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행복한책읽기 > 우리의 망각을 반성하게 하는 책

12년 전 기록이라고 뜨네요. 알라딘 서재를 기웃거릴 때가 있었죠. ㅋ 이 저자와 이 책 넘 괜찮아서 북플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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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2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2년 전이면 ㅋ 대단합니다^^

청아 2021-04-02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은 한번더 강조하시는 셈이니 찜~♡

붕붕툐툐 2021-04-02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12년 전!!👍👍 잘 읽어볼게용!!

초딩 2021-04-02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12년전!!!
엄지척입나다!
스샷 떴어요 ㅎㅎㅎ 기록!
 

20210401 #시라는별 24 

갱죽 
- 안도현 

하늘에 걸린 쇠거리기 
벽에는 엮인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볕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 

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 
밥상 모서리 

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 


안도현 시인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삼분의 이 읽었다. 이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갖가지 전통 음식을 시적 재료로 버무려 한 상 가득 차려 놓은 2부가 특히 백미다.

수제비, 무말랭이, 명태선, 물외냉국, 닭개장, 건진국수, 태평추, 돼지고기, 염소고기, 간장게장, 무밥, 콩밭짓거리, 민어회, 물메기탕, 병어회와 깻잎, 시락국, 전어속젓, 매생이국, 대개가 시인이 어릴 적 먹어본 음식들이다. 얼마나 자세하게, 맛깔나게, 구수하게, 정다웁게 표현해 놓았는지, 눈으로 읽기만 하는데 입안에 군침이 돈다. 직접 만들지 않고 그저 먹기만 했을 텐데, 해당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잘도 안다. 확실히 시인의 눈은 남다르다. 어쩌다 음식 시편을 쓰게 되었는지를 시인은 이렇게 밝혔다.

˝음식이라는 것은 기본은 미각이지만 음식을 보기 위해서는 시각이 필요하고, 후각이 필요하죠. 음식을 씹을 때는 청각도 필요합니다. 모든 감각의 총집결체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이 한데 엉켜 있지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7년 11.12월호)

그렇다. 이 시집의 음식 시들은 온몸의 감각 뿐 아니라 기억의 빗장까지 연다. 켜켜이 접혀 있던 기억의 주름을 편다. 소환된 기억들은 꽃게 살 속으로 간장이 스며들듯 몸 속으로 스며든다. 아. 그 추억의 맛들. ˝어릴 적 예천 외갓집에서 겨울에만 먹던 태평추라는 음식˝을 ˝삼십
년이 넘도록 입에 대보지˝ 못한 시인은 그 맛이 너무 그리워 ˝굵은 눈발을 툭툭 잘라 태평추나 한 그릇 먹었으면 하는 간절하게, 간절하게 참 철없이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예천 태평추>)

22편의 음식 시편들 중 내 오감을 제일 자극한 시는 ‘갱죽‘이다. 갱죽은 시래기 따위의 채소류를 넣고 멀겋게 끓인 죽을 말한다. 내 어릴 적 추억의 음식은 김치 국밥이다. 추운 겨울날 엄마가 양은 냄비에 송송 썬 김치와 밥을 넣어 연탄불에 펄펄 끓여 죽처럼 만들어준 김치 국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나는 코를 훌쩍이며 국밥을 떠먹었다.

˝음식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운명체의 기질과 취향과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었던 기억은 가족을 단단히 결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식의 공유는 기억의 공유로 곧잘 이어진다.˝(<백석 평전> 16쪽)

먹는 것이 곧 나를 이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무엇을 먹었는가 뿐 아니라 어떻게 먹었는가 라는 의미도 들어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내가 속한 가족의 구성원들과 어떤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함께 먹었는지 말이다. 밥상을 둘러싼 분위기가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러니 밥상머리에선 교육 같은 거 시키려 들지 말고 그저 하하호호 맛있게 먹는 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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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1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월 첫날에 어울리는 멋진 시와 꽃과 음식(?)이네요~! 즐거운 하루 시작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1 11:1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도 멋진 4월 첫날 보내세요. 봄날과 넘 잘 맞는 이름이어요. 새 파 랑^^

청아 2021-04-01 0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음식을 먹을 때 온갖 감각이 다 쓰이는걸 이렇게까지 생각해 본적은 없었네요?!! 미각만 떠올림..😳안도현 시인의 첫 번째 글을 읽으니 새삼스럽고 신기해요ㅋㅋㅋ덕분에 4월의 시작을 열린 마음으로~♡

행복한책읽기 2021-04-01 11:13   좋아요 2 | URL
감각의 집결체!! 미미님 오늘부터 먹을 때면 오감이 어찌 작동하나 찬찬히 관찰하실 듯하옵니당^^

scott 2021-04-01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월 저녁은 갱죽을! 먹어야 겠어요.
오트밀+그릭요구르트+블루베리+크랜베리+호두넛 -요건 아침
갱죽으로 하루 마무리

4월은 겨울내 찐 거
뺴기 ^ㅎ^

행복한책읽기 2021-04-01 11:16   좋아요 2 | URL
와우. scott님만의 갱죽. 굿아이디어. 달콤상콤시큼 맛이 버무러진 퓨젼 갱죽!! 지는 눈요기만 하는 걸루^^

라로 2021-04-01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징어라기에는 다리가 짧아 보이는데, 아무튼, 거기에 콩나물 넣어서 만든 것 처음봐요!! 저 오징어, 문어 이런 연체류 아주 좋아합니다. 없어서 못 먹는 일인. 😥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군요!!
저는 연탄불 위에서 펄펄 끓인 김치 국밥은 먹어 본 적이 없지만 김치 국밥 아주 좋아해요. 저는 제 식으로 거기에 콩나물과 명란을 넣는데 제 입엔 일미. ㅎㅎㅎ 집에 가면 만들어 먹어야겠다는요.

행복한책읽기 2021-04-01 14:53   좋아요 0 | URL
쭈꾸미에요. 한국에서 잘 먹는 쭈꾸미삼겹살이랍니당. 라로님 못 먹어봤나봐요. 여긴 꽃들이 만발하고 있어요. 연두잎들이 알록달록 꽃들 밀어낼 준비 중요. ㅋ 라로표 김치국밥 일품 요리에 올려드립지요. 명란이라니. 와우^^
 














20210331 낯설다 


보름 전부터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고 있다. 흐음. 낯설다. 아주 낯설다. 그래서 당혹스럽다. 작년에 읽은 <도덕적 혼란>이 정말 좋아서 애트우드 소설을 올해 모조리까지는 아니고 몇 권 읽어 보겠노라 야무지게 약속했건만(나 자신과, 그리고 라로님과 ㅋ), <도덕적 혼란>라는 많이 달라 약속 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녀 이야기>는 책 뒤편에 수록돼 있는 '역사적 주해'를 먼저 읽으면 낯설음이 상쇄될 것 같지만, 나는 아무런 정보 없이 뛰어들었을 때 얻어맞게 되는 이 감각을 즐기는 편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했던가. 절반을 넘어서자 좀 적응되었다. 문체는 여전히 아름답다. 애트우드만의 리드미컬할 시적 문체. 그리고 깊은 사유에서 길어낸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다. 

우리는 한때 체육관으로 쓰던 곳에서 잠을 잤다. - P11

우리는 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서로 속삭이는 법을 배웠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아주머니의 눈을 피해 팔을 뻗어 허공을 가로질러 서로의 손을 만질 수 있었다. 머리를 바짝 붙인 채로 옆으로 돌아누워 서로의 입을 지켜보며 입술을 읽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침대에서 침대로 이름을 교환했다. 알마. 재닌. 돌로레스. 모이라. 준. - P13

이게 내가 꾸며내는 이야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믿을 필요가 있다. 반드시 믿어야만 한다. 이런 것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이게 만일 내가 꾸며낸 이야기라면, 결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언젠가 끝이 나고, 진짜 삶은 그 후에 이어질 것이다. 끝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 P73

우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무시하며 살았다. 무시한다는 건 무지와 달리,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 P101

한심스러울 정도로 행복하다. / 행복은 참 사소한 데서 온다. - P131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남자라면, 그리고 여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어왔다면, 제발 명심해 달라. 당신은 여자로서, 남자를 용서해야만 한다는 유혹이나 기분에 절대 시달리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마라. 정말이지 그런 충동은 참으로 거역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용서 역시 일종의 권력이다. 용서를 구하는 일 역시 권력이며, 용서를 유보하거나 베푸는 일 또한 일종의 권력이다. 아마 그만큼 커다란 권력도 없을 것이다. - P235

이 세레나의 정원에는 어딘지 전복적인 분위기가 있다. 묻혀 있던 것들이 한마디 말도 없이 찌르듯 위로 솟아나 햇볕을 받으며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침묵을 강요당한 것은 자기 소리를 들어달라고 쾅쾅거리기 마련이다. 물론 조용하게. - P264

내 손가락 사이에 쥐어진 펜은 육감적이고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인다. 펜의 권력이, 펜이 내포하고 있는 글의 권력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펜은 질투를 불러일으켜. - P323

밤이 내린다. 아니 이미 내린 지 오래다. 어째서 밤은 여명처럼 솟아오르는게 아니라 떨어져 내리고 저문다고 말하는 걸까? 하지만 일몰 시각에 동편을 보면, 밤이 내리는 게 아니라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름의 장막 너머 검은 태양처럼 어둠이 지평선에서부터 몸을 일으켜 뭉게뭉게 하늘로 솟아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로부터 솟아오르는 연기처럼, 산불이나 도시가 불탈 때 지평선 바로 아래 죽 늘어서 타오르는 불길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아마 밤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내리는지 모른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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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31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혼란>하고는 많이 달라요! 그런데 저는 애트우드 특기와 장점은 이런 SF 장르에서 더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좀 더 읽어보아용~

행복한책읽기 2021-03-31 11:36   좋아요 3 | URL
ㅎㅎㅎ 네. 낯설지만 점점 흥미롭습니다. 구매를 했으므로 증언들까지 읽을 거예용^^ 애트우드만의 특기와 장점!! 더 빛난다니, 그 빛을 향해 열나 노를 젓겠음요. 잠자냥님 응원에 힘이 불끈!!! 고마워요~~~~^^

새파랑 2021-03-31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이책보다 ‘도덕적 혼란‘이 좋다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는지 ㅎ ㅎ (눈먼 암살자 몇년전에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ㅜㅜ) 완독 응원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31 14:59   좋아요 1 | URL
흠흠. 제 생각엔 새파랑님도 도덕적 혼란을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푹 빠져 읽었고 웃고울고 그랬어요. 근데 시녀이야기는 사뭇 다르네요. SF는 올해 도전 종목이 될 것 같아요. 르 귄 언니 덕에 ㅋㅋ 눈먼 암살자 우리 언제 같이 읽어요. 저는 원서 좀 보다 접었어요. 애트우드는 문체가 정말 시적이거든요. 아.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넘의 말의 한계. 저는 내 품에 안기는 한국어로 만족할라구요.^^

새파랑 2021-03-31 15:35   좋아요 2 | URL
원서 읽으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던데 ㅋ 매월 1일은 책사는 날인데 ˝도덕적 혼란˝을 담겠습니다ㅎㅎ 눈먼암살자 표지가 안땡겨서 대기중인데 나중에 행복한책읽기님 읽기 시작하면 따라 읽어봐야겠네요^^

scott 2021-03-31 16: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의 후속작 증언들 보다 그래도 시녀이야기의 서사가 압도적이죠
르귄 여사님에 말씀처럼 픽션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버무린 것이 아닌 지금 이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세련된 언어로 풍자한 진정한 모더니즘 인것 같아요.

애트우드 여사의 최고작은
‘눈먼 암살자‘ 라고 생각 함 ^.^

행복한책읽기 2021-03-31 17:06   좋아요 1 | URL
오호. 눈먼 암살자. 를 최고작으로 선정한 scott님의 눈. 시녀이야기 눈과는 다른 눈^^;; 르귄 언니, SF에 대한 저 정의. 시녀이야기에 정말 딱 들어맞아요. 현실을 어떻게 이렇게 변주할 수 있지.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하며 감탄하고 있어요. 낯섬과 당혹과 설렘과 감탄이 교차 중입니다용^^

han22598 2021-03-31 23:47   좋아요 1 | URL
눈멀 암살자가 최고작인가요? 바로 접수합니다. ^^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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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밤은 견딜 만한가요?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은 잔상이 오래 남는 책이다. 어떤 책은 그 속을 채운 내용보다 그 책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기도 하는데, 이 책은 내용도 에피소드도 오래 남을 것 같다. 나는 켄트 하루프라는 작가를 전혀 몰랐다. 내게 이 저자를 알려준 이는 얼마 전 완독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의 어슐러 K. 르 귄이었다. 켄트 하루프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히 글을 쓰다 불혹을 넘긴 마흔한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생의 대부분을 콜로라도 주의 한 소도시에서 살았고, '홀트'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 소설은 저자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이다. 저자가 죽어가면서 썼다는 이 작품에 대해 르 귄은 감동과 경외감을 느꼈다며 버릴 것이 없는 말들로 가득한 귀한 인생 "보고서"라고 평했다. 사실 이런 리뷰에도 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부터 내 몸과 마음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옳긴 한 건지조차 잘 모르면서도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계속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에게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혹한지에 대해서, 우리들 대부분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갈망하고 얼마나 조금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쓸 수 있었다. / . . . 수많은 소설이 행복 추구에 대해 썼지만, 이 소설은 실제 행복의 빛을 발한다."(<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403쪽) 

나이가 들면, 세상 경험이 많아지면, 세상에 좀 익숙해지면, 사는 것이 수월해지고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렇게 느껴지는 날들,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이 언뜻언뜻 있기는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에피파니(epiphany. 깨달음)가 찾아들었다. 아, 아무리 살아도 삶은 늘 낯설고 힘겹겠구나. 낯섬과 힘듬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거구나.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거구나. 이 깨달음은 세상 모든 사람에 대한 연민의 싹을 틔웠다. 저기, 저 책에, 아주 많은 것을 갈망하지만 아주 조금밖에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이러고 사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삶을 계속 영위해 가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읽지 않고는 배겨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집 식탁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서점으로 달려가는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고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나와 달리 <<밤에 우리 영혼이>>의 에디 무어는 두 발로 천천히 걸어 한 이웃을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애디 무어는 루이스 워터스를 만나러 갔다. 오월,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바로 전의 저녁이었다."(7쪽)

이 책의 첫 문장은 이채롭다. 그냥 '어느 날'이 아니고, "그러던 어느 날"이다. "그러던"이라는 이 짧은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에디 무어가 루이스 워터스라는 인물에게 향하기까지 있었을 무수한 일들과 무수한 감정이 내포되어 있는 은유이다. 에디 무어는 환한 대낮도 아니고 야심한 밤도 아닌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에 루이스 워터스의 문을 두드렸다. 황혼의 시각. 그들이 맞이한 인생의 시각. 숱한 망설임 끝에 당도한 시각이다. 찾아올 까닭이 없는 이의 영문 모를 방문에 어리둥절해하는 루이스에게 에디가 어렵사리 입을 뗀다. 르 귄도 지적했지만 켄트 하루프는 말을 아낀다. 입을 열기까지 에디의 감정이 어떠했을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수 있었겠지만 하루프는 사양한다. 그는 모든 행간을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 버린다. 이것이 하루프 문체의 매력이자 허점이겠다. 나는 대화체로 이루어진 이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들지만 어떤 독자에게는 빈 공간이 많은 헐렁한 문체로도 읽힐 수 있을 테니까. 무튼, 하루프는 직진형이다. 시시콜콜 개입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뒤로 하고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독자들도 같이 끌고 간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 아니, 섹스는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9쪽) ​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이 문장은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력한 문장이다. 배우자를 잃은 지, 자식들이 세상 밖으로 나간 지, 삶의 흥미를 잃은 지 오래 된 70대의 두 노인이 앞으로 어떤 밤을 보내게 될지 궁금증을 던지게 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가장 큰 강력함은 등장인물을 향해 울컥 하게 만드는 연민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숙연해졌다. 마흔 하나에 남편을 잃고 홀로 긴 세월 살아낸 내 어미가 생각나서, 그 언젠가는 나도 겪을 일일지 모른다고(어쩌면 십중팔구) 느껴져서 말이다. 

그리하여 오로지 밤을 견디기 위한 두 사람의 동거 아닌 동침이 시작된다. 그들은 밤에만 만난다.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다 바람을 피웠는지, 어쩌다 결혼하고 어쩌다 아이를 잃었는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등등등. 그 이야기들은 인생의 회한으로 가득하다.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이야기들로. 대개가 그렇듯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현명해 보인다. 루이스가 후회 어린 어조로 토로한다.

"삶이, 결혼이 어때야 한다는 관념 같은 걸 갖고 있었는데 우리의 삶과 결혼은 거기서 멀었어요. 그런 점에서 나는 그녀를 실망시킨 셈이죠. 다른 남자였어야 했어요."(143)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구는 루이스에 비해 에디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기에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다. "눈먼 사람들처럼"(143쪽)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임을 먼저 터득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에디조차 어떻게 해도 태연자약해지지 않는 인생의 단면이 있다. 바로 자식 문제다. 한 아이를 잃고 남은 아이에게 충분히 눈 맞추고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뉘우침, 분노와 억울함이 켜켜이 쌓여가는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에디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런 에디에게 이번에는 루이스가 심장을 마사지해주듯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155-6쪽)

그렇다.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이고, 품을 벗어나면 다른 사람이다. 더 정확하게는 나와는 다른, 또 하나의 인격체이다. 부모의 손을 놓고 부모의 품을 떠나 사는 자식의 삶은 부모의 눈에 대개는 불안하고 미덥지 못하다. 할 수만 있다면 어긋나 있는 그 삶을 고쳐주고만 싶다. 자식은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부모의 눈길이 못 마땅하다. 내가 어때서요, 뭘 해줬다고 그래요, 라고 쏘아 붙이고는 부모로부터 멀리 달아난다. 내 딴에는 애를 쓴다고 썼지만 자식의 삶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때, 무언가를 했는데도 손에 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찾아드는 무력감, 낭패감, 허무함, 그리고 쓸 쓸 함. 당신 인생에 그런 시기가 왔을 때, 그런 감정이 들이닥칠 때, 밤이면 이불 속을 뒤척거려야 할 때, 당신은 남은 나날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라고 이 소설은 묻고 있다. 

에디와 루이스는 인생 70에 모험을 감행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한 만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들뜨게 한 오랜 만의 설렘은 손가락질 따위 가뿐히 뛰어넘게 해주었다. 그들이 나눈 이불 속 동침과 대화는 별거 아닌 듯하지만 아주 별거인 것들이다. '나'라는 존재를 숨 쉬는 존재로 실감하게 해주는 것들이므로. 그들은 서로 나누고 공감하고 어루만졌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사실 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에디 무어가 자신의 발품을 들여 그런 과감한 제안을 하는 이가  꼭 남자여야 했을까 하는 대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설의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인생이 그렇게 마음에 차지 않게 흐르지 않던가. 그러니 나는 내 늙은 날의 밤들을 어찌 견딜 것인지, 그것만 더 고민해 보겠다. 

하루프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플레인송>>도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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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30 16: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셀레이네요
행복한 책읽기님 리뷰를 읽으면서 나의 삶의 에피파니는 무엇인가? 떠올려봅니다.

하루키옹은 자신의 묘비명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
이렇게 적어 놓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전,,,

적어도 끝까지 읽다 간다 ㅎㅎㅎㅎ
라고 적어 놓을까요 ^ㅎ^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7:35   좋아요 3 | URL
scott님 묘비명 간지납니다. 끝까지 읽다 간다. 저는 한 지인에게 말했어요. 나는 책장(책과 함께 화장)할 거야 라고. ㅋㅋ scott님은 지금 모험 중이십니다. 1일 1클래식 페이퍼라는 엄청난 모험을요. 완전 대항해입지요.^^

청아 2021-03-30 16: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르귄님 이번 책 속에 있는 책 중에 번역이 안되어 있거나 절판되어 있는 책들 넘 아쉬워요! 책읽기님 리뷰 구구절절 와닿네요. 이페이지도 저장~♡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7:37   좋아요 4 | URL
그죠그죠. 저는 번역 안 된 책들 중 가장 읽고 싶은 것이 애트우드 단편이었어요. 르 귄 책 읽은 출판사 관계자나 번역자들이 손을 대줄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3-30 1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려고 오늘 책상에 올려놓은 책인데 이렇게 리뷰까지^^ 밤에 읽어야 할거 같습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7:38   좋아요 4 | URL
ㅎㅎ 새파랑님 리뷰도 기대돼요. 저는 이 책 잔잔하니 좋았어요. 여운이 길어요. 흠. 근데 새파랑님은 좀 젊으신 것 같은디 ㅋ

새파랑 2021-03-30 17:47   좋아요 2 | URL
이렇게 멋진 리뷰가 있어서 부담되네요... 잔잔한거 좋아합니다^^ (기준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막 젊지는 않습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3-30 17: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 넘나 좋아요~ 파아란 표지도 좋구요~ 저도 늙어 혼자인 밤에 뭘 해야할지~ 그땐 명상 고수가 되어 혼자가 두렵지 않으면 좋겠네요~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31 09:56   좋아요 0 | URL
그죠. 제목도 표지도 참 맘에 들어요. 네. 명상하기 좋아하고 실천하는 붕붕툐툐님은 명상 고수가 되실 것 같아요. 알라딘 친구들에게도 그 비법을 조금씩 흘려 주세요. 주워 먹게요. ^^

2021-03-31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31 10:04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 저두 문을 닫고 산 시절이 있었어요. 태양이 아니었구나, 샘물이 아니었구나, 공감이란 불가능하구나 라면서 문을 꼭꼭 닫고 산 때가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문을 조금 열어 둘 수 있게 된 건, 리뷰에 쓴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몇 퍼센트의, 어쩌면 0. 00001 퍼센트의 공감에 기대어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요. 북사랑님, 건조한 삶에 이 글이 잠시 단비가 되어 주었나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우리 같이 으샤으샤해요!^^

2021-03-3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4-01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마지막이고 유작이라니... 자신보다 더 윗세대 이야기를 썼군요 나중에 저는 어떻게 지낼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지 않네요 그때는 이렇게 컴퓨터 쓰기 어려울지... 조용히 책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이 소설에 나온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았을 듯합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4-01 11:37   좋아요 0 | URL
나이 든 나를 그리기가 쉽지 않죠. 한 가지 좀 확실한건 희선님도 저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을 거라는 거죠. 돋보기 쓴 모습으로 말이죠 ㅋ

scott 2021-04-09 15: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의 하루프
이달의 당선작을 ~*
축하 합니다.
요책 제가 끌고 가여 ~장바구니속으로~@@@

새파랑 2021-04-09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읽기님 추천으로 읽은 책이라 더 기쁘네요~! 축하드려요^^
 

20210329 #시라는별 23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은 정현종 시인과 더불어 내 이십대의 어두운 터널을 같이 걸어주었던 시인이다. 1997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는 시집 후기에 시인은 이렇게 쓴다.

˝이번 시집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희망 없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시가 나를 구원해주지는 않았으나, 나를 늘 위무해주었다. 혹시 이 시집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나처럼 위무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더 좋은 일은 없겠다.˝

이십대의 나는 희망을 찾아 헤매다 ‘희망 없이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이란 말에 기대어 하루하루 열심히는 아니지만 꾸역꾸역 살았고, 그러는 사이 잘 웃고 잘 떠들고 잘 덤비는 명랑한 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시에서는 점점 멀어져 갔다.

97년으로부터 무려 24년이 흐른 2021년 3월. 지인이 단톡방에 봄날의 풍경과 함께 정호승 시인의 ‘봄길‘을 올렸다. 어느 카페에 적혀 있던 시라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내가 그의 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동안, 그의 시들은 ˝단 한 사람이라도˝라던 시인의 바람을 보기 좋게 배반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위무해왔고 교과서에도 실려 학생들을 위로, 아니 어쩌면 괴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1년 3월 1일. 가수 안치환이 정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디지컬 싱글 ‘봄길‘을 발표했다. 안치환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싶어 이 곡을 지었다며 앨범 발매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길고 지루한 코로나시대를 견디고 있는 모두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봄길’의 주인공입니다​추운 겨울의 한파와 눈보라를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을 꽃피워 내는 언제나 반가운 봄. ​그 봄의 기운을 받아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날들이 오길 기원합니다. ​​​함께 걸을 수 있는 ‘봄길’을 기다립니다.˝
https://youtu.be/8G9ILXSfVi4

남쪽 지방에는 봄꽃들이 벌써 만개했다지. 봄길은 꽃길이기만 할까. 아니아니. 오늘 내가 본 봄길 중 하나는 보도블럭 바닥을 뚫고 올라온 민들레와 이름 모를 풀의 길, 보도블럭 아래 헐거워진 흙들을 부서뜨리며 조금씩 조금씩 길을 내 기어이 햇빛 세례를 받고야 만 의지의 길이었다. 희고 붉고 노란 봄꽃들 뒤에서 아기 속살 같은 연두빛 잎들을 장착하기 시작하는 가지들의 길이었다. 봄길이 아름다운 것은 이런 생명력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생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90년 가을 <<별들이 따뜻하다>> 이후 시인이 7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나이 47세 때였다. 시를 쓰지 않은 6년 동안 시인은 소설을 썼다. 1993년 10·26과 김재규를 다룬 3권 짜리
장편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를 발표했다. 그러나 6년간 소설 작업에 매진하던 시인은 1996년 가을쯤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문학적 기질에 맞는 장르가 있다. 나는 소설에 대한 문학적 기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시적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정 시인은 그 해 10월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해 이듬해 봄 한 권의 시집을 낼 분량을 다 썼다. 그렇게 탄생한 시집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이다. 이 시집은 출판사 추산 15만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보라, 정 시인은 길이 끝났다 싶은 곳에서 또 하나의 길을 발견했다. 다음에는 스스로 길이 되었고, 그 길을 지금도 ˝한없이˝ 걷고 있다. 그 ‘봄길‘을 나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어서 흐릿한 봄날인데도 마음만은 화사한 봄날이었다.

‘봄길‘은 2016년 열림원에서 출간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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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9 08: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집 제목이 너무 강렬하네요^^ 정호승 정현종님 시들 가끔씩 읽으면 정말 좋더라구요. 항상 좋은 시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29 11:04   좋아요 4 | URL
그죠. 두 시인의 시는 참 편안해요. 같이 시를 읽어줘 저야말로 감솨감솨^^

청아 2021-03-29 1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왜 이렇게 강렬한가 했어요. 책읽기님 후기를 읽고보니 그럴 수 밖에 없네요.
이런 사랑에 눈에 띄지 않는 길 바닥의 민들레나 이른 바 잡초를 연결지으시다니 놀랍고 놀랍습니다. 저도 때때로 어떤 꽃 못지않게 피워내는 그 모습들에 시선을 빼앗기거든요.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온 생명을 살리는 것이란 말도 떠올랐어요. 시인의 지향점은 그런 점에서 더 빛나는 듯해요. 너무 좋네요~오늘 글 특히 더요.
책읽기님 책을 쓰셔야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29 11:06   좋아요 3 | URL
그니까. 사랑하다 죽을 것 같았는데 저 시집이 저를 살렸네요. 역설적이게도. ㅋㅋ 미미님 속에도 시인이 살던데요. 올리는 글과 사진으로 보아^^

scott 2021-03-29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온뒤 더욱 초록빛 향기를 품고 있는 민들레, 누군가 강제로 흔들어 뽑지 않은 이상 저자리에서 몇일후 노란색 희망의 꽃이 피겠죠. 행복한 책읽기님은 시인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으쉼 ^0^

행복한책읽기 2021-03-29 11:08   좋아요 4 | URL
그 노란 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 온 뒤라 색들이 더 선명했어요. scott님은 보는 눈이 정말 밝으심^^

희선 2021-03-30 0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만난 어른이 읽는 동화로 나온 책이 생각납니다 제목이 《항아리》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희망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라니, 거기에서 이어진 게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봄에는 꽃만 피지 않지요 봄에 만날 수 있는 연푸른잎이나 풀도 좋아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6:10   좋아요 1 | URL
우와. 희선님 머릿속에는 책들이 정말 많이 들어 있네요. 누르면 나오는 책 자판기 같아요. <<항아리>>는 검색이 안 되고,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찾았어요. 정호승님 책이었다니. 감사합니다. 희선님 리뷰도 찾아 보았음요.^^

붕붕툐툐 2021-03-30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책님의 20대를 함께 걸었다니 시인이 들으면 넘 행복할 거 같아요! 다 만날 때가 있고 헤어질 때가 있는 거겠죠~ 시 다시 읽어도 진짜 좋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6:13   좋아요 1 | URL
그죠. 정호승 시인을 직접 뵌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얘길 못해 드렸어요. 여 또 만나게 되면 꼬옥 알려드려야겠어요. 과연??? ㅋ 시는, 맞아요. 다시 읽으니 진짜 좋네요. 나이 들어 읽으니 더 좋네요. 붕붕툐툐님 행차 해 댓글 남겨주셔 감솨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