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재님이 빌려주신 책을 어제 다 끝내버렸다. 버스 안에서 대공황이 진행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1년까지의 간단한 연표를 볼 때는 살짝 졸았지만(...) 그래도 나름 훑어본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파산신청을 하거나 위험하다고 지적된 은행 숫자까지 낱낱이 쓴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나라고 해도 3년 간의 경제신문을 낱낱이 파헤쳐가면서 대공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파악할 시간도 여력도 없으니까. <인사이드 잡>이란 영화에서 본인은 듣도보도 못했던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등장해서 그 동안의 스토리를 모르는 나로서는 살짝 짜증이 났었다. 이 책에서 약간이라도 전후사정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동안 김수행 씨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에 대해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는 학자라는 직업뿐이었다. 이 책에서 학자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을 하시길래 도대체 어떤 학자이신가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끄트머리에 쓰여진 저자의 소개를 살짝 봤는데 <자본론>을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하셨다고 한다. 특히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분이시라고. 그럼 그렇지. 마르크스도 자신의 이론에 끝을 맺지 못해서 말이 많았는데, 이 분도 책의 결말을 매우 애매하게 쓰셨다. 세계는 대공황을 향해서 가고 있다. 소위 이기적인 상위 1% 자본가들의 99% 인간들에 대한 착취 때문에. 그 때문에 99%의 인간들은 각자 지역별로 단결해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해결책을 요약하자면 그게 다이다. (게다가 후자의 주장은 끝부분이 아니라 초중반 부분에서 한 장 분량으로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끝을 보지 않는 사회학 저서들은 나를 참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당황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의 시대를 대공황이라 부르는지 쉽게 설명하려 나름대로 노력한 티가 엿보인다. 뭐 본인도 일단 모르는 문장을 세 번 읽고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숫자에 울렁증을 일으키는 대중들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대놓고 수학공식을 내놓은 그 용기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등장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전세계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생각하는 경제학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