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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하루키 신작, '무라카미 라디오' 완결편!"
2012년에 출간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는 잡지 '앙앙anan'의 연재 에세이를 모은 것인데, 이번 새 책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이 책은 103회 연재글부터 마지막 153회(2012년 3월 28일자)차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하루키의 가장 최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전작처럼 아기자기한 제목이다. 소설만큼이나 하루키의 에세이가 흥미롭다는 사실은 알만한 독자들은 다 안다. 이번 책에도 하루키가 좋아하는 토픽,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가 빠지지 않는다. 하루키만의 비밀스럽고, 유쾌한 일상이 자유로운 글쓰기로 펼쳐진다.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와 함께해 더욱 돋보이는 책. 첫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도 개정판으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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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MD 송진경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 전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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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공장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무엇을 위한 인문학의 위기인가"
인문학은 위기인가, 아닌가? 고전비평가 강명관은 이런 물음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의 인문학이 쇠퇴할 뿐이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까닭은 인문학을 소외시킨 원흉인 국가와 자본의 치마꼬리를 쥐고 동전 한 푼을 얻기 위함인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노예는 이미 인문학이 아니다.

복종하는 인문학이 만들어낸 풍경 하나를 살펴보자. 학진의 연구비를 타기 위해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거창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심사에서 탈락하면, 지금 이때 없어서는 안 될 이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중요한 연구라면 연구비가 없어도 해야 할 텐데, 언제 그랬냐는 듯 포기해버리는 게다. 강명관은 이처럼 국가-자본-테크놀로지라는 지배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공장의 인문학에서 벗어나 수공업의 장인이 되자고 말한다. 물론 이젠 이런 논의도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이냐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해봐야 소용없다거나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소음은 침묵과 동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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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레이첼 카슨은 종달새의 지저귐이 사라진 침묵하는 봄을 말했다. 이제는 종달새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침묵한다. 대학은 공장이 되었고, 첨단 테크놀로지로 관리되는 이 공장에는 인간의 침묵, 인문학자의 침묵이 흐르고 있다. 산업자본이 성립하자 독립 장인들이 모두 설 곳을 잃고 산업노동자로 편입되었듯, 분업의 체제에서 노동이 소외되듯, 우리는 전공의 격자 속에서 연구에서 소외될 것이다. 양계장,. 곧 닭공장의 자랑스러운 일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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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17
새뮤얼 딜레이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당신을 당신의 우주 바깥으로 끌어내 드립니다"
'SF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전설의 걸작' <바벨-17>은 통상적으로 언어학 SF로 분류된다. 국내 문학 독자들에게 일대 충격을 안겨 주었던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들은 그 언어의 틀 안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 족이 눈雪을 지칭하는 단어가 수백 가지에 이른다는 유명한 (사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그 예다. 우리가 수백 가지 다른 눈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설원을 바라보더라도 결코 그들의 머릿속에 펼쳐진 설원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개념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이질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일수록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진 존재가 있다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우주를 보고 있지 않을까? <바벨-17>은 그 설정을 밀어붙여 '외계 존재의 언어'를 선보임으로써 세계를 이해하는 또다른 사고 패턴을 보여주며, 걸작 SF의 명성에 걸맞게 이 어려운 설정을 두리뭉실하게 넘기지 않고 완성도 높게 표현해 낸다. 어떤 체계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외양적으로나마) 구축하는 논리와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SF가 가장 자랑하는 재미다. 물론 이 분야에 익숙치 않은 분들께는 주 소재 자체가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벨-17>은 이 화려한 구조 시뮬레이션을 무려 '천재 겸 미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주 활극'의 형태로 풀이해 들려준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한계 바깥으로 끌려 나오는 놀라운 경험, 즉 경이감(sense of wonder)을 아직 맛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이게 SF의 '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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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밤하늘에 터진 마그네슘 조명탄처럼 독자의 뇌리를 직격한다.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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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문정우 지음 / 시사IN북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
'시사IN'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기자생활 29년차 문정우 기자의 독서에세이. 이 책은 저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3년 동안 연재해온 '독서여행', '독서본능'이라는 이름의 칼럼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그간의 원고들을 다시 손질하고, 상실(경제),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의 네 가지 주제별로 분류했다.

일단 이 책은 목차 부분부터 눈길을 끈다. '재난은 천국으로 가는 열쇠', '연애 지침서는 쓰레기통에 꽂아라',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 등등의 제목만 봐도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는 100여 편의 책들이 소개되는데, 대부분 화제의 신간들이다. 경제, 과학, 역사 등의 분야를 다뤘으나 딱딱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내 지겨울 새가 없다. 책을 통해 세상을 달리 보게 됐다는 저자, 그에게 피와 살이 된 책 속 세계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시간들을 선사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책들은 내 마음속 물음표에 피와 살을 보태주었다. 취재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잡다하게 어울리던 물음과 대답은 레고 블록처럼 제자리를 찾아가 한 편 한 편의 글이 돼갔다. 길게는 평생을, 짧아도 몇 년간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고심한 위대하거나 집요한 작가들과의 대화는 숨 막혔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그 무언의 대화가 내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잡음을 차단했다. 그들이 내게 던진 물음에 진정을 담아 내 생각은 이렇다고 답할 수 있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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