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 의료 행위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관심을 가지고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하는지부터 좀 자세히 보는 편이다. 방금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소년이 간질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간호사가 "환자분 왜 그러세요?"라고 했나? 아무튼 그런 말을 하면서 우루루 몰려가서 막 건드리는 장면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seizure protocol이라고 해서 어느 환자든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으면 환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방어(?) 하는 방식의 간호를 하지 적극적으로 건드리거나 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히려 간질이 발생한 시간을 적고 끝나는 시간을 적는데 간질이 5분 이상 되면 위급상황으로 본다. 어쨌든 의료전문인의 감수 없이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간호사가 막 환자분 왜그러세요? 그런 질문을 하지. 아 놔~~.
2년 차이지만(올 11월이어야 3년임), 여전히 서툴고 평상시는 내가 간호사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작은 형이 최근 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biopsy를 하니까 아주 어그레시브 한 암으로 밝혀져서 이 주 전부터 현재 우리 집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대부분 시어머니와 남편이 보살피고 나는 하는 일이 없는 편인데, 혹시 가족들이 너는 간호사니까 네가 간호를 하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간호사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기준 미달이다. 왜 가족은 더 간호하기 힘든 것일까? 설정 때문인가? 병원이라는 설정은 환자를 간호하기 좋기도 하지만, 환자가 환자 역할(?)을 다 해주니까 나는 간호사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데 집에서는 환자가 아니라 내 남편의 형, 뭐 이런 관계가 되어서 그럴까? 그냥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사족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더 할 말이 많았는데 적어놓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난다. 머리가 나빠도 이렇게 나쁠 수가.
남편의 형이,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암이라는 것에 걸린 것도 아직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한 집에서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산다는 자체가 이렇게 불편한 일이 될지는 몰랐다. 하,, 미래는 예측 불허, 그래서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지??? 잘하자, 라로야!!!! 오래 못 산다고 하잖아,, 있는 동안 잘 참아봐!!!
참기 위해서 책을 샀다. 그러면서 1월 첫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