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한국생활사박물관 1- 선사생활관>을 잼나게 보고,
어제 우리 딸 꼼꼼이랑 둘이 원시인 생활 포스터 만들기 놀이를 했다.

우선 꼼꼼이가 그 책을 통해 알게된 내용, 주로 선사시대의 돌로 만든 도구들을 항목별로
'연구공책'(꼼꼼이가 책에서 본 내용을 사전 식으로 정리한 것)에 적었다.





엄마는 인터넷에서 선사시대 생활을 담은 사진과 그림 자료를 찾아 컬러인쇄하고
꼼꼼이가 정리한 것은 노트를 복사해서 항목별로 잘랐다. 
그리고 A3 용지 두 장을 맞붙여 크게 만든 종이에 제목 인쇄한 것을 잘라 붙이고,
나머지 자료들도 적당히 배치해 붙였다.
빈 부분에는 꼼꼼이가 그림을 그려넣고 무지개색으로 칠을 했다. 




원시인 생활 포스터 완성.  

이 선사생활관 세트(12권)를 지를 기회(?)가 있어서 과감히 질렀는데...
잘 질렀다. 너무 맘에 든다.
우선은 그림&사진 위주로 아이랑 같이 보고(사실 어른이 봐도 됨. 수준 은근히 높으면서도 재미있음;;)
아이가 좀 자라면 내용도 읽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역사를 좋아하는 어른들,
아이 핑계 대고 역사책 좀 지르고 싶은 부모들에게
초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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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9-06-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수준높은 독후활동을 하신 것 아니예요? 부러워라~
꼼꼼양의 연구 공책, 노하우를 좀 알려주세용^^

딸기 2009-06-11 11:00   좋아요 0 | URL
어이구... 요즘 내가 꼼양 땜시 얼마나 복장터지고 열받는지 알어... ㅠ.ㅠ

마노아 2009-06-1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이는 엄친딸이에요. 어쩜 이렇게 야무지게 잘해낼까요. 이 책 시리즈 너무 훌륭하죠. 5월에 파주에서 행사할 때 못 본 북한생활사 박물관을 샀어야 했는데 집에 와서야 생각이 난 거 있죠. 사계절 부스에서 죄다 동화책만 사왔어요ㅠ.ㅠ

딸기 2009-06-11 11:01   좋아요 0 | URL
꼼양이 야무진 거하고는 너무나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내가 아주 미치고 팔짝 뛸 지경...

암튼 이 시리즈는 넘 맘에 들어. 난 요즘 이거하고,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클래식에 꽂혔는데
네버랜드 클래식은 돈이 없어 못 사주고 있어. 한편씩 열씨미 사모아야지.

희망찬샘 2010-01-21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계절 네이버 카페 이벤트와 중고샵 뒤져서 12권 책장에 가득 채워 두고 얼마나 뿌듯해 하고 있는지 모른답니다. 1~6권 주는 이벤트였는데, 여섯 권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특별히 나머지 부분을 부탁드렸더니 관계자분께서 감사하게도 그렇게 해 주셨어요. 잘 읽고 리뷰 쓰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아직 뻥인채로 남아있네요. 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어요. 아이들에게는 4학년 5학년 쯤에 역사 도서 밀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6학년도 중학생도 쭈욱~

딸기 2010-01-24 19:46   좋아요 0 | URL
울 딸은 이제 3학년 되는데, 사실 얘한테는 좀 어렵지 싶어요. 하지만 책이 넘 맘에 들어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오는 손님들에게마다 자랑하고 있어요 ^^
 

해마다 다시 지어지는 얼음호텔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인 얼음호텔 ICEHOTEL 로 가보겠습니다.
스웨덴 북쪽 라플란트의 유카스야르비 Jukkasjarvi 에 있는 아이스호텔입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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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6-0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얼음호텔? 구경은 하고 싶으나 자는 건 역시 어렵겠군요. 저는 추운것 딱 질색이라 요즘도 난방 가끔씩 틀어줘야 하는지라.... ^^ 근데 예쁘기는 진짜 예쁘네요.

딸기 2009-06-06 00:0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

LAYLA 2009-06-0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말씀에 동의! 겨울에 교환학생들 단체로 저기가서 오로라보고 호텔서 자고 얼음깨서 낚시하고 하던데 저는 죽어도 안간다 그랬어요. 내 돈내고 왜 고생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박산성이라는 해괴한 짓을 넘어서서 서울 광장을 막아놓고 저 지랄들이다.
전직 대통령이 죽었는데, 분향소를 광장 대신 구석배기에 만들라 하면 죽은 사실이 가려지나.
장례식 끝났다고 버스로 가리면 대통령 돌아가신 일이 그냥 그렇게 잊혀지나.

안 되는 짓을 자꾸만 하는 걸 보니 분노도 분노이지만 한심하고 답답하다.
노제 끝나고 또다시 전경버스를 동원해 틀어막았는데, 저렇게 자꾸 막아놓으면
늘 열려있던 곳이 닫혀있으니 그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봉쇄를 '풀어준다'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미 서울광장은 봉쇄와 탈환(개방)의 싸움장이 되었다. '광장 싸움'이 노무현 서거의
또다른 동반이슈가 되어버린 셈이다.

저노무 정권, 경찰, 서울시는 어케 감당하려고 저 짓을 하나 싶다. 계속되는 악순환일텐데.

당장 노제 끝나고 막았으니 6월10일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고,
그럼 또 7월10일 무렵이 노전대통령 49재라니 저들 썩은 대가리로 보면
그때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고...

날마다 한번은 저 언저리를 산보하는데, 일단 막은 이상에야, 열기만 하면
그들이 두려워하는'사람들(엄마, 아빠, 얼라들, 여고생, 아저씨, 할아버지, 기타등등 모든 사람들!)'이
그리로 들어갈 것이다. 원래가 이 곳은 드나듦의 개념조차 없는 공간이었는데
저들이 그 곳을 봉쇄와 개방의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개방되면 '들어가는' 수밖에.

애당초 '광장을 봉쇄한다'는 발상은 모순 그 자체인데 모순에 모순을 고집하니...


영결식 전날, 이미 노대통령 서거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던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3대 법무법인 중 한 곳에 다니는 변호사다.
우리 회사는 정동길에 있다. 정동극장 위층 레스토랑에서 맛난 스테이크 얻어먹고
돌담길 걸어내려가 대한문 지나 코리아나 호텔 쪽으로 해서 쭉 돌아오자꾸나, 하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동길 밖에서 촛불 들고 나가면 놈들이 잡아."
내가 일러줬더니, 요즘 바쁘다고 세상과 담 쌓고 살았던 이 친구 왈
"촛불 들고 다니는 걸 무슨 법적 근거로 잡아?" 한다. 내 마뤼...
"시청앞 광장을 전경버스로 몽땅 막았어." 했더니 그것도 모르고 지냈단다.

그리고 대한문 앞을 지나 촛불 하나씩 들고 둘이서 광화문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참 가관이다. 조선일보 앞에 분향객들 줄 못 서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조선일보 앞이어서인지, 아니면 거기가 쥐박이 정권이 서울광장 못잖게 무서워하는
광화문 네거리로 이어진 길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분향객들 줄을 비비 꼬아 뒤로 돌려서, 지하도 지나 큰길 건너 시청 옆으로 빠지게 해놨다.
분향객들 지하도로 밀어넣었다는 얘기는 신문에서 봤지만 기형적으로 휜 줄을 보니 기도 안 차더구만.

거길 지나 둘이서 광화문 쪽으로 가다가 정말로 전경한테 '걸렸다'.

아놔, 내가 이 나이에 전경과 싸우리? 

싸웠다. 내 친구가 "법적 근거를 대라"로 시작해서 책임자 나오라 그래, 중대장 불러와, 니 신분증 내놔 봐라...
이렇게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 길거리에서 양초를 들고 다녀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놓고
전경들에 둘러싸여 쌈 같지도 않은 쌈을 했다.
시민들이 달려오자 전경 아해들은 우리의 촛불을 불어 끄는 만행을...
아해들 왈, 과격시민하고 선량한 시민을 겉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허허...

이노무 세상 꼬라지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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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6-0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와 전경을 구분 못하겠어요;;; 쥐와 명박이도 그렇고..

딸기 2009-06-03 11:04   좋아요 0 | URL
'학원강사가 학생에게 대통령을 특정 동물로 비하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하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가 청소년들 대상으로 상영금지됐다나 머라나...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에서 봤는데, 제가 영화 쪽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제목은 생각이 안 나네요. 암튼 그런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쥐와 명박이' 그러면 잡혀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정동물과 명박이'라고 해도 잡아가려나.

머큐리 2009-06-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견찰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 '선량한 시민'과 '상습시위꾼'... 선량한 시민도 상습시위꾼으로 낙인 찍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선전방송을 항상하더군요.... 선량한 시민을 상습시위꾼으로 돌변하게 하는게 자신들인지는 알고나 그런건지...보면 한심하고 한숨만 나오고...성질만 더러워진다는...

딸기 2009-06-03 11:05   좋아요 0 | URL
옛날엔 짭새라고 하면 경찰들이 기분나빠한다고 했는데, 요샌 견찰 개찰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을산 2009-06-0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갸들이 선량한 시민을 과격하게 만드는구만...

딸기 2009-06-03 11:05   좋아요 0 | URL
글게요. 얼굴 보면 딱 내가 선량한 시민인데 그걸 모르나. ㅋㅋ

바이런 2009-06-0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서울광장은 하이서울페스티벌이나 하려고 만들어 놓은 공간인건지.. 정말이지 저 전경버스로 막아놓은 시청광장을 보노라면 그들의 꽉 막힌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는듯해 아주 숨이 턱턱 막힙니다. '이 노무 세상..' 정말이지 이 말이 요즘처럼 자주 나온 적은 없는것같아요ㅜㅜ

딸기 2009-06-03 11:06   좋아요 0 | URL
그동안 하이서울페스티벌 같은 거 하면 저는 남편이랑 애 델꼬 자주 갔었거든요.
앞으론 안 가려고요. 쥐박이 뿐만 아니라 오세훈도 븅신 미친놈이라고 할 밖에는...
지방자치 실시한지 몇년인데 "행안부 장관에게 물어보겠다" 그 따우 소리가 입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마늘빵 2009-06-0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민들이 두렵긴 두렵나 봅니다. 시작도 안했는데 저러는거 보면. 언제까지 저러고 있나 한번 보죠.

딸기 2009-06-03 15: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얼마나 두려우면 저럴까 싶습니다.
모든 '공포정치'가 사실은 '공포'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마냐 2009-06-0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 이건 또 왠 코미디야. ㅠ.ㅜ

딸기 2009-06-03 15:14   좋아요 0 | URL
허구헌날 웃지 못할 코미디를 하고 있으니 이를 어째.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그 사이에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만 죽어나가고 있으니... ㅠ.ㅠ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 민주화 속의 난민화, 그 현장을 가다 유재현 온더로드 4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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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문화] 2009 여름호에 실린 서평입니다


“네팔을 제외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들락거렸던 나라들을 복기하듯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10년은 무언가를 변화시키기에는 턱없이 짧은 세월이었다. 아시아는 근본적으로는 변함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냉전의 붕괴와 한때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민주화의 열기, 그리고 짧게는 1997년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덮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의 암노(UMNO)는 여전히 강고했으며, 필리핀은 마르코스 독재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아로요 치하였고 신인민군은 무력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일당독재와 일인 독재의 그늘 아래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위기의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태국은 시대착오적인 군주제와 군부의 망령 이래 휘청거렸고, 미얀마는 장기 군부독재의 잔혹한 후안무치함에 짓눌려 있었으며, 싱가포르는 리콴유가 완성한 기묘한 도시국가적 결벽증에 질식해 있었고. 홍콩은 중국공산당과 쉽지 않은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머리말 중에서)


국제부 기자 생활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국제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물리도록 읽었다. 여러 지역을 다룬 역사책이나 정치 관련 서적들, 혹은 인도적 개입·기후변화와 환경·노동문제·난민문제 등의 개별 이슈를 다룬 책들을 수도 없이 접했다. 국제부 기자는 항상 ‘현장’에 목마른 법이다. 분쟁과 이슈가 있는 곳에 직접 가서 현장을 목격하고 그곳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기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관광객’으로서는 찾아가기 힘든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신문사의 국제부 기자치고는 비교적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외신이라는 ‘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봐야 하는 처지에서 끝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늘 생각의 족쇄로 작용한다. 어느 한 나라, 지역의 역사적·정치적·사회문화적 배경을 어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국제문제에서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때로는 현장을 찾는다 해도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수박 겉핥기로 시민들의 몇 마디만 전해 듣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부족한 것들은 결국 책으로 때워야 하고, 스스로 꾸준히 지식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국내 필자들이 쓴 책은 일부러라도 피해 다녔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중동·아프리카 등 한국인들이 그동안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지역들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일단은 지역 문제에 대해 국내 학자들이 쌓아놓은 지식이 외국 학자들에 비해 낮았던 데다가 출간돼 있는 책들도 그리 많지 않았던 탓이 컸다. 특히나 여행기 식으로 되어있는 책은 필자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들춰보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지나다니다 본 풍경을 너무 대단한 것인 양 과시하듯 펼쳐놓는 것이 싫었고, 현지에 대한 ‘공부’ 없이 인상비평을 늘어놓은 것들이 독자인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아시아의 오지나 중동 혹은 아프리카를 다녀와서 ‘미국의 적은 우리 편’, ‘반서구적인 곳들은 좋은 곳’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상을 늘어놓는 것을 보았기에 기대치가 한껏 낮아졌던 탓도 있다.

‘아시아를 걸어온’ 작가 겸 저널리스트 유재현의 책은 머리말에서부터 내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앞에 인용해놓은 머리말은,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님을 짐작케 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10년 넘게 아시아, 아시아인을 고민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지극히 정치적인 아시아 여행기’다.
책은 <유재현 온더로드>라는 시리즈의 네 번째 것으로,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등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민중의 삶을 포착해온 저자의 오랜 아시아 순행(巡行)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버마), 네팔, 홍콩. 한권에 담기엔 너무 많은 곳들을 다루고 있어 짤막짤막하고 파편적이다. 하지만 기나긴 여정에서 지나치는 곳들, 저자의 이성과 감성에 꽂힌 것들이 하나도 가벼운 것 없이 너무도 무겁고 ‘정치적’이다.
인도네시아에 가면 보로부두르와 쁘람바난의 힌두교·불교 유적들을 주로 찾아가는 관광객들과 달리 이 사람은 자바섬 동부 솔로의 술탄 왕릉들 곁에 자리한 수하르토의 무덤을 향해 간다. 이어지는 행로는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가 우울한 말년을 보냈던 보고르의 대통령궁, 그리고 비동맹회의로 유명한 반둥의 기념관이다. 필리핀에서는 케손 시의 쓰레기산을 돌며 아시아의 도시가 안고 있는 거대슬럼의 단면을 짚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어제의 공산주의’가 ‘오늘의 땅투기’ 혹은 ‘자본주의의 음험한 네온사인들’로 바뀌어가는 장면을 포착한다. 네팔에서는 히말라야보다 더 ‘참신한’, 21세기 민주주의를 내세운 공산당의 실험에 주목한다.

‘스케치’ 이상의 지식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분석들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저자는 부미푸트라(말레이계 무슬림)와 나머지 국민들 사이를 갈라놓는 구조적인 차별에 관심을 쏟는다. 오늘날 말레이시아의 상대적 ‘안정’의 부리에는 2차대전 전 술탄군주제의 말레이계 지배세력을 온존시키고 중국계가 이끌던 좌파 세력을 초토화한 영국 식민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차별구조는 결국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태국에 이르면 저자의 말투는 유독 까칠해진다. 왕실모독죄라는 전근대적 법률, 아니 사실은 군부독재의 산물인 이 ‘근대적 법률’이 온 국민을 옭아매고 있는 현실이 저자를 너무나도 분노하게 만들었던 탓일까.
태국에서는 탁신 치나왓 전총리를 지지하는 ‘친탁신’ 파와 ‘반탁신’ 파 사이의 대결이 몇 년 째 반복되고 있다. 저자는 국왕이 쿠데타를 사주·승인해 국민이 선택한 정부를 몰아내는 것이 정당화되는 태국의 현실을 과격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푸미폰 국왕은 미국과 군부의 후원 아래 수십 년의 성장을 통해 완성된 괴물”이라 지탄한다. 태국 사태에 대해 형식적 양비론 혹은 중계방송 식의 보도만 접해왔던 이들에게는 유재현식 해설이 과격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이다(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더 네이션> 등 태국 언론들은 정부가 친탁신계 인터넷 사이트 60여개를 폐쇄했다는 기사들을 전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아웅산 수치와 달라이 라마의 영웅 신화에 대한 비판이다. 수치 개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미얀마의 모든 문제가 수치의 복권으로 해결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얀마 문제 혹은 수치 여사에 대해서는 국내에도 이미 여러 종류의 책이 나와 있다.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분리운동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티베트 인권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중국 점령 이전 티베트 봉건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현대 중국의 통치가 더 진보적이고 더 낫다”고 단언한다.
지난해 유혈사태로까지 이어졌던 티베트 봉기는 경제개발에 나선 중국 중앙정부의 자원 수탈에 맞선 ‘중국 민중’의 저항으로 보아야지 ‘티베트 대 중국’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봉건적 사고방식과 비민주성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중국의 티베트 통치는 ‘민주적’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와 ‘달라이 라마’라는 신화를 깨뜨려야만 미얀마와 티베트의 현실과 미래를 직시할 수 있으리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아시아’인가. 왜 아시아의 ‘오늘’을 보아야 하는가.  

우문우답 같지만, 우리가 아시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식민주의의 유산과 갈등, 전통사회와 현대의 충돌, 자본주의적 발전과 그로 인한 그늘, 청산되지 않은 독재와 민주화의 허상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주제들이다. 우리는 유재현이 걸어 다닌 나라들과 똑같은 과정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그래서 책에 실린 아시아인들의 삶의 모습들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이슬람 보수주의가 득세하고 있지만 그 한 구석 바탐에서는 섹스관광이 기승을 부린다.
이슬람 정당을 이끌며 집권 연정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유수프 깔라 부통령은 몇해 전 “중동의 돈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급 빌라 지역에 과부촌을 만들자”는 주장을 해서 여성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었다. 보수주의의 얼굴을 한 이슬람의 두 얼굴을 비판하기 이전에, 여성들을 사고 팔아온 아시아라는 거대한 기지촌- 아니 ‘기지 국가’의 두 얼굴임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아시아의 오늘은 그렇게 어제와 이어져 있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와 연결돼 있다.
역사의 현장에서 오늘의 단면을 짚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서울의 도심에서 ‘백만 개의 촛불’을 보았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민주화를 쟁취했다고 자찬하는 서울의 현주소는 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하는 역설의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건설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노골적인 부자 편들기 정책 때문에 철거민들이 숨져 나가고 인터넷조차 재갈이 물려진 이 나라에서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치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시아의 민주화 시대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시대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고 시장과 경쟁, 경제발전이 다른 모든 가치, 특히 민주주의를 호도했다. 파시즘의 전통적 배양자였던 제국주의적 패권은 파시즘 대신 신자유주의를 공급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그 현상은 특히 두드러졌다. 전 통적 지배 세력들은 신자유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했고 의회를 장악했다. 노골적 파시즘은 청산되었지만 손은 바뀌지 않았다. 서구식 의회민주주의가 소수 지배 세력의 전통적 기득권을 포기하기는커녕 강화할 수 있는 방편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아시아를 보는 것은 곧 거울 속의 우리를 보는 일이다. 과거회귀적인 아시아의 오늘 속에 우리의 모습이 비쳐지는 것은 슬프다. 더 슬픈 것은, 10년 뒤 저자가 다시 내놓을(지도 모를) 책 속에 지금의 모습이 반복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역사의 배반, 그 악순환은 언제 깨어질까.

가끔은 좀 거칠고, 가볍고, 냉소적인 어조들 말투 때문에 거슬렸던 적도 없지 않았지만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는 ‘여행기’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려 주었다. 해박한 지식과 아시아에 대한 애정, 그러나 동시에 냉정한 시선. 저자는 자신이 애정을 갖고 다녀온 곳들을 미화하지 않는다. 여행기로서는 대단한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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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05-2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오늘 읽은 리뷰네요.^^

딸기 2009-05-28 09:17   좋아요 0 | URL
ㅋㅋ 제 책상에도 지금 로쟈님의 책과, 로쟈님의 서평이 실린 계간지가 놓여 있습니다.
 

야근하고 있어요.
마감도 대충 끝났고... 야근하는 날 마감 끝나고 나면 개인적으로 알바 삼아 하는 번역을 해야 하는데,
마음도 울적하고 별로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군요.

며칠 전 경희궁 뒤쪽 '나무 은행'에 갔다왔습니다.
뭐 거창한 것도 아니고, 가려고 해서 간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나무 은행이라는 말이 재미있어서요. 지난 주 날씨 좋을 때 혼자 카메라 들고,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사진기 들고 가 찍어왔습니다. 

올려야지, 하면서 정리 못하고 있던 것을, 일손 안 잡힌다는 핑계로 올려봅니다. 




경희궁은 경복궁이나 덕수궁, 창경궁처럼 '대접받는' 궁궐이 아니라서인지 보통 썰렁해요.
하지만 요새는 뮤지컬 대장금 공연도 하고(덕택에 조명시설들이 들어서 번잡스럽긴 합니다만)
또 저렇게 이동식 전시장이 생겨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붙인 것 같은 전시장인데... 무슨 전시회인지, 초대장이 있어야만 한다고 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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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2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로군요

딸기 2009-05-27 17:54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