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데니오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재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사건』의 후속작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보다 뛰어난 재미를 가졌다.(이건 전작보다 나은 후작 없다는 속설을 깬 것인데 영화 터미네이터1을 능가한 터미네이터2를 생각나게 한다.) 전작은 낯선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미 익숙한 세계관에서 주인공의 활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장르를 한 가지로 말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장르적 요소들이 녹아 있다.(책 속으로 갈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 다양한 추리를 벌이게 되는 미스테리 구성,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코믹 요소들, 사랑하는 이를 되찾겠다는 로맨스, 그리고 여러 패러디 메타픽션까지.) 세계관은 우리 세계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전혀 다른 역사도 많고 80년대 배경임에도 복제가 자유로운 높은 과학기술을 가진 세계이다.(네안데르탈인을 되살려 내고, 도도새를 살려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빛나게 해주는 요소는 모든 사람들이 문학에 빠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의 이름을 따거나 셰익스피어를 낭송하는 자판기나 문학범죄가 일어나는 세계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상적으로 보이는 멋진 세계관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우리 주인공의 매력은 어떠한가. 서즈데이 넥스트.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사랑스런 여자 주인공은 마치 미국 드라마 <앨리어스>의 주인공 시드니 브리스토를 연상시킨다. 뛰어난 능력과 어떤 상황에서 침착한 대응 능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기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얽혀드는 일.(또, 아버지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항상 딸을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는 점 등) 물론 서즈데이 넥스트는 FBI가 아니라, 리테라텍(특수작전망 27과 문학 관련 범죄 부서) 소속이지만 말이다.(때론 부업으로 17과의 좀비, 흡혈귀 사냥도 뛰지만.:D)
『제인에어 납치사건』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구성이 전통적 서사 방식을 따랐기 때문에 진부한 느낌을 주는 게 단점이었다. 즉, 대체로 이야기 진행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예정된 결말로 치달을 것이다. 이에 반해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의 이야기 방식은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탈피한다. 다양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주인공을 미궁으로 몰아놓는다. 이에 독자는 진행 방향을 전혀 예측하기 힘들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 한 가지 사건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의 재미보다 몇 배로 더 재미있다고 할까? 우연의 일치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고, 느닷없이 셰익스피어의 유실되었다고 알려진 희귀본 '카르데니오'가 나타나고, 시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아버지는 세계가 다음 주면 종말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골리앗 주식회사는 포의 시 '갈가마귀'에 갇힌 잭 시트를 꺼내오라고 압박한다. 그리고 넥스트에게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하는데. 모든 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는지 궁금하여 책을 조금이라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전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한 흡인력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작보다 더 멋지고 감동스럽게 결말을 맺은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충분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1권을 읽을 때는 이 시리즈가 이토록 재미있고 환상적이고 멋질 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1권이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면 2권은 이 세계관이 갖고 있는 재미를 최대한 펼치기 시작한 책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시간이동이라는 소재라면 환장하는 편이라서 시간경비대가 존재하고 시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무척 인상적이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1권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상을 받았던 장면은 첫 장면에 서즈데이에게 아버지가 주위의 시간을 멈춰놓고 갑자기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중요한 요소로 이 소설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라 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과 세계에 속박받지 않는 제3의 요소가 결합되면서 이 책의 재미는 훨씬 다양해진다. 바로 책 속으로 들어가는 모험이다. 허구 속 세계에서 허구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까지 현실 세계에 나타나 모험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큰 재미를 느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이 소설에서 서즈데이 넥스트는 책 속 인물들에게 자신은 책 속 인물이 아니고 바깥 세상에서 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들은 서즈데이 넥스트 역시 책 속의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묘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다. 가상현실 속에 또 다른 가상현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위대한 유산』이나 카프카의 작품이나 『잃어버린 세계』 등 여러 아는 작품들이 나올 땐 괜히 반가웠고, 또 이름만 듣고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은 어서 다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래야 앞으로 또 소설 속 다양한 인물들이 모험에 참여할 때 웃으면서 그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전작이 나온 후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나왔다. 그리고 다음 편은 아직 출판사에서 계획이 현재 없다고 한다. 갑자기 영어를 배워 원작을 읽고 싶어질 정도로 서즈데이 넥스트 시리즈에 반해버렸다. 시간을 넘나들고 문학 책 속을 넘나드는 서즈데이 넥스트 요원의 멋진 모험을 아직 더 지켜보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나 후편이 번역된다고 해도 참고 기다려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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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도 재미있으셨나요?

twinpix 2007-08-22 22:40   좋아요 0 | URL
전작에 비해 두 배는 재미있더라고요. 능청스런 농담으로 이뤄진 요술 같은 세계에서 다양한 말장난들과 재치들이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이 책의 묘미는 또 시리즈라는 점일 텐데, 다음 권들을 언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좀 안타까웠고요.^^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있는 장르소설을 읽은 듯해요.

유스케 2007-08-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도, 작가 이름도 낯설기만 하군요..ㅡ.ㅜ 요즘 들어 내가 본 책들은 빙산의 일각이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아직까지 읽을거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기쁨이기도 하지만요.. 제인에어 납치사건과 함께 이 책도 제 목록에 슬쩍 올려봅니다..

twinpix 2007-08-23 22:26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은 책들이 있죠. 'ㅁ' 저도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뭐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은비뫼 2007-08-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족스런 책읽기셨음이 느껴지네요. 서평만으로도 꽤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

twinpix 2007-08-23 22:26   좋아요 0 | URL
예상보다 더 재미었어요. 제목이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으로 나와서 왠지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프레이야 2007-08-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만 읽어봐도 꽤 흥미진진한 책인가 싶으네요. 저에겐 낯선 작가에요^^
님도 오늘숫자가 대단하네요! 뭔일인지..

twinpix 2007-08-23 23:15   좋아요 0 | URL
2001년도에 첫 책을 출간한 작가고 국내에도 두 편 밖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고요. 또, 장르 쪽이라 많이 알려지진 않았죠.^^ 소설 전체가 재미있는 농담들이 난무하는 책이에요.^^

책향기 2007-08-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려면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먼저 읽어보는게 좋은가요? 아님 따로 읽어도 되나요? 님 리뷰 읽으니 재밌을거 같네요^^

twinpix 2007-08-24 12:31   좋아요 0 | URL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먼저 읽어보셔야 해요. 인물 소개나 세계관 등도 미리 나와 있고, 또 바로 연결되는 내용이 많거든요. 'ㅁ'/~

비로그인 2007-08-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 납치사건은 단숨에 읽었는데..잠깐 잊고있었는데 이걸 읽어봐야 겠네요 ^^

twinpix 2007-08-24 12:32   좋아요 0 | URL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전작은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그래도 무리없이 잘 읽었고요.^^

뽀송이 2007-08-2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먼저 읽어봐야 하는군요.^^
이 책 꽤 흥미로울 것 같아서 관심이 갑니다.^^

twinpix 2007-08-28 22:17   좋아요 0 | URL
네, 독특하고 재미있어요. 온갖 황당무계한 설정들을 능청스런 구라로 납득가게 이야기하는 소설이죠.^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