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흩뿌려진 낙엽들만큼이나 서점 진열대도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다.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연말 연휴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책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는게, 올해도 이제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한 해를 매듭 짓는 좋은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The Museum of Innocence
- 소설 / Orhan Pamuk / Random House / $28.95
지난 주엔 폴 오스터 신작이 나오더니, 이번 주엔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나온 첫 작품이라는데 관심이 간다. 저런 큰 상이 작가의 에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니까. 노벨상 수상 여부와 별개로도, <새로운 시작>을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작가니까, 지금쯤 번역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 아닐까 싶다.
The Lacuna
- 소설 / Barbara Kingsolver / Harper Collins / $26.99
표지 한가운데 파란 점이 보이는데, 저 부분이 실은 구멍이 뻥 뚫려 있어 실제 책의 하드커버 부분이 보이는거다. 제목이 "Lacuna" 니까, 아예 표지에 구멍을 내는구나. 이게 책 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_-; 주인공인 Harrison Shepard 는 어린 시절을 1930년대의 멕시코에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디에로 리베라, 프리다 칼로, 레온 트로츠키와 같은 굵직한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후에 미국으로 건너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작가로서 활동하며 겪게 되는 일을 다루는 소설이다. 표현과 신념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Americans in Space
- 소설 / Mary E. Mitchel / Thomas Dunne Books / $24.99
표지가 흥미롭다. 어두운 밤, 불이 켜진 창문은 따뜻한 느낌이면서도, 서로 흩어져있어 외로워 보인다. 우주 속을 떠도는 듯 외로움과 슬픔에 잠긴 현대인들의 초상일까. 2년 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남편과 사별한 Kate 는 학교에서는 counselor 로서의 역할은 잘 수행하지만, 정작 (같은 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딸 Charlotte 과의 관계는 계속 틀어져만 간다. 케찹병을 가슴에 안고 돌아다니는 4살박이 아들 Hunter 와 이웃인 "마지 아줌마(Auntie Marge)"가 얽히며 관계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삶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
Makers
- 소설 / Cory Doctorow / Tow Books / $24.99
장르를 구분하자면 SF 라고 할 수 있겠다. Lester 와 Perry 는 이것 저것을 만드는 발명가인데, 어느날 "New Works" 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이 시스템은 전세계적으로 추종자를 만들어 내면서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대체하기에 이르는데... 단지 새로운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발명해 냈다는데 귀가 솔깃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신선한 상상력은 베들레헴의 샛별처럼 빛날지니.
1001 Children's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Grow Up
- 어린이 / Julia Eccleshare / Universe / $36.95
1001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눈에 콕 들어온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별천지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당신이 어른이 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1001 권의 어린이 책"들을 모아 놓았다. 분류가 연령대별로 되어 있어 적당한 나이대별로 찾아 읽어도 좋겠다. 들춰보니 해리 포터가 8세 정도로 분류되어 있고, 우리가 보통 "세계 명작" 이라고 분류하는 책들은 12세 이상에 많이 포진해 있다. 두툼한만큼 가격도 두툼하지만, 올 컬러로 인쇄되어 있으니 그리 비싼 값만은 아니다.
Eating Animals
- 수필 / Jonathan Safran Foer / Little, Brown and Company / $25.99
표지만 봐도 눈치챌 사람이 있겠는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이다. 소설은 아니고, 육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일종의 산문집이다. 작가 자신은 잡식과 채식을 오갔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아버지로서 아이의 식습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육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터 싱어와 같은 이들의 글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주제이지만 보다 문학적 측면에서 육식을 합리화 하는 오늘날의 문화를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다.
The Fourth Part of the World
- 역사 / Toby Lester / Free Press / $30.00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 유럽인들은 세계를 크게 3개의 지역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그러니까, 세계의 4번째 지역은 지금 미국 등이 위치한 아메리카가 되는데, 유럽이 이 지역을 발견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지도 제작술, 인쇄술, 탐험술 등 여러 기술들의 발전이 어떻게 맞물리면서 신세계의 발견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지도의 끝에는 커다란 절벽이 있어 배들이 그 아래로 떨어진다고 믿었던 뱃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큰 일이었을 것 같다;;
Spinoza
- 철학 / Michael Della Rocca / Routledge / $100
지난해 9월 나온 책이니 근간은 아닌데, 소개글이 맘에 들어서 찜해둔다. 스피노자에 대한 개론서라고 보면 된다. 스피노자는 꽤 여러 사람들에게 완소인 철학자인듯 한데, 원전을 바로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꽤 좋은 입문서가 될 듯 하다. 가격이 너무 후덜덜한게 단점. 페이퍼백도 $27 정도 하는데, 그나마 킨들 버전으로 사면 $16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상황이 되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게 제일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