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 개정판
헨리 죠지 지음, 김윤상 옮김 / 비봉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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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의 삶과 철학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은 정말 읽기 버거웠다. 절반과 결론 읽고 미완의 독서로 남겨 놓는다. 발전은 오라! 빈곤은 가라! 평등은 오라! 격차는 가라! 이 길을 향해 온 생을 바친 조지님 발자취는 계속 더듬겠다. 원문이 만연체이나 번역을 더더더! 손보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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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9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고통이 전해집니다. 600페이지가 넘는데 만연체에 번역문제라니.. 🥲

행복한책읽기 2021-03-10 12:08   좋아요 1 | URL
ㅎㅎ 정말 미치는줄 알았어요. 저자의 의도는 알겠는데. 공감도 되는데 난독증을 일으키더라고요. ^^;;;
 














20210309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면. . .  

보름전 안과에 갔다. 

눈에 모래가 잔뜩 낀 듯한 서걱거림과 통증을 더는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의사의 진단은 세 가지였다.

건조증. 검은자 스크래치. 백내장. 

ㅡ 백내장이요? 제가요? 

ㅡ 네. 도수를 아무리 올려도 시력 교정이 안 되시는데요. 백내장이 시작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헐. 의사들은 대개 좋게 말하면 쿨하게 말하고, 나쁘게 말하면 참 싸가지 없이 말한다. 툭 던지듯 내뱉는다. 뭐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래 놓고는 엄포를 놓는다.

ㅡ 건강 검진 받듯 눈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점점 더 나빠지다 안 보이십니다. 

의사는 백내장이 시작되었을 뿐 수술 단계는 아니고 지금은 건조증으로 인한 검은자 스크래치 치료가 급선무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안약을 넣고 나니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서걱거림은 가셨는데, 안압이, 안압이 날마다 높아졌다. 밤에 눈을 감는 것도,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조금씩 무서워졌다.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라니. 기어이 정수리 두통까지 수반되었다. 결국 다시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여전히 쿨하게,  혹은 무신경하게 말한다. 

ㅡ 흠. 검은자 스크래치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좋아져야 시력을 맞출 수 있어요. 약을 좀 바꿔 보죠. 

바꾼 약은 젤 타입이다. 나는 지금 안약을 넣은 생태에서 희뿌연 화면을 보며 타자를 치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임. ㅋ 

어슐러 K. 르 귄 언니(나는 이 작가를 언니로 부르기로 했다. 애트우드 언니처럼. 완전 걸크러쉬다)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를 삼분의 일 정도 읽었다. 잘 이해 안 되는 대목이 간혹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다. 특히 어제 읽은 집, 책, 잠에 대한 에세이는 푹 빠져들어 읽었다. 

나에게 독서는 유희다. 내게도 분명 지적 허영이 있지만 내가 책을 읽는 건 대체로 좋아서다. 즐거워서다. 잘난 척하고 싶어 어려운 책을 골라 읽더라도 그 책이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나는 내려놓는 편이다. 나는 물도 싫어하고 수영도 못하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책이라는 바다에서 깊이 잠수하는 듯하다. 아무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책바다를 유영하노라면 고요와 자유와 희열이 찾아든다. 행복감이 몸속 깊이, 깊이 스며든다. 대체 그 어떤 것에서 이런 환희를 맛볼 수 있단 말인가. 가성비 끝내주는 유희가 아닌가. 르 귄 언니의 말대로 "첨단기술을 뽐내지는 않지만 복합적이고 극도로 효율적"이며 "빛과 사람의 눈, 그리고 사람의 머리만 있으면"(133쪽)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덜커덩, 내 유희를 굴러가게 해주는 바퀴에 제동이 걸렸다. 저 세 바퀴, 빛과 눈과 머리 중 눈에 펑크가 난 것이다. 바람이 쉭쉭 샌다. 바퀴가 쪼그라든다. 데굴데굴 구르지 못하고 픽픽 주저앉는다. 이것은 슬픔이 아니다. 이것은 악몽이 아니다. 이것은 저주다. 책을 읽을 수 없는 세계는 암흑의 세계다. 사람은 어리석어 어둠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예측하고도 밀어내려 한다. 나는 전자였다. 내 눈은 오랫동안 말짱할 거야. 노안도 빨리 안 왔잖아 라면서 좀 기고만장했다. 그 거만함에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것도 엄청 얼얼하게.

나는 책과 오래오래 놀고 싶다. 그러니 눈 관리를 잘하자!!! 

어떤 집의 아름다움은 ‘거주‘를 통해서 활성화하고 채워진다. - P102

이 글을 쓰다 보니 소설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 중 많은 부분이 결국 그 집에 살았던 경험으로 배운 게 아닌가 싶어진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평생 단어로 그 집을 다시 지으려 애써 왔는지도 모른다. - P122

독서는 능동적이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행동이고, 내내 깨어 있어야 한다. 사실상 사냥이나 채집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스스로 말하지 않기에, 책은 도전이 된다. 책은 물결치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 줄 수도, 요란한 웃음소리나 거실에 울리는 총소리로 귀를 먹먹하게 만들 수도 없다. 책은 머릿속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책은 영상이나 화면처럼 눈을 움직여주지 않는다. 스스로 정신을 쏟지 않는 한 정신을 움직이지도 않고, 마음을 두지 않는 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해 주지 않는다. 단편 소설 하나를 잘 읽으려면 그 글을 따라가고, 행동하고, 느끼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실상 그 글을 쓰는 것만 빼고 다 해야 한다. 읽기는 게임처럼 규칙이나 선택지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읽기는 작가의 정신과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작업이다. 모두가 빠져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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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9 1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놀라셨겠어요!! 저는 지난번 안과 다녀온후 온찜질에 인공눈물에 눈 주위뼈 마사지, 영양제 구입, 숲멍때리기등 열심히 챙기고 있어요. 그러다가도 또 잠깐 소홀하면 눈의 피로가와서 정신차리라고 너가 아끼는 책 보렴 이럼 곤란하다고 찰싹찰싹ㅋㅋㅋ같이 힘내요♡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4:10   좋아요 1 | URL
숲멍때리기. ㅋㅋ 이거 넘 좋다요. 네 미미님 우리 같이 힘내 오래오래 책 보자요. 응원 감솨 감솨!^^

새파랑 2021-03-09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를 위해서는 눈건강이 필수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4:11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ㅠㅠ 제가 좀 방심했어요. 행복한책읽기를 위해 눈을 지키자 지키자!!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scott 2021-03-09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젤타입 약이면 행복한 책읽기님 상태 초기인데
동네병원보다 큰병원에서 정확하게 검진을 받아보세요.
요즘은 거의 백내장 수술하지 않고 약으로 지연 시켜요.
넘 걱정 하지 마시고 관리 잘하시면 됩니다.
미미님 말씀처럼 온찜질 인공눈물 눈주위 뼈 마사지!
그리고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 줄이시고
외출시에는 선글라스 착용!

당분간 책은 오디오로만 들으시고 멍! 때리는 시간을 늘리기 ^ㅎ^

행복한책읽기 2021-03-10 18:46   좋아요 1 | URL
잉잉. 큰병원 가기 싫어요. 큰병원 의사들 싫어요. 정말 싫어요.^^;;; 커피 줄이라는 말씀에 허걱 했슴요. 아, 맞다. 카페인이 수분을 앗아간다고 했는데. 물기 촉촉한 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슴다. scott님 페이퍼를 읽어야 해서리 ㅋㅋㅋ 고마워요~~~^^

라로 2021-03-09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어째요?? 저도 눈이 점점 빠르게 나빠지고 있지만, 책님 증상을 들으니 더 심하신 것 같아요. 아직 젊으신데,,,백내장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시길 추천합니다. 햇볕이 백내장을 더 빨리 생기게 한다고 하네요. 안과에서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저도 안 끼던 선글라서 아주 열심히 끼고 다녀요. 백내장 조금이라도 늦추려고요. 스캇님 말대로 약으로도 지연이 된다고 하니까,, 뭐 그래도 안되면 백내장 수술은 간단하니까 넘 걱정하지는 마세요. 백내장 수술 잘하는 의사 찾아서 수술하세요. (저 백내장 수술하는 거 봐서 알아요.ㅋ) 어쩄든 그래도 중요한 것은 연기하는 것이니까 우리 눈 너무 혹사하지 맙시다. 책도 적당히 읽자구요. 아니면 저처럼 대부분 오디오북으로 듣던지요.

얄라알라 2021-03-10 00:29   좋아요 2 | URL
헉, 지금 라로님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거꿀, 거꾸로 가고 있었네요. 햇볕 많이 쬐는 건 근시 증상에 해당하는 처방이었나봐요 백내장은 다르군요^^;; 행복한 책읽기님께 어설픈 조언 드릴뻔 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3-10 18:49   좋아요 1 | URL
앗. 백내장 아주 심각한 건 아니고. 이미 시작은 됐으니 눈 관리 잘하라고 의사가 엄포를 놓은 거예요. 라로님이 저보다 더 걱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 송구합니다. 햇볕이 백내장에 나쁘다고라 ~~~~ 저 햇볕 쬐는 거 엄청 좋아하는데, 오늘은 볕이 좋아 낮에 산책까지 했는데, 선글라스 끼는 거 싫어하는데, 아, 껴야 한단 말입니까. ㅠㅠㅠㅠ 그래도 눈을 보호해야 하니, 책을 오래 읽어야 하니, 이제부터는 선글라스 챙기겠습니다. 고마워요. 비록 온라인 친구지만 간호사 친구 있으니 넘 좋다요 ~~~~^^

얄라알라 2021-03-10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분하게 쓰셨지만, 얼마나 놀라시고 속상하셨을까요? 특히 행복한 책읽기님처럼 책 없는 삶 상상하기 힘든 분께 눈의 변화가 얼마나..

사실 3월 내내 모니터만 보고, 문밖에도 안 나가니 저도 눈이 침침해서 무서워지는 상태인데..

안과가면 늘 햇볕쬐면서 야외활동 많이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눈도 지키고, 오래오래 책 읽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3-10 18:5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든데. 언젠가는, 아주 먼먼 날은 받아들여야겠죠. 흠. 아니다. 그때쯤이면 의학이 발전해서 여전히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 되기를 꿈꿔 봅니다. 북사랑님 고마워요. 햇볕은 선글라스 낀 눈으로 보겠습니다.^^

syo 2021-03-11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눈은 생명줄입니다.
생명을 지킵시다 ㅠㅠ 화이팅...

행복한책읽기 2021-03-12 12:50   좋아요 0 | URL
홧띵!!!^^

희선 2021-03-12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눈을 잘 지켜야 해요 눈에 문제가 있었군요 이번에 받은 약은 괜찮으면 좋겠네요 눈에는 뭐가 좋을지... 마사지 잘 하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3-12 12:51   좋아요 1 | URL
네. 저번약보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20210308 #시라는별 17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국어 교사 서현숙 선생님이 쓴 <<소년을 읽다>>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정말로 반가웠다. 소년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은 후기를 담은 <<소년을 읽다>>는 좋은 책이다. 모든 교사가 읽었으면 좋겠고, 좋은 어른을 꿈꾸는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는 책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집은 내가 이십 대 중반부터 서른 초반까지 즐겨 읽던 시집이었다. 이 시기는 내 생애 가장 많은 시를 읽었던 때이기도 하다. 사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읽은 시들이 태반이었을 것이다. 그 중 정현종 시인의 시들은 내가 가장 이해할 만한 철학이 담긴 시들로 기억하고 있다. 내가 소장한 시집들 중 이분의 시집이 가장 많다.

‘방문객‘은 내가 모르는 시였다. 알아 보니 이 시인의 대표적인 시 ‘섬‘만큼이나 잘 알려진 시였더라. 이 시가 처음 실린 시집은 <<광휘의 속삭임>>(문학과 지성사, 2008)이다. 2015년 문학판에서 출간된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에도 실려 있다.

서현숙 선생님은 소년원 아이들에게 이 시를 읽어 주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47쪽) 


˝애들아, 이 시 어때?˝
˝좋아요!˝ 이 대답은 의례적인 때가 많다. 그래도 ˝나빠요.˝보다는 나으니까.
˝그래, 우리가 만난 것도 이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내가 도운이를 만난 순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지닌 존재로서의 도운이를 만난
거잖아. 그러니 한 사람이 얼마나 어머어마한 존재니, 그치?˝
˝예, 그런데 선생님, 환대가 뭐예요?˝ 
˝환대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의미야. 환영의 대접을 한다는 거지. 이런 대접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좋아요.˝ 
˝최근 환대받아본 경험 있니?˝ 
˝아니요. 참, 여기 국어시간에 오면 환대받아요. 선생님한테.˝ 
˝내 마음을 그렇게 여겨주니 고맙다. 너희들 하나하나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지닌 어마어마한 존재니까, 환대해야지.˝ 

지겨운 코로나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이들이 드디어 등교를 한다. 많은 교사가 저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환대‘한다면 우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 사람은 부서지기 쉬운 존재다. 하물며 아이들이야. 마음의 ˝갈피˝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기는 힘들지만, ‘환대‘는 아무때고 기꺼이 할 수 있다.

봄도 온다. 가지마다 새순이 돋고 꽃봉오리가 맺힌다. 사람도 봄도 환대하리!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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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8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이렇게 월요일 행복한 책읽기님 서재방에 시 한편 사진 한장 손에 쥐고

저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커피차와 냠냠이 놓고 갑니다.

  o
  °
 ┳┳ ∩∩
 ┃┃(・∀・) ☆  ★
┏┻┻┷━O ┏┷┓┏┷┓
┃τнänκ чöü┠☕★┠🥞☆┃
┗©━━©┛ ┗©┛┗©┛



행복한책읽기 2021-03-08 11:17   좋아요 2 | URL
저란 존재도 시도 사진도 몽땅 환대해주는 scott님을 환대합니다.^^ 차와 빵. 맛나게 냠냠 중^^ 저야말로 고마워요~~~^^

희선 2021-03-09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이 많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게 만들... 저는 선생님 무서워서 학교 가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반겨주고 대접해주면 무척 기쁠 듯하네요

행복한책읽기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1:06   좋아요 0 | URL
희선님은 선생님들 무서워하셨군요. 저는 좀 좋은 선생님 몇 분 만났어요. 덕도 봤구요. 희선님 글로밖에 못보지만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여기까지 손걸음(타자로 ㅋ) 해주시는 것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거든요.^^
 
















20210304 #시라는별 16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한자 듬성듬성 낀 이성복 시인의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읽다 잠이 깨기는커녕 잠이 들 지경이라 이규리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로 갈아탔다. 희한한 느낌을 받았다. 외국어를 읽다 모국어를 읽는 편안함. 웬일이니. 한자는 이제 내게 완전한 외국어여서 한글 표기 없는 글은 읽기 힘들어졌다. 꺼이~~~~~ 

내가 이규리 시집 <<당신이 첫눈입니까>>를 읽고 있을 때 syo님이 말했다. "이 시집도 좋지만, 정말 좋지만 저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더 좋아요" 라고. 아직 몇 편밖에 읽지 않아 "더 좋아요"라고는 못하겠고 '암튼 좋다'라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다. 

읽은 몇 편 중 오늘 올리고 싶은 시는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이다. 마지막 세 행에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편안해졌다.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부음 통보는 되도록 받고 싶지 않은 전화에 속한다. 12년 전 딱 저런 상황을 맞은 때가 있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살아계시는 동안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 시처럼 "차일피일" 미루고 "어영부영" 지내다 부음 전화를 받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5월이었다. 

그분은 꽃처럼 절정의 순간을 살다 가셨다.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중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분을 나는 보지 못했다. 너무 열심히만 살고 당신 몸은 돌보지 않아 병이 온 거라고 주위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 말에 그분은 개의치 않았다. 사는 동안도 씩씩했던 그분은 죽음조차 씩씩하게 받아들였다. 참으로 그분다워서 눈물 흘리는 것조차 송구해지려 했다. 그때 하려고 했던 무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나는 아직도 결정을 못 지은 채 "어영부영 놓치고" 산다. 

이규리 시인 덕분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아주 멀지는 않을 언젠가 받게 될 통보를 가볍게,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전화를 받으실 줄만 알던 당신이 내게 전화를 주셨군요. 아, 오늘이 "꽃피는 날"이었군요. 한송이 꽃으로 내게 왔다 향기 듬뿍 뿌려주고 가신 당신. 고맙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라고 덤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면, 꽃매를 당하지 않도록 한 번 더 전화하고, 찾아보고, 노래하고, 웃어야지. 그날 따윈 없어. 지금이 그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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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4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이시는 누군가를 향한 전상서
세상에 없는 존재를 위한 부음, 세상에서 가장 슬픔 부음이네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3-05 22:56   좋아요 1 | URL
근데 전 위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부음이 슬픈 소식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희선 2021-03-05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 제목 봤을 때 저는 김용택 시인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가 생각났습니다 올려두신 시는 슬프군요 뭐든 생각났을 때 바로 해야죠 미루다 보면 못해요 많은 사람이 그러기는 합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3-05 23:00   좋아요 1 | URL
어머. 김용택 시인 저 시 몰랐어요. 희선님 덕에 찾아봤어요. 말랑말랑, 므흣므흣한 시네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이래요. 전화까지 한다는 건 더없이 사랑하는 거겠지요. 희선님께도 그런 사람이 있겠지요.^^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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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경고가 붙은 이 책을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다. 서문과 본문 한 편 읽었는데, 미쳐 버리게 좋다. 생각과 작법의 혼연일체. 흡입력 짱! 시원시원함! 기대 밖 감동까지! 르 귄의 ˝정신과 교감˝하게 될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 만땅!! 잠자냥님께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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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3-03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책장 확장범! 위험경고 발령!ㅎ

행복한책읽기 2021-03-03 19:16   좋아요 2 | URL
에앵에앵. 경고음 발령중. 책 맨 뒤에 저자가 읽은 책 주루룩 수록해 놓았는데. 더 미칠 지경임요 ㅋㅋ

han22598 2021-03-03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치버리게 좋다 ㅋㅋㅋ 느낌이 확 오네요. 저도 르권님 조만간 영접하려 합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03 23:56   좋아요 0 | URL
아. 영접. 좋아요. 좋아.^^

scott 2021-03-04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번역 책갈피 그리고 르귄여사의 문장 !!
모두 모두 맘에 쏘옥 드는 이책
르귄여사의 글 더이상 만날수 없다는 슬픔이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03-05 23:02   좋아요 1 | URL
맞아요. 표지 번역 정말 잘 뽑았아요. 저는 르귄 여사의 글을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계로 이 책을 필두로 천천히 만나볼까 합니다. 먼먼 하늘나라서 표지 저 모습으로 독자들을 내려다보실 것으로 추정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