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결국 안 하게 되었다.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목요일 오전 10시쯤 방송작가에게 거절의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즉각 전화가 왔다. 내가 정 못하겠으면 컨셉을 바꿔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식사를 준비해주고

나는 밖에서 남편에게 전화하는 것으로 하자고.

그래서 나는 좋다며 남편에게 작가의 생각이 어떠냐고 하니까 남편은 내가 없으면 자기도 안 하겠다고 해서

결국 여러 차례 조율하다가 안 하기로 했다.

안 하기로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안도했다.

건강식단을 챙겨 먹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해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10번 생각하면 9번은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 올해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조촐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이 입을 잠옷을 보내주셨던 시부모님도 배송비가 잠옷값보다 더 많이 나온다며
보내주시지 않겠다셨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새 잠옷 입는 전통을 깰 수 없어서
남편과 함께 저렴한 잠옷을 사왔다.
딸아이는 기숙사에 들어가느라 침대 씌우개와 이불 세트를 사줬기 때문에 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 사줘도 된다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아침에 서운할까 봐
아이가 사고 싶어하는

[Eragon] 마지막 편을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두께가 엄청 두껍다. @@
저렇게 한결같이 두꺼운 책을 내는 작가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을까?
이야기꾼은 타고난다는 말이 있던데, 정말 타고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막내 잠재울 때 아이가 이야기해달라고 할 때도 해 줄 줄 몰라서 매번 곤욕을 치르는 데 말이다.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부럽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그녀의 책에
이야기꾼인 그녀의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야기꾼을 엄마로 둔 그녀가 부럽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 평생 읽은 책이 적지는 않을 텐데
아이에게 해줄 이야깃거리 하나 생각 안 나는 머리라니, 한심하다,









3. 책을 읽어 봤자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없으면서 크리스마스라고 나를 위해 책을 많이 샀다.

다른 크리스마스보다 나를 많이 위로해주고 싶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많이 힘들었고 열심히 노력도 했으니 그만큼 대가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을 했기도 했지만

내가 안 산다고 남편이 사 줄 것도 아니라서.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남편에게는 알라딘 택배를 교묘하게 숨기면서

"돈도 없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 내 선물 안 사줘도 돼."라고 했다.

가증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원래 그렇게 가증스러운 여자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머릿속으로 (책은 다 숨겨뒀으므로) 내가 산 책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뿌듯하면서 어디서 오는 건지는 모르지만, 사랑이 느껴진다.( ")


먼저 [물만두의 추리 책방] 


책임편집자인 정일웅 씨가 "다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는 말이 진실한

편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분의 그러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물만두 님의 추리 책방을 읽는 마음가짐부터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 걱정되는 것은 물만두 님이 소개해주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나.


[별 다섯 인생]

[물만두의 추리 책방]보다 이 책을 먼저 주문해서 읽었다.

다 읽었다. 읽으면서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그분의 긍정 에너지가 느껴졌다.

정말 특별한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물만두 님.



[삶을 바꾼 만남]

꽤 두꺼운 책인데도 가벼워서 의외였다.

하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은 숙연한 내용이 가득하다.

이제 겨우 30여 페이지 정도 읽었을 뿐이지만 다산 정약용에 대해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계속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말이 뇌리에 깊이 박혔지만, 내 몸은 왜 반응을 안 할까?ㅠㅠ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갯글을 읽고 주문했는데 이 책 역시 정민 교수님의 [삶을 바꾼 만남]만큼 두꺼워서 놀랐다. 그런데다가 이 책은 그 책보다 더 무겁,,ㅠㅠ

이슬람 여인들에 대한 99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인데 이제 겨우 20가지 이야기를 읽었다.

요즘 영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와 닿는 게 많다.

이 책의 저자인 '현정'이라는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서 다른 책도 찾아보니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릴 구원할 거야1,2]의 작가였다!! 중고샵에서 책 검색을 하다가 표지를 보고 

참 특이한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얼굴인 거다!!

자기 확신이 강한 작가가 부러웠는데 젊어서부터 그랬구나,,,끄덕끄덕


[콜렉터]

이우일 작가의 콜렉터. 표지만 보고도 꼭 사고 싶었다. 어쩌면 저렇게 오타쿠 스러운 표지일 수 있는지!!!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약간 작은 크기의 책이 너무 이쁜거다!! 더구나 옛날에 쓰던 노트를 연상케 하는 저 귀퉁이 파란색. 붙인것처럼 느낌이 다른데 이음 선이 없는 것 보면 오돌오돌한 뭔가를 발랐나 보다. 책 정말 잘 만들었다. 완전 맘에 든다.




[그림과 그림자]

흑백의 뭔지 모를 저 표지도 그렇지만 김혜리 기자가 쓴 그림에 대한 글이다. 큐레이터는 아니지만

아트 컨설턴트라고 찍힌 명함을 받아들었으니 뭔가 값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핑계로

맘 편하게 주문한 책이다.

이제 겨우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그리고 뷔아르의 그림에 대한 글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녀가 그림을 공부했다는 사실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구나! 그러면서 읽고 있다.

휙휙 페이지가 넘겨지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그림 하나하나 글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읽게 된다.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교수의 책은 세 번째 주문이다.

[디아스포라 기행]과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먼저 주문했었다.

옛날 옛적에.

그러고 보니 다 '순례'의 느낌이 나는 제목이다.

음악회에 가면 일찍 찾아가서 빈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나와 비슷하다.

나도 일찍 홀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괜히 설레면서 연주자들이

검은 정장을 입고 들어와 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서경식 교수는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지만

이 책을 먼저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뭐라도 되겠지]

제목도 제목이지만 좋다는 글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 날 읽으려고 순서를 정해놨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편집이 맘에 든다.


[신화의 힘]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로 'must read'라고 쓴 몇몇 알라딘 지기들의

글을 읽고 늘 읽고 싶었던 책인데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주문했다.

아~~~빨리 읽고 싶다. 아직 틀춰보지도 못했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

이건 완전히 꽃양배추 님 때문이다.

그녀의 100자 평을 읽고 호기심이 넘쳤는데 이게 웬 횡재인지 중고샵에 1,800원에 나온 거다.

앞뒤 생각 안 하고 얼른 주문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저렴하게 사서 입이 찢어진다.







[라블레의 아이들]

만화가 김태권 씨가 추천하는 책 중 한 권이다. 음식에 대한 얘기가 주로 많았던 추천 리스트.

음식에 대한 책이라면 한 수집하는 나다. 어찌 이 책을 그냥 둘 수 있;;;


[건축예찬]


건축에 대한 고전이라고 누가 그래서 읽고 싶었다. 그런데 어려운 것 같아,,,이해할 수 있을까? 내 머리로??ㅠㅠ


[일상의 발견]

현대인의 자아 결핍증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한 알라딘 어느 리뷰어의 글이 생각난다. 읽어보니 그 말이 그리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발견을 위해서는 느리게 사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상이 내가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책 선물이다.

많이 주문했지만, 삼성카드 VIP라고 일 년에 12번 6개월 무이자 신청해 구매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서

6개월 할부로 주문한 거다.ㅜㅜ

그런데도 그런데도 말이지 사고 싶은 책이 더 있으니 미치겠다.


[웃음1,2]

[피아노 레슨]

[아름다운 그늘]

[심야책방]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책은 도끼다]등등등

[책은 도끼다]는 

세실 님이 읽고

혹시

나한테 던지지 않을까?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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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2-2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못 들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군요~~~~~ 카드도 잘 받았고요!^^
알라딘 아니면 카드 한 장 받을 곳이 없어요.ㅋㅋ

라로 2011-12-26 22:57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마찬가지에요~~~~.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언니 요즘 엄청 바쁘신것 같아요~~~.

이진 2011-12-2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게 강제 선물을 해야겠어요 ㅋㅋ
한참을 고민하고 있따가 나비님의 글을 읽으니 용기가 불끈 솟아오르는걸요?

라로 2011-12-26 22:58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계획하신 대로 강제선물 많이 하셨나요???^^
어떤 선물을 본인에게 했는지 알려주세요~.ㅎㅎ

2011-12-24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12-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블레의 아이들 재미있습니다. 오랫만입니다.

라로 2011-12-26 23:01   좋아요 0 | URL
라블레의 아이들 읽으셨군요!!^^
오랫만에 뵈어요,,,메리크리스마스 지났지만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oonnight 2011-12-2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의 방송 출연. 조금의 기대도 있었사오나 ^^; 마음에 부담이 크셨을텐데 잘 거절하셨어요. 작가분이 굉장히 집요하신 거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 (__);
책 많이 사셨네요. 저도 제게 주는 선물로 책 한 박스 주문했어요. 크리스마스 지나고 도착하겠지만 뿌듯해하고 있어요. 사랑스러운 나비님 메리크리스마스. ^^

라로 2011-12-26 23:03   좋아요 0 | URL
님도 책을 한 박스나 주문하셨군요!!ㅎㅎ
어떤 책을 사셨어요???궁금하니까 풀어내보세요~~~~.ㅎㅎ
작가가 좀 집요하신 분이긴 했지만 못 한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요,,뭐.ㅎㅎ
다음을 기약했는데 그때는 제가 좀 더 예뻐지고 좀 더 좋은 집에 살고 있을까요??( ")
고운 달밤님도 크리스마스 해피하셨나요???

진주 2011-12-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바꾼 만남은 재생용지를 썼나요?
재생지 쓰니까 가볍던데...^^
그리고 방송 안 나가길 잘 했다가 아홉 번. 한번의 미련을 남겨 두는 거~아주 좋아요^^
열 번 생각해서 열 번 다 잘 했다-이러면 우리 인생이 너무 싱겁잖아요~

라로 2011-12-26 23:04   좋아요 0 | URL
오~~~그러고보니 그런것 같아요.
재생용지인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흠
진주님은 셜록홈즈와 같은 탐정 기질을 타고 나셨군요~~~.^^
그죠,,,약간 아쉬운 뭔가를 남겨 놓는게 맛이겠죠?^^
성탄절 어찌 보내셨어요?? 아버님 생각 많이 나셨지요?

2011-12-24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12-2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로 울프가 나오는 요리장이 너무 많다는 참 재미있어요^^

라로 2011-12-26 23: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가 정말 1800원에 재미있고 구하기 어려운 책을 샀다는 사실에 지금도 싱글벙글이에요~~~~.ㅎㅎㅎ
카스피님 크리스마스 즐거우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