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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ㅣ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뭇잎, 나뭇가지, 혼잣말이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나무꾼은 '나뭇꾼'이라고 쓰면 틀린다. '햇님, 윗층, 아랫층'이 맞을까? '해님, 위층, 아래층'이 맞을까? '웃어른'과 '윗어른' 중 누가 진짜 어른이며, '윗옷'은 언제 입고 '웃옷'은 또 언제 입어야 할까? 어느 때 '부딪치는' 거고 어떤 경우에 '부딪히는' 걸까? '-률'과 '-율'의 확실한 차이, '왠'과 '웬'의 쓰임새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인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과 알쏭달쏭 혼동하기 쉬운 띄어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같은 낱말이지만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사이시옷의 쓰임새 설명이다.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탕으로 용례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가 그만큼 쉽다고 할까?
알쏭달쏭 사이시옷, 넣어야 할까 넣지 말아야 할까?
나뭇가지, 나뭇잎, 혼잣말은 각각 나무+가지, 나무+잎, 혼자+말. 이처럼 두 단어가 합쳐지면서 'ㅅ'이 붙었다. 이런 현상을 '사이시옷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ㄴ'이나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날 때, 'ㄴ,ㄴ' 소리가 덧날 때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이시옷을 넣어 그 소릿값을 알려주는 것'이다.
①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②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③ '-꾼'이나 '-님'과 같은 접미사 앞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④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⑤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사이시옷현상정리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나무'와 '가지'를 합쳐 '나무까지'로 읽는데, 이처럼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 ①을 적용하여 '나뭇가지'로 쓰고, '나무'와 '잎'을 합쳐 '나문닢'이라고 읽는데 'ㄴ,ㄴ' 소리와 관계되는 ②를 적용, '나뭇잎'이라고 쓴다. 그럼 '혼잣말'은 어떤 경우일까?
하지만 같은 낱말인 '나무'가 '꾼'을 만나면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꾼'이 맞지 '나뭇꾼'도 '나뭇군'도 아니다. 이때 나무가 만난 '꾼'은 노름꾼이나 소리꾼처럼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이기 때문. ③번이 적용된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햇님(?). '해님'이 맞을까 '햇님'이 맞을까? '해' 뒤에 붙는 '님'도 접미사인 만큼 해님으로 써야 옳다. 그럼, '동아줄'이 맞을까, '동앗줄'이 맞을까?
주택 보급률이 높아진 이유 등으로 이사풍속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그래도 여전히 봄에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한다. 셋방, 즉 '전셋집'이나 '전셋방'을 얻으려면 '전셋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셋방이나 전셋집이지 전셋방이 아니다. 전셋방은 전세방으로 쓰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즉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세방이다.
전셋돈이나 전셋집처럼 전세방도 '전세'와 '방'이 합쳐진 말인데 왜 전세방만 사이시옷을 얻지 못할까? 이제까지 이유는 모르지만 습관으로 전세방이라고 써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세돈, 전세집, 전셋방이라고 써왔다면 전셋돈, 전셋집, 전세방으로 고쳐 써야한다.
셋방, 전셋집, 전셋돈은 '세', '전세' 뒤에 합쳐진 말 때문에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게 된다. 그럼 전세방은 '전세빵'. 따라서 사이시옷을 넣어 '전셋방'이 맞는 것 아냐?
한자말에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 예외'는 반드시 숙지하자
하지만 전셋집, 전셋돈과는 달리 전세방은 전세(傳貰)와 방(房)이 합쳐진 한자말이다. 우리말과 한자어가 만났을 때도 순수 우리말의 사이시옷현상(위의 ①∼⑤)을 적용한다. 때문에 전셋집이 맞고 귓병, 콧병, 아랫방, 양칫물, 예삿일, 훗일, 훗날 등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예외를 두었다. 두 음절로 된 한자어 중 6개의 단어, 즉 곳간(고간, 庫間), 셋방(貰房), 숫자(수자, 數字), 찻간(차간, 車間), 툇간(퇴간, 退間), 횟수(회수, 回數)에만 사이시옷을 넣도록 정했다. 흔히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 같은 단어는 자칫 '촛점, 싯가, 시점, 댓가'처럼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6개 예외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책 속에서
때문에 순수 한자말인 전세방(傳貰房)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방이다. 그런데 사이시옷문제는 이것으로 만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된소리와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는 ⑤번의 규칙도 있고 규칙에 따랐더라도 경우에 따라 복잡하게 엉키기도 하는 만큼 잘 모르겠다 싶으면 도움 삼을 만한 자료나 책을 보고 또 볼일이다.
⑤ 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의 설명에 따라 '위쪽, 아래쪽, 위층 아래층'이 맞고 '윗쪽'이나 '아랫쪽', '윗층'과 '아랫층'은 틀린다. 그럼, '머릿말', '머릿기사', '머릿돌'이 맞을까? '머리말', '머리기사', '머리돌'이 맞을까?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막연한 안개가 속시원히 걷히는 듯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제대로 된 말의 쓰임새에 대해 쉽고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사이시옷뿐이랴. 모음조화, 역행동화, 용언과 체언, 두음법칙, ㅎ불규칙 등 우리말의 복잡하고 다양한 법칙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띄어쓰기 철칙을 쉽게 설명했다.
앗! 웃어른? 이제까지 '웃어른'보다는 '윗어른'이라고 쓴 것 같다. 또한 '웃옷'이든 '윗옷'이든 한 번도 구별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웃옷과 윗옷을 이젠 구별하여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허접쓰레기'가 맞는 줄 알았는데 '허섭스레기'란다.
글을 써오면서 왜 한 번도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를 구분해 본 적이 없을까? 종종 '왠'과 '웬' 앞에서 머뭇거리면서 왜 한 번도 확실하게 짚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률'과 '-율'은 어떻고?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뿐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맞는 것처럼 잘못 쓰고 있는 수많은 말들을 만났다. 정말이지 이참에 국어공부를 단단히 했다.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니! 속으로 뜨끔했고 잘 모르고 있거나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안일한 태도가 부끄러웠다.
<만화 국어 교과서>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이지만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중학생이 되기 전부터 어른까지' 필독할 책이라는 것을! 또 이 책이 학습만화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이 책만 마스터 해도 국어학자의 실력에 버금 될 만큼 많은 양을 실었기 때문이다.
혹은 생각해 보았다. 복잡하게만 생각하던 우리말과 우리말 문법.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쉬운 설명이 가능한데 학교 교과서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게만 설명할까?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인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등학생들에게 받아쓰기와 많이 읽는 것만으로 우리말을 터득하게 하는 우리말, 우리글 교육방법은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고학년이 되어 느닷없이 복잡하게 나타나는 문법 앞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바람직한 우리말사용에 훨씬 좋지 않을까?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