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어 걸스는 이제 안 보게 되었다. 로리가 로건이랑 그렇고 그렇게 되면서 로렐라이와의 관계가 안 좋아지던 그때부터. 하아~ 좀 지겨워진 것도 없지 않아 있고. 점점 그 밥에 그 나물이 되어 가는 것 같은. 그래서 더 이상 안 재밌는데 세상엔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안 본다. 암튼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리즈 위더스푼이 나오는 영화를 봤고, 오늘도 사무실에 와서 숙제를 해야 하는데 숙제를 하기 전에 넷플릭스를 여니까 <시카고 메드>가 메인 화면에 떡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남주 같은 사람이 낯이 익었다. 검색을 해보니 예전 한국에서 온 가족이 즐겨보던 드라마 <Arrow>에서 주인공보다 더 좋아했던 타미 역할의 배우 Colin Donnell. 여기서는 Dr. Rhodes 역으로 나오는데 시즌 1 에피 1에서 뭐냐? 상처 혼자 꼬메고 있어. 아 놔~~. 그러면서 간호사에게 살 붙잡아 달라고. 의사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다. 드라마니까 정말 가능한 그런 상황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진 출처: 칫싯
암튼 드라마에서 나오는 병원의 시스템이 어찌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ER과 다른 유닛이 막 섞여있는 것 같고, 의사가 환자를 OR로 보내라고 한다고 금방 보내지고,,, 그런 세상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ㅋㅋㅋ
그리고 방금 에피 2를 봤는데 익숙한 광경인 code blue가 나와. 음 대강 잘 하는 군,, 했는데 갑자기 환자의 심장 리듬이 sinus brady로 돌아 왔어요, 라고 간호사가 그러니까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정확히 숫자를 얘기하거나 하지. 아니 숫자도 말 안 한다. 의사도 눈이 있어서 보니까.ㅎㅎㅎ) 의사가 엉뚱하게 그럼 amiodarone주라고. 여기서 뻥찜. 맥이 느린데 왜 더 느리게 하는 약을 주라고 하지? atropine을 주라고 하는 걸 amiodarone을 주라고 잘못 말한 것 같다. 암튼, 의학드라마 안 보려고 했는데 Colin Donnell 때문에 보게 되었다. 당분간 이 드라마로 질주할 듯. 아~~ 나란 여자,, 늘 남자 때문에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건 아닌가 몰라.ㅋㅋㅋ 암튼 이거 다음엔 시카고 피디 봐야지.ㅋㅋ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어제 일을 하는데 내 환자가 아닌 다른 간호사의 환자의 심장 리듬이 ventricular tachycardia으로 변했는데 보통 5분 정도 그 리듬이어도 다시 제 리듬으로 돌아오는데 이 환자는 거의 50분을 이 리듬으로 계속 있는 거다. 그래서 간호사가 의사에게 전화하니까 200 joules cardioversion을 하라는 오더를 내렸다. 우리가 하는 건 아니고 ER 의사가 와서 그렇게 하는 거다. 우리는 셋업만 해주고. 예전에 내가 맡은 환자는 cardioversion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와서 나는 모니터만 하면 되었는데 직접 중환자실에서 cardioversion을 하라는 오더는 처음이라 모든 간호사들이 다 그 환자 주변으로 모였다. 도대체 뭐 하는 거지? 하면서.ㅎㅎㅎㅎㅎㅎㅎ
키 크고 잘생기고 특별히 일 잘하고 똑똑한 Dr. P가(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의사예요.ㅋㅋㅋㅋ) 와서는 간호사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으니까 무슨 파티가 난 것 같다고 한 소리.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차지 널스(자기도 간호사 생활 12년 동안 처음 하는 거라고)가 중환자 실에 이런 일이 별로 없어서 다들 신나한다고. 아 놔~.ㅋㅋ 암튼 멋있는 응급실 남자 의사가 와서 한순간에 cardioversion을 했는데 그 순간 굳게 감겨 있던 환자의 눈이 반짝 떠졌다. 그것을 나만 봤다는. 다른 사람들은 의사 보냐고 못 보고. 나는 사실 학생 때도 해봤고 자원 봉사 할 때도 해봐서 별로 안 신기했다는. 암튼 그 순간 환자의 눈이 반짝 1초 정도 떠졌다가 다시 감겼는데 눈이 초롱초롱 너무 이쁜 거다. (할머니 환자임. lol) 아이들의 눈처럼 순진하고 순수하고 초롱초롱 똘망 똘망 한 눈빛을 본 순간 내 마음이 아주 말랑말랑 해졌다. 세상에서 너무 귀하고 소중하면서 이쁜 것을 본 것 같은 그런 느낌. 아주 특별한 1초였다.
알라딘에 들어올 때 알림이 나왔다. 예약 주문한 하루키의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가 배송 준비 중이라고. 아 신난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 케이트 쇼팽의 <편견의 문제>도 나왔고. 2월에 책 읽는 즐거움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 3월에도 역시 변함없지만, 책 읽을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일도 일이지만 숙제가 (숙제를 하는 건 아닌데 고민하느라.ㅠㅠ)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너무 많아. 얀 마텔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서 소개 받은 책에서 읽을 리스트 적은 책들도 다 읽어야 하고, 예전에 프님이 올리신 리스트도 읽어야 하고,,, 당분간 책만 읽고 살도록 더 이상 공부 끝 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면 다시 공부가 하고 싶을 거고, 공부를 안 한 나를 원망하고 후회하고 할 것이다. 원래 다 그런 거니까. 다는 아니라도 나는 그러니까.
암튼 일주일 넘게 생각하고 있는 숙제는 아직 감도 못 잡고 있다. 이번 일요일이 마감인데. 너무 초초한데 드라마 보고 알라딘에 글 올리고 책도 읽고,,, 숙제를 피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숙제에 집중을 못하고 자꾸 하기 싫을까??ㅠㅠ 누가 나에게 cardioversion 하는 것과 같은 한 방을 쏴주면 반짝 하고 숙제에 몰입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딴짓, 뒷북 그만 치고 할 거 하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