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날들이 계속되고 있고, 그 와중에 한국까지 다녀오느라 4월에는 신간 정리를 빼먹었다. 덕분에 쟁여 놓은 책들이 좀 있어 이번 책소개는 꽤 풍성할 듯 하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하니, 선선한 바람과 햇빛 아래서 책이나 읽으며 뒤굴거릴 수 있는 주말 오후가 기다려진다.

Caleb's Crossing
- 소설 / Geraldine Brooks / Viking Press 

[People of the book] 의 저자 Geraldine Brooks 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작품의 중심 인물은 미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Caleb 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여기에 작가는 Bethia 라는 백인 여성을 화자로 등장시키는데, 그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Caleb 이 겪는 고난을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게 된다. 


The Beauty of Humanity Movement
- 소설 / Camilla Gibb / Penguin Press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은 나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나라 중 하나이다. 즐겨 찾는 쌀국수(Pho) 집에 가면 벽에 하노이 시내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서구문명과 전통이 묘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이 늘 신선하게 다가오곤 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도 쌀국수를 파는 사람이다. 3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베트남전 전후부터 현대 베트남을 아우르는 시간을 다룬다고 하는데, "미국 작가가 쓴 베트남 소설" 이라는 한계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Life Times : Stories, 1952-2007
- 단편집 / Nadine Gordimer / Farrar Straus & Giroux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작가 나딘 고디머의 단편 모음집이다. 부끄럽게도 아직 고디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9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활동가라는 점,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온갖 모순들로부터 결코 눈을 돌리지 않았던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된다. 


Selected Shorts and Other Methods of Time Travel
- 단편 / David Goodberg / Blue World Publications 

단편집이기는 한데, 전체가 하나의 기본 컨셉을 공유하고 있으니 에피소드 모음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2051년, 상업적 시간 여행이 보편화 된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귀여운 삽화와 코믹한 내용,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참고로 아마존 별점도 매우 좋다. :) 

 
Reading Lips : A Memoir of Kisses
- 회고록 / Claudia Sternbach / Unbridled Books 

제목만 보면 무슨 독순술 책인가 싶겠지만,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키스에 얽힌 기억들을 모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첫 키스, 할 뻔했던 키스, 이마에 남겨진 키스 등 키스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가장 긴밀한 형태의 스킨쉽 중 하나라는 점에서 분명 각별하기는 하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들 자기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내겠지.. 


Reading My Father
- 회고록 / Alexandra Styron / Scribner 

미국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딸이 쓴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 윌리엄 스타이런 또한 아직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작가라서 딱히 크게 관심이 간 책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자식이 바라본 대가" 류의 책들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살아서는 타블로이드 기사의 소재고, 죽어서는 회고록의 소재가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 


The Anti-Romantic Child : A Story of Unexpected Joy
- 아동 / Priscilla Gilman / Harper 

아이를 가졌을 때, 저자는 예일 대학에서 워즈워스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 또한 예일 출신이자 연극 비평가였고, 따라서 이들 부부는 당연히 자신들의 아이가 자신들을 닮아 문학을 사랑하는 책벌레로 자라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는 숫자와 문자에 비범한 능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산만하고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는 아이로 자라났는데, 진단 결과 hyperlexia(초독서증?) 라는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부모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성격의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워내는 과정을 (아마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Deep Future : The Next 100,000 Years of Life on Earth
- 환경 / Curt Stager / Thomas Dunne Books 

기후변화는 날씨에 비해 긴 주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는 하지만, 근래 들어 부쩍 날씨들이 험악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 기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향후 10만년 동안에는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그리고 지금 인간들은 과연 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인건 분명한데, 과연 인간이 10만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별로 믿음이 안 간다 -0- 


The House of Wisdom
- 역사 / Jum Al-Khalili / Penguin Press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로빈 훗]을 보면 로빈 훗의 아랍인 동료가 망원경을 사용하자 로빈 훗이 엄청 신기해 하는데, 아랍인 동료가 이를 보고 "야만인들" 이라며 비웃는 장면이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중세 아랍의 문명은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지식이 십자군 전쟁의 결과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르네상스의 기반을 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랍 문명이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urnleft 2011-05-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커버 이미지들이 잘 보이나요? 여기서는 어째 이미지가 잘 안 뜨네요 -_-;

치니 2011-05-05 11:39   좋아요 0 | URL
안 보여요, 모두 엑스 표시.

turnleft 2011-05-06 02:33   좋아요 0 | URL
음.. 아마 알라딘 커버이미지 DB 쪽에 문제가 좀 있나봐요. 해당 책 정보 페이지에 들어가도 안 나오는군요 -_-a

마노아 2011-05-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는 딱 두 개 보여요. 영어 제목은 원서로 읽는 거죠?
미국 작가가 쓴 베트남 소설의 한계가 어떻게 극복되는지 저도 궁금해요!

turnleft 2011-05-06 02:34   좋아요 0 | URL
미국 애들이 좀 자기중심적이라 다른 문화 이야기를 지들 식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런 책 읽으면 기분이 나빠져요 -_-
 

봄이다. 체감 기온은 아직 살짝 이르지만, 일단 춘분이 왔으니 봄이라고 (혹은 모퉁이만 돌면 봄이 와 있다고) 믿어도 좋을 듯 하다. 이제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햇살 아래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뒤굴거리는 주말 오후 같은 호사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을 책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The Lover's Dictionary
- 소설 / David Levithan / Farrar Straus & Giroux

첫 책은 아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은 사랑 이야기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 그건 과연 상대에게 사랑에 빠지는걸까, 아니면 사랑을 한다는 감정 자체에 빠지는걸까. 그걸 과연 구분할 수 있는가? 살짝 알랭 드 보통을 떠올리게 하는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익명의 화자는 사랑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단어들에 딸린 설명이라는 형식(그래서 제목이 Lover's Dictionary 다)으로 풀어나간다.


Cleaning Nabokov's House
- 소설 / Leslie Daniels / Touchstone

제목에 Nabokov 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집어들었다. 주인공은 이혼과 함께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잃고 홀로 남겨진 한 여인. 어느 시골마을로 흘러든 그녀는 우연히 나보코프가 말년에 집필 작업을 했던 집에 세들어 살게 되는데, 거기서 나보코프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코믹한 스타일의 전개와, 부서진 중년 여성의 삶, 그리고 나보코프라는 거장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


A Widow's Story
- 회고록 / Joyce Carol Oates / Ecco

루이스 캐롤 오츠의 신작이다. 소설이 아닌 회고록. 2008년 2월의 어느날 아침, 저자는 감기 증세를 보이는 남편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남편은 뜻하지 않게 폐렴 판정을 받고, 불과 일주일만에 감염 증세로 세상을 떠나고만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졸지에 미망인이 된 그녀. 비탄과 혼란이 뒤섞인 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녀는 고통스럽고도 외로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점차 그 속에서 어떤 의미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작가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 미망인의 회고록이다.


Tiger, Tiger
- 회고록 / Margaux Fragoso / Farrar Straus & Giroux

Margaux 가 Peter Curran 을 만난건 그녀가 7살, Peter 가 51살일 때였다. Margaux 와 그녀의 어머니가 초대되어 간 Peter 의 집 뒷마당은 이국적인 동물들과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Margaux 는 금새 이 새로운 세계에 매혹당하고 만다. 그러나 아이와 가까워진 Peter 는 점점 그 관계를 이용하여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들락거리는 어머니, 그리고 알콜 중독이 된 아버지는 Margaux 에게 아무런 보호도 제공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15년간 이어진 학대는 Peter 의 자살로 비로서 그 끝을 맞게 된다. 피해자인 Margaux가 이 책을 쓴 것은 유아 성도착자들이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는지, 그리고 부모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한 아이가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겠다.


The Information
- 역사,과학 / James Gleick / Pantheon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난감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보"에 대한 모든 역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부제로 A History, a Theory, a Flood 라고 붙어 있는데, 각각의 측면에서 "정보"라는 것을 분석하는데, 문자의 발명부터 시작해 오늘날의 네트웍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관련된 다양한 이론들, 그리고 인터넷으로 인해 촉발된 정보의 범람을 살펴본다. Information Technology(IT)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정보가 현대 사회 권력 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깊게 살펴볼만한 책인 것 같다.


Reality is Broken
- 게임 / Jane McGonigal / Penguin Press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얼마 전 여성부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여러 가지 논리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게임을 유해한 것, 혹은 최소한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최소한 현실이 충족시켜주지 못한 어떤 욕구 혹은 필요를 게임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으로의 몰입을 비난하기에 앞서, 왜 현실은 그러한 것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게임이 어떻게 그러한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는지를 배워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삶의 질, "행복"이다. 인간이 더 행복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게임은 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지 않은가?

댓글(4) 먼댓글(1)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이 왜 게임밖에 세상에선 그만큼 흥미로운 것을 찾을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argaux Fragoso라는 사람은 참 대단하네요. 그런 고통스런 기억을 글로 쓸 수 있다는게. 저라면 정신이 망가져버렸을거 같아요..

turnleft 2011-03-23 08:00   좋아요 0 | URL
그쵸, 문제의 핵심은 "현실은 재미 없다"인데, 그 도피처(?)인 게임만 갖고 어떻게 해보려니 효과도 없고 반발만 사는거겠죠. 그렇다고 현실을 바꿀만한 힘도 의지도 없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책임만 지워 놓으니 헛다리만 짚는 걸테구요.

Tiger, Tiger 의 저자도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것 같더군요. 책을 쓰는 것도 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3-23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분이 지났지만, 꽃샘추위 때문에...아직 공원에서 책 읽는 건 무리에요.
전 오늘 가죽 자켓 입고 나갔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ㅠ.ㅠ

오늘은 한권도 거들 순 없네요.
게임이랑 관련하여...님의 의견도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얼마전 중3 아들이 말과 나의 이야기란 게임을 하는 걸 봤는데, 완전 제가 몰입했다니까요.
말을 달리는 것 뿐 아니라, 말을 키우고 돌보고 심지어 교배까지 하는데...
애완동물 하나 정도 키우고 싶지만 여의치 않는 아이들에게 간접 경험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평일 날 게임을 할 시간은 없지만, 저희 아들 가끔 말이름을 대며 잘 있을까? 심심하지 않을까? 운동 시켜야 하는데...따위의 말들을 해 엄마를 샘나게 하더군요~

turnleft 2011-03-23 08:03   좋아요 0 | URL
아이하고 게임이 "왜" 재밌을까를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재미를 일상에서 느끼려면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같이 생각해 보구요.

저도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내 일상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당할 것인가가 항상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그걸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훈련도 해보는게 좋겠죠.
 

2월은 일수가 적어서 그런지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2월의 마지막 주. 서둘러 2월의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늘 그렇듯, 여기 정리하는 책들이 반드시 신간인 것은 아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정리해 놓는건데, 아무래도 커버가 드러난 형태로 진열된 책들 중심으로 보다보니 그때 그때 서점의 진열 컨셉에 많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시의성보다는 아, 이런 책들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읽어주시길.


While Mortals Sleep

- 단편집 / Kurt Vonnegut / Delacorte Press

작고한 커트 보네거트의 미공개작들이 속속 책으로 묶여서 나오고 있다. 이런 유작들을 볼 때마가 종종 궁금한 것은, 과연 작가가 이 작품들이 공개되기를 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이야 그의 작품을 이렇게라도 더 만날 수 있는게 반갑겠지만, 공개하지 않은데는 그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작가라면, 내 유언장에 미공개 작들은 모두 태워버리라고 남겼을 것 같구만..


The Box
- 소설 / Gunter Grass / Houghton Mifflin Harcourt

독일의 거장 귄터 그라스의 신작이다. 한 유명한 작가의 8명의 자식들(여러 명의 부인으로부터 태어난)이 모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술회하고, 한 사진작가가 오래된 아그파 카메라로 이를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귄터 그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자식의 눈으로 본 아버지, 라는 설정은 일종의 거리두기 효과를 가져오면서 작가의 삶과 독일의 근현대사를 하나의 렌즈를 통해 조망하는 멋진 소설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A Cup of Friendship
- 소설 / Deborah Rodriguez / Ballantine Books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카불의 한 커피숍을 배경으로 커피숍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의 시각에서 에피소드들을 풀어 나간다. 전통과 전쟁이라는 이중의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간 여성들의 삶이 주된 소재가 된다. 작가의 소설 데뷔작인데, 소설은 아니지만 전작인 Kabul Beauty School 에서부터의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Mourning Diary
- 회고록 / Roland Barthes / Hill and Wang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가 번역되어 나왔다. 1977년 10월 그의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부터 약 2년에 걸쳐 바르트는 조그마한 색인 카드에 그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들, 그리고 그 자신의 감정들을 일기처럼 적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짤막한 단상들의 묶음이지만, 관계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르트 그 자신은 198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The Tell-Tale Brain
- 과학 / V.S.Ramachandran / W.W.Norton & Company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게 만드는 특징을 신경의학, 특히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글이다. 언어의 사용하고 문명을 건설하고, 예술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행위는 분명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행위이다. 그렇다면 진화의 어떤 결과들이 이러한 독특한 행위를 가능케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인간의 몸만큼 큰 미스테리도 드물다.


The Clockwork Universe
- 과학사 / Edward Dolnick / Harper

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웠던 뉴튼은 동시에 연금술에 심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의 우리가 언뜻 듣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공존은 사실 신적 질서가 막 해체되고 이성적 사유가 자리잡던 17세기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발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과학 혁명의 시기의 일련의 과학자들(뉴튼 포함)이 보였던 다양한 면모들을 통해 과학 혁명이 인류의 정신 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 나간다.


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
- IT / Siva Vaidhyanathan / Univ of California Press

부제로 (and why we should worry) 라고 붙어 있다. 어느 순간 거대한 공룡으로 자라나 인터넷의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정확한 논지는 잘 파악이 안 되었는데, 대충 구글이라는 단일 기업이 정보의 진입로 역할을 하면서 정보를 서열화 해버리는데 대한 경고로 읽힌다. 구글이 어떤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조작한다는 뜻이 아니라, 구글의 특정 알고리즘이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더 유익한지를 미리 결정해 버린다는 점, 그로 인해 정보의 생태계가 그 다양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1-02-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turnleft 2011-02-23 13:03   좋아요 0 | URL
그쵸? 이번 달은 유난히 맘에 드는 책이 많았던 듯. 뭐부터 읽어볼까요?

... 2011-02-2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네거트의 미공개작에 대한 생각은 저도 같아요. 좀 놔두면 안 되나?

그나저나 보더스는 이제 어찌 된답니까?기사가 한창 뜨던데.. 이제 오프대형서점은 B&N 천하인가요?

turnleft 2011-02-24 03:08   좋아요 0 | URL
파산 신청을 했는데, 200개 점포 정도를 닫고 일단 당분간 운영을 계속하기는 할건가 보네요. B&N 하나만 남긴 해도 사실 대세는 이미 아마존..;;
 

새해에는 뭐 좀 거창한거 해보겠다고 맘 먹었다가, 정말로 일이 거창해지는 바람에 눈물 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두가지만 놓아버리면 금방 여유를 찾겠지만, 작심 삼주도 아니고 벌써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어쨌든 새 일에 정신을 쏟다 보니 오히려 그동안 해 오던 일들에 잠깐씩 정신을 놓는 경우들이 발생하곤 한다. 생각났을 때 이 달의 관심서적 정리를 얼른 해 본다.  

 

Bird Cloud
- 회고록 / Annie Proulx / Scribner 

[브록백 마운틴], [쉬핑 뉴스] 의 저자 애니 프루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은 소설은 아니고 회고록인데,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난 동부를 떠나 와이오밍으로 이주해 정착하기 까지의 기록들이라고 한다.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소설들을 써내고 있는 그녀에게 와이오밍이라는 곳이 어떤 첫 인상과 함께 다가왔는지가 그녀의 소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애니 프루란 작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My Reading Life
- 에세이 / Pat Conroy / Nan A. Talese 

이번엔 [South of Broad]의 작가 Pat Conroy 의 신간이다. 역시 소설은 아니고 일종의 에세이인데, (제목이 알려주고 있듯) 저자로서의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들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이들을 작가가 뭘 읽는지 왜 시시콜콜 들어야 하냐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사실 한 작가가 읽는 책들이야말로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빠진 고리(missing link)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The Year of the Hare
- 소설 / Arto Paasilinna / Penguin Paperbacks 

원래는 75년도에 나온 핀란드 작가의 작품인데, 아마도 토끼해에 맞춰 새로 번역되어서 나온 듯 싶다. 미국 애들도 은근히 띠 이야기 같은거 좋아한다. 주인공은 어느날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토끼 한 마리를 치게 된다. 다친 토끼를 치료해주면서 토끼와 가까워진 주인공은 점차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지면서 급기야는 문명의 삶으로부터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문명과 자연에 대한 우화로 읽힌다.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
- 교육 / Amy Chua / Penguin Press 

저자 이름을 보고 좀 놀랐다. 에이미 추아. [불타는 세계] 등의 저서를 통해 외교 문제를 파고들던 그녀가 갑자기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내 놓았다. 미국에서 특히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동양계(한국, 중국, 인도)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Tiger Mother 라고 한걸보니 특히 엄마 쪽에 방점을 찍는지도)의 엄청난 교육열에 있다는 논지의 주장을 자신의 경험에 얹어 풀어 나가는 듯 하다. 물론 그런 교육방식이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올바른 방식인가는 논쟁의 여지가 크다. 독자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세계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책의 내용은 그리 마음에 들 것 같진 않다. 다만, 이 책에서 파생되는 논쟁은 주목할만 하다는 의미에서 챙겨 놓는다.)


OVERConnected
- 사회 / William Davidow / Delphinium 

부제는 [The Promise and Threat of the Internet].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설 미디어들은 인터넷을 넘어 개인의 삶들을 서로 연결해버리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과잉 연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충분히 논의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프라이버시 문제부터 시작해 더 크게는 국가간 경제 시스템의 연계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으로 상호 연결된 현대 사회를 조망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Unless It Moves the Human Heart
- 글쓰기 / Roger Rosenblatt / Ecco 

부제는 [The Craft and Art of Writing]. 글쓰기 관련된 책은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 교실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실제 사람들이 쓴 글을 소재로 하고 있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전문적인 작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니,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1-01-1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Craft and Art of Writing 표지 너무 예쁘네요..

Amy Chua의 책은 한국에선 완전 뒤늦은 책이지요 --;;

turnleft 2011-01-19 03:03   좋아요 0 | URL
오호.. 휘모리님 표지 취향이 그러하군요. 약간 old-fashioned?

재밌는건 초중고 때 날고 기던 동양 애들 중에서도 그나마 중국이나 인도 아이들은 대학 이후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꽤 있는데, 한국 아이들은 그 빈도가 적어요. 대학 들어가서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랑 어울리면서 급격하게 노는 분위기로 바뀌는 경우도 많고;; 뭐랄까,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 같은게 부재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무해한모리군 2011-01-19 10:39   좋아요 0 | URL
자기가 원하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 같아요.
참 착한 아이였던(?) 저를 보면 ㅎㅎㅎ

turnleft 2011-01-20 03:03   좋아요 0 | URL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학교-집 만 반복했던 것 같아요. 공부 외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 자체를 자기 검열해 버리면서.. 저도 착한 아이였던 것 같죠? ㅋㅋ

치니 2011-01-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verconnected 완전 읽고 싶네요!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당.

turnleft 2011-01-19 03:04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서점에서 저 책 보자마자 '오호~~' 했다니까요.

다락방 2011-01-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팻 콘로이의 작품은 번역되어 나오면 읽고 싶어요! 사우스 브로드를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turnleft 2011-01-19 03:04   좋아요 0 | URL
흐흐 안그래도 저 책 보면서 다락방님이 반가워 하겠군, 이라고 생각했어요. 팻 콘로이 팬이 좀 있으면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요?

양철나무꾼 2011-01-19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니프루 왕 사랑하는데...회고록이란 말이죠.
팻 콘로이에, OVERConnected도 궁금해요.^^

turnleft 2011-01-19 07:30   좋아요 0 | URL
저도 애니 프루 왕 사랑합니다. 저랑 같은 곳을 보고 계시..쿨럭;;
 

사실 한국 다녀와서 서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이전에 쟁여뒀던 책들이다. 조금 다행이라면 연말 시즌은 주로 선물용 책들이 주종을 이루는지라 주목할만한 신간은 많지 않은 편이라, 조금 늦게 소개글을 올려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몇몇 책들은 이미 출간된지 1년 이상 지난 책이기도 하니, 어차피 시의성보다는 새롭게 내 눈에 들어온 책이라는데 더 의의를 부여하는게 좋을 듯 싶기도 하다. 

Luka and the Fire of Life
- 소설 / Salman Rushdie / Random House 

그래도 첫 책은 따뜬따끈한 신간이다. 살만 루시디의 새 소설 [Luka and the Fire of Life]. 거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제목인데, 흥미롭게도 작가의 90년도 작 [Haroun and the Sea of Stories]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하니, 나름 시리즈물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240 페이지의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신화와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기분으로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The Sherlockian
- 소설 / Graham Moore / Twelve 

소설은 100여년 전 코난 도일이 그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셜록 홈즈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윽고 장면은 현재로 돌아오는데, 코난 도일의 비밀 노트를 발견했다면서 이를 공개하겠다는 한 학자가 살해된다. 이에 코난 도일의 자손들은 주인공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의뢰하는데.. 명백히 셜록 홈즈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셜록 홈즈 팬이라면 꼭 읽어볼 것. 


Every Man Dies Alone
- 소설 / Hans Fallada / Melville House Pub. 

요즘 소설은 아니고, 1947년에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는 나치의 정신병자 수용소에 잡혀 있다가 풀려난 후 24일만에 이 소설을 써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 사망했으니, 유고작이기도 한 셈이다. 나치 시절 반파시즘 메시지를 담은 우편엽서를 베를린 곳곳에 흩뿌려 두었던 한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나치 독일의 병적인 강박과 암울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평이다. 


Running the Books
- 회고록 / Avi Steinberg / Nan A. Talese 

제목만으로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데, 이 책은 저자가 한 교도소에서 2년간 사서 겸 글쓰기 강사로 일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교도소에서 책을 다룬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책'을 다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책은 때로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고, 수감자 간의 비밀스러운 통신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내 책 자체를 넘어서 수감자들의 삶 자체에 깊숙히 관여하게 된다.


The Time Traveller's Guide to Medieval England
- 역사 / Ian Mortimer / Touchstone 

찾아보니 Time Traveller's 시리즈가 꽤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중세 영국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유머와 지식이 곁들여진 꽤 재미있는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로빈 훗 이야기도 있을테고, 중세 유럽의 실생활상을 훝어보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은 안 나오나. 


Atlantic
- 해양 / Simon Winchester / Harper 

지난번에 소개하려다가 깜빡 한 책. 제목 그대로 대서양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지리, 역사, 문화적 기록이다. 이 대양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의 힘을 상징하면서도, 그 양쪽의 대륙들을 분리하는 장벽으로 기능해 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이 대서양은 또한 신대륙으로의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했으니, 대서양의 역사는 곧 서구 역사의 전 과정을 그 안에 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10-12-2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unning the Books 는 정말 뭔 말이래요? 근데 내용은 재미있을것 같아요.
어쩐지 쇼생크 탈출도 생각나고요 :)

turnleft 2010-12-24 05:28   좋아요 0 | URL
run 이 운영하다는 뜻도 있으니 대충 말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딱히 부드러운 한글 표현은 떠오르지 않아서;;

2010-12-24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