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김수남 사진굿
김수남 사진, 고운기.양진.백지순 글과 사진 정리 / 현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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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굿이란 무엇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아마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좌절과 희망, 이런 것들을 가장 극렬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굿판일 게다. 어차피 사회와 시대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그래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까지 변해버린 나의 신앙체계, 이것을 찍으며 하나의 증언,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다." - <한국의 굿>(1983)을 내며

김수남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최후를 맞는 일이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자주 말했다는데, 그 스스로 2006년 2월 4일 타이의 오지 치앙라이에서 소수민족 리수족의 신년행사를 취재하던 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향년 57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수남(1949~2006)이 남긴 사진은 16만 여 컷. 자신의 작업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혼(魂)-김수남 사진굿>은 사라져가는 '한국의 굿'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작가 김수남을 회고, 정리하는 책이다.

'방울 대신 카메라를 든 박수무당'으로 불렸을 만큼 굿판이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굿 판 속 만신들과 주민들과 망자들의 혼과 함께 어울렸던 김수남. 그는 언제부터, 왜 한국의 굿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

30년 동안 굿판만 찾아다닌 사진작가 김수남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전국을 휩쓸었다. 새마을 운동은 즉, 근대화였고 근대화의 주축인 유신정권은 근대화 과정에 미신타파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1970년대 유신정권에 의해 '굿'과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 중 상당한 것들이 말살되었다.

근대화 때문에 굿판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굿판이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자각한 그는 전국의 무속현장을 찾아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서 사진예술로 승화시킨다. 굿 현장만 기웃 거린지 30여년. 언제부턴가 세인들에게 김수남하면 '굿 사진'이요. '방울대신 카메라를 든 박수무당 김수남'이었다.

그의 굿 사진 기록 작업은 한낱 미신으로만 여겨지던 '한국의 굿'을 문화로 다시 바라보게 하고 한국인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게 하는 계기가 된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하여 30여 년 동안 그가 굿판을 누비며 기록한 사진들은 <한국의 굿>(열화당) 20권짜리로 전설처럼 남아있다. 이 책은 2006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선정, 전시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굿'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굿판'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동안 생긴 일화들도 많았다. 굿판의 주인공이야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굿판이 어디 예사현장인가. 술에 취한 만신의 아들이 카메라를 빼앗아 내동댕이친 것도 여러 번, “신이 노한다”는 말로 굿을 거부하는 만신도 있었다. 또 미신타파를 위한 증거를 잡기 위해 관련기관에서 나온 사람으로 의심받은 적도 많았단다.

하지만 굿판을 기웃거린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굿판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어떤 굿판에서는 사진이고 뭐고 망자를 위한 한풀이에 함께 울고 막걸리에 취해있기도 했다고. 사라져가는 굿판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열망을 굿판의 혼들이 먼저 알아주었던 것은 아닐까?

근대화에 밀린 오지들 찾아다니며 기록한 김수남

"사람들이 주는 술은 다 받아먹고 굿판 사람들보다 더 얼굴이 벌개져서 돌아다니는데, 그 와중에서도 협조를 구하는 솜씨가 여간 아니었다. 카메라를 가슴에 안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으면서 부탁하면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할 것 없이 시키는 대로 비벼주고 포즈를 취해주고 춤도 추어주곤 했다." - 황루시(관동대 교수)

이 책의 1부에서는 이처럼 그가 남긴 굿 사진 그 이면의 일화들을 만날 수 있다. 고인이 생전에 어울렸던 사람들이 들려주는 김수남에 대한 회고들이 굿판의 음식들처럼 푸짐하달까? 아울러 한평생 오로지 한 분야에 열정을 쏟아온 직업인으로서, 그리하여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장인으로서 그의 사진세계와 사진관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다.

2부는 그가 남긴 '한국의 굿' 사진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담고 있다. 황해도 내림굿, 경기도 도당굿, 제주도 영동굿, 평안도 다리굿, 은산 별산굿, 강사리 범굿, 위도 띠벳굿... 한국의 굿이 이렇게 많았나? 김수남이 기록하지 않았으면 지금 이 많은 굿들은 혹 잊혀지고 있지 않을까?

"아름답고 화려한 문명이나 문화가 서구의 꺼플 속에 가려져 있었던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꽤 오랜 시간 경험하고 여러 번 마음세척을 한 후에야 나는 그들의 겉모습만을 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마음으로 그들의 모습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예술가였습니다. 모두가 소리하고 춤추고 그림 그리고 조각하는 예인이자 장인이었고 잽이들이었습니다. 나는 이들 예인들을 통해, 그들의 삶과 환경을 통해 아시아를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수남,<빛과 소리의 아시아>(2005)중에서

그는 개발과 근대화에 밀려 사라져가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오지를 찾아 기록한다. 일본, 중국, 타이완, 인도네시아, 타이,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네팔 등지의 전통의례와 민속 문화를, 김수남이 남긴 사진과 사진에 얽힌 일화와 함께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수남씨는 사진하고 제 생명을 바꾼 사람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기록하느라고 제 나라에서 편히 있지 못했고 남의 인생을 찍느라고 정상적인 제 삶을 살지 못했다. 술 때문에 명을 줄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의 일부일 뿐이다. 그가 평생 가장 사랑한 것이 가족과 친구와 술이다. 가족은 믿거니 일찍부터 아내에게 떠맡겼다. 국내 답사 현장에는 술친구가 너무 많았고 해외에는 술밖에 친구가 없었다. 인생의 목적을 '사라져가는 아시아 문화현장의 정직한 기록'에 둔 작가에게 술은 고독한 여정을 지탱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 책 속에서

<혼(魂)-김수남 사진굿>은 김수남을 알고 싶은 일반인들을 위해 그에 대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핵심만을 뽑아 잘 정리한 듯하다. 다양한 굿사진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음도, 이국적인 아시아 여러 나라의 풍습을 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다.

삶을 전혀 모르던 유년시절에도 굿판 구경이 좋았는데 삶의 굴곡을 어느 정도 겪은 이 나이에도 굿판은 솔깃하다. 이 책 덕분에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구경하지 못하는 수많은 굿판들을 실컷 만났다. 어린시절, 쏟아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끌어 올리고 날밤을 새워가며 굿판 구경하던 그 재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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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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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나뭇가지, 혼잣말이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나무꾼은 '나뭇꾼'이라고 쓰면 틀린다. '햇님, 윗층, 아랫층'이 맞을까? '해님, 위층, 아래층'이 맞을까? '웃어른'과 '윗어른' 중 누가 진짜 어른이며, '윗옷'은 언제 입고 '웃옷'은 또 언제 입어야 할까? 어느 때 '부딪치는' 거고 어떤 경우에 '부딪히는' 걸까? '-률'과 '-율'의 확실한 차이, '왠'과 '웬'의 쓰임새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인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과 알쏭달쏭 혼동하기 쉬운 띄어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같은 낱말이지만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사이시옷의 쓰임새 설명이다.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탕으로 용례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가 그만큼 쉽다고 할까?

알쏭달쏭 사이시옷, 넣어야 할까 넣지 말아야 할까?

나뭇가지, 나뭇잎, 혼잣말은 각각 나무+가지, 나무+잎, 혼자+말. 이처럼 두 단어가 합쳐지면서 'ㅅ'이 붙었다. 이런 현상을 '사이시옷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ㄴ'이나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날 때, 'ㄴ,ㄴ' 소리가 덧날 때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이시옷을 넣어 그 소릿값을 알려주는 것'이다.

①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②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③ '-꾼'이나 '-님'과 같은 접미사 앞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④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넣는다.
⑤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사이시옷현상정리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나무'와 '가지'를 합쳐 '나무까지'로 읽는데, 이처럼 두 낱말이 합쳐질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면 사이시옷을 넣는 ①을 적용하여 '나뭇가지'로 쓰고, '나무'와 '잎'을 합쳐 '나문닢'이라고 읽는데 'ㄴ,ㄴ' 소리와 관계되는 ②를 적용, '나뭇잎'이라고 쓴다. 그럼 '혼잣말'은 어떤 경우일까?

하지만 같은 낱말인 '나무'가 '꾼'을 만나면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꾼'이 맞지 '나뭇꾼'도 '나뭇군'도 아니다. 이때 나무가 만난 '꾼'은 노름꾼이나 소리꾼처럼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이기 때문. ③번이 적용된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햇님(?). '해님'이 맞을까 '햇님'이 맞을까? '해' 뒤에 붙는 '님'도 접미사인 만큼 해님으로 써야 옳다. 그럼, '동아줄'이 맞을까, '동앗줄'이 맞을까?

주택 보급률이 높아진 이유 등으로 이사풍속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그래도 여전히 봄에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한다. 셋방, 즉 '전셋집'이나 '전셋방'을 얻으려면 '전셋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셋방이나 전셋집이지 전셋방이 아니다. 전셋방은 전세방으로 쓰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즉 전셋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세방이다.

전셋돈이나 전셋집처럼 전세방도 '전세'와 '방'이 합쳐진 말인데 왜 전세방만 사이시옷을 얻지 못할까? 이제까지 이유는 모르지만 습관으로 전세방이라고 써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세돈, 전세집, 전셋방이라고 써왔다면 전셋돈, 전셋집, 전세방으로 고쳐 써야한다.

셋방, 전셋집, 전셋돈은 '세', '전세' 뒤에 합쳐진 말 때문에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게 된다. 그럼 전세방은 '전세빵'. 따라서 사이시옷을 넣어 '전셋방'이 맞는 것 아냐?

한자말에 적용되는 '사이시옷현상 예외'는 반드시 숙지하자

하지만 전셋집, 전셋돈과는 달리 전세방은 전세(傳貰)와 방(房)이 합쳐진 한자말이다. 우리말과 한자어가 만났을 때도 순수 우리말의 사이시옷현상(위의 ①∼⑤)을 적용한다. 때문에 전셋집이 맞고 귓병, 콧병, 아랫방, 양칫물, 예삿일, 훗일, 훗날 등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예외를 두었다. 두 음절로 된 한자어 중 6개의 단어, 즉 곳간(고간, 庫間), 셋방(貰房), 숫자(수자, 數字), 찻간(차간, 車間), 툇간(퇴간, 退間), 횟수(회수, 回數)에만 사이시옷을 넣도록 정했다. 흔히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 같은 단어는 자칫 '촛점, 싯가, 시점, 댓가'처럼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6개 예외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 책 속에서

때문에 순수 한자말인 전세방(傳貰房)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방이다. 그런데 사이시옷문제는 이것으로 만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된소리와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는 ⑤번의 규칙도 있고 규칙에 따랐더라도 경우에 따라 복잡하게 엉키기도 하는 만큼 잘 모르겠다 싶으면 도움 삼을 만한 자료나 책을 보고 또 볼일이다.

⑤ 된소리, 거센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의 설명에 따라 '위쪽, 아래쪽, 위층 아래층'이 맞고 '윗쪽'이나 '아랫쪽', '윗층'과 '아랫층'은 틀린다. 그럼, '머릿말', '머릿기사', '머릿돌'이 맞을까? '머리말', '머리기사', '머리돌'이 맞을까?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막연한 안개가 속시원히 걷히는 듯

<만화 국어교과서>는 이처럼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제대로 된 말의 쓰임새에 대해 쉽고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사이시옷뿐이랴. 모음조화, 역행동화, 용언과 체언, 두음법칙, ㅎ불규칙 등 우리말의 복잡하고 다양한 법칙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띄어쓰기 철칙을 쉽게 설명했다.

앗! 웃어른? 이제까지 '웃어른'보다는 '윗어른'이라고 쓴 것 같다. 또한 '웃옷'이든 '윗옷'이든 한 번도 구별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웃옷과 윗옷을 이젠 구별하여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허접쓰레기'가 맞는 줄 알았는데 '허섭스레기'란다.

글을 써오면서 왜 한 번도 '부딪치다'와 '부딪히다'를 구분해 본 적이 없을까? 종종 '왠'과 '웬' 앞에서 머뭇거리면서 왜 한 번도 확실하게 짚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률'과 '-율'은 어떻고? 대가(代價), 시가(時價), 시점(視點), 초점(焦點)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뿐일까? 이 책을 읽으며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맞는 것처럼 잘못 쓰고 있는 수많은 말들을 만났다. 정말이지 이참에 국어공부를 단단히 했다.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니! 속으로 뜨끔했고 잘 모르고 있거나 막연히 알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안일한 태도가 부끄러웠다.

<만화 국어 교과서>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시리즈 중 한 권'이지만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중학생이 되기 전부터 어른까지' 필독할 책이라는 것을! 또 이 책이 학습만화지만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이 책만 마스터 해도 국어학자의 실력에 버금 될 만큼 많은 양을 실었기 때문이다.

혹은 생각해 보았다. 복잡하게만 생각하던 우리말과 우리말 문법.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쉬운 설명이 가능한데 학교 교과서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게만 설명할까?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인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등학생들에게 받아쓰기와 많이 읽는 것만으로 우리말을 터득하게 하는 우리말, 우리글 교육방법은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고학년이 되어 느닷없이 복잡하게 나타나는 문법 앞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바람직한 우리말사용에 훨씬 좋지 않을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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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아 어딨노? - 할머니가 일러주는 70가지 산나물 이야기
편해문 지음, 권대성 감수, 서명정 촬영 / 소나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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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너리야 더너리야 모시딱지 쇠딱지야 고두설기 시설기야 밤나물아 참나물아- 니 어딧노! 고마 내 눈에 비뿌라(보여버려라)….”

‘으너리야 더너리야…’산나물을 부르는 노래다. 동네 아낙 여럿이서 나물을 뜯으러 산으로 갔지만 필사적으로 나물만 ?다보니 어느새 뿔뿔이 흩어지기 예사, 이럴 때면 다른 아낙이 부르는 노래는 무서움을 덜었다.

산나물 아리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늘보다 넘기 힘들다는 보릿고개, 허기진 배로 산나물만을 ?아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노래를 부르며 고단함을 잊었다.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식솔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쁘다. 그러니 더 숨어 있지 말고 이제 제발 나타나다오.

<산나물아 어딨노?>에서 만난 산나물 노래들은 아리고 고단했다. 노래들은 나물에 의지하여 목숨을 연명한 민중들의 애환과 순박함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었다. 산나물이나 산채정식처럼 산나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들이 요즘에는 여유의 맛이요, 배불리 먹는 것보다 건강을 위하여 먹는 참살이(웰빙)식이 되었다지만, 30~40년 전만해도 절체절명의 양식이었다.

탐관오리의 수탈과 횡포,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흉년, 내 땅이라고는 한 뼘도 없어서 풀뿌리처럼 척박한 민초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였던 산천의 풀과 나무. <산나물아 어딨노?>는 산나물에 얽혀있는 민중의 삶을 찾아 떠난 특별한 기행이다.

굶주린 백성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였던 산과 들의 나물들

'시집 온 새댁이 나물 이름 서른 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

시집 온 새댁이 나물을 많이 알고 있어야 가족들이 덜 굶주렸다. 남도 모두 알고 있는 나물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수록 목숨을 연명하는데 유리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굶주린 사람들에게 이미 모두 뜯기어 나간 헐벗은 자연, 독초라도 어떻게든지 다스려서 우선 먹어야 했다. 그래서 아낙은 나물마다 낱낱이 알아야 했으리라.

하늘보다 넘기 힘들다던 보릿고개. 배고픈 식솔들을 위해 여자들은 산으로 들로 나물을 하러 수많은 고개를 넘고 남자들은 칡을 캐며 아득하게 깊은 땅을 파내려 갔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송기를 벗겨냈다. 이것들을 잘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나물죽을 쑤어먹었는데 말이 죽이지 쌀이나 보리 같은 잡곡을 조금 흩뿌리는 정도였다나!

겨우 내내, 보릿고개에도 죽을 먹었다. 이렇게 나물죽만 먹다보면 얼굴이 붓고 송기는 많이 먹으면 피똥이 나왔다. 그럴망정 우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아내이자 어미인 여자들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렇듯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안동 나물시장에서 만난 예순일곱의 길안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들.

삼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난 할머니는 열여덟 살에 의성으로 시집을 가 세 동서가 함께 모여 살았다고. 식구가 열셋, 논밭이라고는 거의 없다보니 굶는 것은 예사였다. 막내동서였던 할머니가 스무 살이 되던 해 겨울에는 온가족이 사흘씩 굶곤 했다.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일할 사람이 없었고 논밭도 없었다. 가을에 해놨던 묵나물(말린 나물)은 떨어진지 이미 오래.

옛날, 산나물을 하는 때가 보릿고개와 겹칠 뿐 아니라, 지난해 봄에 묵나물로 만들어 놓았던 것도 거의 다 떨어져갈 때쯤임을 짐작해야 한다. 나물에 얽힌 눈물겨운 삶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도 남을 듯했다. 산나물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오로지 붙잡고 매달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 나오는 동아줄 같은 것이었다.-책속에서

무엇이든 뜯어 먹을 수 있는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이것은 길안 할머니네만의 사정이 아니어서 20가구 중에 5~6가구는 며칠씩 굶는 것이 보통이었다. 겨우내 굶었던 사람들은 봄이 되면 무리지어 산으로 갔다. 재미로 하는 것과 목숨 줄을 걸고 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민중들의 삶이 녹아있는 나물 이야기는 그냥 읽기에는 가슴이 너무 쓰렸다.

산나물 아리랑 으너리야 더너리야...

“우리는 ‘산나물’이 민중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데 생각을 모았다. 조선중기 이후 잦은 가뭄과 홍수, 보릿고개, 전란과 같은 민중의 생존이 극단으로 위협 받았을 때 마지막 먹을거리가 나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나물’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앎도 없었다. 도감을 뒤져보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학명이나 이름이 아닌, ‘산나물’과 민중이 한데 얽혀 살았던 ‘삶의 맥락’이었다.

할머니를 따라 후배들과 산나물을 찾아다닌 것이 벌써 네 해가 지났지만, ‘산나물’의 맛과 향, 그것을 해먹던 춘궁기 민중들의 고통과 땀과 지혜에 대한 이야기 또한 잊지 못하겠다. 산다는 것은 이처럼 쓰든 달든 돌이켜 잊지 못할 것들이 있어야 한다.”- 저자 편해문


<산나물아 어딨노?>는 특별하다. 민중들과 함께 살아 온 산나물을 통하여 민중들의 삶을 헤아려 본다는 것도 그렇고, 저자가 직접 산나물로 연명을 하였던 사람들의 구술을 통하여 이야기를 엮어냈음이 또한 특별하다. 가난하였던 시절 나물로 연명을 해 온 할머니들과 4년간에 걸쳐 산으로 가서 산나물을 만나 냄새 맡고 먹어 보면서 산나물과 얽혀 온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것 만이랴. 할머니들이 훗날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있어 산나물과 뭉쳐 살았던 절절한 이 사연들을 이렇게 속속들이 들려 줄 수 있으랴. 산나물을 부르는 절실하고 애잔한 노래들을 어떻게 채록해낼 수 있으랴. 저자는 이것들을 책으로, 책으로도 모자라 영상으로 그대로 담아 중요한 자료집을 냈다.

책을 읽는 가슴 찡하도록 절절한 맛, 책의 부록 DVD. 할머니들의 순박하고 질박한 사투리와 함께 떠나는 산나물 여정이 감동스럽게 펼쳐진다.

“산나물은 요 뿌리(줄기 아랫부분을 말하는 듯)가 빨개. 뿌리가 전부 빨갛잖아. 이 나물 뿌리를 밭에 심으마(심으면) 저 미나리 뿌리 그치(같이) 새파래. …(높은 산나물과 낮은 산나물은) 머거보만(먹어보면) 천지차이라. 전부 다는 모르지만 아는 이는 안다카이. 약내(한약 냄새)가 난다카이.”-책속에서

전체적으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였다. 때문에 소박하고 질박한 안동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 절반은 산나물에 얽힌 이야기이고 책의 나머지는 할머니가 알고 있는 산나물 70가지다. 나물마다 사진을 찍고 통상 불리는 이름과 식물도감에 실린 이름, 나물의 특성이나 해먹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나물 중에는 그간 우리가 꽃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도 있고, 자칫 잘못 먹으면 목숨까지 잃는 독초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예사로 보았던 나물이나 꽃이 달리 보인다. 위험을 감수하고 독초까지 먹어야 하다보니 다스려 먹는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겠다. 주의해야 할 점과 먹는 방법을 자세히 실었다.

이밖에도 도감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식물 이야기나 민중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많이 싣고 있어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썩 요긴한 책이 될 듯하다. 또한 나물과 함께 넘어온 삶의 수많은 고비에서 얻어진 인생관 등이 산나물을 부르는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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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의 작은 우주 - 어린이를 위한 토양동물 이야기
앨빈 실버스타인.버지니아 실버스타인 지음, 김수영 옮김, 김태형 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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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한 삽 떠보자. 그 속에 어떤 생물들이, 얼마나 살고 있을까? 열 마리? 아니면 100마리쯤?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풀과 나무가 자라는 일반적인 땅의 경우 몇 백만 마리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단 한 삽에!

<흙속의 작은 우주>는 이처럼 흙 속에서 살아가는 토양 동물 이야기다. 흙을 한 삽 떴을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렁이나 개미 같은 생물들이 주인공들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거미나 개미, 확대경으로나 겨우 볼 수 있는 선충이나 톡토기, 농작물에게 피해만 입히기 때문에 하등 쓸모없을 것 같은 진드기,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려 드는 지네나 노래기 등. 이들은 해충일까? 익충일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까?

인간 사회만큼 다양한 개미들의 세계

개미가 다리를 몸 쪽으로 끌어당겨 잠을 자는 것이나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선 개구쟁이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런가 하면 엄청나게 큰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흥분한 상태로 동료들에게 뛰어가 동료들을 툭툭 치며 먹이를 가지러 가자고 재촉하는 모습에선 적극적인 사회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만나는 개미이야기다. 개미의 종류가 많은 만큼 개미 이야기는 다양하고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늘 흥미롭다. 그러고 보면 곤충들 중 아이큐가 가장 높을 거라고 추측하는 개미는 가장 흥미로운 곤충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개미는 이처럼 밖에서 끊임없는 먹이탐색을 한 개미가 발견한 먹이를 나누어 먹고 산다.

그렇다고 모든 개미가 이와 같은 먹이활동에만 의존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개미가 다른 생물들의 시체, 곡물 등을 먹고 살지만 일부는 지독한 사냥꾼으로 흙 속에 사는 톡토기나 다른 곤충들을 사냥하여 먹는다. 그뿐이 아니다. 저만 아는 통로를 만들어 놓고 다른 개미들의 먹이를 훔쳐 먹는 강도개미도 있다. 그 중 제일 흥미를 끄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개미들이다.

정원사로 불리는 이들은 잡초나 잔디씨앗을 모아 자기들의 곡물창고에 저장, 씨앗에서 싹이 나기 시작하면 씨앗을 밖으로 옮겨 뿌린다. 이렇게 뿌려진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결실을 맺으면 개미는 씨앗의 일부를 다시 옮겨갈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개미 중에는 버섯을 길러 먹는 '가위개미'도 있다.

일개미들은 그들의 지하 동굴로 나뭇잎 조각을 가지고 내려와 잎을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그 조각을 평평한 바닥에 뿌린다. 그리고 나뭇잎 가루위에다 여왕개미가 혼인비행 때 입안의 특수주머니에 숨겨온 버섯포자를 뿌린다. 가위개미는 버섯농장을 정성껏 돌본다. 자기들의 배설물로 농장을 기름지게 만들고 잡초가 우거지면 뽑아버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개미들은 이렇게 재배한 버섯을 먹고 산다.

2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 '개미'
버섯을 길러 먹는 가위개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목동개미'. 이들은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사는 진딧물을 이리 저리 몰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돕는다. 마치 사람들이 소나 양떼를 풀이 있는 곳으로 몰고 다니듯. 겨울에는 이들의 알을 자기들의 집 안에서 보호해주고 진딧물이 적에게 공격당하면 사납게 싸우면서 보호한다. 왜 그럴까?

"진딧물은 개미가 좋아하는 꿀을 만들어 낸다. 목동 개미는 진딧물 소들 꽁무니에 바짝 다가서서 더듬이로 진딧물의 배를 톡톡 치며 재촉한다. 그러면 진딧물의 몸에서는 액체가 방울져 나온다. 개미는 솜씨 좋게 입으로 액체방울을 받아서 꿀꺽 삼킨다. 개미의 위는 두 개다. 첫 번째 위는 '사회적 위'이다. 개미는 거기에 임시로 음식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군집의 개미들과 나누어 먹는다. 두 번째 위에서는 자기 필요에 따라 음식을 소화 한다" - 본문 중

개미의 위가 2개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개미의 '사회적 위'는 말하자면 동료들을 위한 봉사다. 개미의 군집생활이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회적 위'를 만든 걸까? 2개의 위가 군집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 자기 자신을 위한 위와 무리들과 나누어 먹기 위한 '사회적 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개미들에게 남다르다.

그런데 개미가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면서 지구 가장 많은 곳에서 보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진딧물과의 관계에서처럼 수많은 생물들과 상호 적절한 공생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다른 생물들과의 적절한 공생과 위가 2개라는 사실은 눈앞의 이익에만 안주하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토양 생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

<흙속의 작은 우주>는 이처럼 땅속 생물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생태와 자연계에서의 역할에 대해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토양 동물들은 개미와 지렁이처럼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것들도 있지만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들에게 해충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확대경으로 보아야만 겨우 볼 수 있는 선충이나 톡토기, 식물이나 동물에 기생하여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응애와 진드기,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거려지는 지네와 노래기, 익충과 해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달팽이, 딱정벌레, 쥐며느리, 거미. 이들의 수많은 사촌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사나운 지네지만 알에 대한 모성(?)은 놀랍다. 톡토기의 아름답고도 알뜰한 물방울 목욕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확대경을 들고 땅에 납작 엎드려 관찰해 보고 싶을 만큼 생생하다. 청소부라고 불리는 송장벌레가 동물들의 시체를 순식간에 묻는다든지, 쇠똥구리가 똥을 모아 새끼를 키워내는 보금자리를 만드는 이야기 등은 진지하다.

이뿐일까? 구애 춤과 짝짓기, 방어전략, 탈피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확대경으로나 겨우 볼 수 있는 미세한 존재들의 짝짓기, 새끼 기르기의 자세한 관찰이라니! 또한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무심히 생각해 온 땅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해마다 점점 더 많은 흙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이고 있다. 건물이 들어서는 그 순간, 땅속 생물들에게는 산소가 차단되고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버린다. 한 삽을 떴을 때 수백만 마리라고 하니 신도시 하나가 건설될 때마다 죽어가는 생물의 수는 오죽하랴.

모든 생물은 흙에서 살아간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계로부터 흙을 독점해왔다. 많은 땅에 건물이 들어섰고 많은 흙들이 식량증대의 목적에 오염되어 왔다.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흙으로부터 얻고 있고, 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토록 소중한 흙이 이만큼까지 버텨온 것은 이 책 속에서 만난, 작은 토양 동물들이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먹이사슬의 가장 기초단계에 속해있고 가장 많은 포식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도 모든 생명의 근원인 흙을 기름지게 하는 일등공신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 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앞으로도 우리 삶의 근원이 될 흙을 소중하게 지키는 방법과 자연과의 아름다운 공생을 가르쳐 줄 것이다.

두 명의 공동저자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외면 받아 온 토양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여 흥미롭게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연계의 순환과 건강한 흙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또 토양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 상자 만들기, 토양 동물채집하기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까지 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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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공부는 잘할까? 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릴까? 선생님한테 예쁨 받을까? 우리 아이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등 내 아이의 학교생활이 엄마로선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는 고봉초등학교(경기도 고양시) 2학년생들이 쓴 일기에, 담임 문현식 선생님이 자신의 생각이나 관련 에피소드를 일기형태로 써서 묶은 책으로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선생님의 마음을 맘껏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이 연필심 꾹꾹 눌러 순진하게 담아낸 마음(아이들 일기)과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선생님 일기)이 책을 읽는 동안 웃음을 머금게 한다.

쉬는 시간에 정작 쉬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더욱 바빠지는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의 뽀얀 먼지 속 정경이 몽글몽글 피어난다고 할까?

#1.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마음에는 무엇이 자랄까

-오늘은 엄마 생신이다. 아빠가 지방 출장을 가서 엄마가 미역국을 끓이지 않았다. 저녁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서울갈비'에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왔는데 아빠가 생신 축하한다고 꽃바구니 배달을 시킨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기뻐하지 않고 돈으로 주면 필요한 거나 사지하면서 투덜투덜 거린다. 엄마는 좋으면서 화를 낸다.-4월 30일 임수진 일기

-오늘은 돈을 더 많이 저축하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2월 28일이 엄마생신이고 5월 9일이 아빠생신이다. 근데 돈이 너무 부족해서 하루에 100원씩 저금하고 빨래 개서 500원도 벌 거고 실내화 빨아서 500원을 벌 거다. 양은 적지만 티끌모아 태산도 있으니까. 옛날에는 편지만 썼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2월 2일 이희원 일기


이 두 편의 일기는 썩 잘 썼다. ‘아빠가 엄마의 생신 축하 꽃다발을 보냈다’는 어색한 문장이 보이지만 아빠의 부재중에 생일을 맞은 엄마의 모습이나 집안 행사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희원이의 일기도 기특하다. 돈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와 돈을 벌기위한 구체적인 방법, 티끌모아 태산, 편지만이 아닌 실질적인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까지 짧은 글에 모두 잘 담았다.

일기로 아이들 글짓기 공부를 시킨다는 선생님들이 있다. 그런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일기를 '검사'하지만 아이들은 마음을 검사받게 된다.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기는 억지로 꾸며지고 아이들의 마음은 더 이상 순수하게 자라지 못한다.

일기에 있는 그대로를 적지 못하고 감추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일기 본연의 뜻이 달라진다. 또한 선생님이 보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의 일기 검사는 ‘사생활 침해’라거나 ‘인권침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제 마음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탓에 아이들은 일기를 어려워하고 쓰기 싫어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일기쓰기를 통한 글짓기 교육을 반대한다. 다만 일기는 아이의 마음이나 그날의 일이 잘 들어가 있으면 된단다. 이 때문에 이 선생님의 일기 교육에는 15줄은 써야한다거나 반드시 써야한다는 일기규칙은 없다.

아니 오히려 기쁨이 많은 날에는 정작 일기를 쓸 여가가 없다고까지 말하는 등 아이들 마음 가까이 잇닿아 있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일기인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를 시시콜콜하게 적은 일기의 가치를 높게 매기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책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일기에는 잘 쓰려고 애써 다듬어 썼거나 꾸며 쓴 느낌보다는 아이들만의 풋풋하고 어설프지만 맑고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문장 역시 어설프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잠을 자는 마지막 날 밤 일기에 '할머니랑 내일 헤어져서 슬펐다'라고 적기도 한다.

이 풋내 물씬 풍기는 어설픈 일기를 만나는 동안 감동이 잔잔하게 일고 웃음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초등학교 교실풍경과 선생님의 모습(마음)이 눈에 선하다

생일파티 때 교실에서 춤을 추기로 한 여자아이가 자기도 여자가수 누구처럼 '쮸쮸빵빵'한 몸매를 갖고 싶다고 했다. '쮸쮸빵빵'이 아니라 '쭉쭉빵빵'이라고 알려 주었더니 '쮸쮸빵빵'이 맞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아이들도 '쮸쮸빵빵'이라고 말한다.

여자 아이들이 청소 시간에 청소를 안 하고 최신 유행하는 털기춤 연습을 했다. 누가 제일 잘 추나 뽑아보라고 나한테 판정을 강요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동요를 틀어주면 싫어한다. 가요를 틀어주면 감정을 잡고 따라한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내 안을 파고드는 가시가 되어 제발 가라고 애써도 나를 괴롭히는데...." 라는 노래 가사가 뼈에 사무치는 것일까?.-선생님의 일기


이 일기를 읽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뜻을 알기나 하고 부르는 건지, 트로트를 간드러지게 꺾어 부르는 요즘 아이들이 신기할 때가 많다. S라인이니 쭉쭉빵빵이란 말을 어른들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요즘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최신유행(춤이나 노래, 패션 등)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썩 잘 따라하는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처럼 쭉쭉빵빵이 되고 싶다는 아이. 털기춤을 추면서 제일 잘하는 아이를 뽑아달라고 하는 아이. 아이들 누구나 예뻐해야 하는 선생님으로선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달라는 아이들 앞에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도 있거니와 요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자라는 교실 전경이 눈에 선하다.

저자 문현식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의 일기를 소개하고 있다. 친구나 칭찬에 관한 일화 등 교훈적인 대목도 많이 보이지만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웃음 머금고 읽어야 할 만큼 재미있다. 아이들의 서툰 일기와 선생님의 일기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한해, 내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마음도 이랬겠지. 새 학년에도 지난해처럼 아이들의 책읽기와 일기쓰기에 남다른 애정과 소신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면 좋을 텐데. 2학년 3반 때 장가를 갔던 우리 담임선생님은 지금 할아버지가 되었을 거야. 한 번도 만나 뵌 적이 없는데 어디에 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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