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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헌터 1 - De.light Novel
오사코 준이치 지음, BUNBUN 그림, 이선영 옮김 / 신영미디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조아헌터
― 조아헌터 비긴스
세상에는 수많은 히어로물이 있다.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스파이더맨 등등. 히어로, 즉 영웅. 영웅의 삶은 멋지고 환상적인가? 아니다. 다들 고민을 안고 있고, 영웅이 되기 위해 겪은 희생과 각오가 필사적이다.
조아헌터 1권은 또 다른 영웅의 탄생기이다. 그러나 처절하게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담담하다. 목 위만 남긴 채, 목 아래가 전부 사이보그화가 되어도 동요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이하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고 그 동안 있었던 히어로물들과도 차별화된 점이다. 그의 파트너인 사이보그 여자는 어떠한가. 사이보그답게 역시 주인공처럼 갈등을 보이는 모습이 없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어두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지만, 일관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며, 설정 등이 특이하지 않지만 ‘죠’라는 캐릭터 자체는 특이한 편이다. 뻔한 히어로물이 새롭게 읽혀지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조아헌터는 어느 가상의 미래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즉 SF라고 할 수 있는데, SF적 장치가 하드하다거나 전문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SF에서 느낄 수 있는 설정과 재미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이 소설이 재미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안정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문장은 엉성하고 이야기 전개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주인공의 강인한 정신과 무신경함이 건조한 문체에서 더욱 드러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많은 라이트노벨이 소개되었지만,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의 라이트노벨은 그 동안 몇 작품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런 작품이 또 소개되어서 반갑기도 하다. 라이트노벨은 무엇보다도 자유분방함이 그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형식도 어떠한 장르도 어떠한 이야기도 다 다룰 수 있는 젊음의 무한한 패기로 쓰인 소설이 바로 라이트노벨이 아닐까. 그렇다면 매번 학원물에서 유쾌한 소설만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낯선 미래 시대에서 모든 걸 잃고 히어로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채 어둠 속에 헌터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도 있을 법하다. 이런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강렬한 재미 역시 라이트노벨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중에 하나일 것이다.
구성이 안정되어 있었고 이야기도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편이라 충분히 만족스럽게 읽었다. 전형적인 면은 많지만 그렇다 해도 국내에서는 별로 시도조차 되지 않는 설정과 내용이라서 재미있었다. 세세한 디테일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고, 이야기 전개가 빠르다보니 급작스러운 느낌을 주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야기가 꽤나 강렬해서 뇌리에 인상이 깊숙이 박혔다.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이야기가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선명하게 기억될 정도로 강렬한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재미있었다.
1권에서 이미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완결성이 높기 때문에 2권이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한 소설이기도 했다. 2권이 빨리 나오기를. 이제 조아헌터로 되살아난, 아무도 모르는 어둠 속 영웅이 되어 살아가게 되는 주인공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