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멍청하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는 거지?" 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다. 때로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도.

그러나 하나, 둘, 이것저것 고려하여 생각해 본다면, 심지어…. 하기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간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에도 무언가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상에 이와 비슷한 사건은 일어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법이다.

온갖 관청, 연대(聯隊), 사무실 등, 말하자면 이런 곳에 근무하는 관료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없다.

남에게 대들 줄 모르는 자들을 비방하는 훌륭한 습관을 지닌 여러 작가들이 실컷 조롱하고 비아냥거린 바 있는, 이른바 영원한 9등 문관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그가 분명 대머리에 문관 제복을 입고서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상태로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었다.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면이 있는지, 세련되고 교양 있는 상류층에게, 맙소사, 심지어는 세상에 고결하고 청렴결백한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흉폭하고 무례한 면이 숨어 있는지를 목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자모를 쓰는 순간이면, 거의 몰아지경에 빠져버렸다. 웃음을 짓기도 하고, 눈을 찡긋거리기도 했으며, 마치 펜으로 써 내려가는 모든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 듯이 입술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독설가들이 말하듯이, 장기근속 끝에 그가 얻은 것이 라고는 제복 단추와 치질뿐이었다.

유일한 자구책이라고는 초라한 외투 나부랭이로 몸을 가린 채 대여섯 개 거리를 단숨에 달려 가서 출근길에 얼어붙은 직무 능력이 녹을 때까지 발을 실컷 구르는 것이다.

이재봉사에 관해서는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소설에서는 보통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이 완벽하게 묘사되기 마련인지라, 페트로비치에 대해서도 이렇게 소개를 해야지 어쩌겠는가. 본래

이왕 그의 아내 얘기를 꺼냈으니, 몇 마디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페트로비치의 부인은 두건이 아니라 실내모를 썼고, 미모를 갖추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와 마주친 근위병들이 콧수 염을 움찔거리며 목소리를 유별나게 내면서 실내모 아래쪽을 곁눈질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유감스럽게도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여기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대체로 전치사와 부사, 그리고 의미라곤 전혀 없는 조사 따위를 동원하여 사정 설명을 했다는 점을 알아둬야겠다. 설명하기 매우 곤란한 문제일 경우 그는
심지어 말을 끊지 못하는 버릇을 지닌 터라, 툭하면 "그러니까, 실은, 정말이지…." 라는 말로 시작해 그 후로는 도통 무슨 얘긴지 알아들을 수 없이 오리무중이었으며, 이미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잊고 마는 것이다.

페트로비치가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옷깃에 서부터 소매, 등판, 소매 뒷자락, 단춧구멍까지 자신이 만들었기에 하나같이 아주 낯익은 그의 제복을 훑어보면서 물었다. 재봉사의 습관이란 바로 그러해서, 사람을 만나 맨 처음 하는 짓이 그렇게 옷을 살피는 일이다.

"안 됩니다, 수선할 수가 없어요. 옷이 해질 대로 해졌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왜 안 된다는 건가, 페트로비치?" 그는 어린애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고작 어깨만 닳았을 뿐인데, 자네에게 덧댈 적당한 천 조각이 있지 않은가…."

외투는 필시 새것을 장만하셔야만 합니다."
‘새것’이라는 말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방 안에 있는 모든 게 뒤죽박죽으로 보여 혼란스러워졌다.

"외투 한 벌에 150루블이라니!" 가엾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항상 유달리 조용했던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생전 처음 그렇게 소리 질렀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새 외투를 만든단 말인가? 물론, 명절 포상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벌써 쓸 곳을 정해 놓은 지 오래였다. 새바지도 필요하고, 장화의 목 부분에 가죽을 덧대느라 구두 수선공에게 진 묵은 빚도 갚아야 했으며, 여자 재봉사에게 셔츠 세벌과 글자로 쓰기에는 민망한 속옷 두 벌을 주문해야 했다. 그러니까 명절 포상금은 이리저리 모두 지출될 예정이었다. 만일 국장이 선심을 써서 40루블이 아니라 45루블이나 50루블을 준다 하더라도, 그래봐야 남는 돈은 얼마 안 되기에 새 외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에는 턱도 없이 모자랄 게 분명했다.

페트로비치가 워낙 제멋대로 비싸게 부르는 통에, 그의 아내까지도 참지 못하고 "뭐야, 미친 거 아냐, 이 멍청아! 언제는 형편없는 가격으로 일을 맡더니, 이번에는 그만한 주제도 안 되면서 가격을 그렇게 세게 부르다니." 라며 소리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1년이라도, 일상적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저녁마다 차 마시는 일을 그만두고, 초를 켜지 않으며, 만일 꼭 그래야 한다면 주인 여자의 방으로 가서 일을 보기로 했다. 길을 가면서도 종종걸음으로 걷다시피하여 가능한 한 가볍고 조심스럽게 돌이나 석판을 밟아 신발 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하며, 속옷이 빨리 해지지 않도록 세탁부에게 빨래를 맡기는 횟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는 속옷을 벗고 오래됐지만 아껴온 목면(木棉) 가운만 걸치고 지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그런 절제된 생활에 익숙해지기 조금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길이 들었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심지어 저녁을 굶는게 습관이 되었다. 대신 미래의 외투라는 영원한 이데아를 늘 생각하면서 정신적인 양식을 섭취하였다.

이때부터 마치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 곁에 있으며, 어여쁜 여자친구가 평생의 반려자가 되어주기로 한 것처럼, 그의 존재 자체가 어쩐지 더 충만해졌다. 그 여자친구란 다름 아닌, 두툼한 솜을 넣고 닳을 염려 없는 튼튼한 안감을 댄 바로 그 외투였다. 그는 생기 넘쳤고, 삶의 목표를 세운 사람처럼 성품이 강고해졌다. 표정과 행동에서는 의혹과 우유부단함, 망설이고 주저하던 모든 성향이 저절로 사라졌다. 때로는 눈에서 불꽃이 튀었으며, 심지어 ‘진짜로 옷깃에 담비 가죽을 달까?’라는 대담무쌍하고 용맹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리기도 했다.

본래 아주 차분했던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페트로비치가 마침내 외투를 가져온 그날이 딱히…, 몇 월, 며칠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일생 중에 가장 찬란한 날이었다.

페트로비치는 훌륭한 재봉사들이 으레 그렇듯이 손수 외투를 들고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여태 보지 못한 의미심장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해냈으며, 안감을 대거나 수선만 하는 재봉사들과 새로 옷을 짓는 재봉사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페트로비치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상호를 내걸지 않고 작은 거리에서 영업을 하며, 아카키 아카 키예비치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토록 싼값에 주문을 받았다는 말을 잊지 않고는, 넵스키 대로에서라면 수공비만 75루블은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이에 대해 페트로비치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와 그가 허풍을 떨면서 비싼 값을 들이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페트로비치는 그의 뒤를 따라 나가서 멀리서 외투를 오랫동안 살펴본 다음, 일부러 굽은 골목을 끼고 옆으로 돌아 다시 거리로 달려 나와 반대쪽, 그러니까 정면에서 다시 한 번 외투를 살펴보았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흥에 취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새 외투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꼈으며, 심지어 깊이 만족해 몇 차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정말로 두 가지 이점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따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바로 그때 모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새 외투를 보기 위해 경비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그저 미소만 짓더니 나중에는 심지어 부끄러움을 탔다.

모두 다가와서 새 외투를 기념하는 축하주를 마셔야 하며, 모두에게 연회를 베풀어야 한다고들 했을 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뭐라 대답하고 어떻게 발뺌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몇 분 뒤에 그는 온통 얼굴이 벌게진 채로 그건 결코 새 외투가 아니며, 그건 그러니까, 헌 외투라고 꽤나 순박하게 우기기 시작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발뺌을 하기 시작했지만, 거절하는 것은 무례하고 부끄러운 처사라고 모두가 말하는 통에 아무래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저녁 무렵 새외투를 입을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즐겁게 식사를 마쳤고, 식사 후에 아무 서류도 정서하지 않았으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침대에서 잠시 뒹굴었다. 그리고 서둘러 옷을 입고, 외투를 걸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을 초청한 관리가 어디에 살았는지는 똑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다. 기억이란 우리를 심히 배반하게 마련이며,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것은 거리건 집이건 모두 머릿 속에 뒤죽박죽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속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형태로 끄집어내기가 매우 곤란하다.

왜 씩 웃었을까? 처음 접하는 것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본능이 꿈틀거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많은 관리 들처럼 ‘쳇, 프랑스 것들이란! 그것들은 뭔가 꿈꾸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똑같이 표현해 보려고….’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예 아무 생각도 안 했을지 모른다. 사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는 집주인에게 그만 가봐야겠다고 했으나, 주인은 새 외투를 산 기념으로 샴페인을 꼭 마시고 가야 한다며 보내주지 않았다.

벌써 12시가 되었고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집주인이 자신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방에서 조용히 나와, 현관에서 외투를 찾다가 안타깝게도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발견하고는 티끌 같은 먼지를 잘 털어버리고 나서 옷을 입은 다음 계단을 내려와 거리로 나섰다.

번개처럼 빠르게 옆을 지나간 어떤 여인의 뒤를 따라 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달리기를 멈추고는, 어떻게 그런 민첩한 몸놀림이 나왔는지 스스로 놀라며, 다시 이전처럼 천천히 걸었다.

저 멀리,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세상 끝에 있는 것만 같은 방범초소에서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쯤에서 유쾌한 기분도 어쩐지 눈에 띄게 사그라졌다. 그는 광장에 들어서면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생각지도 못했던 공포를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바다 속처럼 고요하며 어두웠다. 그는‘안 보는 게 낫겠군.’하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걸어갔다. 그가 광장의 끝에 다 왔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눈을 떴을 때,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러니까 바로 코앞에 콧수염이 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그날 밤을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인사의 직위가 무엇인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중요한 인사가 중요한 인사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그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인사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의 지위는 더 중요한 인사들에 비해서는 그리 중요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는 부류는 항상 있게 마련이 다.

우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바로 이‘중요한 인사’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나 중요한 인사에게 가장 적절치 못한 시간에 나타나고 말았다. 중요한 인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유년 시절 친구와 매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바로 이 순간 바시마치킨이라는 인사가 찾아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소심해질 대로 소심해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매우 당황하여 다른 때보다 "그러니까." 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며, 할 수 있는 한 혀를 놀려 완전 새 외투를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강탈당했는지를 설명했 다. 그러고는 경시총감이나 고위 인사에게 외투를 찾아주도록 서한을 써달라는 청을 하기 위해 왔노라고 말을 맺었다. 그런데 장관은 어쩐지 그의 태도가 매우 무례하게 여겨졌다.
"귀하는 무얼 하자는 게요." 그는 말을 끊어가며 물었다. "절차도 모른단 말이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이런 일이라면 우선 사무직원에게 청원을 넣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계장에게 보고되고, 다음으로 국장에게 보고되고, 그다음에 나의 비서에게 문서가 전달되면, 그제야 비로소 내게 보고될 수…."

이 중요한 인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벌써 쉰 살이 넘은걸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그가 만약‘젊은이’라 불릴 수 있다 치더라도 그건 상대적인 경우인지라, 이를테면 이미 일흔 살이나된 사람이 그런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관심이 없는 바이다.

어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소중한 존재인 적이 없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심지어 흔해 빠진 파리도 바늘로 찔러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연과학자의 주의조차도 끌 수 없었던 존재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마치 그가 살아생전 아무런 주의도 끌지 못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가 죽은 후 며칠 동안 떠들썩한 일이 벌어질 운명이었음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비록 계급이 따뜻하게 행동하는 것을 자주 방해했지만, 그는 워낙에 선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중요한 인사는 가정의 안락함에 만족했지만 도시 반대편에서 우정 어린 여자친구와 만나는 것은 고상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이 여자친구는 아내보다더 예쁘지도 젊지도 않았다. 이쯤에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많은 것들이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 두어야겠다.

이 사건은 그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어 부하 직원에게"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행동을 하는가?" 라는 말을 이제는 눈에 띄게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찌 된 일인지 예전과 달리 질책을 하더라도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 했다. 그러나 더놀라운 사실은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유령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창백하고 몹시 놀란 데다 외투를 입지도 않은 중요한 인사는 카롤리나 이바노브나에게 가기는커녕 집에 와서 겨우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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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제는 미래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 그들에게 닥친 일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전에 자신들은 하나라고 말했을 때보다 그 느낌이 덜하다는 것을 이 모든 일을 의논하던 도중 대위는 깨달았다.

떠난 이후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버리고 온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고 상상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느꼈다.

동시에 그들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 헬로이즈는 반대의 감정이 더 강해졌음 또한 느꼈다. 타향살이는 그녀가 갈망하는 것이었으며 거기에 그녀의 모든 믿음이 있었고 또 희망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구슬려 거기서 빠져나오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그녀를 돌보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그녀는 지금도, 얼마 전까지 존재하던 여자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느낌이란 게 우리한테는 있었어요, 선생님…… 어떤 일이 겉으로 보이는 대로 실제로도 일어났다는, 그때 찾아낸 것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겠어요, 선생님. 곧 밤이 오는데 아이가 던가번으로 가겠다며 숲속을 지나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도로까지 가려고 했다는 게? 얘길 들었어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선생님. 지금은 아이 자신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요."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인데, 브리짓, 나는 아주 어린아이에게 뭐가 말이 되고 안 되는지 잘 알지 못하오. 내가 매일 하는 일에서, 어른에게 말이 되는 것의 한계와 자주 만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소?"

변호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해한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버라드 골트가 직접 해준 이야기는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가 아내와 함께 바닷가에 수없이 내려갔다는 것, 낮이나 밤이나 지옥 같은 괴로움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것, 아마도 당분간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듯하다는 것. 그러는 동안 그들의 고집 센 아이는 설탕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설리번 씨의 기름 바른 머리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고 슬레이트색 눈은 더 침울하게 변했다. 다음에 찾아온 것은 한숨이었다. 그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고 숨은 잠시 안에 머물러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집이나 두 사람과 관련해 대위가 마련해놓고 간 건 다 그대로 있소." 설리번 씨가 말했다. "지금 벌어진 일은 거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오."
앞으로 쓸 비용은 긴급 상황까지 대비해 다 마련해놓았다. 비록 그들의 출발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두서없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골트 부부는 꼼꼼했다. 변호사가 희망을 건 곳은 집이었다. 그 안 어딘가에 그들 부부의 계획 변동에 대한 어떤 암시가 있을지도 몰랐다.

설리번 씨는 자신이 말한 얼마 동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 모든 문제를 일으킨 아이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 판자로 덮인 창과 잠긴 문 앞을 자주 지나다니는 것이, 익숙한 환경에서 그대로 지내는 것보다 불안한 일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밤에 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전에 의도했던 일에 관심을 잃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브리짓에게 약간이라도 동요를 일으킬까 봐 주의했다.

설리번 씨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헨리가 뭔가 들은 게 있다, 그는 생각했다. 그런 게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직감은 신뢰할 만하다. 청년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이 있던 날 밤 이후 사건들의 흐름을 보고 실제로 복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설리번 씨는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고분고분함이 특별할 것은 없지 않느냐는 말은 혼자 간직했다.

마당 건너편 담장 옆 배나무 밑에서 어린 양치기 개 두 마리가 몸을 쭉 뻗고 햇볕을 쬐고 있다가 변호사가 나타나자 고개를 들고 목털을 세웠다. 한 마리가 으르렁거렸으나 둘 다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시 몸을 늘어뜨리며 자갈에 코를 박았다.

설리번 씨가 굽어보고 있는 이목구비는 아이 어머니 것이라 해도 좋았다. 눈, 코, 입술의 견고한 윤곽. 언젠가는 그 얼굴에도 아름다움이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것이 마침내 아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될지 그는 궁금했다.

그를 위해 차가 준비되었다. 램프 불은 아직 타고 있었다. 그는 차를 두 잔 마시고 스콘에 꿀을 발랐다. 그의 생각들은 고통을 주었다. 이렇게 집 안에 들어와 있으니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참사가 일어난 방식이 아이가 살아 있음을 알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특별해 보였다

브리짓은 차가 진입로에서 사라진 후에도 얼마간 남아 있는 배기가스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변호사가 성공하기를 빌었고 부엌에 들어가서 또 빌었다. 오직 그 은혜만 베풀어주기를 기원했다. 달리 중요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위해 골트 대위는 그것을 바랐다. 남편을 위해 그녀는 그것을 바랐다. 그러나 기대를 경계하여, 말하면 안 되는 것과 거리를 두었듯 그런 기대와도 거리를 두었다. 이제 그들은 이미 시작된 문장을 바꾸거나, 문장이 시들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거나, 미소로 쫓아버리는 데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헬로이즈 골트에게서는 최근에 연락이 없었다, 샹브레 양은 말했다. 방금 편지를 통해 알게 된 일 가운데 어느 것도 자신의 고용주에게 옮길 수 없다. 그녀의 약한 심장은 아이의 그런 끔찍한 경솔한 행동을 알게 될 때의 긴장을 쉽게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리번 씨는 연거푸 응접실에서 차를 마셨고, 연거푸 아무런 소식도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가을이 다 지나고 그 뒤의 겨울도 대부분 지나 아일랜드 분쟁의 아슬아슬한 정지 상태가 계속 위협받던 어느 때, 그는 문득 라하단의 미래를 생각해야

설리번 씨는 브리짓과 악수를 했는데, 이것은 전에는 한 적이 없는 일이었고 사실, 다시 하지도 않게 된다. 그들을 저버리지 않겠다, 그는 약속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아주 기쁜 날이 오기까지 이 집을 계속 찾아오겠다. 그런 날이 올 거라고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고 있다, 그는 힘차게 되풀이했다.

그는 이 일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무력함이 그의 변호사로서의 권위에 계속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을 알았다. 그가 느낀 수치감 때문에 그는 벌어진 일에 더 다가가게 되었다. 루시가 멱을 감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지 않은 죄책감 때문에 브리짓과 헨리가 더 다가가게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맥브라이드 부인은 아이를 빤히 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모두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에일워드 씨는 처음에는 빤히 보았다. 딱 한 번이었지만 아이는 그가 그러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아이가 한 짓 때문에 아이를 빤히 보았다. 절룩이는 다리를 빤히 보았다. 놀이터에서 이디 호스퍼드는 여전히 아이 곁에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맥브라이드 부인은 아이에게 비스킷을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맥브라이드 부인도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았다. 헨리와 브리짓만 빼고 다 똑같았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잔으로 고개를 숙였다. 맥브라이드 부인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설리번 씨도 여전히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네스라고 적힌 것을 보고 아빠한테 그게 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아빠는 헨리가 마시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두고 간 위스키는 아주 조금밖에 비지 않았다. 파워스 위스키였다.

"당신 정말 나한테 잘해주네요!" 헬로이즈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휴식을 취하는 몇 달 동안 그는 도로를 두 번 건넌 서점에서 발견한 영어 책을 그녀에게 읽어주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그녀의 잠옷을 빨아주고, 머리카락을 빗질해주고, 화장품을 갖다 주었고, 그녀가 어린 시절의 이런저런 순간을 회고하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찻잔이며 받침이며 접시, 또 집주인에게서 제공받은 것은 치워두고 토요일 장에서 그들의 방을 더 자신들의 것처럼 만들어줄 도자기 장식물을 사 왔다.

어느 날 이른 아침, 그녀는 아기를 잃었다. 불려 온 의사는 과거에 유산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을 알자 할 말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동정 가득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것들이 다시 시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그냥 가끔 한 번씩." 그는 설득했다. "일주일 정도 다른 데 가 있자는 거야."

완성된 운명의 잔혹한 아름다움은 잔혹한 비탄을 남겼고 1923년 5월에 갈등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는 그런 비탄이 따라붙었다. 그달이 끝날 무렵 설리번 씨는 샹브레 양으로부터 헬로이즈 골트의 고모 ? 건강이 약간 호전되었을 때 조카딸이 아일랜드를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가 조카딸과 화해하고 싶어 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받았다.

설리번 씨는 편지를 읽다 한숨을 쉬었다. 루시 골트의 행동은 그 나름의 벌을 낳았다고, 이 사실은 브리짓과의 대화에서 또 자신의 지속적인 관찰에서 확인되었다고 지적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라하단의 가족을 사로잡았던 당혹감이 비생산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가 이 일을 너무 오래 생각할 때 그의 생각을 방해하는 흥분이 비생산적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가정부만 두고 혼자 살고 있는 변호사는 대개 자신의 깊은 걱정을 혼자 간직했고,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따금씩 서기가 있을 때 한마디 하곤 했다.

루시의 친구가 되었던 개는 어느 날 달아나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브리짓에게도, 또 헨리에게도 그것은 이 집에 일어났던 다른 모든 일과 너무 닮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둘 다 이것을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치부해버렸다.

한 아이가 자초한 비극, 그리고 그 이후 아이의 삶은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낯선 사람들에게는 전설의 소재로 보였다. 이 조용한 해안의 바닷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고 놀라워했다. 가게 카운터 건너편에서 물건 주문을 받는 장사치들은 먼 고장에 그 이야기를 전했다. 술집 카운터, 티 테이블, 카드 테이블에서 누가 그 일을 전해주는 순간 대화는 아연 활기를 띠었다.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이 과장을 보태면 말하기가 편해졌다. 빌려온 사실들로 부족한 곳을 기우면 반복되는 과정에서 권위를 얻어갔다. 라하단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기억들은 다른 집으로 흘러들었고, 다른 가족의 문서 저장고를 통과했다. 그렇게 가혹한 불운을 겪다니 골트 집안은 과거에 하인을 교수대로 보내거나, 공동의 정의의 편에 서지 못했거나, 너무 오만하여 자신들의 특권을 당연시한 것이 틀림없다.

입에 오르내리던 것에 영감을 받은 이야기에서는 서사의 깔끔함을 방해하는 미묘한 것들이 지워졌다. 실제 벌어진 일의 빈약한 현실은 채색되고 풍요로워졌으며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 괴로움에 시달리는 부모가 떠난 여행은 순례, 말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죄의 사면을 위한 순례가 되었다.

나중에 루시는 바닷가를 따라 집으로 걸어갔다. 몰려오는 어둠 속에 혼자였다. 그녀 옆의 사나운 겨울 바다는 제멋대로 날뛰었다. 바닷가에 나오면 늘 그러듯 아이는 개가 돌아와 있기를, 비틀거리며 절벽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 내려오기를,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짖기를 바랐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고 유일하게 들리는 건 바람의 쉼 없는 흐느낌과 파도 부서지는 소리뿐이었다.

그 일로 인해 전직 영국군 장교와 그의 잉글랜드인 부인이 곧 그곳을 떠났기 ? 영원히 떠난 것으로 보였다 ? 때문이다. 이 부부가 자식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았다는 사실은 당연한 벌에 불과했다. 철도 잡역부의 아버지는 곧잘 그런 관점을 제시했지만 아버지가 꿈에서도 그러자 잡역부는 마음이 괴로웠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음에도.

그해가 가기 전에 그는 철도 잡역부 일을 그만두고 집 칠하는 일을 배웠다. 나중에 그는 왜 자신이 직종을 바꾸었을까 궁금했으나 처음에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떤 본능이 칠장이의 하루는 더 바쁠 거라고, 문과 굽도리 널을 나뭇결 무늬로 칠하고 퍼티를 준비하고 색을 섞다 보면 생각에 잠길 여유가 줄어들 거라 여긴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나섰다.

토치램프로 작업을 하고 낡은 칠을 벗겨내고 새 칠을 해도 현실을 구축하는 것은 철도 잡역부로 일할 때보다 훨씬 힘겨운 투쟁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 밀어붙였다.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은밀한 방식으로 살면서, 그에게 달라붙어 그를 괴롭히는 현실에서는 개 세 마리에게 독을 먹인 것보다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다시, 그리고 또다시, 아이의 주검이 있었다.

책을 펼치자 그녀는 새로운 세계로, 다른 세기와 다른 장소로, 로맨스와 복잡한 관계로, 로자 다틀과 자일스 윈터본11만큼이나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 음산한 런던 안개와 마다가스카르의 태양으로 빨려 들어갔다. 루시는 응접실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을 거의 다 읽자 2층 층계 앞 서가와 사용하지 않는 조식실의 서가로 방향을 틀었다.

말이야."
"그 아이가 아는 건 이런 거예요, 신부님. 바닷가에 그 아이가 애정을 갖지 않는 조개껍데기는 없어요. 그런 아이죠, 신부님. 늘 그랬어요."

"하지만 그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한창인 아이가 조개껍데기에만 애정을 쏟아선 안 되지. 조개껍데기가 친구가 되는 건 옳지 않아."

"이건 우리 아일랜드의 비극이야." 그는 여러 번 그렇게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것을 계속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건. 우리의 패배한 애국자들이 떠났고 우리의 위대한 백작들, 우리의 ‘기근’12 이주자들, 이제는 일을 찾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타향살이는 우리의 일부야."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타향살이라는 상태에 안착을 하고, 곧잘 전에는 소유하지 못했던 위상에 이르기도 했다.

그들은 이 작은 읍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이제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지혜로워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무능한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스위스 도시를 뒤지게 한 것을 후회했다. 특히 그 탐정의 비용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지금 더 나은 곳에 쓸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면 더욱 그랬다. 또 잉글랜드는 지금 그가 찾고 있는 부부가 정착할 나라 후보지에서 제외되었다고 분명하게 말했음에도 그 샹브레라는 여자가 잉글랜드 신문들을 골라 광고를 실은 것에도 화가 났다.

깔끔한 직업적 태도 때문에 그런 너저분한 혼란 상태가 못마땅했지만 그 자신이 확신을 드러내지 않아 그런 혼란에 일조한 면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다 잘될 거라고 말하던 기억보다는 차라리 현재 모습 그대로의 라하단을 감당하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루시는 부모가 어떤 식으로 타향살이를 하고 있을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절뚝거림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목구비를 받아들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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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일할 수 있는 신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채용한 기업에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당장 일할 수 있는 미국인들도 많은데 굳이 귀찮고 돈이 드는 이 과정을 선뜻 하겠다는 기업은 드물다. 그 당시 미국에서‘학생’ 신분으로 머물고 있었던 터라 법적으로 공부는 할 수 있었지만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의미 없이 이력서를 넣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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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몸을 조금 일으킨 그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상당히 존경할 만한 부인인 자신의 아내가 난로에서갓 구운 빵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프라스코비야 오시포브나, 오늘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군." 이반 야코블레비치가 말했다. "대신 양파와 함께 뜨끈한 빵을 먹고 싶어." (즉 자세히 말해서 이 말은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이것도 저것도 모두 먹고 싶으나, 프라스코비야 오시포브나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변덕스러운 짓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빵과 커피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바보 같은 게 빵이나 먹으라지. 내겐 그 편이 더 좋아. 커피가 한 잔 남잖아.’ 아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는 빵 하나를 식탁에 던졌다.

"이 짐승 같은 인간아, 도대체 어디서 코를 잘라 온 거야?" 그녀가 사납게 소리쳤다. "사기꾼! 주정뱅이! 내가 직접 경찰에 너를 신고할 테야. 날강도 같으니라고! 네가 면도할 때마다 코가 간신히 붙어 있을 정도로 세게 잡아당긴다는 말을 벌써 세 사람 한테나 들었다고."

잘구워진 건빵처럼 말라빠진 인간 같으니!

왜냐하면 좀 전에 코가 성당에서 직접 내뱉은 말로 미루어, 고귀한 것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코는 코발료프와 처음 보는 사이라고 거짓말을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작했다.
"80코페이카10)도 안 되는 강아지를, 그러니까 저 같으면 8코페이카도 내놓지 않을 강아지를 찾아달라는 것을 믿으시겠습니까, 나리. 그런데 백작 부인께서 강아지를 어찌나 아끼시는지, 찾아주면 100루블을 준다고 광고를 내라는 거 아닙니까! 예의에 맞게 이야기한다면, 뭐 그런 거겠네요. 나리와 제 취향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그 말입니다. 일단 애호가가 되면 사냥개나 애완용 개를 소유하기 위해서 500루블이건 1000루블이건, 개만 좋다면, 부르는 대로 주니까요."

코는 새끼발가락 같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새끼발가락쯤이야 하나 없다 해도 신발을 신으면 아무도 모르니까요.

"맹세코 내 말은 사실입니다! 정 그러시다면 보여 드리는 수밖에 없군요."
"뭐하러 그런 수고를!" 관리는 코담배 냄새를 맡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고가 안 되신다면." 그는 호기심을 보이며 덧붙였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세상에서 돈보다 더 훌륭한건 없어.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공간도 조금밖에 차지하지 않으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잖아."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맙소사! 어떻게 이럴 수가! 왜 이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 거지? 팔이나 다리가 없다 해도 코가 없는 것보다 나을 거고, 귀가 없어도 보기는 흉하겠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할 거야. 그런데 사람이 코가 없어서야 말이 되냐고. 새가 새가 아니고, 사람이 사람이 아닌 거지. 차라리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게 낫지! 전쟁통에 잘렸거나 결투로 떨어져 나갔다면 할 말이라도 있을 텐데, 이건 뭐 땡전 한 푼 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코가 없어졌으니… 이럴 순 없는 거야, 이럴 수는."

이 의사는 매우 훌륭한 남성으로, 나무의 진처럼 윤기가 흐르는 멋진 구레나룻과 생기발랄하고 젊은 아내가 있었다. 아침마다 신선한 사과를 먹었고, 거의 45분 동안 다섯 가지 칫솔로 양치질을 해서 입안을 놀라울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했다.

이것은 나의 신념과 인술에 반하는 것입니다. 물론 왕진비를 받긴 합니다만, 혹시 거절하면 환자가 모욕을 느낄까 봐 받을 뿐입니다. 당연히 당신의 코를 붙여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명예를 걸고 단호히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제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경우 더 나쁜 상황으로 흐를 게 분명합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계신 편이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찬물로 자주 씻으십시오. 그러면 코가 없어도 있는 것처럼 건강하게 지내실 거라는 점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코는 알코올이 담긴 병에 넣어두시죠. 거기다 아주 독한 보드카 두 수저와 데운 식초를 넣어두면 더 좋겠군요. 이렇게 해두시면 돈을 두둑 하게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제가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항상 제가 바라던 바이니까요.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이만 총총 펜을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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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모든 건 다 제자리를 찾아갈 거야." 그는 여러 번 중얼거렸고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면서 자신감을 얻어갔다. 떠나고, 도착하고, 가구들이 언젠가 그들 주위에 다시 자리 잡을 것이었다. 시간과 환경이 그들의 삶을 배치할 것이었다. 타향으로 떠난 다른 수많은 삶이 이미 배치되었듯이.

하루 가운데 텅 빈 시간이었다. 앞선 시간에 어떤 흥분이 있었다 해도, 그때까지의 하루가 다른 날들과 달랐다 해도, 이제 집은 고요했다.

과수원만 시끄러웠다. 아이가 나타나 방해를 받은 떼까마귀들이 사과나무 가지들 사이에서 흩어졌다.

루시는 달아날 궁리를 하는 동안 내내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이가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질 터였다. "나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아이 엄마는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빠도. 누구보다도 아빠가."

그들은 이따금씩 이곳에 돌아올 터였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고 기존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방문.

킬로런에서 그는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하는 어부와 어린 시절에 배운 대로 대화를 나누었다. 손짓을 하고,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도록 입을 크게 벌려 말했다. 그들은 작별 인사를 했다.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소리 없는 약속을 남기고 떠나면서, 여기에서도 거짓을 꾸며댔다고 생각했다.

이 마지막 밤에 그는 너무 경솔하게 과거를 팔아넘겼고, 이어서 손쉬운 위안으로 딸과 아내를 배신했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이 장소와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었고, 남은 땅, 집과 과수원과 정원, 바다와 해변에 대한 사랑으로 본능과 예감을 길러왔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감정들을 뒤져보았을 때 거기에는 그를 안내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혼란과 모순뿐이었다.

해변의 바위들이 파도에 파이고 삿갓조개로 덮이면서 밑에 깔린 것이 더욱더 가려지듯이 시간은 겉으로만 그렇게 보였던 것을 진실로 만들었다.

이곳과 집에서의 모든 기억은 곧 후회였고, 모든 생각에는 위안이 빠져 있었다. 파란 옷 가방에 딸의 머리글자를 새길 여유조차 없었다지만, 어떻게 시간이 없을 수가 있었을까? 지금은 시간이 이렇게 끝없이 뻗어 있는데. 길고 느린 밤들과 함께 오는 나날에 100년의 무게가 실려 있는데.

그럼 나는 달라요. 내가 몰인정하고 또 약하고 내가 이해 못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래요, 나는 몰인정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무자비한 후회에 사로잡힌 채 아이의 살 없는 뼈를 내려다볼 수는 없어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일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요."

슬픔은 그들 공통의 기반이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나누기도 했다.

그날 저녁 그들은 집 안을, 과수원과 정원을, 밭들을 함께 걸어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골트 대위는 전과 달리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혼자 나서지도 않았다. 사과나무, 벌통의 벌, 그의 자랑이었던 가축이 여전히 마음을 끌어당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내였다.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실제로도 그렇다면 그것은 잔인한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품지 않으려 했다. 사실 민중이 들고 일어난 것, 그것이 지옥의 시작 아닌가? 그 지옥이 이 작은 변두리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완성되었을 뿐. 진실이 그릇된 가정 안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그런 무시무시한 저주의 추측 안에도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여름에 골트 가족의 운명을 정한 것은 진노가 아니라 우연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떠나온 해변만큼이나 그들이 지나가는 밭과 언덕, 숲과 잡목림, 고요한 폐허가 싫었다. 그녀는 그저 한때 그녀를 즐겁게 해주던 풍경으로부터, 친절하게 웃음 짓던 얼굴들과 부드럽게 말하던 목소리들로부터 영원히 떠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어떤 기차를 타고 가다 낯선 사람을 봐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거나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 곳에서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 못하거나 공감 못할 일이 아니었다. 한때는 유쾌하고 편안한 잉글랜드에서의 미래를 상상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서식스에도, 그 교외에도, 빌라에도, 잉글랜드의 고요에도 관심이 없었다. 관심 있는 것은 아내의 얼굴이 여위고 창백해졌다는 것, 아내가 무감각해진 눈으로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는 것, 목소리에서 특유의 음색이 사라졌다는 것, 맞잡은 두 손이 조각상의 손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혼란에 빠져 은행에 전보를 보낸 것이 아니라 더 단호하게 과거를 마감하겠다는 결의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었다.

"떠나는 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는 게 이상해요. 한때는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이상하네."
이런 식으로, 1921년 9월 22일 목요일, 골트 대위 부부는 집을 버렸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을 버렸다.

교회 첨탑들과 마을 주택들, 작은 뒤뜰의 마지막 스위트피, 세심하게 엮은 철망 위로 제멋대로 뻗어 나간 강낭콩, 마지막 순을 틔운 제라늄은 다른 것들이었더라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다가온 프랑스는, 거기에서 여러 밤을 보내기는 했지만, 또 다른 나라에 불과했다.우리는 내처 여행을 했습니다. 골트 대위는 에니실라의 변호사에게 그렇게 적어 보냈다. 호텔 메모지에 적어 보낸 세 문장 가운데 하나였다.

브리짓은 하느님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도한 것으로 충분했고 하느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것은 하느님의 뜻이었다. 그들은 이제 되어가는 대로 맞추어 적응할 터였다.

그녀는 아마도 이곳을 찾아오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을 떠나야 했을 때 그녀가 겪은 꼴사나운 일을 생각하면 이곳에 다시 오는 것은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크고 오래된 부엌이 그리울 거다, 브리짓은 다시 부엌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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