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슈가 라이프 2
카기소라 토미야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빠, 그 사람한테 전해줘. 나를 불행으로부터 해방시켜줘서 고맙다고.

 

확실히 10분 밖에 안 봤는데도 여성으로서 귀가 솔깃한 에피소드이다. 동성을 애인으로 두면 비밀로 해야하기 때문에 비밀로 하는 건 기본. 여기서 주인공이 범죄자이긴 해도 분별력이 있는 건 알 수 있다. 일단 상대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순수하다 믿고 백치미를 추구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상대가 발각되거나 하면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상대가 오해하게 만들어 넘어가게 한다.
일단 상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상대의 연령으로 봐도 거의 한부모가족이나 소녀가장처럼 보이는 실정이다. 즉 10대 편모처럼 살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남자들에게 인기있는 특성을 살리려면 항상 접객 아르바이트만 할 수 있다. 다른 애니메이션에선 남자애들이 의젓하게 공사판에서 길 안내를 해준다거나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일단 주인공은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남자직원이 많은 아르바이트는 피하는 듯하다. 일을 많이 해서 눈치는 상당한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하는 일이 고급 접객은 아니고 기껏해야 경양식이나 메이드 카페 아르바이트 정도. 그래서 우습게 본 남자들이 고백하다가 차여서 분노하면 자기방어를 좀 과하게 하는 편이랄까. 어찌보면 좋아하는 상대방 때문에 한 일이 범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는 남성이 분노해서 여성을 겁박하려 들거나 할 때 큰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 살해를 한 사건도 정당방위로 보는 케이스가 많다. 아무튼 마법소녀 사이트가 왕따와 가정폭력 같은 고전적 케이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애니는 좀 더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주인공이 저지르는 행동의 개연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래서 가족에 대한 회의가 있다. 만일 시오짱이 이대로 가족에게 돌아간다면, 혹시나 본능적으로 폭력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던가 사토짱이랑 같이 있던가 하고 싶어서 저항을 한다면 오빠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분명히 저렇게 감정이 고도된 상태로라면 폭주할 것이고 결국 폭력이 대물림되는 최악의 상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 드라마나 애니에서 이런 가족의 두 얼굴이란 주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혈통의 마지막이란 느낌인데, 사실 나도 이런 주제는 환영한다. 그러나 역시 아이에게는 아직 의존할 주체가 가족밖에 없기에, 이는 분명 가슴이 아픈 일이다. 어른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아이들이 먹고 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

 

 

여태까지 해피 슈가 라이프의 단점은 너무 세상에 대한 편견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단점을 커버해주는 게 사랑이고 그게 해피 슈가 라이프의 주제이다. 사랑은 기존의 가족을 넘어 또 하나의 사랑을 형태로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산 기능만 뺀다면 동성이던 이성이던 간에 사랑을 해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아이 낳지 않는 사람들도 많잖? 냉소자와의 사랑이 슬픈 일일 뿐이지. 하여튼 애를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서 무지 싫었는데 후반에 시오가 사이다였다. 나도 예전에 시오랑 똑같이 팅기는 수법 썼는데 안 먹혀서 그대로 헤어진 적 있었기 때문에 사토가 진심으로 시오 사랑한다는 거 알 수 있었다 ㅋㅋㅋ 아씨 개부럽네 그치만 사토가 시오 만난 게 더 부럽다 나도 저런 천사 만나고 싶은 것 ㅠㅠ 하는 말 왜 이리 이쁜가.

 

 

여러모로 다 좋은 캐릭터였지만 사실 좋아했던 건 시오 친구였다. 제일 평범하고 착했음. 아무튼 개인적으론 참 감동적으로 본 작품이었다. 같은 고어라도 이 애니 이전에 본 마법소녀 사이트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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