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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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듀나 외, 황금가지, 2009년 2월


 황금가지에서 한국 작가의 SF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최근에 한국 작가의 SF단편집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많은 권수가 출간된 것은 아니고 그만큼 다양한 신예 작가들이 발굴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런 현상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꾸준히 SF 단편집이 나올수록 SF 저변이 확대되고 좋은 한국 작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편집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나중에 좋은 SF 장편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작가가 쓴 SF 장편 소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단편집은 크로스로드 기획으로 나왔던 [얼터너티브 드림](복거일 외, 황금가지, 2007년 12월)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간되었다. 일단 눈에 잘 띄는 형광색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이고 시리즈처럼 연결되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계속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음 권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단편집은 총 열 작가의 열 작품이 실렸는데, 적은 작품 수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상당히 두꺼웠다. 과거에 웹진 거울 등에 발표한 작품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신작이 적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을 처음 읽어보는 독자들은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U, ROBOT | 정희자

 이번 단편집에서 몇 안 되는 신작 단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기도 하다. 초반부가 특히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고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들어보렴, 이건 너의 이야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사실은 로봇이고, 네가 살던 세계는 거기보다 200년 후의 미래라는.”
 ― [U, ROBOT](정희자 外, 황금가지, 2009년 2월), 9쪽
 이렇게 첫 문장부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다양한 상상을 할 여지를 주고 있다.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글 자체가 SF 소설로 보일 것을 화자가 미리 말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사실은 먼 미래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하고 있다. 즉, 지금 읽고 있는 내가 사실은 먼 미래의 로봇인데 모르고 있으며 그 진실은 SF소설의 형식으로 우연히 읽게 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렇게 소설 속 허구의 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로 직접 나오려고 하는,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형식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런 방식의 설정은 나도 개인적으로 했던 적이 있고 또 쓰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방식이라 관심을 갖고 읽었고 충분한 재미를 느꼈다. 다만 정작 본문의 이야기는 극히 단순하고 단조로워서 흥미가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발상과 액자 구성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그 안에 벌어진 사건들은 그렇게 동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같은 말이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사건과 음모가 좀 더 진부함에서 벗어나서 새로웠다면, 이야기가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면 이 글 자체의 매력은 훨씬 증가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흡족하게 읽은 편이었고 따스한 글이라서 좋았다.

 박시은 특급 | 곽재식

 곽재식 작가의 글 중에서 다섯 개의 작품을 꼽아보자면 꼭 들어가는 글로써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세 작품만 꼽아도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특급’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만큼 마지막에 강렬하게 터트리는 카타르시스가 인상적인 글이다. 초반에는 박시은이 나오는 SBS TV 단막극 ‘멋지게 세이 굿바이’의 진위여부가 주로 진행되는데 그룹 내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멸시당하는 모습과 심리가 잘 그러져 있다. 굉장히 몰입이 잘 되는 글이고 마지막에 한 번에 역전되는 이야기가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여운이 남는다. 독서가 끝난 뒤에 곧바로 구글로 들어가 직접 검색해 보게 만들 정도로 영향을 준다고 할까. 넷에서만 읽었던 이 작품을 책으로 출간되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반가웠다. 다만 오자 등이 많은 것은 아쉬웠다.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 | 박성환

 이 글은 2004년에 작가가 웹진 거울에 초기에 올린 단편 중에 하나이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18호에 게재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정서가 텍스트 안에서도 흐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제목이 작품 자체를 이끄는 영향력을 미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혹은 반어적인 부분도 묘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느낌이 든다. 별다른 사건이나 묘사 등이 없고 적은 분량인데도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고 충만한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재미있게 잘 읽었고 짧은 분량 속에서 강렬한 감정과 순간을 잘 잡아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양한 은유로 볼 수 있는 글이기도 했다.

 파라다이스 | 박애진

 [앱솔루트 바디]에 실렸던 {집사}에 이은 두 번째 읽은 SF단편이다. 이 글은 {집사}와 상당 부분 비슷하면서도 또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집사}에서는 화자가 실연을 겪은 여자를 주인으로 모신 로봇이었다면 이 글에서는 화자가 로봇을 조종하는 실연을 겪은 여자이다. 집사에서 여자가 마지막에 달로 떠난다면 {파라다이스}에서는 여자는 달에서 쓰레기장으로 변한 지구로 와 있다. 이런 대비가 꽤 흥미롭게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글은 이후에 쓰인 {파라다이스}가 아닌 {집사}였다. {집사}는 로봇을 화자로 설정했기 때문에 감정의 과잉이 적었고 현실의 문제가 SF 내부에 잘 결합된 방식으로 보였다. 그러나 {파라다이스}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감정이 과잉되는 분위기였고 같은 말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기도 했다. 세밀한 감정 묘사와 차분한 이야기 전개는 좋았고 몇몇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현실의 문제와 SF적인 배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 | 김주영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하란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배경 설정 등이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진부한 설정으로 쓰인 글이라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글이 안정적으로 쓰였다. 구성도 좋았고 마지막에 느껴지는 쓸쓸한 감정도 잘 전달되었다. 이 작가의 다른 단편들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김이환 外, 황금가지, 2008년 7월)에 실렸던 {크레바스 보험사}나 웹진 거울에 실린 {옥션} 등을 떠올리게 하는 평범한 소재를 다룬 소소한 단편인데 앞의 두 단편과 달리 발상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적었다. 차이점은 피상적으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 내에서는 주인공의 감정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독자에게 감성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중요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로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와 감정이었다고 할까. 가슴에 싸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던 글이다.

 우주류 | 정소연

 제2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만화 부문에서 만화 부문을 담당한 {우주류}의 원작 소설이다. 만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의외로 소설보다 만화의 형식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글이 짧고 시각적인 묘사보다는 담담한 서술로 상황 전개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인 정보가 적고 주인공의 내면도 글에서는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만화는 눈으로 보게 되면서 얻는 감성과 정보가 있어서 더 인상적인 느낌이 있다. 물론 먼저 봤기 때문에 느껴지는 차이점도 존재할 것이다.
 바둑에서 유명한 전술 중 하나인 ‘우주류’를 제목을 택하고 바둑과 우주를 연관시켜나간 좋은 소재를 살린 글이었다. 문장이 굉장히 잘 정제된 느낌이라 글을 읽는 맛이 특히 좋은 글이기도 했다. 글이 지나치게 짧고 담백한 까닭에 이 글 안에서 사건이나 상황, 주인공의 내면 등을 독자가 흡수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우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을 바둑과 연관시켜 보여주는 것이 소재의 재미는 있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어떤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깊이 진행되고 더 많은 분량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기여 잘 가거라 | 임태운

 환상문학웹진 거울 58호 독자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그때 넷상에서 처음 읽었는데, 원래 모니터 상으로 글을 잘 못 읽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리 없이 읽은 기억이 있다. 그만큼 흡인력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처음에 한 남자가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서 늘어놓고 있는 것 같은 이 단편은 교차되는 다른 이야기가 합쳐지는 순간, 하나의 커다란 비밀이 드러나면서 극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구성이 잘 짜인 작품이었다. 구조에서 오는 재미가 뛰어나고 화자의 입담도 좋아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미래관리부 | 듀나

 듀나의 {미래관리부}는 학산문화사에서 나오는 무크지 [파우스트 제4호](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 학산문화사(잡지), 2007년 6월)에 수록되었던 단편이다.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미래의 정보와 기술을 전달 받으면서 관리 받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발상은 재미있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조금 단순했다.
 시간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증거 중 하나는 현재 우리 시대에 미래에서 시간이동해서 나타난 존재가 없다는 것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시간이동이 가능한 시대다. 미래에서 후손들이 시간이동을 해서 나타났으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조상을 보살펴주겠다고 말한다. 전쟁이 사라지고 범죄는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시간 이동이라는 반칙을 통해 나타나는 유토피아다. ‘미래관리부’가 있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상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을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세세한 디테일들이 살아있고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다만 초기 단계를 포착해서 보여주는 만큼, 좀 더 본질적인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듀나의 단편 중에서 그리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아니었지만, 두 번째 읽으니 또 새롭게 시사 하는 점들이 발견되고 큰 기대를 갖고 읽었던 첫 번째보다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읽었다.

 다섯 번째 감각 |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은 김보영의 초기 중단편을 담은 [멀리 가는 이야기](김보영, 거울 펴냄, 2008년 7월)에 수록되어 읽었던 글이다. 그때도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들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 중 하나였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분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고 발상이나 이야기 역시 신선하고 재미있다. SF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단편 중에 하나다.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재미있는 SF단편이 다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멀리 가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추천할 때도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정식 출간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읽고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것이라는 사실이 무척 즐겁고 반갑다. SF 중에는 ‘초능력’ 등장하는 소설들이 있는데, 이 단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도 이해할 수 있고 지금도 현실을 비틀면 가능한 현실적인 초능력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와 동일한 물리법칙을 가진 세계이지만 감각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다. 특히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1인칭 여자 화자가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세밀한 감정 묘사가 풍성한 감성을 전달해주고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단편이라 가슴에 잘 와 닿는다. 아름답고 멋진 글이다. 아직 이 단편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단편을 활자로 읽기 위해서라도 이 단편집을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매뉴얼 | 배명훈

 웹진 거울 49호에 실렸던 글이다. 어릴 적부터 동화책 대신 휴대전화 매뉴얼을 읽는 조카가 신비한 창작 동화를 이야기하고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넘겨버리는 것들 속에 엄청난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아이디어를 상당히 좋아한다. 20세기 소년 같이 어릴 적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들이 실제 미래로 펼쳐지면서 벌어지는 파국이나, 최근에 개봉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영화 ‘노잉’ 같은 경우도 비슷한 발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알지 못하는 이면에 환상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터라 개인적으로 취향에 직격하는 멋진 글이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마로하’는 부인을 높여 부르던 말이고, 그 말에서 마누라가 나왔다고 한다. 작가는 모르고 있었으나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처음에 지을 때는 그런 의미인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정확하게 마로하의 뜻이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웹진 거울 33호 기획기사인 ‘배명훈님과의 대담’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매뉴얼을 읽으며 우리 세계와 저 쪽 세계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는, 원래는 같은 세계였다가 떨어져 나왔다는 설정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설정이 맞다. 이름이 그렇게 일치한 건 완전 우연이었다. 마로하는 유목민 세계의 족장, 무당 뭐 그런 존재다. 터키어에서 아내를 "한음"이라고 하는데, 이건 "나의 칸"이라는 뜻이다. 마로+하와 완전히 똑같은 조어법이다. 마로하 쪽 세계에서 마로하의 존재는 족장, 칸이니까, 신기했다. ―――{배명훈님과의 대담}(거울 33호, 기획) 중에서

 작가 배명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는 ‘maroha’이고 지금은 비공개 폴더에 담겨 있지만 연작으로 된 단편 시리즈가 연재되었다. 바로 마로하 시리즈이다. 이 {매뉴얼}은 시리즈에 넣을까 말까 했던 건데,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연대 같은 게 조금씩 안 맞는다고 한다. 일단은 안 넣어져 있다고. 그러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때문인지 {매뉴얼}을 읽고 나서 언젠가 다듬어서 내놓겠다는 마로하 시리즈가 엄청 기대가 됐다.

 배명훈 작가의 단편들을 살펴보면 ‘예언자’ 시리즈라고 해도 될 만큼 ‘예언자’가 등장하는 단편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단편은 가장 어린 예언자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작품에 대해서 작가가 말한 ‘아무렇지도 않게 묻혀버리는 작은 소리들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테마’에 가장 부합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핸드폰 매뉴얼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또 주위를 둘러보며 일상 속 신비가 어딘가에 깃들어있지 않은지 둘러보게 만드는 글이었다.

 리뷰를 마치며

 올해 첫 출간된 한국 작가의 SF단편집. 아직은 신작 위주가 아닌 예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장르 단편집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이번 기회에 좋은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막 단편집이 나오는 시점에서 높은 수준의 완벽한 SF단편집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이 작가들이 펼쳐 보일 작품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SF’ 하면 아직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다. 누구는 아주 어려운 물리학이나 과학기술이 잔뜩 나오는 소설로 생각하고 아니면 반대로 외계인과 초능력, 우주선이 꼭 등장해야 하고 유치한 모험이 펼쳐지는 소설로 생각한다. 그러나 SF는 정의를 내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작품의 스타일과 이야기하는 방식 모두 다양하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SF이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기묘한 그리고 SF 특유의 사고의 확장이나 반전에서 오는 경이감까지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 작가들의 SF 단편집을 시작으로 입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유치하지만은 않은 다양한 색깔의 SF들을 맛볼 수 있다. 읽어라. 한국의 창작 SF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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