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삶을 살았다. (예전과 달리 체력이 팍팍 달리는게 느껴져, 나이가 들었다는걸 새삼 깨닫고 슬펐...;;) 다행히 일은 잘 진행되어서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약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개발진 입장에서야 가장 여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암튼, 덕분에 짬을 내서 이렇게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Hope : A Tragedy
- 소설 / Shalom Auslander / Riverhead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책이다. 한 남자가 뉴욕 근교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농장을 사서 귀농을 결심한다. 그런데 그 농장의 헛간 위층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쥐를 잡겠다며 위 층으로 올라간다. 그 곳에서 그는 오래된 타이프라이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고 있는 한 냄새나는 노파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노파는 자신이 안네 프랑크 라고 주장하는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먹고 사는 오늘날의 유대이즘에 대한 풍자가 느껴지는 책이다.

 

 

The Snow Child
- 소설 / Eowyn Ivey / Reagan Arthur Books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어느 불임부부가 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이들은 집 앞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같이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눈사람은 사라지고 작은 발자국이 숲 속으로 사라져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부에겐 나무 사이로 언뜻 붉은 여우와 함께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 아이가 현관 문 앞에 나타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스릴러가 될 수도 있는 스토리. 과연 어느 쪽일까?

 

 

Bringing Up Bebe

- 육아 / Pamela Druckerman / Pengin Press

 

지난해 에이미 추아의 "Tiger Mother"가 육아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육아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국인 엄마로, 주변의 프랑스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자라고 있다는데 놀라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아이들이 "인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너무 자유롭게 자라고 있다는 지적은 오늘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Londoners : The Days and Nights of London Now--As Told by Those Who Love It, Hate It, Live It, Left It, and Long for It

- 지역 / Craig Taylor / Ecco

 

런던은 출장으로 딱 보름 머물렀던 기억밖에 없지만, 주변에 은근히 런던에 한동안 살았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유럽 지역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이유도 크겠지만, 영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런던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런던이라는 도시에 관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감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 결혼 / David Finch / Scribner Book Company

 

저자 이름을 보고 잠깐 놀랐는데, 그 데이빗 핀치가 아니라 작가 데이빗 핀치란다.(홈페이지 이름도 davidfinchwriter.com 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고록은 많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건 바로 저자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점이다.(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증세가 나은 "자폐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저자 스스로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Nine Algorithms That Changed the Future

- 컴퓨터 / John MacCormick, Chris Bishop / Princeton Univ Press

 

하는 일과 관련되서 더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IT 일반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속도의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글이 사용하는 인덱싱 기법이라던가, 패턴 인식 기법 등 최근의 IT 를 움직이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법들을 개괄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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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2-03-0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번째 두번째 책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저의 관심 순서가 딱 이 순서대로네요 ㅎ
음 근데 혹시 그 데이빗 핀치는 핀처가 아닌지 ; 다른 핀치님이 또 계신 건가요?
왠지 핀치와 핀치가 아니라 핀치와 핀처를 헷갈리신 것 같아..서 아핫 ;;
글구보니 핀치와 핀처도 그렇지만 린치까지 있어서 더 그렇네요.
데이빗 핀처 데이빗 핀치 데이빗 린치 ; 이런 데이빗들 ㅋ;

turnleft 2012-03-08 02:04   좋아요 0 | URL
와, 이런.. 그 펀치가 아니라 핀처였네요 ㅋㅋㅋ 아 쪽팔..;;

다락방 2012-03-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지마요!

turnleft 2012-03-08 02:04   좋아요 0 | URL
아니 뭐, 그게 제 맘대로 되는건 아니어서..;;
다락방님이야말로 우울해 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