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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김려령, 공선옥, 배명훈, 청소년과 눈 맞추기"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 기념 소설집. 김려령, 구병모, 배명훈, 공선옥, 전성태, 이현, 최나미 등 신뢰할 만한 글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청소년과 눈을 맞춘다. SF, 판타지, 의인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빌어 자아와 사랑, 성장과 관계가 일곱 편의 소설로 이야기를 건넨다.

죽은 누나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입술이 파란 열네 살 소년의 자아와 우정을 다룬 <파란 아이>(김려령 작), 갑작스레 전쟁의 기운이 드리우는 푸른파 행성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이뤄내는 열다섯 소년소녀의 풋풋함이 인상적인 <푸른파 피망>(배명훈 작), "열다섯 살이면 외로움이 뭔지도 알 나이지만, 아름다움이 뭔지도 알 나이라는 걸"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작) 같은 소설이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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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채은신지는 잠깐 망원경을 들어 내 쪽을 보더니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도도한 자태로 수박을 먹었다. 나는 멍하게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쩜 씨를 뱉는 모습까지도 저렇게 우아할까. 앉은 자세에서부터 손끝까지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우아한 자태로 채은신지는 결국 수박 반 통을 다 먹어치웠다. 그러더니 포만감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웃음이 났다.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니, 채은신지의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귀에 익은 은신지의 웃음소리가 그 먼 거리를 뛰어넘어 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도 바닥에 드러누웠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누워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낮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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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역사와 정면 승부하는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우회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필립 로스는 이 소설에서 다른 무엇(예술적 열망?)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실제 인물의 삶을 뜨겁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 인물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린 미국의 한 순간을 조명하는데, 필립 로스는 <마오 II>나 <블론드> 등과는 달리 시대를 소재 삼아 더 높은 곳 또는 아주 다른 세계로 향하려는 열망을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차라리 드라마틱하게 재구성된 전기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뭔가 '대단한 한 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걸작이라기보다는 노작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다만 모범적일 뿐이다. 전개는 성실하고 사건의 강약 배치는 노련하며, '자신의 신념에 쉽게 휘둘리는 멍청한 우리들'에게 보편적이고도 분명한 교훈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멋진 성과다. 현실에 육박할 용기 또는 지혜를 갖추지 못해 온갖 마술 트릭 장치를 개발해 내려 골몰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필립 로스는 그저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왠만한 미드 뺨치는 뜨거운 드라마를 보유한 세련된 프로파간다 소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쓸쓸하고도 격렬한 역사.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마땅히 추천해야 할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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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필립 로스는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과 열정적인 언어로 정치소설과 그리스비극을 통합시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웅의 삶이 운명과 그 자신의 실패, 역사의 압력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배반에 의해 뒤바뀌는 비극을.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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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눈물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학교폭력의 현실"
학교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요즘 애들이 무섭다, 이게 다 어른과 사회 탓이다, 라고 하며 한두 마디 얹는 일이야 어렵지 않겠지만,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면 어디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고 누구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올 초 방영된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이 큰 관심을 모은 까닭은 대부분의 사람이 멈춰선 이 지점에서 시작해서, 비록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성공이라 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들이 고민한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에 적용해봤다는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하나의 생활 공간에 두고 공감력을 높이는 '소나기 학교'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그간 이론으로만 예상했던 일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또 아이들이 스스로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세 시간 남짓한 방송이 학교폭력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을 리는 없다. 또한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점이 무엇인지, 안다고 착각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이 문제를 바라보고 다가서는 태도를 조정해볼 수는 있겠다. 보통 아이들의 우리의 미래라 말하는데, 실상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진짜 주인공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다.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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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의 눈물>은 우리 시대의 눈물이며 한국 사회 미래의 슬픔에 대한 예고편이다.(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각자의 타고난 소질을 바탕으로 꿈을 키우고 다름에 대하여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획일화된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그 기준으로 차별하고 따돌리며 폭력을 휘두르는 법을 먼저 터득해가고 있다.(천종호,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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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씨앗이니?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최숙희 작가가 그리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 "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은 거친 들에 뿌리를 내려 민들레로 자라나고,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향기 가득한 수수꽃다리로 피어난다. '모든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최숙희 작가의 그림과 글은 또 새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산비탈의 아늑한 작업실에서 조그만 텃밭을 가꾸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는 광경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지켜보았다고 한다. 모란이나 연꽃처럼 화려한 꽃, 민들레나 섬꽃마리처럼 소박하고 수수한 꽃, 작은 씨앗이 저마다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가진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똑 닮았었다. 시를 읊듯 노래를 하듯 예쁜 글에 민화풍의 그림으로, 우리 꽃과 아이들의 아름다움이 한껏 살아난다.
- 유아 MD 강미연

추천사 : 
씨앗이 씨앗이 / 바람에 흩날리던 씨앗이 거친 들에 뿌리 내려 / 민들레로 피었네.
씨앗이 씨앗이 /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온 마을에 향기 가득 / 수수꽃다리로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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