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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삶을 살았다. (예전과 달리 체력이 팍팍 달리는게 느껴져, 나이가 들었다는걸 새삼 깨닫고 슬펐...;;) 다행히 일은 잘 진행되어서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약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개발진 입장에서야 가장 여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암튼, 덕분에 짬을 내서 이렇게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Hope : A Tragedy
- 소설 / Shalom Auslander / Riverhead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책이다. 한 남자가 뉴욕 근교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농장을 사서 귀농을 결심한다. 그런데 그 농장의 헛간 위층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쥐를 잡겠다며 위 층으로 올라간다. 그 곳에서 그는 오래된 타이프라이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고 있는 한 냄새나는 노파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노파는 자신이 안네 프랑크 라고 주장하는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먹고 사는 오늘날의 유대이즘에 대한 풍자가 느껴지는 책이다.

 

 

The Snow Child
- 소설 / Eowyn Ivey / Reagan Arthur Books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어느 불임부부가 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이들은 집 앞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같이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눈사람은 사라지고 작은 발자국이 숲 속으로 사라져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부에겐 나무 사이로 언뜻 붉은 여우와 함께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 아이가 현관 문 앞에 나타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스릴러가 될 수도 있는 스토리. 과연 어느 쪽일까?

 

 

Bringing Up Bebe

- 육아 / Pamela Druckerman / Pengin Press

 

지난해 에이미 추아의 "Tiger Mother"가 육아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육아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국인 엄마로, 주변의 프랑스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자라고 있다는데 놀라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아이들이 "인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너무 자유롭게 자라고 있다는 지적은 오늘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Londoners : The Days and Nights of London Now--As Told by Those Who Love It, Hate It, Live It, Left It, and Long for It

- 지역 / Craig Taylor / Ecco

 

런던은 출장으로 딱 보름 머물렀던 기억밖에 없지만, 주변에 은근히 런던에 한동안 살았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유럽 지역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이유도 크겠지만, 영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런던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런던이라는 도시에 관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감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 결혼 / David Finch / Scribner Book Company

 

저자 이름을 보고 잠깐 놀랐는데, 그 데이빗 핀치가 아니라 작가 데이빗 핀치란다.(홈페이지 이름도 davidfinchwriter.com 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고록은 많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건 바로 저자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점이다.(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증세가 나은 "자폐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저자 스스로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Nine Algorithms That Changed the Future

- 컴퓨터 / John MacCormick, Chris Bishop / Princeton Univ Press

 

하는 일과 관련되서 더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IT 일반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속도의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글이 사용하는 인덱싱 기법이라던가, 패턴 인식 기법 등 최근의 IT 를 움직이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법들을 개괄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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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2-03-0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번째 두번째 책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저의 관심 순서가 딱 이 순서대로네요 ㅎ
음 근데 혹시 그 데이빗 핀치는 핀처가 아닌지 ; 다른 핀치님이 또 계신 건가요?
왠지 핀치와 핀치가 아니라 핀치와 핀처를 헷갈리신 것 같아..서 아핫 ;;
글구보니 핀치와 핀처도 그렇지만 린치까지 있어서 더 그렇네요.
데이빗 핀처 데이빗 핀치 데이빗 린치 ; 이런 데이빗들 ㅋ;

turnleft 2012-03-08 02:04   좋아요 0 | URL
와, 이런.. 그 펀치가 아니라 핀처였네요 ㅋㅋㅋ 아 쪽팔..;;

다락방 2012-03-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지마요!

turnleft 2012-03-08 02:04   좋아요 0 | URL
아니 뭐, 그게 제 맘대로 되는건 아니어서..;;
다락방님이야말로 우울해 하지 마요!!!
 

갈수록 이 넘의 게으름은 왜 점점 더 심해지는지.. ^^;

지난번에 간단 리뷰 올린 이후로 읽은 책들이다. 역시나 길게 리뷰는 못 쓰고, 이렇게 간단하게 기록을 남기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I Knew You`d be Lovely

- Alethia Black 지음 / Broadway Books / 09.03 ~ 09.19 / ★★★★★

 

사실 내가 읽은 책의 표지는 더 심플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표지가 더 나아 보인다. 저자의 첫 작품집인데, 데뷔작에 실망한 작가들이 여럿 있지만 이 책은 나름 재밌게 읽었다. 20대 후반 ~ 30대 정도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주라고 생각되는데, 이 정도면 한국에 번역 출판되도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줌파 라히리에서 디아스포라적 감수성을 뺐다고 보면 얼추 비슷할 듯.

 

 

2010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 : 칼

- 이승우 외 지음 / 문예중앙 / 09.20 ~ 09.25 / ★★★★

 

한국 문학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별 4개지만, 개인적으로 수상작 [칼]은 별로였다. 깔끔하게 완결을 짓던 아니면 여운을 남기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의식만 드러내고 어정쩡하게 멈춘 느낌이다. 물론 문제제기만으로 유의미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권력 이라는 주제를 21세기에 새삼 복기해내는 단편이 과연 어떤 시대정신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까?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09.26 ~ 10.01 / ★★★★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나를 쿡쿡 찔러 부끄럽게 만든다. 한세기 전 작가의 글로부터 오늘의 내 위선이 까발려지니,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은 이토록 보편적이구나 싶다. 별 다섯을 줘도 충분한 책이다만, 아무래도 당시의 정치적 프레임 하에서 씌여진 글이다보니 글의 비판 대상이 오늘의 독자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고, 그 주장이 다소 고루한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로라, 시티

- 케빈 브룩마이어 지음 / 김현우 옮김 / 10.03 ~ 10.07 / ★★★★

 

소설의 발상은 훌륭했으나, 그걸 100% 살려내는 글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현실의 로라 이야기와, 저승(?)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 아닐까. 두 개의 이야기가 시간적으로 병렬 배치되었을 뿐, 서로 어우러지기보다는 그저 주의를 분산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온 듯 하다. 그래도 인류 멸망을 다룬 소설 중 가장 참신했다는 점에서 기억해 둘만한 책이다.

 

 

Click

- Linda Sue Park 外 지음 / Scholastic / 10.10 ~ 10.15 / ★★★★

 

Linda Sue Park 이 첫 삽을 뜨고 그 뒤를 이어 9명의 작가가 릴레이 식으로 바톤을 이어받아 한 편의 장편소설을 구성하는 식으로 씌여진 책이다...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단편으로 읽어야 마땅한게 아닐가 싶다. 챕터간의 연결이 작위적이고 개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개성을 읽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만, 사실 닉 혼비 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것도 뭐라 할 말이 없고. 나한테는 그냥 무난했다고 해야겠다.

 

 

두근 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지음 / 창비 / 10.17 ~ 10.20 / ★★★★★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 놓는 감상인데, "참 얄밉게 잘 썼다" 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독자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슬프게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분노하게 할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해야할까. [웰컴 투 동막골] 같은 느낌? 그래서 "웰메이드 상업소설" 이라고 하면 작가가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이건 엄연히 칭찬이다. 별 다섯개를 아무 책에나 주지는 않는다.

 

 

높은 성의 사내

- 필립 K. 딕 지음 /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 / 10.24 ~ 10.26 / ★★★★

 

공항에 있는 서점에서 뭐 읽을만한게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집어든 책.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미국이 2차대전에서 패배했다는 가정 속에 풀어나간 가상 역사 소설이다. 하지만 SF 거장으로서의 저자 명성에 비하면 내용이 다소 심심했고, 번역마저 매끄럽지 못하게 계속 걸그적 거리는 느낌이라 그리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소심하게 별 3개는 차마 못 주고 있을 뿐이고...

 

 

American Pastoral

- Philip Roth 지음 / Vintage / 10.28 ~ 12.03 / ★★★★★

 

처음 읽는 필립 로스 였는데, 무모하게도 원서로 읽기 시작해서 무려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었다. 이 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문장 선사해주는 작가, 절대 아니시다. 어순이 뒤바뀐 것은 기본이고, 수많은 가정법과 시제 전환은 여간 집중해서 읽지 않고는 제대로 문장을 따라잡기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미국"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 또 있을까. 퓰리처 상 수상작이 날 실망시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존 카첸바크 지음 / 이원경 옮김 / 비채 / 12.04 ~ 12.15 / ★★★★

 

[American Pastoral] 을 읽고 나서 머리 좀 식히겠다고 집어들었는데, 읽고 나니 더 어지러웠다 -_-; 무려 653 페이지의 장대한 분량에 비하면 스토리는 매우 단순한데, 아마 스토리 자체보다는 미친(?) 사내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서술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효과들(날 어지럽게 만든)이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영화였다면 좀 더 스릴 있게 봤을지도. 소설이 되기엔 "왜 하필이면 주인공인가" 라는 부분이 좀 약하지 않은가 싶다.

 

 

어떤 동네

- 유동훈 지음 / 낮은산 / 12.15 ~ 12.18 / ★★★★★

 

내가 찍는 사진의 90% 이상은 풍경 사진인데, 사실 나는 풍경 사진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처럼,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이 더 좋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나는 사람들을 향해 렌즈를 들이대지 못한다. 내가 타인의 삶을 그저 한갖 피사체로 소비하고 있는게 아닐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은이가 바로 그들 중 한 명 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어서, 어설픈 연민을 가장해 자기 만족을 위장하고 있지 않아서.

 

 

그리고,

 

Just My Type

- Simon Garfield 지음 / Gotham / 12.18 ~

 

지금 읽고 있는 책. Font 에 관한 책인데, 실용서라기 보다는 그냥 여러 font 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 있다면 꽤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연말이 다 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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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2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장에 [I Knew You`d be Lovely]가 꽂혀있는게(읽지도 못할거면서!!) 다 턴님 때문이었군요!!!!!

turnleft 2011-12-29 03:21   좋아요 0 | URL
단편집이니까 부담 없이 한 편씩만 읽어봐도 좋아요.
[I knew you`d be lovely] 는 살짝 반전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The Laziest Form of Revelation] 하고 [The Thing Itself] 가 마음에 들었어요.

무스탕 2011-12-2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을러 지셔도 괜찮습니다. 옆에서 구박하고 챙겨주셔서 전에처럼 마구 늘어지진 못하실테니까요ㅎㅎ
두근두근내인생을 아직 안 읽었는데 턴님까지 별 다섯을 주셨으니 맘을 바꿔야 할까봐요. 게다가 웰컴투동막골과 비교를 해 주시다니.

turnleft 2011-12-29 03:24   좋아요 0 | URL
다른건 게을러지고 싶어도 못 게을러 지구요, 리뷰 쓰는 건 전혀 상관을 안 해요 ㅋㅋ

[두근두근..] 은 그냥 술술 읽고 싶은 책이 땡길 때 시작하세요. 영화 고르듯이 ㅎㅎ

Arch 2011-12-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책이 네권이나 있어요! 턴님이 소개한 책이랑 저랑 겹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다 읽은 책은 한권 밖에...

다락방 2011-12-28 16:42   좋아요 0 | URL
아 아치!! 빵터졌어요. 아는 책.......이라는 표현이 너무 웃겨 ㅠㅠ

turnleft 2011-12-29 03:22   좋아요 0 | URL
아는 책이 있다는건 아는 여자, 만큼이나 의미심장한 관계죠 ㅋㅋ

Arch 2011-12-29 11:23   좋아요 0 | URL
생각도 못했는데 다락방이 웃으니까 뭔가 대단한 표현을 한거 같잖아요^^ 잇힝!

레와 2011-12-2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는 책보다 처음 보다는 책 소개가 더 많지만,
그래도 턴레프트님의 짧은 리뷰 페이퍼 좋아합니다.



좀, 뜬금없는 고백 댓글?? ㅎㅎ;

turnleft 2011-12-30 04:36   좋아요 0 | URL
부끄럽사옵니다.. *-_-*
[어떤 동네] 는 레와님 추천이었죠 아마?
 

한동안 바빠서 정리를 못 했더니 wishlist 에 쌓인 책이 한가득이다. 꽤 전에 집어넣어둔 책은 사실 딱히 왜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책들도 많고 해서, 일단은 표지에 big name 들이 눈에 들어오는 책들 위주로 정리해 본다. 몇몇 권은 다음 달을 위해 슬쩍 빼놓긴 했지만.. :p



The Prague Cemetery
- 소설 / Umberto Eco 지음 / Richard Dixon 옮김 / Houghton Mifflin Hardcover

단연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다. 그것도 오랜만에 "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이지만, 여전히 비밀결사들을 둘러싼 음모론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설들과 꽤 공통점이 많을 듯하다. 아마존 별점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3.5/5), 유명 작가들은 상대적인 기대치가 높아서 그리 별점이 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We Others
- 단편집 / Steven Millhauser 지음 / Alfred a Knopf

이 책은 작가 이름보다는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우리 타인들] 이라니. 단편집의 제목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러나 "우리"인 이야기들. 게다가 저자가 무려 스티븐 밀하우저다. 기존의 단편과 새로 쓴 단편들을 꽤 두툼하게 묶어 내놓았는데, 다음에 단편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바로 선택할 책이 될거다.


Damned
- 소설 / Chuck Palahniuk 지음 / Random House

이번엔 척 폴라닉이다. 살짝 훝어본 내용은 상당히 발랄(?)하다. 주인공은 어느 유명 배우의 딸. 허영심 가득한 그녀의 부모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딸은 기숙학교에 홀로 남겨둔 채 외국으로 다른 애를 입양하러 가 있는 동안, 그녀는 마리화나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지옥의 어느 감방. 거기서부터 같은 방에 있던 여러 인물들과 지옥 같은(?) 길을 떠나 사탄을 만나러 떠나게 되는데...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살짝 뒤튼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Nanjing Requiem
- 소설 / Ha Jin 지음 / Pantheon Books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한 하진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난징에 있던 선교사 학교의 학장인데, 미국인이라는 신분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군의 진주에도 남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학교가 만여명의 난민 캠프가 되면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들을 눈 앞에 목도하게 되는데.. 사건 자체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자칫 지나치게 선명한 선악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는데, 하진의 필력,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중간자적 조건이 어떤 깊이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And so it goes : Kurt Vonnegut : A Life
- 전기 / Charles J. Shields 지음 / Henry Holt and Co.

전기 분야 베스트셀러는 단연 스티브 잡스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커트 보네거트의 전기가 훨씬 더 매력적일거다. [제 5 도살장]의 명대사 "So it goes.." 를 제목으로 뽑았는데, 표지의 사진과 어우러지니 전기마저도 지극히 보네거트 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세계 뿐 아니라 그의 사유와 실천들을 사랑한 이들이 많았던만큼, 그가 생전에 발표하기 원치 않았던 유작들을 보는 것보다는 이 한 권의 전기를 읽는 것이 더욱 보네거트를 가까이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Metamaus
- 만화 / Art Spiegelman / Pantheon Books

아트 슈피겔만의 명작 [Maus]가 처음 세상에 나온게 86년이니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까닭도 그를 기념하기 위한게 아닐까 싶긴 한데,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making film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구상부터 작화,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Maus]라는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시작들과 자료들이 이 한 권에 집대성 되어 있다.


The Persistence of the Color Line
- 정치 / Randall Kennedy 지음 / Pantheon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책이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그리고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인종 문제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의 근저에는 과연 인종주의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제목의 "Persistence"라는 단어는 결코 한 명의 대통령의 탄생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말이다.


The Spirit of Cities
- 사회학 / Daniel A Bell, Avner De-Shalit 지음 / Princeton Univ. Press

도시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특히 대도시는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압축된 형태로 드러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전지구적인 자본주의화와 기술적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시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 9 곳의 도시들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형성, 유지되는 과정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파헤쳐 나간다. 그 어떤 정체성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끊임없이 부수고 짓고를 반복하는 서울을 가진 우리에게 특히 유의미한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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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 Others - 와, 진짜!
보네거트 전기, 저도 읽어보고 싶음!

turnleft 2011-11-17 03:03   좋아요 0 | URL
보네거트 전기가 한국에 과연 번역되어 나올까요? -_-a

마노아 2011-11-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제 학생들에게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추천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니 좋아요. 표지의 눈이 섬뜩해요.

turnleft 2011-11-17 11:17   좋아요 0 | URL
명작인건 분명한데, 그걸 또 제대로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품 같아요.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몇학년 학생들한테 추천한거에요?

마노아 2011-11-17 13:42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2학년이요. 정말 찾아 읽는 학생여 몇이나 될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읽었으면 해요. 예전에 다른 학교에서 고1 남학생이 읽고 있는 건 본적이 있어요.^^

turnleft 2011-11-18 02:50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고 "그래, 독일애들 나쁜 놈들이야" 라는 결론을 내리는게 가장 위험한게 아닐까 싶어요. 인종이나 국적이 중요한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생존의 방식을 뒤틀어버리는 폭력의 구조, 그 대물림 같은 것들을 풍부하게 토론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무스탕 2011-11-17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이야기 말고 신혼을 자랑 하셔야지욧-! ^^

Damned의 표지는 아직도 저런 표지가 사용되네? 싶게 고전적인 느낌이네요;

turnleft 2011-11-17 11:18   좋아요 1 | URL
훗, 제가 자랑질 시작하면 수많은 분들이 오글거림으로 고생하십니다 ㅋㅋ
제가 얼마나 오글거릴 수 있는지는 이미 보신 분도 계시..쿨럭;;

마노아 2011-11-17 13:43   좋아요 1 | URL
이런이런...;;;; ㅠㅠ

다락방 2011-11-17 13:53   좋아요 1 | URL
ㅎㅎ 전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오글거릴 수 있는 분인지 제가 알아보지 못했어요. ㅎㅎ 전..전.....오글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무스탕 2011-11-17 19:41   좋아요 1 | URL
마노아님의 눈물과 다락방님의 셀수 없는 느낌표가 뭔가를 짐작케 해 주네요. ㅋㅋ

turnleft 2011-11-18 02:51   좋아요 1 | URL
훗.. -_-v

레와 2011-11-21 16: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쫌, 궁금한 1人. ㅋ

레와 2011-11-21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진도 새책이 나왔는데, 줌파는 왜 새책이 안나올까요... 히웅..ㅡ.ㅜ

turnleft 2011-11-22 03:47   좋아요 1 | URL
슬쩍 찾아보니까, 캘커타를 배경으로 Naxalite 라는 혁명 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9월에 어딘가 행사에서 소설의 일부를 낭독했다고 하니까, 멀지 않은 시간에 나올 것 같네요 :)

레와 2011-12-06 08:59   좋아요 1 | URL
아..!! 빨리 나오면 좋겠다..ㅎ
 

보니까, 마지막으로 noteworthy 를 정리한게 6월 20일이었으니 꽤 오래 손을 놓고 있었지 싶다. 딱히 많이 바쁜건 아닌데, 마음이 번잡스러워서인지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점은 주말마다 꼬박꼬박 나들이 가고 있었고, 나름 쟁여둔 책들이 꽤 넉넉하게 있어 다행이다. 

미국의 Offline 서점 체인의 양대 산맥이었던 Borders 가 파산신청에 이어 결국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재고 정리를 위해 지금 모든 제품을 25~50%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그래도 비교해보면 Amazon 이 더 싸더라. 대형 체인도 이 지경인데, 영세 서점들이 살아남기란 더더욱 힘들겠지. 책 냄새로 가득찬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의 발전은 분명 우리를 더 편하게 해주지만,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난, 종이책이 좋다.

The Anatomy of Influence : Literature as a Way of Life
- 문학비평 / Harold Bloom / Yale University Press 

첫 책은 다소 묵직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해럴드 블룸의 고전 The Anxiery of Influence 에서 이어지는 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은데, 비평가로서의 해럴드 블룸이 평생 천착해 온 문제, 즉 무엇이 위대한 문학을 만드는가에 대한 탐구라고 보면 될 것이다. Influence 라는 단어가 조금 생뚱맞다 싶었는데, "영향" 이라는 일반적인 뜻보다는 "영감"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더 가까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 


Between Parentheses : Essays, Articles and Speeches, 1998-2003
- 문학 / Roberto Bolaño / New Directions 

지난해였던가 잠깐 한국에도 볼라뇨 바람이 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1998년에서 2003년(그가 사망한 해다) 사이에 쓴 글들과 연설문 등을 모아놓은 책인데, 그가 정치적 현실에 민감한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날카롭고 시의적인 주제의 글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참고로, 연설문 중 하나의 제목은 "문학과 망명" 이다. 


On Black Sisters Street
- 소설 / Chika Unigwe / Random House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홍등가.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네 여성의 삶이 이 곳에서 교차한다. 허나, 낯선 타인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이들 네 여성으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했고, 서로에게 철저하게 타인으로만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날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은 이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의존하도록 이끌었고, 결국 이들은 서로의 삶의 역정들을 공유하기 시작하는데... 아프리카, 가난, 여성. 어쩌면 오늘날 유럽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After the Golden Age
- 소설 / Carrie Vaughn / Tor Books 

이번에는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쏟아지는 초인물들을 살짝 꼬아 놓은 듯한 플롯인데, 주인공은 초인들을 부모로 두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능력도 갖지 못한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엄청난 부모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툭하면 악당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사람들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요구받는 등 피곤한 일상을 살다보니 회계사로서 가능한 평범한 삶을 사는게 그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랬던 그녀가, 도시 최고 악당의 탈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Second Reading
- 서평 / Jonathan Yardley / Europa Editions Inc. 

저자는 Washington Post Book Review 등에 컬럼을 쓰는 일종의 전문 서평꾼(?)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다시 읽기". 부제에서 설명하듯, 다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가, 아니면 처음 읽었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한게 남는 책들을 다시 읽고 쓴 서평들을 모았다. 첫번째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 책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첫번째 읽고 쓴 서평과 두번째 읽고 쓴 서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The Enchanter : Nabokov and Happiness
- 문학 / Lila Azam Zanganeh / W W Norton & Co. 

나보코프의 작품 "The Gift" 의 주인공은 "실전 가이드 : 행복해 지는 법"이라는 책을 쓰고 싶어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그 행복에 이르는 길이 바로 나보코프의 작품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저자가 주로 다루는 책은 "로리타", "에이다", "말하라, 기억이여" 세 권이지만, 이 책은 텍스트를 통해 본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일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를 접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How to Read Churches
- 건축 / Denis McNamara / Rizzoli Intl. Pubns. 

뭐, 딱히 설명이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아주 실용적인 책에 가깝고, 유럽 여행갈 때 한 권 챙겨가면 좋을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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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8-1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컨드 리딩, 재미있을 듯.:)

turnleft 2011-08-12 03:09   좋아요 0 | URL
혹시 망가진 맥북 자판으로 댓글 다신건가요? ㅋ

치니 2011-08-12 10:49   좋아요 0 | URL
헤헷, 보셨구나. 네, 어젠 ㅗ 하고 ㅛ 가 안 되어서 이렇게 반 반말로 썼고요, 오늘은 자판만 사서 유에스비로 연결, 해결해서 이렇게 씬나게 답니다 ~ ㅋㅋ (제 맥북 늙어서 자판 안 되나봐용. 조만간 돈 생기면 교체해야지 싶은데, 아이맥이 좋을까요 맥북이 좋을까요? 아이패드가 있어서 놋북은 이제 별로 필요가 없는 거 같기도 하고,...제가 그닥 이동을 많이 안 하니까 아이맥이 나은 거 같기도 한데, 턴 레프트 님은 맥 세계를 잘 아시니 고견 부탁 드려 보아요.

turnleft 2011-08-13 05:58   좋아요 0 | URL
음.. 굳이 들고 다니면서 컴퓨터를 써야 하는게 아니면 저는 아이맥 쪽에 한 표 입니다. 확실히 큰 화면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노트북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죠. 휴대성을 아이패드로 커버할 수 있으면 아이맥이 더 유용하다고 봅니다.

... 2011-08-1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onathan Yardley가 새 책을 냈군요. 전혀 몰랐네요.
하지만, "서평꾼"이라고 불리기엔 쫌, 너무, 지존인데... Dirda와 함께 워싱턴포스트 북스의 양대산맥인데...Dirda보다 10년쯤 먼저 퓰리처상도 탔는데... ㅜㅜ

알라딘 저자소개엔 뭐라고 되있나 검색해 봤더니, 있지도 않네요 ㅜㅜ 저도 Dirda의 글을 쬐끔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Yardley 인데...힝.

결국, 보더스는 추억 속으로 가는건가요,아휴. 쇼핑몰 안에 있던 보더스, 동네에 있던 보더스, 시내 한복판에 있던 보더스들...

turnleft 2011-08-16 02:49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제가 무지한 탓에 레전드도 몰라보고 ㅠ_ㅠ
 

여름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 시애틀은 아직 지난 겨울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잔뜩 찌푸린 쌀쌀한 공기. 덕분에, 날 좋은 주말, 공원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은 계속 유예된 희망사항으로만 남고 있다. 5월에 비해 책 읽는 속도도 조금 더뎌지긴 했는데, 물론 그렇다고 새 책으로 눈이 안 가는건 아니다. 짬짬이 챙겨놓은 주목할만한 책들을 다시 추려본다. 

The Reading Promise
- 회고록 / Alice Ozma / Grand Central Pub. 

Alice 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Alice 의 아버지는 100일 동안 매일 밤 Alice 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약속을 한다. 100일 후 이들은 약속이 이뤄짐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지만 책 읽어주기를 그만둘 이유는 찾지 못한다. 그렇게 계속된 책읽기는 Alice 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된다. 이 책은 아버지가 읽어주었던 책들과, 궁극적으로는 그 속에서 아버지와 딸이 나눈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이다. 


What Alice Forgot
- 소설 / Liane Moriarty / Amy Einhorn Books 

공교롭게도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Alice 다. 29살의 Alice 는 행복하다. 남편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하고, 그들의 첫 아이도 곧 태어날 때가 된다. 새로 산 집은 허름하지만 그 집을 깔끔하고 멋진 공간으로 꾸며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체육관에서 쓰러졌다가 깨어났더니 자신이 이미 39살이며, 아이는 이미 셋이나 낳았고, 집은 잘 꾸며져 있으며, 남편과는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걸 발견한다. 10년의 기억 상실. 과연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은 무엇이며, 이 망각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걸까. 


Miss New India
- 소설 / Bharati Mukherjee / Houghton Mifflin Harcourt 

한국의 70년대 시골소녀 상경기의 인도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주인공은 인도의 한 시골지방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이미 정혼자가 정해져 있는 중하위 계급 집안의 딸이다. 그녀가 부모가 정해 놓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도시(벵갈로르)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최첨단의 도시에서 그녀는 어느 미국 회사의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금새 그녀의 부모보다도 많은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으례 상상할 수 있듯) 대도시의 삶은 평탄할 수는 없는 법... 소설 자체의 재미보다도 현대 인도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Miles to Go
- 소설 / Richard Paul Evans / Simon & Schuster 

모든 것을 다 잃은 남자가 여행을 떠난다. 며칠 후,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능력마저 잃게 된다.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Angel 이라는 이름의 한 여자가 나타나 아무 이유 없이 그를 집으로 데려가 보살펴주기 시작한다. 남자는 조금씩 회복해가며 다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는 자신이 자신을 도와준 이 Angel 이라는 여자의 치유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상처 입은 이들이 다른 상처 입은 이들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Marriage Confidential
- 문화 / Pamela Haag / Harper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낭만적 관점은 이미 동화 속에서나 가끔 등장하는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이혼 역시 새로울 것은 없지만, 대부분의 결혼 생활을 표현하는 키워드는 아니다. 오늘날의 결혼은 보다 역할극에 가깝다.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과 결혼생활에 대한 허무감이 자리잡고 있는... 그렇다면 진정, 오늘날의 결혼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던져보는 질문이다. 


Oceana
- 환경 / Ted Danson, Michael D'Orso / Rodale Press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다. 태고의 생명이 바다에서 자라나 점차 육지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고, 이제 그 후손들은 바다를 오염시켜 그 안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Ted Danson 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바다 환경 지킴이로 활동해온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책의 부제로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Our Endangered Oceans and What We Can Do to Save Them. 


Emotional Currency
- 경제 / Kate Levinson / Celestial Arts 

여성을 타깃으로 한 책이지만, 나도 꽤 솔깃한 내용이다.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주체로 나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험은 꽤나 짜릿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삶을 일구어가는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는, 상황에 따라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심리치료학자인 저자는 경제권의 이러한 감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가 돈과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맺어 나갈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름의 쾌감과 카드명세서의 절망 사이에서 파도를 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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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6-2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올려진 책은 모두 흥미로워요. 처음 소개된 책부터 아 읽고 싶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물론 번역서가 나온다면 저는 아마도 맨 밑의 두권을 살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가장 읽어보고 싶은건, 두번째에 올려주신 [What Alice Forgot] 이에요. [Miles to Go]는 표지가 너무 쓸쓸해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1 16:25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올라온 책들은 정말 관심이 가네요.
두 앨리스 이야기도 너무 궁금하고, Miles to Go의 남자분은 여행을 가는지 천사아가씨의 이야기는 뭔지 궁금하네요.

turnleft 2011-06-22 02:22   좋아요 0 | URL
능력만 되면 제가 다~ 읽어보고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번역서가 나오는게 아무래도 빠르겠죠? ^^;

... 2011-06-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What Alice Forgot을 최근에 보관함에 넣었어요. 어디선가 추천도서로 올라온 것을 보고 넣기 햇는데 , 기억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드라마의 흔한 소재)... Bharati Mukherjee, 저 작가의 책은 읽어본 적은 없는데 요즘에 이름이 눈에 띄어서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구요. ^^

turnleft 2011-06-22 02:26   좋아요 0 | URL
사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그 소재를 소비하는 방식의 문제였죠.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도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중요한 측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어디서 추천도서로 올라왔을까요?

Bharati 는 사진을 보니 중년의 여성이더군요. 신인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책들을 써 왔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 2011-06-22 23:43   좋아요 0 | URL
확실하게 기억나는 데 하나는 아마존의 summer reading 이예요. 신간이라서 하드커버만 존재하니 그림의 떡이네, 하며 보관함에 밀어넣었죠.

Bharati Mukherjee는 인도 여성들의 삶에 대해 주로 쓴다고 들은 것같아요. 현대 인도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라면 아라빈드 아디가나 비카스 스와루프도 괜찮아요.

turnleft 2011-06-23 02:30   좋아요 0 | URL
오와.. 전문가다운 답변. 멋져요 +_+

무스탕 2011-06-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생이 되도록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버지, 정말 멋진 아빠에요!
올려주신 책들이 대부분 여성적 성향을 띈 책들 같은데요, 턴님? ^^

turnleft 2011-06-22 02:26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저의 독서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알라딘의 몇몇 분들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ㅋ

hnine 2011-06-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iles to go란 소설의 내용 요약을 읽으며 이건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로망이 무엇인가에 대한 은유적인 내용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스트의 시 중에 나오는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 이라는 구절도 생각나고요. 저보고 한권 고르라면 그 책을 고를 것 같네요.

turnleft 2011-06-23 10:24   좋아요 0 | URL
음.. 생각치 못한 관점인데요? 하긴 생각해보면, 결혼과 여행이 어울리는 상징이긴 하네요. 아마 hnine 님이 조만간 읽으실 것 같은데요? ^^

hnine 2011-06-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주문하려고 검색해보니 신간이어서 그런지 Library binding만 나와있어서 책값이 좀 비싸군요 ㅠㅠ 페이퍼백 나올 때를 기다려야겠어요.

turnleft 2011-06-23 10:25   좋아요 0 | URL
ㅋㅋ 위에 댓글 다는 사이에 쓰셨네요. 역쉬 주문 들어가시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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