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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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듀나 외, 황금가지, 2009년 2월


 황금가지에서 한국 작가의 SF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최근에 한국 작가의 SF단편집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많은 권수가 출간된 것은 아니고 그만큼 다양한 신예 작가들이 발굴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런 현상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꾸준히 SF 단편집이 나올수록 SF 저변이 확대되고 좋은 한국 작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편집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나중에 좋은 SF 장편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작가가 쓴 SF 장편 소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단편집은 크로스로드 기획으로 나왔던 [얼터너티브 드림](복거일 외, 황금가지, 2007년 12월)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간되었다. 일단 눈에 잘 띄는 형광색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이고 시리즈처럼 연결되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계속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음 권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단편집은 총 열 작가의 열 작품이 실렸는데, 적은 작품 수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상당히 두꺼웠다. 과거에 웹진 거울 등에 발표한 작품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신작이 적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을 처음 읽어보는 독자들은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U, ROBOT | 정희자

 이번 단편집에서 몇 안 되는 신작 단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기도 하다. 초반부가 특히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고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들어보렴, 이건 너의 이야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사실은 로봇이고, 네가 살던 세계는 거기보다 200년 후의 미래라는.”
 ― [U, ROBOT](정희자 外, 황금가지, 2009년 2월), 9쪽
 이렇게 첫 문장부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다양한 상상을 할 여지를 주고 있다.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글 자체가 SF 소설로 보일 것을 화자가 미리 말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사실은 먼 미래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하고 있다. 즉, 지금 읽고 있는 내가 사실은 먼 미래의 로봇인데 모르고 있으며 그 진실은 SF소설의 형식으로 우연히 읽게 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렇게 소설 속 허구의 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로 직접 나오려고 하는,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형식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런 방식의 설정은 나도 개인적으로 했던 적이 있고 또 쓰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방식이라 관심을 갖고 읽었고 충분한 재미를 느꼈다. 다만 정작 본문의 이야기는 극히 단순하고 단조로워서 흥미가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발상과 액자 구성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그 안에 벌어진 사건들은 그렇게 동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같은 말이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사건과 음모가 좀 더 진부함에서 벗어나서 새로웠다면, 이야기가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면 이 글 자체의 매력은 훨씬 증가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흡족하게 읽은 편이었고 따스한 글이라서 좋았다.

 박시은 특급 | 곽재식

 곽재식 작가의 글 중에서 다섯 개의 작품을 꼽아보자면 꼭 들어가는 글로써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세 작품만 꼽아도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특급’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만큼 마지막에 강렬하게 터트리는 카타르시스가 인상적인 글이다. 초반에는 박시은이 나오는 SBS TV 단막극 ‘멋지게 세이 굿바이’의 진위여부가 주로 진행되는데 그룹 내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멸시당하는 모습과 심리가 잘 그러져 있다. 굉장히 몰입이 잘 되는 글이고 마지막에 한 번에 역전되는 이야기가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여운이 남는다. 독서가 끝난 뒤에 곧바로 구글로 들어가 직접 검색해 보게 만들 정도로 영향을 준다고 할까. 넷에서만 읽었던 이 작품을 책으로 출간되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반가웠다. 다만 오자 등이 많은 것은 아쉬웠다.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 | 박성환

 이 글은 2004년에 작가가 웹진 거울에 초기에 올린 단편 중에 하나이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18호에 게재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가 텍스트 안에서도 흐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제목이 작품 자체를 이끄는 영향력을 미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혹은 반어적인 부분도 묘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느낌이 든다. 별다른 사건이나 묘사 등이 없고 적은 분량인데도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고 충만한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재미있게 잘 읽었고 짧은 분량 속에서 강렬한 감정과 순간을 잘 잡아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양한 은유로 볼 수 있는 글이기도 했다.

 파라다이스 | 박애진

 [앱솔루트 바디]에 실렸던 {집사}에 이은 두 번째 읽은 SF단편이다. 이 글은 {집사}와 상당 부분 비슷하면서도 또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집사}에서는 화자가 실연을 겪은 여자를 주인으로 모신 로봇이었다면 이 글에서는 화자가 로봇을 조종하는 실연을 겪은 여자이다. 집사에서 여자가 마지막에 달로 떠난다면 {파라다이스}에서는 여자는 달에서 쓰레기장으로 변한 지구로 와 있다. 이런 대비가 꽤 흥미롭게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글은 이후에 쓰인 {파라다이스}가 아닌 {집사}였다. {집사}는 로봇을 화자로 설정했기 때문에 감정의 과잉이 적었고 현실의 문제가 SF 내부에 잘 결합된 방식으로 보였다. 그러나 {파라다이스}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감정이 과잉되는 분위기였고 같은 말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기도 했다. 세밀한 감정 묘사와 차분한 이야기 전개는 좋았고 몇몇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현실의 문제와 SF적인 배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 | 김주영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하란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배경 설정 등이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진부한 설정으로 쓰인 글이라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글이 안정적으로 쓰였다. 구성도 좋았고 마지막에 느껴지는 쓸쓸한 감정도 잘 전달되었다. 이 작가의 다른 단편들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김이환 外, 황금가지, 2008년 7월)에 실렸던 {크레바스 보험사}나 웹진 거울에 실린 {옥션} 등을 떠올리게 하는 평범한 소재를 다룬 소소한 단편인데 앞의 두 단편과 달리 발상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적었다. 차이점은 피상적으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 내에서는 주인공의 감정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독자에게 감성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중요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로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와 감정이었다고 할까. 가슴에 싸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던 글이다.

 우주류 | 정소연

 제2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만화 부문에서 만화 부문을 담당한 {우주류}의 원작 소설이다. 만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의외로 소설보다 만화의 형식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글이 짧고 시각적인 묘사보다는 담담한 서술로 상황 전개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인 정보가 적고 주인공의 내면도 글에서는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만화는 눈으로 보게 되면서 얻는 감성과 정보가 있어서 더 인상적인 느낌이 있다. 물론 먼저 봤기 때문에 느껴지는 차이점도 존재할 것이다.
 바둑에서 유명한 전술 중 하나인 ‘우주류’를 제목을 택하고 바둑과 우주를 연관시켜나간 좋은 소재를 살린 글이었다. 문장이 굉장히 잘 정제된 느낌이라 글을 읽는 맛이 특히 좋은 글이기도 했다. 글이 지나치게 짧고 담백한 까닭에 이 글 안에서 사건이나 상황, 주인공의 내면 등을 독자가 흡수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우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을 바둑과 연관시켜 보여주는 것이 소재의 재미는 있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어떤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깊이 진행되고 더 많은 분량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기여 잘 가거라 | 임태운

 환상문학웹진 거울 58호 독자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그때 넷상에서 처음 읽었는데, 원래 모니터 상으로 글을 잘 못 읽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리 없이 읽은 기억이 있다. 그만큼 흡인력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처음에 한 남자가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서 늘어놓고 있는 것 같은 이 단편은 교차되는 다른 이야기가 합쳐지는 순간, 하나의 커다란 비밀이 드러나면서 극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구성이 잘 짜인 작품이었다. 구조에서 오는 재미가 뛰어나고 화자의 입담도 좋아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미래관리부 | 듀나

 듀나의 {미래관리부}는 학산문화사에서 나오는 무크지 [파우스트 제4호](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 학산문화사(잡지), 2007년 6월)에 수록되었던 단편이다.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미래의 정보와 기술을 전달 받으면서 관리 받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발상은 재미있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조금 단순했다.
 시간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증거 중 하나는 현재 우리 시대에 미래에서 시간이동해서 나타난 존재가 없다는 것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시간이동이 가능한 시대다. 미래에서 후손들이 시간이동을 해서 나타났으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을 보살펴주겠다고 말한다. 전쟁이 사라지고 범죄는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시간 이동이라는 반칙을 통해 나타나는 유토피아다. ‘미래관리부’가 있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상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을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세세한 디테일들이 살아있고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다만 초기 단계를 포착해서 보여주는 만큼, 좀 더 본질적인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듀나의 단편 중에서 그리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읽으니 또 새롭게 시사 하는 점들이 발견되고 큰 기대를 갖고 읽었던 첫 번째보다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었다.

 다섯 번째 감각 |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은 김보영의 초기 중단편을 담은 [멀리 가는 이야기](김보영, 거울 펴냄, 2008년 7월)에 수록되어 읽었던 글이다. 그때도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들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 중 하나였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분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고 발상이나 이야기 역시 신선하고 재미있다. SF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단편 중에 하나다.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재미있는 SF단편이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멀리 가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추천할 때도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정식 출간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읽고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것이라는 사실이 무척 즐겁고 반갑다. SF 중에는 ‘초능력’ 등장하는 소설들이 있는데, 이 단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도 이해할 수 있고 지금도 현실을 비틀면 가능한 현실적인 초능력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와 동일한 물리법칙을 가진 세계이지만 감각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다. 특히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1인칭 여자 화자가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세밀한 감정 묘사가 풍성한 감성을 전달해주고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단편이라 가슴에 잘 와 닿는다. 아름답고 멋진 글이다. 아직 이 단편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단편을 활자로 읽기 위해서라도 이 단편집을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매뉴얼 | 배명훈

 웹진 거울 49호에 실렸던 글이다. 어릴 적부터 동화책 대신 휴대전화 매뉴얼을 읽는 조카가 신비한 창작 동화를 이야기하고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넘겨버리는 것들 속에 엄청난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아이디어를 상당히 좋아한다. 20세기 소년 같이 어릴 적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들이 실제 미래로 펼쳐지면서 벌어지는 파국이나, 최근에 개봉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영화 ‘노잉’ 같은 경우도 비슷한 발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알지 못하는 이면에 환상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터라 개인적으로 취향에 직격하는 멋진 글이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마로하’는 부인을 높여 부르던 말이고, 그 말에서 마누라가 나왔다고 한다. 작가는 모르고 있었으나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처음에 지을 때는 그런 의미인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정확하게 마로하의 뜻이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웹진 거울 33호 기획기사인 ‘배명훈님과의 대담’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매뉴얼을 읽으며 우리 세계와 저 쪽 세계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는, 원래는 같은 세계였다가 떨어져 나왔다는 설정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설정이 맞다. 이름이 그렇게 일치한 건 완전 우연이었다. 마로하는 유목민 세계의 족장, 무당 뭐 그런 존재다. 터키어에서 아내를 "한음"이라고 하는데, 이건 "나의 칸"이라는 뜻이다. 마로+하와 완전히 똑같은 조어법이다. 마로하 쪽 세계에서 마로하의 존재는 족장, 칸이니까, 신기했다. ―――{배명훈님과의 대담}(거울 33호, 기획) 중에서

 작가 배명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는 ‘maroha’이고 지금은 비공개 폴더에 담겨 있지만 연작으로 된 단편 시리즈가 연재되었다. 바로 마로하 시리즈이다. 이 {매뉴얼}은 시리즈에 넣을까 말까 했던 건데,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연대 같은 게 조금씩 안 맞는다고 한다. 일단은 안 넣어져 있다고. 그러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매뉴얼}을 읽고 나서 언젠가 다듬어서 내놓겠다는 마로하 시리즈가 엄청 기대가 됐다.

 배명훈 작가의 단편들을 살펴보면 ‘예언자’ 시리즈라고 해도 될 만큼 ‘예언자’가 등장하는 단편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단편은 가장 어린 예언자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말한 ‘아무렇지도 않게 묻혀버리는 작은 소리들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테마’에 가장 부합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핸드폰 매뉴얼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또 주위를 둘러보며 일상 속 신비가 어딘가에 깃들어있지 않은지 둘러보게 만드는 글이었다.

 리뷰를 마치며

 올해 첫 출간된 한국 작가의 SF단편집. 아직은 신작 위주가 아닌 예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장르 단편집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이번 기회에 좋은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막 단편집이 나오는 시점에서 높은 수준의 완벽한 SF단편집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이 작가들이 펼쳐 보일 작품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SF’ 하면 아직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다. 누구는 아주 어려운 물리학이나 과학기술이 잔뜩 나오는 소설로 생각하고 아니면 반대로 외계인과 초능력, 우주선이 꼭 등장해야 하고 유치한 모험이 펼쳐지는 소설로 생각한다. 그러나 SF는 정의를 내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작품의 스타일과 이야기하는 방식 모두 다양하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SF이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기묘한 그리고 SF 특유의 사고의 확장이나 반전에서 오는 경이감까지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 작가들의 SF 단편집을 시작으로 입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유치하지만은 않은 다양한 색깔의 SF들을 맛볼 수 있다. 읽어라. 한국의 창작 SF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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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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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김정률 외, 로크미디어, 2009년 3월


 [꿈을 걷다](김정률 외, 로크미디어, 2009년 3월)는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클럽 11번째 책이자 장르 단편집입니다. 지금까지 장편만 내놓던 노블레스클럽에서 최초로 장르 단편집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작가 이름부터 아주 화려했기 때문입니다. 판타지와 무협 쪽에서 유명한 작가들이 한 권의 단편집으로 모인 것이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죠. 열두 명이니 영화 [오션스 트웰븐] 같다고 할까요. 이 정도 이름값을 가진 작가들을 이렇게 한 권으로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번이 최초이기도 하고요. 다들 어떻게 이런 작가들이 모일 수 있었는지 신기해하기도 했죠.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모인 만큼 단편집의 색채도 독특했습니다. 보기드믄 무협 단편들이 여러 편 실려 있는가하면, 판타지 단편과 SF도 실려 있는 단편집입니다. 이름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단편들이 많았습니다. 그럼 이제 각각의 단편들에 대한 감상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상이기 때문에 몇몇 단편은 내용 누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세요. 언급되는 페이지 수는 일반본이 아닌 양장본 기준입니다.

 이계의 구원자 | 김정률

 전형적인 이계진입물입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드래곤이 차원을 넘어서 무협 세계로 와서 무림 고수들을 데려오죠. 따라서 이런 무림 고수가 판타지 세계에서 활약하는 인계진입물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하고 진부한 패턴이긴 해도, 이 패턴이 갖고 있는 재미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죠. 보통 장편으로만 쓰이는 이 소재가 단편으로 쓰인 것은 신선했습니다. 작가가 워낙 오랫동안 이런 이야기로 많은 작품은 선보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꽤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이계진입물을 많이 읽은 독자나, 이 작가의 작품들을 상당수 읽은 독자라면 식상할 수도 있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작품이 가볍고 단조로워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구도 | 문영

 이 작품은 월간 판타스틱 2008년 9월호에 실렸었습니다. 차분한 문체가 특징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문체가 아름답습니다. 굉장히 많이 공들인 느낌이 나고, 문장들이 오래 다듬어진 느낌입니다. 제목이 사전에 있는 두 가지 뜻으로도 동시에 읽힌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읽히는 단편이었고 고사를 이용한 글쓰기가 감탄스러웠습니다. 이번 단편집에는 [판타스틱]에 실렸던 주석이 빠져있는데, 단편집으로 처음 작품을 접한 분들을 위해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가(荊軻, ?~BC 227)
 중국 전국시대의 자객. 위나라 하남성 출신으로 연나라 태자 단의 식객이 된 후 진나라가 침략한 땅을 되찾아주든가 진왕 정(진시황)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진나라에서 도망쳐온 장수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 독황의 지도를 가지고 진황을 알현해 암살하려 했다. 그러나 암살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처형당했다. ‘형가 이야기’는 ≪사기≫ ‘자객열전’에 실렸으며, ≪시황제 암살≫≪영웅≫에서도 그려졌다.

 * {구도}는 ‘자객열전’에 짤막하게 언급된 인물 개백정을 주인공으로 ‘형가 이야기’를 다시 쓴 작품.


 꽃배마지 | 민소영

 여러 권의 장편 판타지를 쓴 민소영 작가의 글입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동양적인 배경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설화나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가장 먼저 연상된 것은 바리데기 신화였지요. 막내공주인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임금이 앓아눕고 부모를 위해 모험을 겪는 일 자체가 많이 유사합니다. 이런 시도나 작품 분위기는 좋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한 대로 문장이 많이 퇴고가 덜 되었고, 구성에서 조금 더 압축되거나 늘어났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설화 같은 분위기 자체는 좋았고 몇몇 장면들은 눈에 들어왔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호해지는 결말로 가버렸고 불필요한 부분도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좋은 글이 될 수 있었던 글감이라 특히 아쉬웠습니다.
 
 인카운터 | 윤현승

 한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짧은 환상 단편입니다. 이야기가 딱 예상한 범위 내에서 깔끔하게 진행되고 가게 자체와 주인과 종업원의 캐릭터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주요 구조는 ‘부정적 아이러니’입니다. “계속해서 강박적인 욕망에 매달리다 보면 그 집요한 추구의 결과로 욕망은 성취하겠지만 당신은 파멸할 것이다.”(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기, 황금가지, 199쪽) 동시에 장소와 화자의 매력이 작품 전체를 받들고 있어서 예상한 범위 안에서 패턴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즉, 캐릭터와 장소가 잘 그려져 있고 독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어 흡족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인 것처럼 이후의 이야기들도 자동적으로 상상이 가고, 이 캐릭터들이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으리라는 사실이 기대감을 줍니다. 이 소재를 살려서 연작 단편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삼휘도에 관한 열두 가지 이야기 | 이재일

 이번에 [꿈을 걷다]는 일반본이 출간되기 전에 이벤트 형식으로 양장본이 먼저 출간되었습니다. 이 양장본을 보면 작가마다 앞에 짧게 코멘트가 붙어 있는데 이 작품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작가가 ‘삼휘도’라는 이름을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시기는 출간작으로 첫 번째라 할 수 있는 [칠석야]를 구상할 즈음이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두 가지 소재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했는데 [칠석야]의 만애청에게 지는 바람에 10년이 넘는 세월 뒤로 밀려나 버렸다고 하네요. 그 동안 기법 면에서 다소 변화를 주고 전체 분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뼈대만큼은 당시 만들어 놓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읽으면서 확실히 긴 글을 줄여놓은 느낌이 났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하는 중편입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굉장히 흡인력이 있고 잘 쓰인 글이라 분량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읽어버립니다. 재미있게 읽은 글 중에 하나였고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11월 밤의 이야기 | 전민희

 이 작품은 월간 판타스틱 2008년 12월호에 실렸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좋은 장편을 여러 권 펴낸 작가답게 안정된 문장과 문체가 인상적인 글입니다. 작가의 장편인 [세월의 돌](전민희, 제우미디어, 2004년 12월)에서도 각 달은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죠. 그래서 제목부터 이 작가만의 느낌이 났습니다. 벽난롯가에 빙 둘러 앉아 벌꿀 술을 돌려 마시며 밤새 각자 이야기를 한다는 ‘11월 밤의 이야기’라는 설정부터 좋더군요. 이것은 마치 입담 좋은 이야기꾼들이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또 하나, 이 작품의 제목이 작품 내에 언급되면서 이 작품이 하나의 11월 밤의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한 달 전에 약혼을 한 남자입니다. 그가 약혼을 한 여자는 ‘라일라’라고 하는 수선화처럼 앳되고 버들가지처럼 나긋한 천생 도시 아가씨라고 하죠. ‘나’는 ‘라일라’를 자신의 고향인 솔즈리드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초반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문장은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예상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솔즈리드에 요정의 성과 마귀할멈과 죽은 자를 데려가는 움직이는 섬이 있느냐고?
 물론이다.”(254쪽)


 여기서 말한 ‘요정의 성’과 ‘마귀할멈’과 ‘죽은 자를 데려가는 움직이는 섬’은 각각 초반에 사용된 중요한 암시입니다. 이후 이야기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죠. 이렇듯 이 작품은 단편임에도 세세한 구성으로 짜여 있습니다.

 “응,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나는 모르겠는데 내 손은 아는 것 같다든가, 그런 때 있잖아요.”(256쪽)

 라일라의 이 대사는 후에 드러나는 라일라의 정체에 대한 복선으로 들어간 느낌을 줍니다.

 “이를테면 자기 것을 두고 간 사람은 돌아와야만 하는 법이지요.”(260쪽)

 들판 한 가운데에 있는 수상한 집의 여인. 그녀가 한 말은 주인공이 아니라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라일라에게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죠.

 여인은 나와 라일라를 번갈아 보며 킬킬 웃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셨나요? 정말로 그럴까요?”(263쪽)


 이 부분에서 ‘나’가 가족이라면 몰라도 모르는 사람의 머리카락은 간직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여인은 웃으면서 ‘나’와 라일라를 번갈아 보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작품은 액자 형식으로 이야기 안에서 다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는 또한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시간 구성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여인이 말한 “좋습니다. 오늘 같은 11월 밤에는 매혹적이고, 수많은 뜻을 품고 있는, 애틋하면서도 음산한 이야기가 어울릴 테죠. 그런 것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제가 권하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대가는 비쌀 겁니다.”(266쪽)와 부합되는 이야기입니다.(작품을 다 읽고 나면 그 대가가 얼마나 비쌀지 독자는 체감하게 됩니다.) 또한 라일라가 말한 “아무도 뒷이야기를 모른다면 더 좋겠는데.”(266쪽)와도 부합하죠. 이 단편은 액자 속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연결된 액자 밖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이제 아무도 뒷이야기를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작품 구성이 계속 나선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읽을 때 훨씬 풍성한 이야기들과 설정들을 알아보고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는 단편이었습니다.

 월아 이야기 | 조진행

 분량이 상당히 짧아서 이야기 거리가 없는 글입니다. 깔끔하게 잘 읽었고 쉬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단편집에는 때론 중편 같이 긴 분량의 글이 있는가하면 엽편처럼 짧은 글이 실리기도 하죠. 이 글이 이번 단편집에서 짧게 읽고 넘길 수 있는 글이었죠. 재미있게 읽은 글이었습니다. 이런 소재는 익숙하더라도 역시 이런 소재가 주는 재미 역시 그대로 살리고 있는 글이네요.

 느미에르의 새벽 | 좌백

 감상에 들어가기 전 양장본에 수록된 작가 코멘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써 보는 판타지(혹은 SF?)입니다. 무협의 세계와 달리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가 오히려 집필의 장애가 되더군요. 텅 빈 공간 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허우적거리는 느낌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끄집어내어 구성한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막상 끝내고 나니 재미있어져서 기회가 된다면 또 해 보고 싶은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312쪽)

 참고로 작품 내용 중 컴퓨터 언어에 대해서는 후배 작가인 무악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실 무협 작가이기에 무협 작품이 실릴 것을 예상했고 또 예전에 판타스틱에 발표한 무협 중편을 싣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SF 작품이라서 놀랐습니다. 오래 글을 쓴 유명한 작가답게 안정된 문장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잘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작품의 발상에서 충격을 받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예상한 범위 안에서 진행되어서 약간 실망감이 드는 글이기도 했네요.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해서 글을 아쉽게 만든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이 작품이 끝이 아니고 연작 형태로 다음 편도 이미 쓰셨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이 세계가 진행되고 더 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된다면 그것들이 연결되어서 더 큰 재미를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점은 많은 기대가 되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두 왕자와 시인 이야기 | 진산

 진산님의 두 편의 글을 실었는데 각각 연작 형태의 글입니다. 첫 번째 작품인 {두 왕자와 시인 이야기}는 [청소년문학] 2006년 가을호에 실린 글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가 재미있는데, 메타픽션처럼 이 소설이 나오게 된 사실적인 경위를 그대로 적으면서 능청스럽게 전부다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경위에서 나오는 ‘왕자, 마법, 용, 모험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어진 소재를 전부 사용한 글이라 또한 감탄이 나오기도 한 단편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많이 사용된 익숙한 이야기였지만 액자 형식의 포장도 새로웠고 음유시인의 설정이라든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들이 참 차분하고 좋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죠.

 그릇과 시인 이야기 | 진산

 이 글은 앞서 발표된 글보다 뒤늦게 발표되었는데도 먼저 읽은 글이었습니다. 나중에 발표된 순서대로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하나의 단편이라기보다는 연작 형태로 읽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간 판타스틱 2008년 10월호에 실린 이 단편을 읽은 독자라면 나중에라도 이 단편집을 구입해서 앞의 단편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앞에 발표된 글보다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더 정교하게 많은 것을 담은 글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잘 쓴 글이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에 걸맞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인상적인 연작 단편이라서 그런지 두 편 정도 이 연작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 하지은

 “단편은 무거워야 하고 의미심장해야 하고 투철한 주제 의식으로 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려웠는지 전 단편을 스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알드 달의 [맛]이라는 단편집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읽고 나서 가슴속이 간지럽고 더없이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 그것으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글이 뭔가 말하려는 듯 보여도 결국엔 그저 웃고 끝내자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네,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입니다. 그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시고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402쪽)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적힌 작가의 코멘트가 이 작품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딱 그대로라는 인상이랄까요. 정말 읽으면서 시종일관 유쾌한 기분이 들었고 즐거운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새롭지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도 많지만 이런 유머스러운 위트 넘치는 분위기 자체가 참 따뜻하고 좋군요. 단편집에는 역시 이렇게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단편도 들어가는 것도 이런 여러 작가가 모인 단편집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거름 구덩이 | 한상운

 짧은 분량 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소설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탐미적이고 강렬한 이미지가 잘 드러난 글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호러 소설 같이 보이는데, 무협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독자가 느끼는 공포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과 달리 무협 세계는 워낙 엄청난 능력자들이 살아가는 세계라서 위험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마그니안 | 홍성화

 이 단편집에서 가장 아쉽게 읽은 글이었습니다. 좋은 소재와 내용이었는데, 압축이 지나치게 덜 되었다고 느꼈고 몇몇 부분들이 허술하게 넘어간 것 같았습니다. 일단 처음 사건의 동기가 소설 전체를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너무나 황당하고 우스운 사건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소설 전체가 성립되지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소꼬리에 불을 붙였다가 놀란 소가 뒷발질해서 죽었는데, 그걸 가지고 또 다른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과거를 잊으라고 말하자 복수를 하겠다고 하는 이야기 자체가 지나치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의도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한 것이 보이나,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처음부터 거부감이 확 드는 이야기였다고 할까요. 이런 부실한 받침 위에 전체 소설이 얹혀 있으니 이야기가 전부 다 제대로 읽히지 않습니다. 차라리 아예 이 부분을 빼고 숨겨서 독자의 상상으로 넘기는 게 나을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알 수 없는 저주에 숨겨진 것에 대해서 각자 다양한 상상을 하고 작품을 오히려 풍성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즉, 앞부분을 다 날리고, “난 마그니안이 되고 싶어.”(454쪽)라는 대사로 시작되어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이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세계관과 설정을 설명하고 주입시키기 보다는 보여주기로 일이 진행되면서 설정을 깨닫게 되는 것도 재미 면에서 더 지루하지 않고 좋고요.)
 ‘마그니안’이라는 설정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매력적인 소재가 작품 내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못해서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저주의 배경부터가 이 소재의 매력을 확 죽이는 요소가 아닌가 싶었고요.
 초반 부분에서 넘어가 산적이 쳐들어오는 부분부터 이야기가 정리가 되지 않고 부산스러운 느낌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이야기 전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퇴고가 부족해 보였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들을 날리고 이야기를 단순하고 깔끔하게 속도감을 높였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쟁점은 케이트와 폴인데 그 사이에 벌어진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서 독자가 길을 잃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이앤과의 씬도 불필요해 보였고 혼란만 가중시키는 느낌이었고 베본의 영지 부분도 갑작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마녀도 뜬금없이 등장해서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는데, 앞부분에서 베본의 영지에 마녀가 갇혀 있다는 대사나 서술로 한 번만 언급을 해줬더라도 복선으로 작용하여 글이 훨씬 읽기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분명 그럴 부분은 있었죠. 라크네의 무기를 설명하면서 언급할 수 있었고 아니면 마그니안이 처음 드러났을 때 다른 사람이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생각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마법 병기를 가지고 하는 폴의 싸움도 물론 구성상 처절해야 하지만 좀 지나치게 길고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이미 독자가 그런 싸움을 할 거라는 것을 짐작한 상태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아쉬움이 드는 거지요. 조금 더 잘라내고 속도감 있게 전개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몇몇 세세하게 묘사되고 서술된 곳들은 그리 중요한 부분들이 아니었으니까요.
 읽으면서 {꽃배마지}도 생각이 났는데 두 작품 다 어떤 사건에 의해서 저주가 발생하고 그 저주가 풀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남녀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두 작품 다 저주가 생기는 과정이나 저주가 풀리는 이유, 저주가 풀린 다음에 느껴지는 감동과 여운이 아쉬운 작품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작품 다 저주라는 소재의 특성상 신비하고 환상적이며 음울한 느낌을 내재하고 있는데 반해, 그것들에 효과적으로 개연성을 주고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만큼 ‘저주’라는 소재가 굉장히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리뷰를 마치며

 12명의 작가들이 펼친 13편의 이야기들. 우선 이런 단편집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부터 반가웠고 작품들도 대부분 재미 면에서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국내 장르 단편집들 중에서 단순히 느껴지는 재미 면에서는 상위에 드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운 단편도 있었지만 또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단편도 있었습니다. 원래 단편집의 특성 상 모든 단편이 마음에 들 수 없는 법이죠. 최소 한 두 편의 단편만 건져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 단편집은 그 정도는 아니었고 좋은 단편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년 이런 단편집을 기획하겠다고 말한 만큼 다음 단편집 역시 기대가 됩니다. 특히 장르의 특성상 보기가 힘든 무협 단편들이 무척 재미있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산의 무협 단편집 빼고는 국내에 무협 단편집이 나온 적이 없었는데, 이런 형태로나마 무협 단편을 접할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재미있었고 다음에도 또 읽고 싶어졌습니다.
 최근 주류문학은 단편에만 집중된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반성하면서 다양한 장편문학상들이 신설되고 지원금도 장편 쪽에 집중하며 장편 중심의 계간지도 생기는 등 장편 위주로 체계가 바뀌는 모습입니다. 현재 장편을 쓰고 있는 작가들도 많은 상태이고요. 그러나 장르소설은 반대로 그 동안 장편에만 집중된 시스템에서 단편집도 나오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느 경우든 편식은 좋지 않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장편과 단편이 조화를 이룰수록 더 많은 작가들이 발굴되고 더 좋은 작품이 나올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편이라는 형식이 갖는 미학과 재미도 따로 존재하는 만큼 독자들도 장르 단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을 반기고, 또 장르 작가 지망생들도 무턱대고 장편부터 쓰는 게 아니라 단편소설도 많이 읽고 써서 발전해 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장르 단편집들이 출간되고 다음에는 기성 작가들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책을 안 읽은 장르 독자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무협과 판타지 세계를 넘나드는 즐거운 장르 소설의 매력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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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길들여지지 않아?! 1 - De.light Novel
구로카와 미노루 지음, 무토 쿠리히토 그림, 강인수 옮김, 다카사키 토오루 원안 / 신영미디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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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길들여지지 않아?!


다카사키 토오루 원안

구로카와 미노루 지음


  『늑대는 길들여지지 않아?!』는 신영미디어의 라이트노벨 브랜드인 디라이트노벨로 출간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러브코미디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라이트노벨답게 판타지적 설정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은 늑대로 변할 수 있다. 야마가미 일족의 유타는 스와베의 공주이며 어릴 적 소꿉친구인 히나를 수고하게 된다. 여기서 오랜만에 재회한 히나와는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면서 마음이 엇갈리고, 중간에는 큰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러브코미디물의 기본적인 공식이다. 소꿉친구라는 설정이나, 둘이 재회해서 갈등을 겪고 오해를 풀게 되는 방식들은 진부하다. 뻔한 패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패턴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재미 역시 존재하고, 이 소설은 그런 재미를 어느 정도는 전달하고 있다.

  액션 쪽은 어떨까? 이 소설은 주인공이 늑대로 변신할 수 있고, 학교에는 신비한 비밀을 갖고 있다. 이런 판타지적 설정으로 인해 액션이 펼쳐지고 그로 인해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같이 위험을 타파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게 된다. 액션이 글의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글의 도구로써 들어간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이 글은 전형적인 러브코미디 물의 공식으로만 쓰인 글이다. 새로움이나 신선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아주 형편없는 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훌륭한 글도 아니었다. 평범한, 지나치게 평범해서 오히려 해가 되는 글이었다고 할까. 이런 글이 나온 이유는 후기를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원안을 쓴 다카사키 토오루는 후기에서 ‘정통파 Boy Meets Girl’을 만들자는 게 의도라고 했다. 즉, 이 작품은 원안을 쓴 작가의 의도대로 정통파 보이밋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느꼈던 의아함이 비로소 풀렸다고 할까. 원안을 쓴 사람은 의도대로 작품을 잘 썼다. 이런 의도를 몰랐기 때문에 계속 글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엄청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거나, 완벽하게 새로운 소설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라이트노벨의 기본 정석 혹은 전형적인 보이밋걸류의 소설이란 어떤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이 소설은 충분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건부터 이야기 전개, 등장인물, 몇몇 장면들까지 전부 전형적인 글이라 아쉬움이 컸지만 어떻게 보면 기본을 잘 지킨 글이기도 했다. 라이트노벨을 읽고 또 쓰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참고삼아 읽어볼만 하다. 라이트노벨을 쓴다면 이 소설이 정석이므로 최소한 이 정도 이상은 써야 한다는 생각과 이런 전개 패턴을 넘어선 새로운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면 좋은 라이트노벨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나서 새로운 요소가 적어서 아쉬움이 컸지만, 인물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애정이 갔고 다음 권에는 이런 전형적인 전개를 탈피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들었다. 계속 같은 패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음 권에 거는 기대치가 높다고 할까. 시작은 기본적인 전개로 되었을지도 몰라도 권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새롭고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러브코미디에 집중하고 있고 그만큼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은 유치하더라도 서로 오해하고 변화하는 감정들을 읽는 재미가 꽤 있다. 다음 권에는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이들의 감정은 어떤 식으로 부딪치고 발전될지 기대되는 글이기도 하다.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와 공주의 이야기. 다음에 또 두 사람이 겪을 사건들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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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2-1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윈픽스님, 오랜만에 리뷰 당선 축하하러 찾아오게 되네요.
축하합니다.^^

twinpix 2009-02-19 02:01   좋아요 0 | URL
앗, 축하 감사합니다!^^~~
 
조아헌터 1 - De.light Novel
오사코 준이치 지음, BUNBUN 그림, 이선영 옮김 / 신영미디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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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아헌터


  ― 조아헌터 비긴스


  세상에는 수많은 히어로물이 있다.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스파이더맨 등등. 히어로, 즉 영웅. 영웅의 삶은 멋지고 환상적인가? 아니다. 다들 고민을 안고 있고, 영웅이 되기 위해 겪은 희생과 각오가 필사적이다.

  조아헌터 1권은 또 다른 영웅의 탄생기이다. 그러나 처절하게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담담하다. 목 위만 남긴 채, 목 아래가 전부 사이보그화가 되어도 동요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이하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고 그 동안 있었던 히어로물들과도 차별화된 점이다. 그의 파트너인 사이보그 여자는 어떠한가. 사이보그답게 역시 주인공처럼 갈등을 보이는 모습이 없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어두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지만, 일관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며, 설정 등이 특이하지 않지만 ‘죠’라는 캐릭터 자체는 특이한 편이다. 뻔한 히어로물이 새롭게 읽혀지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조아헌터는 어느 가상의 미래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즉 SF라고 할 수 있는데, SF적 장치가 하드하다거나 전문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SF에서 느낄 수 있는 설정과 재미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이 소설이 재미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문장은 엉성하고 이야기 전개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주인공의 강인한 정신과 무신경함이 건조한 문체에서 더욱 드러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많은 라이트노벨이 소개되었지만,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의 라이트노벨은 그 동안 몇 작품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런 작품이 또 소개되어서 반갑기도 하다. 라이트노벨은 무엇보다도 자유분방함이 그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형식도 어떠한 장르도 어떠한 이야기도 다 다룰 수 있는 젊음의 무한한 패기로 쓰인 소설이 바로 라이트노벨이 아닐까. 그렇다면 매번 학원물에서 유쾌한 소설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낯선 미래 시대에서 모든 걸 잃고 히어로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채 어둠 속에 헌터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도 있을 법하다. 이런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강렬한 재미 역시 라이트노벨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중에 하나일 것이다.

  구성이 안정되어 있었고 이야기도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편이라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었다. 전형적인 면은 많지만 그렇다 해도 국내에서는 별로 시도조차 되지 않는 설정과 내용이라서 재미있었다. 세세한 디테일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고, 이야기 전개가 빠르다보니 급작스러운 느낌을 주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야기가 꽤나 강렬해서 뇌리에 인상이 깊숙이 박혔다.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이야기가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로 강렬한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재미있었다.

  1권에서 이미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완결성이 높기 때문에 2권이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한 소설이기도 했다. 2권이 빨리 나오기를. 이제 조아헌터로 되살아난, 아무도 모르는 어둠 속 영웅이 되어 살아가게 되는 주인공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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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타임 패러독스


  ― 시간관을 심리학으로 바라보기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시간관을 갖고 있다. 또한, 사회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빨리’가 습관화 된 나라라고 한다. 그에 반해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여유가 넘친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과연 이런 시간관의 차이는 왜 오는 것이고, 여기에 따라 무슨 현상들이 일어나는가.

  타임 패러독스. 이 책은 바로 이런 시간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시간관을 소재로 잡고 있다. ‘시간’ 자체를 탐구한다기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관’이 그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품는 것은 금물이다. 이 책이 시간의 본질을 밝히고 시간에 대해서 모든 걸 파헤쳐놓지는 못한다. 이 책은 단지 시간을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대해야 할지 다루고 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지극히 당연한 소리만 늘어놓았기 때문에 읽고 나서 허탈할 수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주는 책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은 무척 흥미롭고, 심리학과 시간이 결합되는 부분들은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죽음으로 생이 끝난다는 기본적인 전제부터 시작하고 있다. 시간의 유한성을 통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시간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 다시 말해 당신에게 할당된 해, 달, 시간, 분, 초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관찰하며 일생을 보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가 해온 연구로 최대한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38쪽)


  이 책은 심리적 시간관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적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획기적인 시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평소에 알고는 있었어도 명확하게 규정지어서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게 되는 기회를 맞게 된다. 평소에 그냥 별 생각 없었던 자신의 시간관을 돌아보게 만들고 거기서 파생되는 타임 패러독스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관을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과거부정적 시간관

  과거긍정적 시간관

  현재숙명론적 시간관

  현재쾌락적 시간관

  미래지향적 시간관

  초월적인 미래 지향적 시간관


  또한, 이 책에는 재미있게도 ZPTI(짐바르도 시간관 검사)와 TFTPI 검사를 해보라고 말하는데, 이건 자신의 시간관을 체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책에 있는 표에 작성한 후 홈페이지에 있는 점수표를 참고하면 되는데 한 번 연필을 들고 해보는 것도 자신의 시간관을 파악하기에 유용할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평소에 알 수 없는 자신의 시간관을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크해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 다음에는 각 시간관을 갖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예를 들어주는데, 그냥 어렵게 이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고 읽는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또 아닌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곳곳에서 시간관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깨달을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간관을 갖고 사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중간 중간에 다양한 인용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도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분위기를 환기하는 요소이고, 시간에 대해 여러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용들이기도 해서 재미있다.


  이 세상은(그리고 시간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배우일 뿐이지.

  그들은 등장하고 퇴장해.

  그리고 한 사람이 자신의 생애에 여러 역할을 맡게 되지.

  ― 윌리엄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92쪽)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

  ― 조지 산타야나(93쪽)


  태초에 인간을 빚은 그 진흙으로 마지막 인간을 빚어냈고

  마지막으로 수확할 곡식의 씨앗을 이미 뿌렸으니,

  창조의 첫 아침 최후의 심판 날 새벽에 읽게 될

  기록을 이미 쓴 것이다.


  어제, 오늘의 광기가 마련되었고

  내일의 침묵, 승리, 절망도 준비되었으니

  마셔라! 어디서 왔고 왜 왔는지 알지 못하는 인간이여

  마셔라!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르는 인간이여

  ― 오마르 하이얌(99쪽)


  내가 찾고자 한 것을 구하지 못한다면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꿈, 숨결, 덧없는 즐거움의 거품.

  일주일을 울부짓게 하는 일분의 환희를 살 자가 누구인가?

  장난감을 얻고자 영원을 팔자는 또 누구인가?

  달콤한 포도 한 알을 얻고자 포도나무를 죽일 자는 또 누구인가?

  ― 윌리엄 셰익스피어《루크리스의 능욕》(261쪽)


  다행히 자연법칙은 비교적 한결같은 편이라, 우리는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관계를 밝혀내거나 불안정성의 원인을 규명하기도 한다. 심리학파 중에서도 특히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는 과거가 우리 삶의 경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법칙이 당구공의 진행 경로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100쪽)


  이렇게 심리학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읽는 것은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원래 프로이트가 사용한 독일어 단어는 ‘Es'로 영어로는 대명사 ’It'에 해당하는 단어라든가 ‘과거 재구성하기’ 파트에서 일어나지 않은 과거를 기억하게 되는 사례들이 자세하게 소개 되면서 얻는 지식들은 매우 유용하게 읽혔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을 통해 과거가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과거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차분하게 펼치고 있다. 이미 유명한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가 참여한 책이기 때문에 글은 논리정연하게 적혀 있고 흡인력이 상당히 높다. 이런 책들은 으레 잠이 쏟아지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쉽게 읽히는 터라 빨리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누구나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게 적혀 있다.(현재도 이슈가 되는 ‘테러’ 같은 것을 예로 들기 때문에 쉽게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중간에 ‘시간과 육체의 건강’ 장에서 ‘식사와 체중’에 관한 일화로 오프라 윈프리가 필 백그로 박사에게 전용기를 보내서 데려온 뒤에 ‘저희가 왜 뚱뚱한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물어서 답변하는 일화 같은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과거를 다룬 다음에는 현재를 그리고 현재를 다룬 다음에는 미래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시간대마다 자신이 어떤 시간관을 가지면 좋을지 조언을 해준다. 현재를 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주기도 하고 과거부정적과 과거긍정적의 차이점을 알려준다. 특히 미래지향적인 삶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가나의 축구팀을 예로 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더욱 이해가 편하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이 책은 그렇다고 어느 한 시간관이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각각의 시간관은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 사람이 매 순간을 단 한가지의 시간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적절한 시간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시간관들을 구분하고 항상 긍정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명확한 언어로 규정짓고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을 오랜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제시하는 책인 것이지, 사람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주목적인 자기계발류와는 다르다. 그런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과학적 근거와 사례들을 확인하고 이해를 돕는 책이 바로 이 책, 『타임 패러독스』인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시간관을 분석하고 제시함으로써 때론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치우쳐져 있는 사람들에게 균형 잡힌 새로운 시간관을 일러주는 책이다. 어디나 균형이 중요한 법이다. 그러나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단 어떤 시간관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 자신이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지 새롭게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시간관을 직접 파악하게 만들고, 또한 각각의 시간관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이제는 각 상황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런 시간관이 올바로 잡히는 순간, 우리는 자아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시간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그러한 태도와 관련해 발생하는 행동들도 바뀔 수 있다고 낙관한다.(402쪽)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혹은 삶의 방향을 제시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그런 건 널려 있는 자기계발류 책들을 참고하는 게 훨씬 좋다. 지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갑자기 시간 활용을 잘 하게 될 자신은 없고, 새로운 내가 될 수도 없다. 물론 잘못된 시간관을 경계하게 되고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효과는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저자들도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그런 조언과 가이드 역할까지 할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이 제시하는 방식이나 하는 이야기는 요약하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들이고 긍정적인 태도와 올바른 시간관을 갖자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부정적인 시간관은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시간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소리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시간관을 나누는 방식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또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를 가기 전에 심리학적으로 시간에 대해 접근하고 사례들을 소개하고 여러 연구들을 언급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고 어떤 조사 방법과 사례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적격일 것이다. 시간에 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은 최근에 나온 책이며 읽기에 수월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시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보고 싶다면, 또 ‘시간관’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무척 재미있는 책일 것이다. 시간에 관해서 심리학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며, 인간은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목표 달성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삶의 의미까지 닿게 된다.


  사람은 마음먹는 만큼 행복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즐기며 낭비한 시간은 낭비된 것이 아니다

  ─ 버트런드 라셀


  달라이 라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이 더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크게 성공하거나 이름을 날릴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한 몸매나 완벽한 애인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는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은 완전한 행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도구입니다."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건설하는 능력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우리는 그저 그 도구를 사용할 시간만 내면 된다.(340-341쪽)


  이렇듯 책에서는 '행복'에 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을 가는 길목은 균형 잡힌 시간관이 정신을 유연하게 만들어 장애물들을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한 시간씩 다른 모든 일은 덮어두고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러한 시간은 어디서 빼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행복해진 시간을 내는 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점이다.(344쪽)


  과거의 행복: 행복한 추억을 재생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을 활용하라, 현재의 행복: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라, 미래의 행복:행복을 추구하라, 변화를 수용하는 법 배우기 : 하루 동안 일탈하라, 행복을 선택하기

  등등 행복에 관해서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책에서는 시간은 행복을 발견한 무수히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고 현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무조건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서 각박하게 살아야한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균형 잡힌 시간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행복의 가치와 시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시간이다. 그 선물을 기꺼이 주고 기꺼이 받자. 온전하게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면서 행복을 선택하자.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를 즐기고 미래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자신을 풀어주자.(350쪽)


  이따금 평생에 걸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결정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결혼을 한다거나 아이를 갖는다거나 변호사나 예술가, 전기기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거나 하는 결정들 말입니다. 행복해지겠다는 굳은 결심 ─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들에 대해 배우고 더욱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겠다는 ─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확실한 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마음에 새기면 남은 삶은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 달라이 라마(349쪽)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갖게 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할 확률이 높다. 최근에 이루어진 영국의 한 연구는 세 개의 긍정적인 시간관 ― 과거긍정적, 미래지향적, 현재쾌락적 시간관 ― 에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고, 과거부정적 시간관과 현재숙명론적 시간관에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으며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가진 것으로 규정했다.(412쪽)


  우리는 한정된 시간 위에서 살고 있고 벗어날 수 없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면, 그 시간에 대해서 오히려 더 파고들어서 자세히 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껏 자신이 어떤 시간관을 가지고 살아왔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고 단순하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언들과 전략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간은 곧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남은 시간, 남은 삶, 남은 인생, 앞으로 즐길 이 모든 순간들에 대해서.


  각 시간관에 관련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보여주긴 했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균형 잡힌 시간관을 발달시키면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적당한 미래지향적 성향과 현재쾌락적 성향, 그리고 충분한 과거긍정적 성향이 섞인 시간관이 우리가 제안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관이다. 상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각 시간관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시간을 최대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당신의 시간은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하며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소중한 시간을 행복과 목적,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추구하는 데 써야 한다.

  (중략)

  우리는 어제 발견한 것에 감사하며 오늘 발견하는 것에 경탄하고 내일 찾게 될 것에 희망을 품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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