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난한 비 푸른사상 시선 27
박석준 지음 / 푸른사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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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밤 중에서

 

알고 싶은 사람은 가 버렸고, 그들이 언젠가 남겨 놓은 술잔엔 눈에 보이는 지금의 사람만 새겨져 있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이런 노래 구절 하나만으로도 절규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의 잔상이었다,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서.

(...)

파스토랄! 그건 어디에 있는가? 빈센트! 그의 그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블루 벌룬, 그건 가난한 빗속에 떠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을 잃어간다. 밤과 술이 빗속에 있던 날에.

 

 

젊은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위로하고 힐링할 힘마저 잃었는지, 이제 점점 자신을 힐책하는 듯한 구절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난의 비만큼 사람을 작아지게 하는 게 없다고 시인은 단언한다. 시에서는 밤이 오거나 눈 혹은 비가 내리는 배경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마음이 밤이고, 눈 혹은 비가 한창 내리는 중인지 바깥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시인은 눈과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거리를 다닌다. 이 시를 독백처럼 중얼거리는 시인의 어깨가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다.

 

읽고 싶은 시집이 많았지만 일단 이 책부터 집었다. 그보다 오래 전부터 페친에게 보겠다 약속했고 직접 사서 사진까지 찍어 올렸는데 아무리 책을 묵혀두는 나일지라도 도저히 이 이상 내버려둘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이 책을 잠시 읽어보고서는 "야, 이런 시는 나도 쓰겠다(허언은 아닌게 어머니가 시를 써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걸 어느 등단한 시인이 자기 시인마냥 자랑스럽게 베껴 올린 적이 있었고 어머니는 그 후로 절필을 선언하셨다. 자신이 그딴 부류와 동류가 되긴 싫다나.)"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쉬운 시이다. 요즘엔 쉬운 시라고 말하는 게 인기의 기준이 되니까. 그만큼 일상에 근접한 시라는 얘기도 될 것이다.

 

시인이지만 또한 미술 선생님이기도 한지 시 안에 그림이 들어가 있다. 하나하나 검색해서 보는 걸 추천하는데, 선택된 그림에서까지도 화자의 비애가 잘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의 보람, 아이들의 귀여움을 쓰는 게 보통이 아니었나. 시간강사 선생님의 가난에 대해 액면 그대로 적나라하게 쓰여진 글을 읽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글이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해서 좋았다 ㅎ.

 

시인의 말

 

시간을 전제로 하는 삶에는 바탕이 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주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들이다.

 

도시에서 도시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내가 출퇴근하는

쓸쓸한 체제

말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카페, 핸드폰,

시.......

말들은 사람을 부르고 말 밖에서 사람이 버려진다.

"말이 빠진 곳, 아무것이 없으면 어떠리"라고 어느 시인은 표현하였지만.

 

돈이 알 수 없이 굴러다니고 있는 도시들과, 그것들 사이에 자리해 있는 여러 움직임들이 나와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실재라면 나는 우선 그런 세계에 관한 것들을 써야만 할 것이다. 말을 알아간다는 것이 고달프지만.

말로 표현해야 할 사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말로 표현하여 사정이 제대로 인식되고 새로워진다면 좋겠는데.......

말은 요구와 충당으로 그 형태가 드러난다. 내가 표현한 말이 나와 마주하고 있는 세계에서 시로 남을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 출근투쟁처럼 시위와 관련된 절절한 시와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러운 내용의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평론이 극찬하는 것도 그런 종류의 시인 듯하다. 그렇지만 나는 드문드문 나오는 사랑시가 그렇게 재밌더라 ㅎㅎ 여자의 마음이 자신을 보고 흔들렸다는 섣부른 판단까지도 흥미진진했다.

 

한 소년 중에서

 

내비게이션에 찍힌 수만리, 중학교 졸업 후

36년 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우연히

TV에서 알게 된 서로의 옛 친구가 산다는 곳

찾아가자고 오늘 낮 서둘렀지. 친구 차로 출발했어.

 

세 시 반 산속 마을의 길 위로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나타나더군. 구렛나룻의 얼굴은

내 기억이 담고 있는 얼굴이었어. 이 민박집 주인은

나를 보며 '입술이 파랬던 아이'를 말했지.

 

그 집에선 개가 짖었고, 닭들이 사람을 피해

구구구 하며 움직였지. 사가지고 간 닭튀김과

민박집 주인이 담가둔 동동주가 너무 잘 어울렸지.

자넨 그림에다가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 나는

녹색 잉크만 썼고. 집에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40년이나 멈춰진 소년 시절을 셋은 그림처럼 그렸지.

 

 

일반화를 하면 안 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비교적 친구를 오래 사귀는 것 같다. 어디 산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바로 만나러 가고.

40년만에 친구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난 친구도 적고, 무엇보다 아직 그만큼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지난날

ㅡ2008년

 

피카소 소리도 듣지 못했을 텐데....... 열 살 된 아들이 그린 그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ㅡ나갈길이없다.) 피카소 같았다. 2008년의 종이 위엔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들이 만화로 재생되어 있을 뿐 길은 없었다.

 

2007년 여름, 고양이 밥을 마당에 내놓은 사람은 모성을 잃은 늙은 어머니였다. 수염을 빳빳이 세운 동네 큰 고양이가 어머니의 작은 고양이를 힘으로 내쫓고는 밥을 빼앗아 먹었다.

 

열 살 된 꼬마는 아홉 살 때 아빠를 졸라 치즈피자를 저 혼자 먹었다, 아빠는 꼬마의 다운된 컴퓨터 게임을 재생시키려고 컴퓨터를 수리 중인데. ㅡ저리 가, 망할 것! 큰 고양이를 쫓는 어머니의 소리가 컴퓨터를 파고들었다.

 

어머니의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큰 고양이는 갈 길을 찾아 나갔다. 2008년 봄 50대인 나는 병실에 와 있었다. 뇌일혈로 말없는 어머니를 나의 난시는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ㅡ나갈길이없다.) 어머니 뇌리에는 이 말만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시에서도 그렇지만, 화자는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 은근히 어머니를 작중에 많이 배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돈을 많이 벌어 효도를 해드리지 못한다는 부담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지, 아님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작품에 담으려 하는 건지..

 내가 확인한 건 불과 문이다 중에서

 

"강정마을에서 돌아왔어요."

핸드폰 통화와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눈을 돌리니

청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의 이어폰에서 엠피스리 노랫소리가

빠져나오고 있다.

제주도의 소리, 엠피스리? 난 수억을 벌 수 없다.

밤, 불을 켜 놓은 것들.

술집, 음식점 유리문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사람들은 불빛 아래서, 불빛 뒤에서

말을 할 테지.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토크쇼 밖으로 빠져나왔다.

닫힌 것, 갇힌 것을 열어라,

터져 뻗은 길에서 생각했다.

 

 

 

구럼비가 다 파괴된 뒤에야 나는 강정마을에 갔다.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같이 온 일행과 흑돼지 오겹살 같은 걸 시켜먹었다. 자리는 공사판에서 온 듯한 사람들로 거의 꽉 차 있었다. 공사가 한창인 곳을 돌아보다 온 듯한 청년이 식당 주인이 부모님인지 한창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그의 이야기를 가로막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맥락을 보면 구럼비 이야기를 하려는 듯했다. 이후로 제주도 얘기가 나오면 그 청년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나는 제주도가 눈에 익을 만치 다녀올 만큼의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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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0.9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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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에스프레소 만들기

'카누 다크로스트'와 '네스카페 크레마 인텐소 아메리카노'를 섞어서 사용하면 좋다. 카누는 좀 더 깔끔한 액상을 만들어주고, 네스카페 제품은 에스프레소의 크레마 층을 재현해주기 때문이다.

너무 직접적 광고인데 ㅋㅋ

근데 말만 들어도 맛있긴 할듯. 코로나 때문에 카페도 못 가시는 분들 많을텐데 이 글 보시는 분들도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지.

 

요리를 사랑하는 열두 살 에이브의 가족은 국적도 종교도 다른 탓에 식사 때마다 항상 전쟁이다. (...) 이처럼 남다른 고민을 가진 주인공 에이브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탄생했다. 감독은 1930년대 유럽을 탈출한 유대인의 손자이자, 브라질에서 온 가톨릭 이민자였고, 엄마의 재혼으로 핀란드계, 이탈리아계 누나를 뒀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 탓에 항상 아웃사이더였으며, 어느 그룹에든 완전히 소속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를 제작했다.

(...) 2004년에 태어난 노아 슈나프는 캐나다계 미국 배우로, 2015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서 톰 행크가 연기한 '제임스 도노반'의 아들, '로저 도노반' 역으로 데뷔했다. 이어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에서 '찰리 브라운'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등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았다. 또한 그는 넷플릭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윌 바이어스' 역을 맡으며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 특히 요리 영상을 십대 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SNS 영상과 사진으로 다루고 있어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이는 타인의 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는 '먹방'과 요리 방송인 '쿡방'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를 충족시켜 준다.

영국 국적이 안 섞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굿모닝팝스에서 먹을만한 영국 요리를 소개해주기는 했지만 뭔가 만들기 쉬워 보이는 간단한 음식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요리 이름부터가 입맛 떨어지게 생겼더라(...) 재료에는 정작 하나도 안 들어가는 개구리가 등장한다던가.. 왜 그런 식으로 음식 이름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굿모닝팝스에선 별로 끌리지 않는 영화를 소개하는 때가 대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소개부터 벌써 마음에 든다. 아무리 방콕을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계속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이 침울해하는 모습을 보니 같이 침울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때 볼 만한 영화는 진지하지 않은 코믹물이나 일상물이다. 나는 특히 드라마의 경우, 음식을 테마로 하는 걸 보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영화로 보는 건 좀 생경하긴 하지만, 내용이 재치있게 짜여져 있어 꽤 기대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 수 있는 중동 요리를 소개한다니 신선하기도 하고.

 

올 가을, 아늑한 카페에 앉아 커피 향을 느끼며 영어 소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 내려가보자. 이는 영미권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주로 푸른 공원에서 피크닉 매트에 누워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이나 신문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에서 미사 시작하기 전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고 할까. 특히 수녀님들이 못마땅해하는 게 상당히 전해진다. 미사 중에 읽는 것도 아니고; 같이 책을 읽는 사회가 되면 좋겠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책 읽으면 안 되는 곳이 의외로 상당하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건 억지 아닌가. 어떤 고양이 책카페는 책 읽는 걸 마치 형벌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라. 텐트같은 데 갇혀서 책을 15분 읽으면 밖에 나와 고양이를 만질 수 있다는 식인데, 그러면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올까?

 

트로이 시반이 그랬듯 또 한 명의 팝스타가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1998년생인 코난 그레이이다. 그는 이제 갓 스물을 넘겼지만, 그의 대표곡 'Maniac'은 '빌보드 200'에서 단숨에 5위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는 2020년 8월 기준으로 유튜브에서 2000만 뷰 달성을 앞두고 있다. 또한 방탄소년단의 뷔가 코난 그레이의 'The Other Side'를 듣고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 옷, 음악, 영화 등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통해 대중들은 그의 가치관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사진들 보니 마치 죠죠서기처럼 관절을 꺾는 포즈를 많이 취하더라. 팔다리가 몸에 비해서 꽤 긴 듯하다. 뷔하고 같이 죠죠서기 포즈 취하고 있음 재밌을 듯(?)

최근 연출되지 않은 일상을 영상으로 담은 '브이로그'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어권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구독하며 간접적으로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튜버들 이런 방송에서는 뒷광고 있다고 욕 안 하냐 ㅋㅋ 백인에게는 욕 차마 못하고 오취리 같은 피부색깔 다른 인종에게 욕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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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그림자 따라
박신애 지음 / 바움커뮤니케이션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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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아녜스와 단 둘이 영화관에서 영화 보던 걸" "신부님 루치아와 차타고 다니는 거 봤어" "신부님 마리아와 단 둘이 찻집에 있던 걸" "저 자매는 왜 자꾸 본당사제관에 들락거려" ....., 본 것을 자기방식대로 생각하고 말한다. 마치 목격한 장면을 최신 뉴스 전하듯, 트위터,페이스북,카톡,밴드 등 SNS를 통해 사진과 함께 상황을 적어 올린 것은 생방송에 가깝게 급격하게 확산된다. 이렇게 무심코 자신이 던진 말과 행동에 본당공동체는 흔들리고 신자 상호간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최근 박원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어떤 의사가 '저게 왜 죄야? 내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내 빤스도 빨아주는데'라는 말을 함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성당에서도 의외로 이런 일이 참 많다. 여성 신자들이 거의 당연한 듯이 신부님의 밥을 해주거나 설겆이를 해주고 심지어 빨래(빤스까지는 아니겠지만)까지 해주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이전에 나도 이런 소문으로 인해 힘겨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도 말씀하셨듯이, 싫다면 굳이 그런 일을 자발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마치 교회가 우리 아버지인 마냥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경에선 하느님이 아버지며 인류 모두가 다 평등한 그의 자식들이라 설명되어 있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신부님을 돕는다 해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정히 신부님이 아무 가사일도 안 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다면, 그 가사일을 대신 해줄 게 아니라 '신부님께서 직접 일하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여자와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선.. 신부님도 사람이지 않은가. 사람을 대하는 데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심간다고 한들 헛소문을 퍼뜨리면 결국 공동체는 깨지게 된다. 그리고 나만 잘하면 상관없지 않은가.

 

근데 다 재밌게 읽었는데 중후반부에 글 쓴 신부가 뭔가... 다 틀린 문법에 구마의식에 대해서 얘기하시더라. 신자(특히 여성)들을 공격하는 듯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쓰시던데 그런 걸 말씀하시는 분이나 옮기시는 분이나.. 구마의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 중 괜찮은 인물 그다지 본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 다 일상 얘기를 꺼내는데 그 신부만 유독 글을 읽기 불편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신부는 불편하지 않을까.

 

또 지도 신부님이신 배광하 치리아코 신부님을 모시고 영동지구 가톨릭 독서포럼에 참가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 여러 방면에 박식하신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은총 속에서 회원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또 솔올 성당의 그라시아 성가대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목소리를 천상에 전하는 느낌으로 열심히 봉사하며 주님과 함께하는 삶은 그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ㅎㅎ 이 글을 올린 이유가 있지만 밝히지 않으련다. 그나저나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종교 소모임도 중지되고 있는데 독서포럼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ㅠㅠ 걱정된다.

 

짤짤이 순례길

 

김혜경

 

낯선 사연을 전하는 TV는 혼자 분주하다

한강 뱃길 얼었다는 수은주의 목쉰 소리가 새벽을 흔든다

지하철 2호선을 향한 잰걸음의 그림자들이

순례길에 오른 수행자의 검은 얼굴이다

동전 500원을 나눠주는 천사들이 있다

동전을 받기 위한 치열한 발걸음,

줄은 길이 되어 저 혼자 서성인다

순례길에 오른 김간난 할머니, 연신내와 이촌동을

오가는 단골손님 하루 종일 걸어 모은 대가는 육천 원,

한 끼 빵값의 동전은 목숨이 된다

내 유년의 골목에 있던 남자아이들은

동전 짤짤이 게임에 과자 값이 오갔다

먹자골목이 순례길이 된 지금,

길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것은 허드레 같은 일이다

방 하나에 쪽문들이 수없이 반짝이는 곳,

두 팔을 벌리면 양쪽 벽이 닿는 동자동 쪽방,

한쪽 어깨가 기울어진 손자와

삶의 바다에 다다르기 위해 돌계단을 오른다

몽돌이 아니라고 금이 갔다고 돌이 아닌가

모난 돌도 담벼락이 된다 나도 담벼락이 되어

쓰나미 같은 내 어둠을 막고 싶다 도시의 어둠까지

 

 

이 시 말고도 다른 시들도 많이 쓰셨는데, 각각 어딘가 눈에 띄는 독특함이 있었다. 가난하고 삶이 어려운 사람들을 깊게 생각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날개

 

이용희

 

매미 울음 어두운 창을 연다

카운트다운을 세는 날개의 밤은 길다

커튼을 찢는 매미의 첫음절

현의 스타카토는 초마다 끊어진다

 

오늘이라는 하늘을 열기 위해

언제부터 손가락을 펴고 꼽았을까

한 주일을 허락받기 위해

어떤 주검으로 살았을까

 

칠 일이라는 선물을 날개에 이고

초를 마이크로로 쪼갠다

리허설도 없이 펼쳐지는 연극의 막

구경 온 하루살이 떼는

매미의 턱시도에 넋을 빼앗긴다

 

나는 백 년의 숨을 위하여

어디에서 그물을 벗으려 버둥였을까

덮고 떠날 홑 겹 날개 지으려

밤이면 줄 하나 그으며 하루를 묶고

아침이면 오늘을 되돌이표로 닫는다

 

 

 

이 말하면 좀 분위기가 깰 것 같지만 매미는 일주일이 아니라 무려 한 달 정도를 산다고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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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0.8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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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명 작가 다비드 사피어의 소설 가족의 영광은 전 세계 18개국 언어로 번역돼 41개국에 출판된 베스트셀러이다. 독일에서만 50만 부가 판매된 이 책은 영화 몬스터 패밀리의 원작이기도 하다. (...) 원작의 배경이었던 베를린을 뉴욕으로 변경하고, 이야기의 틀을 유지하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영화 몬스터 패밀리는 영국 런던부터 이집트까지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하며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어떤 페친 분이 넷플릭스에서 독일 드라마 다크가 유행한다고 하던데, 요새 괜찮은 작품이 많이 나오나 보다.

그나저나 애니메이션에서 내용을 바꾸는 건 잘 되거나 아님 망하거나 하는 어마어마한 도박인데.. 원작 번역본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아이들 두 명이 전부 남자라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등장한다. 딸 두는 게 희망사항인가 ㅋㅋ 어쩐지 여기서 등장하는 엄마 엠마가 좀 이쁘더라. 오히려 개인적으로 몬스터로 변하기 전이 가장 괜찮았던 것 같음.

그러던 중 안동에 있는 가톨릭상지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 주로 경찰 관련 교육 자료로 수업을 진행했고, 이때에도 알게 모르게 굿모닝팝스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다루고, IT 시대를 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리고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간 신문에 종종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쉴 줄을 모르시네; 은퇴를 해서도 계속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데에 영어가 많은 도움이 되셨나보다. 앞으로도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총 2부에 나눠진 글을 꽤 흥미진진하게 봤다. 경찰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었는데, 그런 것도 이 글을 보면서 조금 사라진 듯하다.

 

1월 30일 오후 10시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해서 페이스북과 대학생들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에브리타임에 또래 친구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올렸어요. 그리고 다음날인 1월 31일부터 친구들이랑 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속초로 갔는데, 계속해서 코로나 맵 관련해서 전화랑 메일이 오더라고요. (...) 개발 당시 확진자 수가 10명에서 2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각종 SNS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슈화되면서 이를 공포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뒤 개발을 했다고 한다. 1월 30일날 나 뭐했나 생각해보니 사회복지사 2급 따려고 매달리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내가 좀 초라해보이는데 오히려 이 분 부모님께서는 프로그래머 되는 거 반대하셨다고 한다;; 옛날엔 3D업종이란 소리가 나와서 그러셨던 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프로그래밍이 코로나19 이후엔 되려 젊은이들이 갈 수 있는 최고의 직종으로 바뀐 듯하다. SI/SM 프로그래머는 처우가 워낙 유명하긴 한데.. 처우가 좋다한들 장기간 노동에 격무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라서. 그런 직종이 뜨고 있다니 그렇게 청년들 취업이 힘드나 싶어 조금 씁쓸하달까.

여기서 상표는 고유 명사라기보다 그 물건 자체를 나타내는 보통 명사처럼 기능할 때가 더 많다. 이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말한 문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e broke up with me on a post-it!

이별하자는 말을 포스트잇에다 남기고 떠나버린 찌질한 남자친구에 대해 캐리가 말하는 장면이다.

 

 

 

근데 하필이면 왜 저리 우울한 문장을;; 아무튼 굉장히 유익한 칼럼이었다. 상표의 보통 명사화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Jacuzzi라는 욕조 상표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핑퐁이 원랜 탁구 테이블이었다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룸콕 패키지는 '넷플릭스'나 '티빙'과 같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콘솔 게임기를 설치하거나 도시락 배달, 선물 과자 세트 등 식음료 서비스를 강화해 객실 안에서 먹고 즐길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 언택트 관광지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 제한을 통해 거리두기 여행을 실천하는 관광지' 등의 기준으로 선정됐으며, 경기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경북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길, 대전 한밭수목원 등이 있다.

 

 

후자는 그렇다 쳐도 전자는 그냥 여행지에서 니트되라는 말 아닌가. 옛날엔 집 안에 있음 히키코모리라고 놀리더니 어느 순간에 방콕이라는 순화된 단어가 들어오질 않나, 점점 사람들이 오타쿠화되는 거 같네. 콘솔을 설치하질 않나 ㅋ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이 개봉한다. 영화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게르크에서 선보인 바와 같이 CG를 지양하고 최대한 사실적인 연출을 하기로 잘 알려져 있는 그의 특성은 제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래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테넷에서도 돋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영화관에 걸려 있는 작품들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서;

 

간호사가 본업이었던 베트남계 미국인 케시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조용히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오오 호시조라 린 짱의 이 카드가 현실화된 것이란 말인가. 머리도 쇼트커트인 게 비슷하더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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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연습 열린시학 정형시집 114
김연동 지음 / 고요아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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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미지

ㅡ꿈꾸는 정원

 

햇살이 노란 부리로 어둠 끝을 톡톡 쫀다

 

부서져 깨어나는 금빛 싸라기들

 

일순간 새떼가 날고 환한 꽃이 핀다

 

푸른 물 숲도 깨어 가진 것 다 내놓고

 

수풀 속 정령들이 은결처럼 달려 나와

 

바람길 거칠어지는 마음눈도 열어준다

 

다툼이 일상이 된 시린 포도 위에

 

무서운 꿈을 꾸다 소름 돋는 가슴에도

 

눈부신 하늘이 내려 결 고운 손을 편다

 

 

현대 시조라서 전반적으로 시들이 간결하고 어절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실이 항상 불안한 마음을 지닌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도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유튜브나 자기계발서 같은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주장한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미래에는 더더욱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아가 마음에 분노가 생산된다. 화자도 역사를 돌아보며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정감을 느끼지만, 비극이 되풀이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러나 그는 휘어지는 연습을 하라고 되풀이한다. 괴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란 이야기이도 하지만, 마치 화살처럼 어딘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 땅 위에 사람들이 마구 건물을 지어대는데 우리가 파괴된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보통 없다. 시인이 하는 일은 그저 자연을 찬양하고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시를 쓰는 것뿐이다.

 

시들이 전부 짧은데다 시집이 얇아서 금방 읽으나 내용은 가볍지 않으니 하나하나 뜻을 음미하는게 필요하겠다.

 

4월의 눈

 

너만 꽃이냐고,

꽃만 피면

봄이냐고

 

환각제

가루 같은

눈꽃을 뿌려댄다

 

피다 만

붉은 복사꽃

 

미사보를

쓰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추모미사를 한창 했었는데 그 광경을 묘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ㅎㅎ 나만 그러나 아무튼 짧은 문구인데도 머릿속에는 미사보가 휘날리는 광활한 광경이 펼쳐지는 훌륭한 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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