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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ㅣ 시의적절 10
임유영 지음 / 난다 / 2024년 10월
평점 :
비밀로 사귄 남자친구와 밤에 가는 일도 있다. (...) 밤에 성에 숨어든 사람들은 일부러 다른 사람을 피해주며 걷는다. 어느 날 성벽에 주황빛 조명이 설치된다. 우리는 성벽에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며 다리 위를 걷는다. 성곽이 마주 보이는 건너편의 강변에서 술을 마신다. 담배도 피운다.
1. 생각보다 술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술 친구 이야기는 많이 하는 듯하다. 전에 바텐더로 일한 이야기도 잠깐 등장한다. 술을 마시면서도 많이 마시는 것을 반성하는 듯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듯한데, 술자리 끝나고 돌아가서도 한 병을 산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 그러나 나도 술자리 끝나고 돌아가서도 괜찮을 것 같으면 캔맥주를 사서 들어가곤 하니, 그건 술 취향의 차이라고 보자.
2. 놀라운 건 이 분도 진주 출신이라는 것이다. 진주성 이야기를 하는데, 전남친도 진주 출신이라며 대뜸 진주성을 구경시켜준 적이 있다. 그때 먹었던 육전냉면은 생각보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했었다. 내가 놀랐던 건 진주성 그 자체였다.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진주에서 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진주성 때문에 여기를 벗어나기 힘든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주를 탈출해서도 그곳의 분위기를 시로 쓰게 되고 그걸 무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진진하게 담겨있었다. 시골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곳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진주도 마찬가지인가보다.
3. 그 외 종교라던가 여러가지 나에 대한 연관점이 드러나 있는 책이어서 굉장히 놀랐다. 별로 오래 사귀지도 않았고 전남친들에 비하면 큰 의미도 없던 직전남친의 코드가 이렇게 들어가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탄했다. 아마 별로 해보고 싶지 않았으나 좀처럼 할 수 없을 경험 중 하나로 남겠지(그런다고 해서 다시 잘해볼 생각은 절대로 없다. 예를 들자면, 남은 땡기지 않는 복어를 먹자고 수차례 권하는 사람과 뭐하러? 오래 사귀려면 서로 맞춰줘야 하는데 내가 일방적으로 맞춰줄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