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the의 저력
쓰모리 코타 지음, 이우희 옮김 / 토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인이 쓴 영어 서적이라 해석에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했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괜찮았다. 다행히도 일본과 한국의 문법은 공통되는 점이 많아서 영어와의 극단적인 차이에 비하면 별로 문제될 점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우희 씨가 번역을 상황에 맞게 잘 처리해주셨다. 그 상황까지 살펴서 이 책엔 특별히 별 다섯 개를 주기로 했다.

 사실 영어관사책은 평점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다른 외국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을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관사를 생략하는 게 정상인 우리나라로서는 이해하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수능에서는 어떻게든 문법을 달달 외우면 좋은 점수를 얻었는데, 훗날 대체로 영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영어회화시간을 관사강의에만 할애하는 외국인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다. 솔직히 나를 포함해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 교수님이 어째서 관사만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시험을 보고나서 말 그대로 쇼크를 받았다. 다행히 모든 클래스의 시험성적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탓에(!) 학점엔 그닥 문제가 없었으나 아무튼 값을 치르고나서야 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다는 소리이다. 그 문제만이 아니다. 영작문을 할 때에도 단어는 영한사전을 찾으면 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a냐 the냐 아니면 무관사냐 그 선택에 꽤나 애를 먹었다. 대체로 외국강사들도 그 문제에 민감해서 관사가 틀리면 다짜고짜 마이너스를 주곤 했다. 영어의 읽기 쓰기에 관사가 그토록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원강사나 과외선생님은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외워라'를 언제나 입에 달고 산다. 본인도 영어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관사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둘러대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달달달 외우라고 학생들에게 시키고 자신들의 본분인 가르침을 베풀지 않는 건 회피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은 학생들도 봐야하지만, 무엇보다도 장차 영어선생님이 될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다.

 주로 관사의 구분, 그리고 관사들의 쓰임새와 특징을 설명하고 실전에 응용하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설명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 있고 예시도 많아서 부담감이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장을 한 번 더 간략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정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요점만 쓱 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음악의 신 뮤즈를 모른다면 music이 어째서 무관사가 되는지 모를테니 말이다. 외국말을 알려면 교양지식과 플라톤같은 기본적인 철학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비록 플라톤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인은 a를 보면 플라톤을 생각하고, the를 보면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생각한다. 이 둘을 알고 있다면 관사의 특성을 더 '각인하기' 쉬워진다.) 무작정 외워서는 안된다고 여러 번 강조하는 저자의 말을 곰곰히 새겨두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책은 식사 한 끼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로도 우리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지만, 간단하고 핵심을 찌르는 교육서 하나만 있으면 어찌 그 양분이 식사 한 끼 뿐이겠는가. 형광펜으로 밑줄 치고 필기해가면서 이 책을 평생 자신의 양분으로 삼길 바란다. 사실 본인도 이런 책을 볼 때면 항상 필기해서 정리해두지만, 일단 후기를 위해 읽은 책이므로 현재는 간단히 들춰봤음을 밝히는 바이다.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정독해서 머릿속에 채워넣으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