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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김용규 지음 / 휴머니스트
'신'에 대한 가장 놀랍고 특별한 강의가 시작된다
철학자 김용규가 돌아왔다. 이번 책은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유연한 사고와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해온 그의 문제의식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저작이다. 서양문명의 심층을 읽어내는 거대한 기획의 시작은 다름 아닌 ‘신’이다. 최근 신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났지만, 신이 있든 없든 그 이후의 논의는 부족한 형편이다. 드러난 이야기를 꿰어 의미를 만들어야 할 때, 반가운 이야기꾼이 돌아왔다.
우선 근대 이후 자연과 인간만 바라보던 서양문명이 다다른 한계를 지적하며 논의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기독교의 신을 제대로 이해할 때 역사의 흐름과 현실의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논증하며 논의의 유효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이 동일한 하나가 아니라 통일된 하나임을 끄집어내어 인간 공동체의 원형을 드러내고, ‘신은 유일하다’는 외침을 타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아닌 나란히 그리고 더불어 실존하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엄중한 선언으로 바꿔내는 것이다. 신의 유일성을 보존하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이를 근거로 화해와 협력을 촉구하는 능동적 태도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탁월한 시각이다. 이처럼 고대부터 최근까지 신을 둘러싼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가며 본래 의미, 해석의 문제, 현실에서의 적용을 한데 꿰어내는 사유를, 문학, 회화, 조각 등 다채로운 이야깃거리에 실어 편안하게 대화하듯 들려준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이성'을 다룬 두 번째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질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어느 문명에서든 신은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신은 언제나 종교 밖으로 나가 종교 아닌 것들 속으로 스며들어 가지요. 세속적인 것, 일상적인 것, 문화적인 것 안으로 과감히 침투해 들어갑니다. 신은 사회제도와 전통 안으로, 생활규범과 관습 속으로, 학문 안으로, 문학 속으로, 미술과 건축 안으로, 음악과 공연 속으로 부단히 파고들어가 문화와 문명의 심층을 이룹니다. 서양문명이 특히 그렇지요. 따라서 내 생각에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를, 그 세계가 오랫동안 숭배해온 기독교의 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비록 흔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썩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서양문명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바로 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할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지은이의 말,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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