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빠서 정리를 못 했더니 wishlist 에 쌓인 책이 한가득이다. 꽤 전에 집어넣어둔 책은 사실 딱히 왜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책들도 많고 해서, 일단은 표지에 big name 들이 눈에 들어오는 책들 위주로 정리해 본다. 몇몇 권은 다음 달을 위해 슬쩍 빼놓긴 했지만.. :p



The Prague Cemetery
- 소설 / Umberto Eco 지음 / Richard Dixon 옮김 / Houghton Mifflin Hardcover

단연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다. 그것도 오랜만에 "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이지만, 여전히 비밀결사들을 둘러싼 음모론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설들과 꽤 공통점이 많을 듯하다. 아마존 별점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3.5/5), 유명 작가들은 상대적인 기대치가 높아서 그리 별점이 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We Others
- 단편집 / Steven Millhauser 지음 / Alfred a Knopf

이 책은 작가 이름보다는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우리 타인들] 이라니. 단편집의 제목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러나 "우리"인 이야기들. 게다가 저자가 무려 스티븐 밀하우저다. 기존의 단편과 새로 쓴 단편들을 꽤 두툼하게 묶어 내놓았는데, 다음에 단편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바로 선택할 책이 될거다.


Damned
- 소설 / Chuck Palahniuk 지음 / Random House

이번엔 척 폴라닉이다. 살짝 훝어본 내용은 상당히 발랄(?)하다. 주인공은 어느 유명 배우의 딸. 허영심 가득한 그녀의 부모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딸은 기숙학교에 홀로 남겨둔 채 외국으로 다른 애를 입양하러 가 있는 동안, 그녀는 마리화나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지옥의 어느 감방. 거기서부터 같은 방에 있던 여러 인물들과 지옥 같은(?) 길을 떠나 사탄을 만나러 떠나게 되는데...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살짝 뒤튼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Nanjing Requiem
- 소설 / Ha Jin 지음 / Pantheon Books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한 하진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난징에 있던 선교사 학교의 학장인데, 미국인이라는 신분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군의 진주에도 남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학교가 만여명의 난민 캠프가 되면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들을 눈 앞에 목도하게 되는데.. 사건 자체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자칫 지나치게 선명한 선악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는데, 하진의 필력,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중간자적 조건이 어떤 깊이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And so it goes : Kurt Vonnegut : A Life
- 전기 / Charles J. Shields 지음 / Henry Holt and Co.

전기 분야 베스트셀러는 단연 스티브 잡스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커트 보네거트의 전기가 훨씬 더 매력적일거다. [제 5 도살장]의 명대사 "So it goes.." 를 제목으로 뽑았는데, 표지의 사진과 어우러지니 전기마저도 지극히 보네거트 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세계 뿐 아니라 그의 사유와 실천들을 사랑한 이들이 많았던만큼, 그가 생전에 발표하기 원치 않았던 유작들을 보는 것보다는 이 한 권의 전기를 읽는 것이 더욱 보네거트를 가까이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Metamaus
- 만화 / Art Spiegelman / Pantheon Books

아트 슈피겔만의 명작 [Maus]가 처음 세상에 나온게 86년이니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까닭도 그를 기념하기 위한게 아닐까 싶긴 한데,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making film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구상부터 작화,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Maus]라는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시작들과 자료들이 이 한 권에 집대성 되어 있다.


The Persistence of the Color Line
- 정치 / Randall Kennedy 지음 / Pantheon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책이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그리고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인종 문제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의 근저에는 과연 인종주의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제목의 "Persistence"라는 단어는 결코 한 명의 대통령의 탄생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말이다.


The Spirit of Cities
- 사회학 / Daniel A Bell, Avner De-Shalit 지음 / Princeton Univ. Press

도시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특히 대도시는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압축된 형태로 드러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전지구적인 자본주의화와 기술적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시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 9 곳의 도시들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형성, 유지되는 과정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파헤쳐 나간다. 그 어떤 정체성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끊임없이 부수고 짓고를 반복하는 서울을 가진 우리에게 특히 유의미한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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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 Others - 와, 진짜!
보네거트 전기, 저도 읽어보고 싶음!

turnleft 2011-11-17 03:03   좋아요 0 | URL
보네거트 전기가 한국에 과연 번역되어 나올까요? -_-a

마노아 2011-11-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제 학생들에게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추천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니 좋아요. 표지의 눈이 섬뜩해요.

turnleft 2011-11-17 11:17   좋아요 0 | URL
명작인건 분명한데, 그걸 또 제대로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품 같아요.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몇학년 학생들한테 추천한거에요?

마노아 2011-11-17 13:42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2학년이요. 정말 찾아 읽는 학생여 몇이나 될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읽었으면 해요. 예전에 다른 학교에서 고1 남학생이 읽고 있는 건 본적이 있어요.^^

turnleft 2011-11-18 02:50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고 "그래, 독일애들 나쁜 놈들이야" 라는 결론을 내리는게 가장 위험한게 아닐까 싶어요. 인종이나 국적이 중요한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생존의 방식을 뒤틀어버리는 폭력의 구조, 그 대물림 같은 것들을 풍부하게 토론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무스탕 2011-11-17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이야기 말고 신혼을 자랑 하셔야지욧-! ^^

Damned의 표지는 아직도 저런 표지가 사용되네? 싶게 고전적인 느낌이네요;

turnleft 2011-11-17 11:18   좋아요 1 | URL
훗, 제가 자랑질 시작하면 수많은 분들이 오글거림으로 고생하십니다 ㅋㅋ
제가 얼마나 오글거릴 수 있는지는 이미 보신 분도 계시..쿨럭;;

마노아 2011-11-17 13:43   좋아요 1 | URL
이런이런...;;;; ㅠㅠ

다락방 2011-11-17 13:53   좋아요 1 | URL
ㅎㅎ 전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오글거릴 수 있는 분인지 제가 알아보지 못했어요. ㅎㅎ 전..전.....오글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무스탕 2011-11-17 19:41   좋아요 1 | URL
마노아님의 눈물과 다락방님의 셀수 없는 느낌표가 뭔가를 짐작케 해 주네요. ㅋㅋ

turnleft 2011-11-18 02:51   좋아요 1 | URL
훗.. -_-v

레와 2011-11-21 16: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쫌, 궁금한 1人. ㅋ

레와 2011-11-21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진도 새책이 나왔는데, 줌파는 왜 새책이 안나올까요... 히웅..ㅡ.ㅜ

turnleft 2011-11-22 03:47   좋아요 1 | URL
슬쩍 찾아보니까, 캘커타를 배경으로 Naxalite 라는 혁명 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9월에 어딘가 행사에서 소설의 일부를 낭독했다고 하니까, 멀지 않은 시간에 나올 것 같네요 :)

레와 2011-12-06 08:59   좋아요 1 | URL
아..!! 빨리 나오면 좋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