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까!!

캘사막에 살아서 더 그런가? 비가 오면 너무 좋아서 혼자 춤이라도 추고 싶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뭉게뭉게구름이 잔뜩이어서 날이 선선하려나 (요즘 창문 열고 잘 정도로 더웠음 - 나 말고 시어머니) 했는데 비!!! 비가 오다니!!! 이 행복한 느낌을 기록해야 해. 그래서 내가 죽더라도, 우리 애들이 혹 내 글을 읽으면, "우리 엄마는 비가 오는 날을 무척 좋아했구나.."라고 알 테니까.


3시 정도까지는 비가 올 테니까, 나는 3시까지 아주 행복할 거야.



scott 님이 드롱기와 아이스크림 제조기도 장만하셨다는 댓글을 읽고 엔군의 룸메 생각이 났다. 기숙사 생활을 하러 왔으면서 아이스크림 제조기까지 챙겨 들고 온 머스마!! (아니, 그 엄마가 챙겨서 보냈겠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엔군에게 아이스크림 제조기로 딸기 스무디를 만들어 줬다며 사진을 찍어 보냈을 때 너무 웃겼는데, 요리 하는 것이 취미인지 로스트비프니 등도 잘 만들어 준단다. 대신 재료비는 엔군이 댄다고. 나는 엔군이 잘 못 먹고 다닐까 봐 라면 두 박스나 보냈는데 (엔군 참깨라면 좋아함). 배보다 배꼽이 더 나왔지만. 왜 H마트에서 온라인 배송 시킬 생각을 못하고 (그러면 배송비 무료) 내가 다양한 라면을 골라서 배송을 하니 라면 값보다 배송비가 더 나왔다는 뒷얘기. 머리 나쁘면 정말 평생 손해.ㅠㅠ


어쨌든 비가 오니까 아무 생각이 없다. 행복하다. 나는 시애틀에 살면 매일 행복하게 살 사람인데 이 캘사막에서 매일 드라이해져서 살고 있다니... 인생은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 만든 김치 부침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크럽 빨아야 하는데,, 비가 오든 안 오든 드라이어기가 있으니까 빨래 안 마르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고, 오늘은 시어머니가 저녁을 만들어 주신다고 했으니까 다른 숙제마저 마치고 그냥 집에 가서 먹으면 된다. 비도 오고, 일도 안 하고, 저녁 만들 걱정도 없고,, 이런 날도 있어야 살 맛이 나지.



내 전공상, 나 빨래 잘하는 여자인데,,,이렇게 세탁법으로 튀는 사람도 있구나.ㅎㅎㅎㅎㅎㅎㅎ 세상 점점 쉬워 보이네.ㅋ






요즘 다시 고민에 빠진 엔군.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가 보다. 그래도 나와 남편은 이주윤 작가의 부모처럼 뭐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뭐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저 <세탁 살림 백과> 책을 낸 사람처럼 아들이 자기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기를 바라니까. 꼭 뭐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음,, 내가 울프는 아니지만, 이 글은 완전 내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글인데,,,유명하다는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사용되었다는 <등대로>를 읽어보고 싶네. 멋도 모르고 비교하는 것 같아서.ㅋㅋ)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3-04 1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래는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스타일러기에게
라로님의 사고 방식 정말 정말 아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거에요
n군 홧팅!!!

라로 2021-03-04 21:19   좋아요 2 | URL
아들은 그래도 말 안 들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스캇님 스타일러 기도 사용하세요? 와우!!!^^

행복한책읽기 2021-03-04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행복기운이 태평양을 건널 기세여유. 덩달아 기쁨기쁨. 별의별책이 다 있네요. 저걸 찾아낸 라로님 눈 2.0!!! 엠군은 존 부모 뒀다요. 혹 후생이 있음 라로님 딸로 태어날래요 ㅋㅋㅋ

라로 2021-03-04 21:24   좋아요 1 | URL
태평양도 건너고 온 것 같아요. 이젠 한 잠 푹 자고 일어나서 기분 좋게 책을 읽었는데 주차 벌금 딱지가 제 차 위에 딱!ㅠㅠ 그것 아니었으면 완벽햇을텐데,,,뭐 액땜으로 돌리기로.^^;;;
저 책 괜찮은 것 같아요. 저는 빨래, 그러니까 세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사서 읽고 싶은데 이북이 아니네요.ㅎㅎㅎㅎ
저도 못하는 걸 아이에게 시킬 순 없잖아요.^^;; 부모가 뭐가 안 됐는데 자식보고 뭐가 되라고 하면 불공평 하잖아요.^ 책님도 그러심서~~~. 안봐도 느껴짐요. ^^

얄라알라 2021-03-04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빨래책을 보자마자 찜. 세탁소에서 싫어하는 책이라고 광고문구 있어서 혼자 킥킥했어요

라로 2021-03-04 21:25   좋아요 1 | URL
저 책 괜히 사소하지만 전문성 있어 보여요. 혼자 킥킥하시는 얄님 떠올리니 넘 귀요미~~~.^^;;

바람돌이 2021-03-05 1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조기가 생긴 이후로 빨래가 좋아졌어요. ㅎㅎ 이렇게 세속적인 인간입니다. 제가...
부모로서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는거 참 안쉽네요. 여전히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우리집 애들은 어찌나 영혼이 투명한지 부모야 기다리던 말던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한듯합니다. ㅠ.ㅠ

라로 2021-03-05 11:24   좋아요 3 | URL
빨래 재밌죠!! 저도 건조기 없으면 스트레스 받았을 거 같아요. ^^;; 바람돌이님은 근데 정말 없는 가전이 없으시군요!!!ㅎㅎㅎㅎ 님의 아이들이 투명하다니 얼마나 좋아요!! 그때 하루하루 즐겁게 안 살면 언제 삽니까??^^;; 예전 제 아들이 말 한대로, 열심히 할 때가 있겠죠.ㅋㅋㅋ 저는 요즘도 그 말을 생각해요. 아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제 아들 저 닮아서 그런지 자기 능력보다 더 큰 결심을 하거든요. 그러다가 기가 꺾이고,,,저를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러워요. 누나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이 그냥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느끼니 괴로운 것 같아요. 지켜봐줘야죠, 뭐. 근데 정말 절 너무 많이 닮아서 마음이 아프긴 해요.ㅠㅠ 아들이라 더 마음이 가는 걸까요?? 가족을 어찌 책임져야 할지,,,어후, 뭐 어쨌든 팔자대로 살겠죠??^^;; 지금은 님의 아이들처럼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딴 걱정 하지 말고.

얄라알라 2021-03-05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코로나 관한 책 쏟아지지만, 저는 수년전부터 인생이 ˝건조기˝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어요^^ 바람돌이님도 라로님도 포스트건조기 삶을 사시는군요^^

라로 2021-03-06 01:42   좋아요 2 | URL
그런 말이 있군요!! 그런데 건조기 안 써보다가 썼던 첫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얼마나 신기하던지.. 저는 건조기를 사용하기 시작한게 거의 30년이 넘었네요. 에너지 절약이나 옷감을 생각하면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편리함을 버리기가 힘드네요. ^^;;;

psyche 2021-03-08 0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엔양도 고민이 많더라고요. 이제 곧 4학년이 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가봐요. 저는 아직 어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천천히 이것저것 관심있는 거 해 보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미리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아이라 뭘 해야할지 모르는 지금 상태가 너무 힘든가 봐요.

라로 2021-03-08 20:11   좋아요 0 | URL
엔양은 수의사가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뭐든지 잘 할 엔양이니까 급한 마음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거, 관심가는 거 다양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엔양처럼 멋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언니처럼 법대를 가도 잘 할테고,,,진심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 같은데...뭘 하든 엔양은 믿음이 가니까 엔양의 팬으로서 늘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