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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 타인과 함께 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 전략, 포용
정현천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청난 속도의 경제발전을 겪은 이후, 우리나라에선 어느새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변해버렸다. 일본처럼 노랭이처럼 변해버린 것도 아니지만, 살가운 이웃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아니다. 어느새 이 책의 부제처럼 포용은 인생의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라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매우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에 맞춰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함과 동시에 협동하면서 살아야 한다. 딱히 비즈니스에서뿐만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정이 너무 지나치게 커지면 친구들에게 돈을 다 '빼앗겨'버리게 될 수도 있으며, 정을 너무 지나치게 아끼면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해줄 친구를 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둘 다 여러모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되어버릴 수 있다. 이 말이 너무 딱딱하게 생각된다면,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윤리학 책을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정현천씨는 이 책에서 존댓말을 쓰면서 자신의 말을 친근하게 해석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듯하지만, 일단 말투에서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향기가 풍긴다. 뭐 그거야 좋게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이 책은 주제와 달리 인문학의 특성을 띄고 있다고 말하기 참으로 어려운 책이다. 이과생이 쓴 인문학 책같은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현실적인 포용'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협상할 때 무조건적인 선의를 보이거나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해관계를 기초로 하여 진행하고, 상대방의 진실을 파악한 다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은행을 사회기관으로 생각하지 말라'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진실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자기 자신을 포용해야 남을 포용할 수 있다는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저작권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수많은 저서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적은 흔적이 많지만, 그렇다고 주제를 해치거나 중심이 없는 글은 아니다. 어려운 저서들의 핵심을 손쉽게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