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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김려령, 공선옥, 배명훈, 청소년과 눈 맞추기"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 기념 소설집. 김려령, 구병모, 배명훈, 공선옥, 전성태, 이현, 최나미 등 신뢰할 만한 글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청소년과 눈을 맞춘다. SF, 판타지, 의인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빌어 자아와 사랑, 성장과 관계가 일곱 편의 소설로 이야기를 건넨다.

죽은 누나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입술이 파란 열네 살 소년의 자아와 우정을 다룬 <파란 아이>(김려령 작), 갑작스레 전쟁의 기운이 드리우는 푸른파 행성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이뤄내는 열다섯 소년소녀의 풋풋함이 인상적인 <푸른파 피망>(배명훈 작), "열다섯 살이면 외로움이 뭔지도 알 나이지만, 아름다움이 뭔지도 알 나이라는 걸"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작) 같은 소설이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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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채은신지는 잠깐 망원경을 들어 내 쪽을 보더니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도도한 자태로 수박을 먹었다. 나는 멍하게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쩜 씨를 뱉는 모습까지도 저렇게 우아할까. 앉은 자세에서부터 손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우아한 자태로 채은신지는 결국 수박 반 통을 다 먹어치웠다. 그러더니 포만감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웃음이 났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니, 채은신지의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귀에 익은 은신지의 웃음소리가 그 먼 거리를 뛰어넘어 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도 바닥에 드러누웠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누워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낮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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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역사와 정면 승부하는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우회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필립 로스는 이 소설에서 다른 무엇(예술적 열망?)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실제 인물의 삶을 뜨겁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 인물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린 미국의 한 순간을 조명하는데, 필립 로스는 <마오 II>나 <블론드> 등과는 달리 시대를 소재 삼아 더 높은 곳 또는 아주 다른 세계로 향하려는 열망을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차라리 드라마틱하게 재구성된 전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뭔가 '대단한 한 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걸작이라기보다는 노작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다만 모범적일 뿐이다. 전개는 성실하고 사건의 강약 배치는 노련하며, '자신의 신념에 쉽게 휘둘리는 멍청한 우리들'에게 보편적이고도 분명한 교훈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멋진 성과다. 현실에 육박할 용기 또는 지혜를 갖추지 못해 온갖 마술 트릭 장치를 개발해 내려 골몰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필립 로스는 그저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왠만한 미드 뺨치는 뜨거운 드라마를 보유한 세련된 프로파간다 소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쓸쓸하고도 격렬한 역사.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마땅히 추천해야 할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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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필립 로스는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과 열정적인 언어로 정치소설과 그리스비극을 통합시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웅의 삶이 운명과 그 자신의 실패, 역사의 압력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배반에 의해 뒤바뀌는 비극을.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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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눈물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학교폭력의 현실"
학교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요즘 애들이 무섭다, 이게 다 어른과 사회 탓이다, 라고 하며 한두 마디 얹는 일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면 어디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고 누구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올 초 방영된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이 큰 관심을 모은 까닭은 대부분의 사람이 멈춰선 이 지점에서 시작해서, 비록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성공이라 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들이 고민한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에 적용해봤다는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하나의 생활 공간에 두고 공감력을 높이는 '소나기 학교'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그간 이론으로만 예상했던 일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또 아이들이 스스로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세 시간 남짓한 방송이 학교폭력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을 리는 없다. 또한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점이 무엇인지, 안다고 착각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이 문제를 바라보고 다가서는 태도를 조정해볼 수는 있겠다. 보통 아이들의 우리의 미래라 말하는데, 실상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진짜 주인공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다.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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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의 눈물>은 우리 시대의 눈물이며 한국 사회 미래의 슬픔에 대한 예고편이다.(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각자의 타고난 소질을 바탕으로 꿈을 키우고 다름에 대하여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획일화된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그 기준으로 차별하고 따돌리며 폭력을 휘두르는 법을 먼저 터득해가고 있다.(천종호,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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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씨앗이니?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최숙희 작가가 그리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 "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은 거친 들에 뿌리를 내려 민들레로 자라나고,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향기 가득한 수수꽃다리로 피어난다. '모든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최숙희 작가의 그림과 글은 또 새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산비탈의 아늑한 작업실에서 조그만 텃밭을 가꾸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는 광경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지켜보았다고 한다. 모란이나 연꽃처럼 화려한 꽃, 민들레나 섬꽃마리처럼 소박하고 수수한 꽃, 작은 씨앗이 저마다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가진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똑 닮았었다. 시를 읊듯 노래를 하듯 예쁜 글에 민화풍의 그림으로, 우리 꽃과 아이들의 아름다움이 한껏 살아난다.
- 유아 MD 강미연

추천사 : 
씨앗이 씨앗이 / 바람에 흩날리던 씨앗이 거친 들에 뿌리 내려 / 민들레로 피었네.
씨앗이 씨앗이 /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온 마을에 향기 가득 / 수수꽃다리로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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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아름다운 청춘을 위한 이야기
정여울 지음 / 21세기북스(북이십일)

"정여울의 아름다운 청춘을 위한 이야기"
문학, 영화, 철학을 오고가며 광범위한 글쓰기를 해온 문학평론가 정여울이 신작 에세이집을 펴냈다. '20대를 향한 편지'의 이 책에는 우정, 여행, 사랑, 직업, 정치, 가족 등 청춘을 위한 20개의 키워드를 엄선하여 각 주제별로 인생을 살면서 고민해봐야 할 소중한 메시지들을 담았다.

이 책은 아름다운 희망의 메시지도 대단한 위로의 메시지도 없고, 자기계발서도 심리치유 에세이도 아니다. 저자는 문학, 영화, 철학자 뒤에서 나와 그냥 '정여울'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화려하지도 않고, 때론 부끄럽기까지한 날것 그대로의 '정여울의 20대'를 보여주며 여느 청춘을 위한 힐링서보다 더 깊이 청춘을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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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이 글은 나와 내 친구들이 20대를 보내며 미처 끝내지 못한 사랑과 우정의 '뒤풀이'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차라리 빨리 늙어버리기를 바랐던, 그래서 제대로 작별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던 나와 내 친구들의 20대를 향한 때늦은 뒤풀이다. 나는 그 뒤풀이의 주모가 되어 밤새도록 향기로운 술을 나르고 푸짐하게 안주를 요리하며 아직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시린 꿈으로 빛나는 청춘을 다독이고 구슬리고 보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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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지음 / 소나무

"EBS 특강 최진석 교수의 소박하고 진솔한 인문학"
한쪽에서는 인문학 열풍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누가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말하는, 그러니까 각자 필요로 하는 인문학의 결이 다른 까닭이다. 어떤 이는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현대 철학자와 이론을 들이밀고, 어떤 이는 인문학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식을 늘어놓기도 한다. 인문학자뿐 아니라 경제학자도, 경영자도, 정치인도 인문학을 말하고, 오히려 그들이 더욱 세련된 말투로 인문학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투박하고 거칠지만 조금 소박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고매한 이론이나 고급한 교양을 쌓는 게 아니라 삶을 위한 도구, 즉 사람으로 살기 위한 방법으로서 인문학 말이다. 오랜 동안 노장철학을 공부해온 철학 교수 최진석은 인문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이해하고, 인문학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구체적 상황을 이 무늬 위에 적절히 놓고 과거로부터 흐름 위에서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라 말한다. 그는 어찌 보면 당연할 이 말을, 아는 체하며 대강 뛰어넘지 않고, 넘겨짚어 결론 짓지 않고, 일상의 말과 상황으로 꼼꼼하게 짚어가며 일깨워준다. 나 역시 이 책을 세련된 말로 포장하지 못하겠지만, 오랜만에 진솔한 인문학을 만났다는 건 분명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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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지금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그룹은 놀랍게도 인문학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 안팎의 연구자들이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기업가들은 돈 버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고 돈 버는 일에만 열중할 것 같은 기업가들이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정치인도 아니고 관료도 아니고 교수들도 아닌 기업인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일까요? 제가 보기에 기업인들은 직감적인 감각이 매우 발달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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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글로벌 경제 특강
최진기 지음 / 휴먼큐브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경제 읽기"
한국 최고의 사회탐구 강사이자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를 통해 경제공부 신드롬을 몰고 온 스타 강사 최진기의 새 책이다. '경제학 교과서'로 정평이 난 그의 기초서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이번 책에서는 우리의 현재, 세계 경제의 끝없는 불황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중국/유럽/일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진단해보고, 그들이 어떻게 강해졌으며 또 어려워졌는지, 어떤 경제정책을 통해 힘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더불어 이를 통해 우리가 가야할 길을 함께 고민한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도표와 개념 설명이 아닌, 소설을 읽는듯한 편한 서술과 빠짐없이 챙겨 넣은 경제 용어 사전, 강의 DVD를 통해 쉽고 편안하게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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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이 책은 흥미를 돕기 위해서 썼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족집게처럼 맞추는 것도 아니고, 경제위기의 해법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도 목적이 아닙니다. 먼저 글로벌 경제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면서 지적인 재미를 느껴보자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글로벌 경제는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스펙터클한 드라마라고 해도 좋습니다. 일단 그 드라마를 즐겨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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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 사흘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다. 경찰 두 명이 다가와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다시 내리라고 말한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이 병신같은 깜둥이 자식'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지만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남자를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힘이 좋은 남자는 운전대를 붙들고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진압봉을 꺼내 운전대를 잡은 남자의 손을 내려치기 시작한다. 남자의 옆에 앉은 여성이 비명을 지른다. 안돼, 손은 안돼요, 이 남자는 피아니스트란 말이에요...

<그러나 아름다운>은 이런 일화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일화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제프 다이어가 지어낸 사건이기도 하며,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실이었으나 사실이 아닌 형식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소설과 논픽션이 결합된 '팩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상관없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그저 놀라운 경험이다. 제프 다이어는 단순히 재즈 뮤지션들의 인생을 수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인물 묘사를 통해 그 인물들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묘사해 낸다. 이는 아무리 악보를 분석해도 도달할 수 없는 재즈의 '분위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보인다. 비평이 음악에 직접적으로 다다를 수 없다면(특히 그게 재즈라면), 분석하는 대신에 음악가와 그 음악의 성격을 스케치해냄으로써 마치 그물망처럼 음악을 그 스케치 안에 '포획'하는 것이다. 존 버거가 일찍이 <글로 쓴 사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사진을 서술해냈듯,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은 '글로 들려주는 음악'이 되었다. 언어가 다른 예술을 말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이 보기 드문 순간이 이 책 속에 있다. 이 아름다움 속에.
- 예술 MD 최원호

추천사 : 
내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유일한 재즈 북. 이 책은 작은 보석이다. -키스 자렛 (피아니스트)
재즈의 영혼과 주법으로 가득한 이 책으로 제프 다이어는 모든 작가들 앞에 우뚝 섰다. 그는 재즈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시적 이미지와 음악적인 효과를 투사하여 그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를 보여준다. -마이클 호로위츠 (더 타임스)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책. 닉 혼비의 <피버 피치>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관습적인 소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뉴 스테이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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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총균쇠>와 <문명의 붕괴>를 잇는 문명대연구 완결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총균쇠>와 <문명의 붕괴>에 이어 <어제까지의 세계>를 내며 수십 년에 걸친 문명 연구를 일단락 지었다. <총균쇠>가 사회와 문화의 차이를 인종 등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환경과 지리적 조건에 근거해 밝혀냈고, <문명의 붕괴>가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과거의 문명의 왜 붕괴했는지를 살펴봤다면, 이번 책은 우리가 마주한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가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한 곳은 ‘어제까지의 세계’라 지칭하는 전통사회다. 남태평양의 뉴기니 섬을 중심으로 전통사회가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어린 아이와 노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내부와 외부의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비교 분석하고, 인간 만의 특징인 종교와 언어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오랜 연구의 결론 치고는 다소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수많은 사례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제와 오늘, 두 세계를 오가며 평생을 보낸 노학자의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오늘보다 나은 세계를 고민한다면, 이 책에서 몇 가지 희망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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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19세기에 찰스 다윈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있다. 인간의 본성과 역사, 그리고 세계의 운명을 완벽하게 통찰한 역작!(마이클 셔머, <왜 다윈이 중요한가>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는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넘어선 인류학의 새 고전이 될 것이다. 이제 지구는 평평하다가 아니라 인류의 유구한 문명이 평평하다고 말해야 한다.(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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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강신주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강신주, 최근 몇 년 동안 인문 출판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인문학자다. 그는 강단 밖에서 수많은 강의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인문정신을 전한다. 그래서 때로는 현장 철학자로, 때로는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동양철학을 전공했지만 시대와 인물을 가리지 않고 어느 때 누구든 오늘로 불러내 ‘강신주 인문학’의 바탕으로 삼는다. 이런 강신주만의 활약 덕분에 강신주 인문학이란 말까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말하는 강신주 인문학이란 이런 일련의 활동과 과정을 독점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모든 인문학은 고유명사의 학문이기 때문에 인문학자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학문을 만들어야 하고, 강신주가 철학자라면 당연히 강신주의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강신주 인문학의 중간 점검이라 하겠다. 그간 강신주를 읽어온 독자라면 스스로 강신주에 사로잡혀 자기 목소리 없이 따라가기만 한 건 아닌지 반성하는 거울로,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강신주 인문학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삶에서 인문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계기로 삼기에 적당하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마지막에 붙인다. 이 책은 그간 서른 권에 이르는 인터뷰집을 펴낸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썼다.’ 지승호 역시 덜 드러나는 곳에서 누군가를 더 드러나도록 비추며 묵묵히 자기만의 인문학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많은 지지와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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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저와 제 글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자, 저에게는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저의 인문정신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왜곡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충분히 예상한 일이기는 했지만 당혹스러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때 지승호 선생님이 제게 찾아왔습니다.(597. 598쪽, 강신주)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처럼 강신주를 통해 배운 인문학적 감수성이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인터뷰집을 세상에 내보낸다.(15쪽,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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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하루 10분, 소금 같은 한 문장 "
엄마들은 바쁘다. 밥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한데, '감정 코칭'도 해야 하고, '엄마표 OO 놀이'도 해야 한다. 그러다 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나면 온종일 죄책감에 시달린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 부모 노릇은 제대로 하는 걸까,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은 진료실에서 느낀 단상에 위로와 격려를 담아, 지치고 힘든 부모들에게 말을 건다. 트윗의 짧은 문장 속에는 육아, 교육, 관계,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육아는 법칙이 아니다.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믿고, 아이와 내가 함께 자라는 과정이다. 저자는 '좋은 부모'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내가 행복해지고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소금 같은 문장을 책으로 모았다. 하루 10분, 어떤 페이지라도 괜찮다. 내 아이를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본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추천사 : 
어른이 되고 나니 '괜찮다'며 머리를 토닥여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돈 벌며 살림하기도 힘든데, 아이 문제까지 저를 괴롭힐 때면 '더 이상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강박과 후회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제 마음부터 추슬러야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커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육아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백희나 (그림책 작가, <구름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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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뚱보 클럽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제19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12살 고은찬. 159센티미터 키에 몸무게는 무려 79킬로그램. 먹어도 먹어도 배 고프고 학교에서는 이름보다 ‘십인분’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타고난 먹성을 자랑하는 은찬이는 홈쇼핑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비만 모델' 엄마와 동네에서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멋쟁이 할머니와 함께 산다. 줄넘기 천 번 뛰게 하기, 냉장고 속 음식을 허락 안 받고 먹으면 왕창 밥 굶기기, 공포의 다이어트 훈련소인 흑룡 체육관 비만 교실 보내기… 엄마에게 인생의 낙을 빼앗긴 은찬이. 그런 은찬이 앞에 어느 날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딸기코 김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역도부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것! 역도부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지긋지긋한 다이어트와도 작별할 수 있을까?

앞으로 더 넓은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야 할 아이들 마음 속 무수한 고민들, 기쁨과 슬픔들. 어른들이 만든 기준과 사회적 편견이 이 소중한 감정들을 침범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의 자신감이란 과연 어디에서 올까?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물음과 대답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래서 행복이 무엇인지 잘 아는 은찬이의 힘찬 걸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어린이 MD 이승혜

심사평 중에서 : 
안정된 문장력과 분명한 서사, 소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하는 감각에 칭찬을 보낸다. 큰 몸집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주인공과 비만이어야만 하는 엄마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전체 균형을 유지하고, 팍팍한 삶에 온기를 준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계기가 되어 주면 좋겠다. - 김화영(문학평론가), 김경연(아동문학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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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어디 굴하지 않는 인간이 되기가 쉽습니까?"
범죄 현장에서 뛰는 형사 대신에 경찰 홍보부 직원을 등장시킨 독특한 경찰 소설. 따라서 유괴 사건이라는 범죄를 바라보는 각도가 기존의 작품들과는 약간 다르다. 언론 보도를 둘러싼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과 와해를 거듭하고, 그 난장판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직종을 불문하고 수시로 딜레마 또는 유혹에 직면한다. 한쪽 끝에는 직업이 추구해야 할 이상이 있고, 반대쪽 끝에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호구지책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중립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추구해야 할 이상'이 실제로 누군가의 목숨일 경우다. 때때로 이해관계는 정의를 집어삼키기도 하며, 그 당사자가 경찰이거나 언론일 경우, 또는 둘 다일 경우에는 자칫 다른 누군가의 인생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아니,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밥벌이의 신산함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미결로 남은 유괴 사건을 재조사하는 미스터리 소설 <64>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제공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한다. 먹고 살기에 대해서. '사회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성공적인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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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최원호

이렇게 재밌습니다! 수상 내역 :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
2012년 주간분슌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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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김영란.김두식 지음 / 쌤앤파커스

"김두식과 여성 최초대법관의 반부패 결의"
<불멸의 신성가족>으로 대한민국 최후의 성역 법조계를 속속들이 파헤친 김두식 교수.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잘 알려졌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제안한 ‘김영란 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 화제를 모은 김영란 교수. 두 사람이 만나 연줄과 청탁으로 얽힌 한국 사회의 구조를 짚어가며 엘리트 카르텔을 둘러싼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대안을 찾는다.

받는 사람이든 주는 사람이든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 전화 한 통 넣을 수 있는 게 힘으로 통하는 사회에서 부패를 없애는 게 가능할까? 인지상정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저렇게 해먹는 놈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소수의 악당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선한 사람이 부패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데 주목한다. 당신의 발도 복잡하게 오고가는 부패의 연결선 어딘가에 걸쳐 있지 않을까? 비록 이 책이 당신을 구원해주진 못하더라도, 그저 당신의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주고 가끔 당신에게 밥을 얻어먹는 당신의 친구는 구원해줄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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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제 문제의식은, 착한 사람들도 발을 조금만 젖게 하면 금방 온몸을 다 적시게 된다는 데에서 출발했어요. 그것을 못하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제 경험상 판사로 처음 출발했을 때 나는 받기 싫은데, 개인적으로 저를 겨냥해서 주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돌린다거나 방에 있는 총무에게 놓고 가는 것이라 거절하기 힘들었어요. (중략) 그렇게 발이 젖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판사시절 초기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못 받도록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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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장
박일호 일기, 박재동 엮음 / 돌베개

"만화가 박재동이 그린 애틋한 부정父情"
어느 한 아버지가 1971년 4월 5일부터 1989년 5월 27일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가족과의 일상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장에 기록해두었다.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며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편의 이름으로 산 2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수십 권의 일기장. 어느새 아버지 나이가 된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을 세상에 내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일기장>은 아버지 박일호와 아들 박재동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책으로, 만화가 박재동이 아버지의 일기 가운데 주요 부분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펼쳐 보면서 아들 박재동은 글과 그림을 덧붙였다. 건강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고 만화방 장사를 하며 자식 셋을 키워왔던 아버지, 고단한 삶을 함께 견뎌왔던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을 울리며 그려진다. 안도현 시인의 표현대로 이 책은 '한 권의 눈물겨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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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이 책을 보고, 그는 평범한 만화방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 시대 보기 드문 아버지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내 생각을 고쳐서 박재동은 만홧가게를 운영한 훌륭한 아버지의 사랑과 훈도 아래 예술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말해야겠다. 그리고 이 책은 두 아들의 아버지인 나를 아주 초라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런 아버지를 본받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럽고 부끄럽기만 하다. 아마도 다른 아버지들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 일어날 것만 같다. - 유홍준 (미술평론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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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수상에게 책을 권하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의 신작 에세이. 이 책은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문학 작품을 권하는 편지글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편지 외에도 편지에서 언급한 101권의 책을 수상에게 함께 선물했다.

얀 마텔은 지도자라면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문학 작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외롭고도 일방적인 북클럽을 시작했다.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상기시키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총 101권의 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트 있게 추천한다. 그리고 '소설과 희곡과 시는 인간과 세계와 삶을 탐구하는 가공할 만한 도구'이며, '지도자라면 인간과 세계와 삶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저자가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독서, 특히 문학 작품을 읽기를 권하는 편지글을 함께 수록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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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5-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하, 문학을 읽으시오>, <이제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는 정치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아버지의 일기장>은 가족적인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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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하루키 신작, '무라카미 라디오' 완결편!"
2012년에 출간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는 잡지 '앙앙anan'의 연재 에세이를 모은 것인데, 이번 새 책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이 책은 103회 연재글부터 마지막 153회(2012년 3월 28일자)차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하루키의 가장 최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전작처럼 아기자기한 제목이다. 소설만큼이나 하루키의 에세이가 흥미롭다는 사실은 알만한 독자들은 다 안다. 이번 책에도 하루키가 좋아하는 토픽,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가 빠지지 않는다. 하루키만의 비밀스럽고, 유쾌한 일상이 자유로운 글쓰기로 펼쳐진다.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와 함께해 더욱 돋보이는 책. 첫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도 개정판으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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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MD 송진경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 전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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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공장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무엇을 위한 인문학의 위기인가"
인문학은 위기인가, 아닌가? 고전비평가 강명관은 이런 물음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의 인문학이 쇠퇴할 뿐이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까닭은 인문학을 소외시킨 원흉인 국가와 자본의 치마꼬리를 쥐고 동전 한 푼을 얻기 위함인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노예는 이미 인문학이 아니다.

복종하는 인문학이 만들어낸 풍경 하나를 살펴보자. 학진의 연구비를 타기 위해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거창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심사에서 탈락하면, 지금 이때 없어서는 안 될 이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중요한 연구라면 연구비가 없어도 해야 할 텐데, 언제 그랬냐는 듯 포기해버리는 게다. 강명관은 이처럼 국가-자본-테크놀로지라는 지배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공장의 인문학에서 벗어나 수공업의 장인이 되자고 말한다. 물론 이젠 이런 논의도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이냐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해봐야 소용없다거나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소음은 침묵과 동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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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레이첼 카슨은 종달새의 지저귐이 사라진 침묵하는 봄을 말했다. 이제는 종달새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침묵한다. 대학은 공장이 되었고, 첨단 테크놀로지로 관리되는 이 공장에는 인간의 침묵, 인문학자의 침묵이 흐르고 있다. 산업자본이 성립하자 독립 장인들이 모두 설 곳을 잃고 산업노동자로 편입되었듯, 분업의 체제에서 노동이 소외되듯, 우리는 전공의 격자 속에서 연구에서 소외될 것이다. 양계장,. 곧 닭공장의 자랑스러운 일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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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17
새뮤얼 딜레이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당신을 당신의 우주 바깥으로 끌어내 드립니다"
'SF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전설의 걸작' <바벨-17>은 통상적으로 언어학 SF로 분류된다. 국내 문학 독자들에게 일대 충격을 안겨 주었던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들은 그 언어의 틀 안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 족이 눈雪을 지칭하는 단어가 수백 가지에 이른다는 유명한 (사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그 예다. 우리가 수백 가지 다른 눈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설원을 바라보더라도 결코 그들의 머릿속에 펼쳐진 설원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개념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이질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일수록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진 존재가 있다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우주를 보고 있지 않을까? <바벨-17>은 그 설정을 밀어붙여 '외계 존재의 언어'를 선보임으로써 세계를 이해하는 또다른 사고 패턴을 보여주며, 걸작 SF의 명성에 걸맞게 이 어려운 설정을 두리뭉실하게 넘기지 않고 완성도 높게 표현해 낸다. 어떤 체계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외양적으로나마) 구축하는 논리와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SF가 가장 자랑하는 재미다. 물론 이 분야에 익숙치 않은 분들께는 주 소재 자체가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벨-17>은 이 화려한 구조 시뮬레이션을 무려 '천재 겸 미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주 활극'의 형태로 풀이해 들려준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한계 바깥으로 끌려 나오는 놀라운 경험, 즉 경이감(sense of wonder)을 아직 맛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이게 SF의 '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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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밤하늘에 터진 마그네슘 조명탄처럼 독자의 뇌리를 직격한다.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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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문정우 지음 / 시사IN북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
'시사IN'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기자생활 29년차 문정우 기자의 독서에세이. 이 책은 저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3년 동안 연재해온 '독서여행', '독서본능'이라는 이름의 칼럼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그간의 원고들을 다시 손질하고, 상실(경제),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의 네 가지 주제별로 분류했다.

일단 이 책은 목차 부분부터 눈길을 끈다. '재난은 천국으로 가는 열쇠', '연애 지침서는 쓰레기통에 꽂아라',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 등등의 제목만 봐도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는 100여 편의 책들이 소개되는데, 대부분 화제의 신간들이다. 경제, 과학, 역사 등의 분야를 다뤘으나 딱딱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내 지겨울 새가 없다. 책을 통해 세상을 달리 보게 됐다는 저자, 그에게 피와 살이 된 책 속 세계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시간들을 선사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책들은 내 마음속 물음표에 피와 살을 보태주었다. 취재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잡다하게 어울리던 물음과 대답은 레고 블록처럼 제자리를 찾아가 한 편 한 편의 글이 돼갔다. 길게는 평생을, 짧아도 몇 년간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고심한 위대하거나 집요한 작가들과의 대화는 숨 막혔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그 무언의 대화가 내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잡음을 차단했다. 그들이 내게 던진 물음에 진정을 담아 내 생각은 이렇다고 답할 수 있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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