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의 강추위라는 오늘 아침
학교에서 하는 캠프에 N군을 데려다 줘야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어제보다 길은 더 꽁꽁 얼어 있었고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밤 사이 눈도 더 내렸고,,ㅠㅠ)
나는 몇 번이나 겨울에 N군을 학교에 데려다 주다 몇 바퀴씩 얼음길 위에서 돌았던 적이 있어서
오늘은 잔뜩 긴장하고서 운전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바쁘게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허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아침이면 늘 아이와 함께 듣는「출발 FM과 함께」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내가 조금 늦게 일어나서 <문득 묻다> 코너를 듣지 못하고 <말들의 풍경>만 들을 수 있었는데
오늘 <말들의 풍경>에서는 김승희 시인의 (콩나물의 물음표)라는 시를 읽어주었다.
콩나물의 물음표
김승희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오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긴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 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콩이 콩나물이 되기 위하여 어두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내어야만 한다는 것.
모든 성장에 햇볕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어떤 성장에는 어둠도 필요하다는.
햇볕을 받고 자란 식물보다 어둠 속에서 자란 식물의 속이 더 단단하더라는
그런 말의 향연을 들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콩나물은 존재에 대한 물음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콩나물은 그 긴 물음에 어떤 답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