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멍청하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는 거지?" 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다. 때로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도.

그러나 하나, 둘, 이것저것 고려하여 생각해 본다면, 심지어…. 하기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간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에도 무언가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상에 이와 비슷한 사건은 일어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법이다.

온갖 관청, 연대(聯隊), 사무실 등, 말하자면 이런 곳에 근무하는 관료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없다.

남에게 대들 줄 모르는 자들을 비방하는 훌륭한 습관을 지닌 여러 작가들이 실컷 조롱하고 비아냥거린 바 있는, 이른바 영원한 9등 문관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그가 분명 대머리에 문관 제복을 입고서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상태로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었다.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면이 있는지, 세련되고 교양 있는 상류층에게, 맙소사, 심지어는 세상에 고결하고 청렴결백한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흉폭하고 무례한 면이 숨어 있는지를 목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자모를 쓰는 순간이면, 거의 몰아지경에 빠져버렸다. 웃음을 짓기도 하고, 눈을 찡긋거리기도 했으며, 마치 펜으로 써 내려가는 모든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 듯이 입술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독설가들이 말하듯이, 장기근속 끝에 그가 얻은 것이 라고는 제복 단추와 치질뿐이었다.

유일한 자구책이라고는 초라한 외투 나부랭이로 몸을 가린 채 대여섯 개 거리를 단숨에 달려 가서 출근길에 얼어붙은 직무 능력이 녹을 때까지 발을 실컷 구르는 것이다.

이재봉사에 관해서는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소설에서는 보통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이 완벽하게 묘사되기 마련인지라, 페트로비치에 대해서도 이렇게 소개를 해야지 어쩌겠는가. 본래

이왕 그의 아내 얘기를 꺼냈으니, 몇 마디 덧붙일 필요가 있겠다. 페트로비치의 부인은 두건이 아니라 실내모를 썼고, 미모를 갖추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녀와 마주친 근위병들이 콧수 염을 움찔거리며 목소리를 유별나게 내면서 실내모 아래쪽을 곁눈질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유감스럽게도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여기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대체로 전치사와 부사, 그리고 의미라곤 전혀 없는 조사 따위를 동원하여 사정 설명을 했다는 점을 알아둬야겠다. 설명하기 매우 곤란한 문제일 경우 그는
심지어 말을 끊지 못하는 버릇을 지닌 터라, 툭하면 "그러니까, 실은, 정말이지…." 라는 말로 시작해 그 후로는 도통 무슨 얘긴지 알아들을 수 없이 오리무중이었으며, 이미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잊고 마는 것이다.

페트로비치가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옷깃에 서부터 소매, 등판, 소매 뒷자락, 단춧구멍까지 자신이 만들었기에 하나같이 아주 낯익은 그의 제복을 훑어보면서 물었다. 재봉사의 습관이란 바로 그러해서, 사람을 만나 맨 처음 하는 짓이 그렇게 옷을 살피는 일이다.

"안 됩니다, 수선할 수가 없어요. 옷이 해질 대로 해졌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왜 안 된다는 건가, 페트로비치?" 그는 어린애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고작 어깨만 닳았을 뿐인데, 자네에게 덧댈 적당한 천 조각이 있지 않은가…."

외투는 필시 새것을 장만하셔야만 합니다."
‘새것’이라는 말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방 안에 있는 모든 게 뒤죽박죽으로 보여 혼란스러워졌다.

"외투 한 벌에 150루블이라니!" 가엾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항상 유달리 조용했던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생전 처음 그렇게 소리 질렀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새 외투를 만든단 말인가? 물론, 명절 포상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벌써 쓸 곳을 정해 놓은 지 오래였다. 새바지도 필요하고, 장화의 목 부분에 가죽을 덧대느라 구두 수선공에게 진 묵은 빚도 갚아야 했으며, 여자 재봉사에게 셔츠 세벌과 글자로 쓰기에는 민망한 속옷 두 벌을 주문해야 했다. 그러니까 명절 포상금은 이리저리 모두 지출될 예정이었다. 만일 국장이 선심을 써서 40루블이 아니라 45루블이나 50루블을 준다 하더라도, 그래봐야 남는 돈은 얼마 안 되기에 새 외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에는 턱도 없이 모자랄 게 분명했다.

페트로비치가 워낙 제멋대로 비싸게 부르는 통에, 그의 아내까지도 참지 못하고 "뭐야, 미친 거 아냐, 이 멍청아! 언제는 형편없는 가격으로 일을 맡더니, 이번에는 그만한 주제도 안 되면서 가격을 그렇게 세게 부르다니." 라며 소리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1년이라도, 일상적 지출을 줄여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저녁마다 차 마시는 일을 그만두고, 초를 켜지 않으며, 만일 꼭 그래야 한다면 주인 여자의 방으로 가서 일을 보기로 했다. 길을 가면서도 종종걸음으로 걷다시피하여 가능한 한 가볍고 조심스럽게 돌이나 석판을 밟아 신발 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하며, 속옷이 빨리 해지지 않도록 세탁부에게 빨래를 맡기는 횟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는 속옷을 벗고 오래됐지만 아껴온 목면(木棉) 가운만 걸치고 지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그런 절제된 생활에 익숙해지기 조금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길이 들었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심지어 저녁을 굶는게 습관이 되었다. 대신 미래의 외투라는 영원한 이데아를 늘 생각하면서 정신적인 양식을 섭취하였다.

이때부터 마치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 곁에 있으며, 어여쁜 여자친구가 평생의 반려자가 되어주기로 한 것처럼, 그의 존재 자체가 어쩐지 더 충만해졌다. 그 여자친구란 다름 아닌, 두툼한 솜을 넣고 닳을 염려 없는 튼튼한 안감을 댄 바로 그 외투였다. 그는 생기 넘쳤고, 삶의 목표를 세운 사람처럼 성품이 강고해졌다. 표정과 행동에서는 의혹과 우유부단함, 망설이고 주저하던 모든 성향이 저절로 사라졌다. 때로는 눈에서 불꽃이 튀었으며, 심지어 ‘진짜로 옷깃에 담비 가죽을 달까?’라는 대담무쌍하고 용맹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리기도 했다.

본래 아주 차분했던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페트로비치가 마침내 외투를 가져온 그날이 딱히…, 몇 월, 며칠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일생 중에 가장 찬란한 날이었다.

페트로비치는 훌륭한 재봉사들이 으레 그렇듯이 손수 외투를 들고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여태 보지 못한 의미심장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해냈으며, 안감을 대거나 수선만 하는 재봉사들과 새로 옷을 짓는 재봉사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페트로비치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상호를 내걸지 않고 작은 거리에서 영업을 하며, 아카키 아카 키예비치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토록 싼값에 주문을 받았다는 말을 잊지 않고는, 넵스키 대로에서라면 수공비만 75루블은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이에 대해 페트로비치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와 그가 허풍을 떨면서 비싼 값을 들이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페트로비치는 그의 뒤를 따라 나가서 멀리서 외투를 오랫동안 살펴본 다음, 일부러 굽은 골목을 끼고 옆으로 돌아 다시 거리로 달려 나와 반대쪽, 그러니까 정면에서 다시 한 번 외투를 살펴보았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흥에 취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새 외투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꼈으며, 심지어 깊이 만족해 몇 차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정말로 두 가지 이점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따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바로 그때 모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새 외투를 보기 위해 경비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그저 미소만 짓더니 나중에는 심지어 부끄러움을 탔다.

모두 다가와서 새 외투를 기념하는 축하주를 마셔야 하며, 모두에게 연회를 베풀어야 한다고들 했을 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뭐라 대답하고 어떻게 발뺌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몇 분 뒤에 그는 온통 얼굴이 벌게진 채로 그건 결코 새 외투가 아니며, 그건 그러니까, 헌 외투라고 꽤나 순박하게 우기기 시작했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발뺌을 하기 시작했지만, 거절하는 것은 무례하고 부끄러운 처사라고 모두가 말하는 통에 아무래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저녁 무렵 새외투를 입을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즐겁게 식사를 마쳤고, 식사 후에 아무 서류도 정서하지 않았으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침대에서 잠시 뒹굴었다. 그리고 서둘러 옷을 입고, 외투를 걸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을 초청한 관리가 어디에 살았는지는 똑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다. 기억이란 우리를 심히 배반하게 마련이며,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것은 거리건 집이건 모두 머릿 속에 뒤죽박죽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속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형태로 끄집어내기가 매우 곤란하다.

왜 씩 웃었을까? 처음 접하는 것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본능이 꿈틀거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많은 관리 들처럼 ‘쳇, 프랑스 것들이란! 그것들은 뭔가 꿈꾸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똑같이 표현해 보려고….’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예 아무 생각도 안 했을지 모른다. 사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알아보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는 집주인에게 그만 가봐야겠다고 했으나, 주인은 새 외투를 산 기념으로 샴페인을 꼭 마시고 가야 한다며 보내주지 않았다.

벌써 12시가 되었고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집주인이 자신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방에서 조용히 나와, 현관에서 외투를 찾다가 안타깝게도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발견하고는 티끌 같은 먼지를 잘 털어버리고 나서 옷을 입은 다음 계단을 내려와 거리로 나섰다.

번개처럼 빠르게 옆을 지나간 어떤 여인의 뒤를 따라 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달리기를 멈추고는, 어떻게 그런 민첩한 몸놀림이 나왔는지 스스로 놀라며, 다시 이전처럼 천천히 걸었다.

저 멀리,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세상 끝에 있는 것만 같은 방범초소에서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쯤에서 유쾌한 기분도 어쩐지 눈에 띄게 사그라졌다. 그는 광장에 들어서면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생각지도 못했던 공포를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바다 속처럼 고요하며 어두웠다. 그는‘안 보는 게 낫겠군.’하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걸어갔다. 그가 광장의 끝에 다 왔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눈을 떴을 때,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러니까 바로 코앞에 콧수염이 난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그날 밤을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인사의 직위가 무엇인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중요한 인사가 중요한 인사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그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인사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의 지위는 더 중요한 인사들에 비해서는 그리 중요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는 부류는 항상 있게 마련이 다.

우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바로 이‘중요한 인사’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나 중요한 인사에게 가장 적절치 못한 시간에 나타나고 말았다. 중요한 인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유년 시절 친구와 매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바로 이 순간 바시마치킨이라는 인사가 찾아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소심해질 대로 소심해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매우 당황하여 다른 때보다 "그러니까." 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며, 할 수 있는 한 혀를 놀려 완전 새 외투를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강탈당했는지를 설명했 다. 그러고는 경시총감이나 고위 인사에게 외투를 찾아주도록 서한을 써달라는 청을 하기 위해 왔노라고 말을 맺었다. 그런데 장관은 어쩐지 그의 태도가 매우 무례하게 여겨졌다.
"귀하는 무얼 하자는 게요." 그는 말을 끊어가며 물었다. "절차도 모른단 말이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이런 일이라면 우선 사무직원에게 청원을 넣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계장에게 보고되고, 다음으로 국장에게 보고되고, 그다음에 나의 비서에게 문서가 전달되면, 그제야 비로소 내게 보고될 수…."

이 중요한 인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벌써 쉰 살이 넘은걸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그가 만약‘젊은이’라 불릴 수 있다 치더라도 그건 상대적인 경우인지라, 이를테면 이미 일흔 살이나된 사람이 그런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관심이 없는 바이다.

어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소중한 존재인 적이 없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심지어 흔해 빠진 파리도 바늘로 찔러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연과학자의 주의조차도 끌 수 없었던 존재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마치 그가 살아생전 아무런 주의도 끌지 못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가 죽은 후 며칠 동안 떠들썩한 일이 벌어질 운명이었음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비록 계급이 따뜻하게 행동하는 것을 자주 방해했지만, 그는 워낙에 선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중요한 인사는 가정의 안락함에 만족했지만 도시 반대편에서 우정 어린 여자친구와 만나는 것은 고상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이 여자친구는 아내보다더 예쁘지도 젊지도 않았다. 이쯤에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많은 것들이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 두어야겠다.

이 사건은 그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어 부하 직원에게"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행동을 하는가?" 라는 말을 이제는 눈에 띄게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찌 된 일인지 예전과 달리 질책을 하더라도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서 했다. 그러나 더놀라운 사실은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유령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창백하고 몹시 놀란 데다 외투를 입지도 않은 중요한 인사는 카롤리나 이바노브나에게 가기는커녕 집에 와서 겨우 방에 들어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