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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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설일까 출간된 내내 궁금해하다가 3년만에 보게 된 소설이다.
 칼덕분에 왠지 무서운 장면을 떠올렸지만() 
 잔혹하기보다는 냉정한 여성판타지를 창조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페미니즘소설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만, 이 소설에서 오히려 작가의 개인적인 남성적 환상이 드러났다고 생각된 것은 왜일까. 
 사실 역사에 걸친 모든 남성들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성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하등 신비롭고 이상할 것 없는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성들의 환상으로 뒤집어씌워진 환상을 한꺼풀 벗기고나면,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의 안에선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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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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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반전보다는 소재자체가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라는 측면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뭔지는 몰라도 시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이다.
 덕분에 내가 최근에 읽은 심리소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 되어버렸다.
 사실 소설에서, 그것도 추리소설에서는 망가져버릴 수도 있는 문체를 매끄럽게 살려놓았다.
 (덕분에 범죄에 사용된 트릭은 일일히 책 속에서 찾아야 해서 추리소설 특유의 ’알아서 풀어주는’ 개운함은 포기해야 함.)
 게다가 코미디언을 사용한 소재는 더더욱 드물기에 내용 자체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주의깊게 따져본다면 첫 장면부터 범인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에 추리소설로는 지적할 점이 많지만 심리극으로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
 본인은 이 책을 읽으면서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개그맨 계약서 소동을 생각했다.
 사람의 의심이라는 건 가지를 치고, 또 가지를 치게 되는 법이지...
 결국은 자신의 생각에 휩싸여 옆을 보지 못하게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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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함정 - 돈에 속고 세금에 우는 사면초가 서민들의 적자인생 탈출 전략
김영기 지음 / 홍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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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온갖 사회경제를 통틀어 정리한 다음 이 책을 편찬해냈다. 온갖 사회경제를 정리했다고 하지만, 이 책은 얼마 전까지 예금통장과 적금통장의 차이조차 몰랐던 본인마저 알기 쉽게 쓰여져 있다. 몇몇 전문용어와 숫자를 따라가는 데 혼돈이 생겨나곤 하지만, 대부분 김영기 님 특유의 필살유머가 깃든 예시들이 그 혼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문장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 대게 크게 내용을 나눈다면 3부분으로 갈라지는데, 1부에서는 금융관련기관에 대한 탐색, 2부에서는 마트와 백화점 등에 대한 비판적 탐색, 3부에서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기여도가 나온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지만, 워낙 책이 재밌어서 부담없이 쭉쭉 읽어나갔다. 

 한가지 신기한 건, 본인은 이 책의 예시들을 읽으면서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같은 말투라 느꼈는데 저자 본인조차 책 속에서 '은행탐구생활'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이다. 저자도 노리고 쓴 것일까? 이 책은 정말 독자들의 양심을 가차없이 쿡쿡 찔러나간다. 사실 본인도 핸드폰요금이 밀려서 한동안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까 벌벌 떨었던 적도 있었고, 아무런 지식도 없이 어머니한테 주식과 보험을 맡겨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신용업체에 대해 언급하는 1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뭐 다 처리된 지금와서 금융회사를 탓하는 건 뒷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돈이 사람의 마음에 오랫동안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계기였다고 할까. 은행만 봐도 꾸준하고 성실히 한 지점에만 봉사해야 작은 떡밥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글을 보면, 자본주의시대에서는 돈과 감정을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주는가보다. 하긴 대출보증만으로 절친한 사이가 앙숙으로 돌변할 수도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경제학 도서는 처음 접해봐서 흥미로웠다. 

 이 책 덕분에 몇 가지 결심한 일이 있다. 주식투자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해줄 수는 없지만, 기본투자와 치고 빠지는 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만 언급하겠다. 자동차는 절대 사지 않겠다고 확정했다. 본인은 숫자보는 법을 정말 모르지만 자동차 구입에 따르는 엄청난 숫자들을 보고나니 역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면 평생 하루 세끼 먹고 살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서였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슈퍼마켓이 두 군데나 있어서 마트나 백화점의 유혹은 눈에 들어차지도 않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몇 번 들렀던 H대형마트는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 본인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상당히 싫어하는 탓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그 숨막히는 계산대에서 일일히 가격 계산하고 있을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도 본인은 8월 31일부터 지하철 무료신문에서 사설과 비즈니스면을 스크랩해서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도 행하고 있다. 다른 경제학 도서를 읽고서도 다짐만 하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실행한 일들이다. 습관변화에 큰 기여를 해 준 이 책의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 변화가 생활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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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the의 저력
쓰모리 코타 지음, 이우희 옮김 / 토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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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쓴 영어 서적이라 해석에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했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괜찮았다. 다행히도 일본과 한국의 문법은 공통되는 점이 많아서 영어와의 극단적인 차이에 비하면 별로 문제될 점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우희 씨가 번역을 상황에 맞게 잘 처리해주셨다. 그 상황까지 살펴서 이 책엔 특별히 별 다섯 개를 주기로 했다.

 사실 영어관사책은 평점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다른 외국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을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관사를 생략하는 게 정상인 우리나라로서는 이해하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수능에서는 어떻게든 문법을 달달 외우면 좋은 점수를 얻었는데, 훗날 대체로 영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영어회화시간을 관사강의에만 할애하는 외국인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다. 솔직히 나를 포함해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 교수님이 어째서 관사만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시험을 보고나서 말 그대로 쇼크를 받았다. 다행히 모든 클래스의 시험성적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탓에(!) 학점엔 그닥 문제가 없었으나 아무튼 값을 치르고나서야 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다는 소리이다. 그 문제만이 아니다. 영작문을 할 때에도 단어는 영한사전을 찾으면 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a냐 the냐 아니면 무관사냐 그 선택에 꽤나 애를 먹었다. 대체로 외국강사들도 그 문제에 민감해서 관사가 틀리면 다짜고짜 마이너스를 주곤 했다. 영어의 읽기 쓰기에 관사가 그토록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원강사나 과외선생님은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외워라'를 언제나 입에 달고 산다. 본인도 영어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관사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둘러대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달달달 외우라고 학생들에게 시키고 자신들의 본분인 가르침을 베풀지 않는 건 회피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은 학생들도 봐야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차 영어선생님이 될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다.

 주로 관사의 구분, 그리고 관사들의 쓰임새와 특징을 설명하고 실전에 응용하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설명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 있고 예시도 많아서 부담감이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장을 한 번 더 간략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정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요점만 쓱 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음악의 신 뮤즈를 모른다면 music이 어째서 무관사가 되는지 모를테니 말이다. 외국말을 알려면 교양지식과 플라톤같은 기본적인 철학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비록 플라톤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인은 a를 보면 플라톤을 생각하고, the를 보면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생각한다. 이 둘을 알고 있다면 관사의 특성을 더 '각인하기' 쉬워진다.) 무작정 외워서는 안된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저자의 말을 곰곰히 새겨두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책은 식사 한 끼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로도 우리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지만, 간단하고 핵심을 찌르는 교육서 하나만 있으면 어찌 그 양분이 식사 한 끼 뿐이겠는가. 형광펜으로 밑줄 치고 필기해가면서 이 책을 평생 자신의 양분으로 삼길 바란다. 사실 본인도 이런 책을 볼 때면 항상 필기해서 정리해두지만, 일단 후기를 위해 읽은 책이므로 현재는 간단히 들춰봤음을 밝히는 바이다.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정독해서 머릿속에 채워넣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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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북
하워드 엥겔 지음, 박현주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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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딴지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본인은 이 책을 추천해 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진짜 소설일 줄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쇼크먹을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과에서는 정말로 존재할 것 같은 환자들이 나왔었고, 그 환자들에 대한 의사로서의 애정이 책 속에서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들의 증상에서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기도 했다. 어쨌던 그런 실소설을 썼던 올리버 색스가 추천한 책이다. 역시 이 책도 정신과 관련된 실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이 환자로서 병원에서의 온갖 생활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올리버 색스의 소설과는 다르다. 이미 '책 못 읽는 남자'라는 에세이를 써서 유명세를 얻었지만 이 책에서는 추리라는 아주 적절한 양념을 끼얹었다. 내용 자체도 흥미있지만 무엇보다 흥미가 있는 점은 바로 작가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 그 자체다. 왜냐하면 그가 걸린 병의 이름은 바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쓰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글을 읽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병이라 한다.

 만약 내가 실독증에 걸린다면? 일단 본인은 국어를 남들보다 좀 할 줄 알고, 외국인들 앞에서 더듬거리지만 영어나 일본어 등도 좀 할 줄 안다는 자신감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하루에 10권씩 책을 읽지는 않지만, 나름 집에서 밥먹을 때나 밖에 나갈 때는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배우는 중이었던, 혹은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언어들을 하루 아침에 읽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가막힌 일일까! '더 리더'처럼 남이 글을 읽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사실 남의 글을 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작가라면 자신의 글을 읽고 편집 혹은 수정해야 하는데, 직접 쓴 글도 한참동안 알아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편한 일일까? 책을 읽지 못한다는 그 공포는 본인도 지금까지 겪은 모든 불행과는 비교도 안 되리라 생각한다. 바로 본인이 삶에서 겪은 불행을 독서로서 풀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서는 확실히 나레이션보다는 인물의 대화가 많았고, 그 때문에 소설이 질질 끌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상황에서 완전히 도피하진 않았으나, 무리해서라도 밝은 기분을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적절한 유머와 냉소가 섞여 있었다. 덕분에 소설의 몰입력은 한층 좋아졌지만 말이다. 게다가 심리소설로만 생각한 책이었으나 의외로 트릭이 잘 짜여진 소설이었다.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제한된 상황이 오히려 그를 안락의자 탐정같이 보이게 했다. 다른 탐정소설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면 무의식으로 인해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같은 병에 걸리다보니 정신학과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주인공의 의식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지 아니면 나 자신도 기억이 흐릿한 편이라서 그런지, 베니의 모호한 기억을 따라잡으려면 책 앞 면을 몇 번이나 들춰보아야 했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보기 위해 실소설을 볼 때가 있다. 전화위복은 여러가지 다른 속담들로서 하나의 법칙이 되었고, 본인도 굳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무언가 부족해지거나 없어지면 보충하려 노력한다. 우리의 정신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실독증에 걸렸지만 추리력이 극도로 발전했듯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또다른 새로운 것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메모리북'은 추리소설로도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러 장애우들이 이 소설을 읽고 희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장애는 또 다른 진화의 길이고, 불행은 또 다른 행복이니까. 이 소설이 바로 그 산 증거다.

 P.S 박현주 님은 아무래도 심리에 관련된 소설을 자주 번역하시는 것 같다. 비록 문체는 매우 딱딱한 번역투이지만, 언제나 심리학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은 매끄럽게 신경써서 다듬어주신다. 전문서적엔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는 번역가를 써야한다는 본인의 견해와 걸맞는 책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팔지 않고 집에 보관해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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