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를 키우기 싫어하는 사람이 단체 내부에 존재한다 치자.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단체가 토론을 하는 장소에 개를 키우자 건의하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소소하긴 해도 이기적이고 품위없는 행동이다. 이에 대한 사회의 풍부한 토론이 필요하다. 아무튼 딱히 상대적 박탈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나라를 선진국에 뺏기는 건 우리 예상보다 더 서러운 일이다.

내가 사실 제일 싫어하는 한국인이 서재필이다. 이 사람은 사실 지가 부모 덕에 그만큼 올라온 줄도 모르고 죄없는 김부식(삼국사기 쓴 사람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을 함부로 까댄다. 더불어 우리 민족이 무식하다고 욕하는데, 바로 앞에서 양놈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때리는데 '맞는 놈이 무식하다' 이러면 분노하지 않겠냐 ㅋㅋㅋ 난 솔직히 갑오개혁 내용은 좋다고 보지만, 민중들이 왜 닥치는 대로 갑오개혁 주도한 자들을 죽였는지 서재필 보고 이해했다. 그래서 계몽인의 선민의식 말인데 ㅇㅇ... 몰락해가던 운동권 잔당들이랑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가르쳐도 깨우치지 않는다며 다른 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보면 타자와의 거리가 어찌 형성되는지 느끼게 되더라. 관념 혹은 기술의 선점이 타자로부터의 우위로 도식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짜 배운 사람이라면 그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부터 다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사회운동 하는 애들은 자신의 지적 체득에 스스로 경도되거나(도취), 혹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경험을 보편으로 승화시키지 않고 머무르는(게으름) 행위는 절대 지양해야 하겠다. 지양 못하면 결국 그것이 힙스터 정치.

그리고 웹소설 쓰시는 페친분의 친절한 설명 전문.
갑신정변후 일본갔다가 일본에서 인기좋은 김옥균이랑 수틀려서 나머지 미국감->
박영효 : 그래도 내가 조선의 부마인데 망명객 대우 이런거 없냐
서재필 : ㅅ발 그런게 어딨어 나가서 일이나 해 형
서광범(서재필 친척형인지 아저씬지) : 난 몸도 약하고 집안일도 잘 못하는데
서재필 : 그럼 버리고 간다 무능한 조선놈아 ㅃㅃㅇ
(박영효는 다시 일본가서 김옥균이랑 투닥거리며 지내고 서광범은 미국에서 골골대다 폐병걸림)
(김옥균은 깝치다가 암살당함)
(그러고 서재필 혼자 잘돼서 막노동으로 대학졸업하고 10년지남)
유길준 : 그나마 조선정치에 뭔가 도움될만한 인재가 서재필정도일텐데
윤치호 : 근데 내가 미국유학갔다왔다고 전하가 맨날 나보고 미구긴이냬...
(서재필 오는사이 갑오대신들 다 맞아죽음)
서재필 : ㅅ발 조선? 조선말? 그딴거 모름 다 잊어버림^^ 난 미구긴 P.제이손이라네~
윤치호 : 후...그래도 쓸데없는 친목질안하고 뭔가 똑똑하게 추진할만한 사람이...서재필뿐....후.....(이마짚)

우리나라가 서양의술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인 듯하다. 일단 보균자라는 게 뭔질 모르면 멀쩡한 사람을 끌고 간다고 생각하지. 게다가 병원 가던 중 발병해서 사망하면 상황이 더 최악으로 되고. 설명만 잘 했음 해결되었을 텐데 일본놈들이 했던 짓을 보면 설명을 잘 했을리 만무하고.

여담: 매일신보 백대진이라고 해서 순간 기자 백명이 몰려와서 뻗치기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역시 이름은 중요하다.

 

강원도에 사는 장우탄이란 사람이 10년 만에 상경하여 서울의 변화를 체감한 후 독립신문(1897.9.30)에 기고한 글은 실용 및 실무 지식, 기술과 기계, 문명적 제도, 구미 숭배열이 추동하는 세기말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친 ㅋㅋㅋ 서울이랑 똑같이 되려고 나무 다 때려부쉈냐? 아무튼 무식한 건 뭘 해도 티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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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슈가 라이프 2
카기소라 토미야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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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그 사람한테 전해줘. 나를 불행으로부터 해방시켜줘서 고맙다고.

 

확실히 10분 밖에 안 봤는데도 여성으로서 귀가 솔깃한 에피소드이다. 동성을 애인으로 두면 비밀로 해야하기 때문에 비밀로 하는 건 기본. 여기서 주인공이 범죄자이긴 해도 분별력이 있는 건 알 수 있다. 일단 상대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순수하다 믿고 백치미를 추구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상대가 발각되거나 하면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상대가 오해하게 만들어 넘어가게 한다.
일단 상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상대의 연령으로 봐도 거의 한부모가족이나 소녀가장처럼 보이는 실정이다. 즉 10대 편모처럼 살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남자들에게 인기있는 특성을 살리려면 항상 접객 아르바이트만 할 수 있다. 다른 애니메이션에선 남자애들이 의젓하게 공사판에서 길 안내를 해준다거나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일단 주인공은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남자직원이 많은 아르바이트는 피하는 듯하다. 일을 많이 해서 눈치는 상당한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하는 일이 고급 접객은 아니고 기껏해야 경양식이나 메이드 카페 아르바이트 정도. 그래서 우습게 본 남자들이 고백하다가 차여서 분노하면 자기방어를 좀 과하게 하는 편이랄까. 어찌보면 좋아하는 상대방 때문에 한 일이 범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는 남성이 분노해서 여성을 겁박하려 들거나 할 때 큰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살해를 한 사건도 정당방위로 보는 케이스가 많다. 아무튼 마법소녀 사이트가 왕따와 가정폭력 같은 고전적 케이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애니는 좀 더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주인공이 저지르는 행동의 개연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래서 가족에 대한 회의가 있다. 만일 시오짱이 이대로 가족에게 돌아간다면, 혹시나 본능적으로 폭력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던가 사토짱이랑 같이 있던가 하고 싶어서 저항을 한다면 오빠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분명히 저렇게 감정이 고도된 상태로라면 폭주할 것이고 결국 폭력이 대물림되는 최악의 상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 드라마나 애니에서 이런 가족의 두 얼굴이란 주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혈통의 마지막이란 느낌인데, 사실 나도 이런 주제는 환영한다. 그러나 역시 아이에게는 아직 의존할 주체가 가족밖에 없기에, 이는 분명 가슴이 아픈 일이다. 어른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아이들이 먹고 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

 

 

여태까지 해피 슈가 라이프의 단점은 너무 세상에 대한 편견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단점을 커버해주는 게 사랑이고 그게 해피 슈가 라이프의 주제이다. 사랑은 기존의 가족을 넘어 또 하나의 사랑을 형태로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산 기능만 뺀다면 동성이던 이성이던 간에 사랑을 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아이 낳지 않는 사람들도 많잖? 냉소자와의 사랑이 슬픈 일일 뿐이지. 하여튼 애를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서 무지 싫었는데 후반에 시오가 사이다였다. 나도 예전에 시오랑 똑같이 팅기는 수법 썼는데 안 먹혀서 그대로 헤어진 적 있었기 때문에 사토가 진심으로 시오 사랑한다는 거 알 수 있었다 ㅋㅋㅋ 아씨 개부럽네 그치만 사토가 시오 만난 게 더 부럽다 나도 저런 천사 만나고 싶은 것 ㅠㅠ 하는 말 왜 이리 이쁜가.

 

 

여러모로 다 좋은 캐릭터였지만 사실 좋아했던 건 시오 친구였다. 제일 평범하고 착했음. 아무튼 개인적으론 참 감동적으로 본 작품이었다. 같은 고어라도 이 애니 이전에 본 마법소녀 사이트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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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꽃이 피는 첫걸음 29 (완결) 꽃이 피는 첫걸음 29
치다 에이토 /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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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남이 잘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더라. 최충헌 같은 사람도 오래 평안히 살다 죽었고. 어떤 사람이 불행하거나 죽기를 바래봤자 지만 불행하거나 죽음. 사실 그러길 바라는 인간들은 대부분 지가 켕기는 게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다 나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 인간이 있던데, 뭐 그렇다고. 예수님도 말하지 않았나 그건 네 말이다 ㅇㅇ 아무튼 주인공은 어머니가 남편을 사별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느라 자신을 할머니 집에 보내버려도 원망하지 않고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는 꿋꿋한 인물이다. 그녀가 여관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갑질미화에(1화부터 주인공이 아무로된다. 아버지에게도 맞은 적 없는데! 주인공 집안이 워낙 개판이라 그 소린 안 했지만.) 스토커 미화가 매우 지린다. 변태플레이(?) 장면도 꽤 나오는 편. 그대신 배경이 시골 여관이라 경치가 좋고 표정이 풍부하다 ㅋ

음...역시 연애는 적극적이지 못한 쪽이 패배란 말이지. 일단 중반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초반엔 적극적으로 밀어야 하는데 민찌가 그런 점에선 점수가 많이 깎인다. 오하나도 너무 코짱에게 관심을 안 주고;;; 역시 시야에서 못 보면 아웃이랄까. 생각만으론 안됨. 초속 5센티는 너무 거부감 들었는데 이건 나와 생각이 같은 애니라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민찌는 주인공 텐션 좀 낮춰도 되지 않았나 모르겠네 남의 연애에 너무 나서는 것도 민폐인데;;; 저건 개거품 물고 말려야 하지 않은가 하는 장면도 너무 많고. 저러다 남자 뺏기면 할 말이 없어지지. 역시 착한 성격은 연애에 맞지 않음()

솔직히 이 시골바닥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매니져의 말에 공감한다. 드라마 오센같은 경우는 주방이니 그래도 고유의 음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있지만, 여관이라고 하면 확실히 전통이라 하거나 지키기가 좀 미묘한 점이 있다. 키스이소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여관이 있다는 설정은 매우 잘 만든 듯하다. 그렇게 되면 키스이소는 보수적 이상만 남게 되는데, 그 이상만으로는 사람이 버틸 수 없다. 특히나 젊은 종업원들이 일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르고 말이다.

레알 어릴때 생각나는데 나 서울에서 가족들이 떠돌아다닐 때 어머니가 진짜 저런 봉 들고 집안의 거미줄 뜯어내고 그랬었음 ㄷ 농사지으면서 살았으니 거기도 시골이었는데 그런 곳에 살면 청소랑 집수리 정말 중요하다. 어머니랑 같이 가구 다 들어옮기면서 먼지 쓸고 닦고 했음.

그나저나 감회 깊네 저런 모녀간 싸움 ㅋㅋㅋ 나도 자주 초등학교 때 일 어머니한테 불만 털어놓고 어머니는 뭐 그런 옛날 일에 집착하냐 그랬지. 보통 어디나 패턴이 비슷한가.

솔직히 저 긴 파마머리 여자애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가 이 애니 중 제일 궁금한 대목이란 말이지. 저런 기업에선 아무 생각없이 부모님이 하는 일 대물림하는 아들딸들 꽤 있어서(기우로 덧붙이는 건데 이거 누구 집어서 말하는 게 아님다. 내 가족 중에 있어서.) 은근 이런 애들 보면 좋다고 할까. 애니에서 처음 볼 때부터 범상치는 않더라. 당연히 약혼자랑 결혼해서 여관 물려받을 것 같은 애가 다른 길을 보기 시작하면서 애니는 2기로 자연스레 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땀흘려 일하는 걸 난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잡생각이 들지 않으면서 좀 더 신체를 잘 움직이려 노력하는 그 느낌이 좋다. 자잘한 손놀림보다 온 몸을 크게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피곤해서 집에 돌아와 목욕부터 하고 나온 뒤 바로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면 그 때서야 몸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밖에서 땀흘려 일했으니 잔업없이 집에선 책 읽으면서 휴식이다.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들은 농사가 체질 아니냐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농사는 싫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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