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이 넘의 게으름은 왜 점점 더 심해지는지.. ^^;
지난번에 간단 리뷰 올린 이후로 읽은 책들이다. 역시나 길게 리뷰는 못 쓰고, 이렇게 간단하게 기록을 남기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I Knew You`d be Lovely
- Alethia Black 지음 / Broadway Books / 09.03 ~ 09.19 / ★★★★★
사실 내가 읽은 책의 표지는 더 심플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표지가 더 나아 보인다. 저자의 첫 작품집인데, 데뷔작에 실망한 작가들이 여럿 있지만 이 책은 나름 재밌게 읽었다. 20대 후반 ~ 30대 정도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주라고 생각되는데, 이 정도면 한국에 번역 출판되도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줌파 라히리에서 디아스포라적 감수성을 뺐다고 보면 얼추 비슷할 듯.
2010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 : 칼
- 이승우 외 지음 / 문예중앙 / 09.20 ~ 09.25 / ★★★★
한국 문학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별 4개지만, 개인적으로 수상작 [칼]은 별로였다. 깔끔하게 완결을 짓던 아니면 여운을 남기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의식만 드러내고 어정쩡하게 멈춘 느낌이다. 물론 문제제기만으로 유의미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권력 이라는 주제를 21세기에 새삼 복기해내는 단편이 과연 어떤 시대정신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까?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09.26 ~ 10.01 / ★★★★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나를 쿡쿡 찔러 부끄럽게 만든다. 한세기 전 작가의 글로부터 오늘의 내 위선이 까발려지니,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은 이토록 보편적이구나 싶다. 별 다섯을 줘도 충분한 책이다만, 아무래도 당시의 정치적 프레임 하에서 씌여진 글이다보니 글의 비판 대상이 오늘의 독자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고, 그 주장이 다소 고루한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로라, 시티
- 케빈 브룩마이어 지음 / 김현우 옮김 / 10.03 ~ 10.07 / ★★★★
소설의 발상은 훌륭했으나, 그걸 100% 살려내는 글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현실의 로라 이야기와, 저승(?)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 아닐까. 두 개의 이야기가 시간적으로 병렬 배치되었을 뿐, 서로 어우러지기보다는 그저 주의를 분산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온 듯 하다. 그래도 인류 멸망을 다룬 소설 중 가장 참신했다는 점에서 기억해 둘만한 책이다.
Click
- Linda Sue Park 外 지음 / Scholastic / 10.10 ~ 10.15 / ★★★★
Linda Sue Park 이 첫 삽을 뜨고 그 뒤를 이어 9명의 작가가 릴레이 식으로 바톤을 이어받아 한 편의 장편소설을 구성하는 식으로 씌여진 책이다...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단편으로 읽어야 마땅한게 아닐가 싶다. 챕터간의 연결이 작위적이고 개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개성을 읽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만, 사실 닉 혼비 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것도 뭐라 할 말이 없고. 나한테는 그냥 무난했다고 해야겠다.
두근 두근 내 인생
- 김애란 지음 / 창비 / 10.17 ~ 10.20 / ★★★★★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 놓는 감상인데, "참 얄밉게 잘 썼다" 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독자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슬프게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분노하게 할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해야할까. [웰컴 투 동막골] 같은 느낌? 그래서 "웰메이드 상업소설" 이라고 하면 작가가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이건 엄연히 칭찬이다. 별 다섯개를 아무 책에나 주지는 않는다.
높은 성의 사내
- 필립 K. 딕 지음 /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 / 10.24 ~ 10.26 / ★★★★
공항에 있는 서점에서 뭐 읽을만한게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집어든 책.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미국이 2차대전에서 패배했다는 가정 속에 풀어나간 가상 역사 소설이다. 하지만 SF 거장으로서의 저자 명성에 비하면 내용이 다소 심심했고, 번역마저 매끄럽지 못하게 계속 걸그적 거리는 느낌이라 그리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소심하게 별 3개는 차마 못 주고 있을 뿐이고...
American Pastoral
- Philip Roth 지음 / Vintage / 10.28 ~ 12.03 / ★★★★★
처음 읽는 필립 로스 였는데, 무모하게도 원서로 읽기 시작해서 무려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었다. 이 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문장 선사해주는 작가, 절대 아니시다. 어순이 뒤바뀐 것은 기본이고, 수많은 가정법과 시제 전환은 여간 집중해서 읽지 않고는 제대로 문장을 따라잡기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미국"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 또 있을까. 퓰리처 상 수상작이 날 실망시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존 카첸바크 지음 / 이원경 옮김 / 비채 / 12.04 ~ 12.15 / ★★★★
[American Pastoral] 을 읽고 나서 머리 좀 식히겠다고 집어들었는데, 읽고 나니 더 어지러웠다 -_-; 무려 653 페이지의 장대한 분량에 비하면 스토리는 매우 단순한데, 아마 스토리 자체보다는 미친(?) 사내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서술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효과들(날 어지럽게 만든)이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영화였다면 좀 더 스릴 있게 봤을지도. 소설이 되기엔 "왜 하필이면 주인공인가" 라는 부분이 좀 약하지 않은가 싶다.
어떤 동네
- 유동훈 지음 / 낮은산 / 12.15 ~ 12.18 / ★★★★★
내가 찍는 사진의 90% 이상은 풍경 사진인데, 사실 나는 풍경 사진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처럼,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이 더 좋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나는 사람들을 향해 렌즈를 들이대지 못한다. 내가 타인의 삶을 그저 한갖 피사체로 소비하고 있는게 아닐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은이가 바로 그들 중 한 명 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어서, 어설픈 연민을 가장해 자기 만족을 위장하고 있지 않아서.
그리고,
Just My Type
- Simon Garfield 지음 / Gotham / 12.18 ~
지금 읽고 있는 책. Font 에 관한 책인데, 실용서라기 보다는 그냥 여러 font 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 있다면 꽤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연말이 다 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