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나의 고전 읽기 9
김슬옹 지음, 신준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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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에 발견되기 전까지는, '훈민정음'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만든 원리와 방법을 몰라 그 설이 분분했다. 그러다 보니 세종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문창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는 얘기가 널리 퍼지기까지 했다.

임금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매화틀'이라는 도구를 가져다가 용변을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박이 가능한 설이었지만, 그 당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바에야 명쾌한 반박조차 어려웠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고서야 온전한 진실을 알 수 있었다. - 책 속에서

<28자로 이룬 문자 혁명 훈민정음>에서 만난 대목이다.
 
어린 시절, 어린 우리들 사이에서도 "세종대왕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문살에서 힌트를 얻어 한글을 만들었다더라" 며 왜곡되어 회자되었던 터라 씁쓸한 마음으로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훈민정음 창제의 바탕이 된 세종대왕의 '듣기능력'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 한 편을 만났다.

설날이나 동짓날에 모든 신하들이 모여서 임금에게 배례를 하고, 임금이 신하들을 위해 잔치를 하는 회례연이 근정전에서 열리고 있었다. 오늘날의 송년회와 신년회 정도가 될까?
 
음악 책임자인 박연과 신하들 사이에 중국 악기를 조선식으로 개량한 편경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편경은 종묘제례(중요 무형 문화재 제56호) 때 연주되는 음악인 종묘제례악(중요 무형 문화재 제1호)에 쓰이는 악기이다. 해마다 5월에 종묘에서 시연되는 종묘제례에서도 볼 수 있는 악기로 돌이나 옥을 갈아 만든 경쇠를 매달아 만든 것이다. 논쟁 속에 편경이 연주되었다. 
 
세종대왕: "중국 편경의 경쇠는 소리가 조화롭지 아니한데, 우리가 만든 편경의 경쇠는 옳게 된 것 같다. 경석이란 돌을 얻어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소리가 매우 맑고 아름다우며, 12율(한 옥타브를 12로 나눈 것)을 만들어 음을 섬세하게 한 것도 놀라우니 내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찌된 일이냐? 9번째 매가 내는 소리가 약간 높지 않으냐?"

세종의 이런 질문에 음악 총 책임자인 박연은 그만 깜짝 놀란다. 미처 몰랐는데, 왕의 이런 질문을 듣고 보니 과연 무언가 이상했던 것이다. 득달같이 편경을 살펴보던 박연은 왕에게 이렇게 아뢴다.

박연: "다 갈지 아니한, 가늠한 먹이 아직 남아 있어서입니다."

박연은 즉시 물러나 먹이 남아 있는 부분을 갈아 없앤 후 연주를 한다. 아주 조금 남아 있던 먹을 갈아내고 연주하자 소리가 바르게 되었음을 물론이다. 먹물이 다 말랐다고 해서 연주를 하였는데 마르지 않은 먹물이 아주 살짝 남아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발생한 미세한 음의 차이를 세종대왕이 잡아내고 만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10년 전인 1433년 음력 1월 1일의 실록 기록이다.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의 저자 '김슬옹'은 이런 일화들과 함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필요성을 느낀 것도, 창제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랬다. 당시 진정한 글자로 인정받았던 한자는 우리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글자였다. 학문 도구로 쓰는 것도 불편할뿐더러, 조사나 어미가 거의 발달하여 있지 않고 하나의 낱말을 소리의 높낮이로 구분하는 중국말에나 적합한 문자인지라 우리의 풍부한 입말을 담아 낼 글자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요구하였던 것이다.

한자의 불편함 때문에 한자를 우리식으로 바꾼 이두까지 생겨났건만, 한문을 배울 수 있는 사대부가의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쓰임새가 있었지만, 먹고 살기 바쁘고 신분 때문에 배움의 제약을 받는 하층민들에게는 한자만큼이나 깨치기 힘든 글자였으니 있으나 마나였다.

우리의 다양한 입말을 제대로 담아 내지 못하는 한자의 아쉬움을 훈민정음 창제의 핵심공로자 중 한사람이요, '훈민정음 해례(국보 제70호, 세계 문화유산)' 서문을 쓴 정인지는 명쾌하게 표현한다.

정인지: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과 같이 서로 어긋나는 일"

이렇게 말이다. 세종대왕도 이걸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상들이 글자로 인정한 글이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는 까닭에 우리 입말에 맞는 소리글자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바탕이 되고,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훈민정음에 매혹되었나

<28자로 이룬 문자 혁명 훈민정음>은 '언문'이란 이름으로 주로 쓰이다가 근대 이후부터 '한글'로 불린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당시의 일화들이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를 두고 왕과 신하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생중계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소개된다.

훈민정음이 주인공인 만큼 당연히 훈민정음에 대한 이런저런 상식들이 이 책의 중요한 뼈대이다. 훈민정음은 무엇인가? 어떤 필요성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원리는 무엇인가? 왜 하필 세종대왕이 창제해야만 했을까? 훈민정음의 미래는 어떠한가? 에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 창제를 도운 핵심 공로자들, 보급의 일등공신들,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하는 사대부가, 최만리와 세종과의 논쟁 등으로 살을 더하는 식이다.

저자: 이제 훈민정음이 한국인만의 문자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한글 민족주의가 아니라 훈민정음 보편주의 누리가 펼쳐진 것이다. 존 맨은 "훈민정음은 모든 알파벳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중략)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대 고전 200선'에도 끼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워 책을 소개하고 해설하는데 힘을 쏟았지만, 그 뒤 방향을 틀어 문자를 둘러 싼 거대한 맥락을 파헤치는데 주력했다.(하략) - 머리글 중에서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은 지난 이십여 년 동안 훈민정음을 연구해 온 저자 김슬옹의 훈민정음에 대한 논리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애정이 녹록하게 녹아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1986년 한글관련 학사학위를 시작으로 박사학위, 한글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발가벗은 언어는 눈부시다>,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 연구>외 여려 권의 관련 책을 쓰기도 했다.

몇 번이고 거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일화들도 재미있었지만, 훈민정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허울뿐인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며칠 만에 깨우칠 수 있는 백성들의 뼈와 살 같은 문자를 만들고 싶어했던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의 꿈도 깊은 울림이 되고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출판된 우리말 관련 책들에 관심을 두고 읽었으면서 왜 단 한 번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존 맨은 독일 연구와 과학사를 전공한 영국의 역사가이다. 몽골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알파베타>, <고비 사막을 따라가며>, <서기 1000년의 세계 지도>,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구텐베르크 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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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딱새 잠재우기
다이앤 레드필드 매시 글, 스티븐 켈로그 그림,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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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삐리 삐리 삐리리리~! 삐리 삐리 삐리리리~!…"

동물원의 밤. 동물들이 막 잠들자마자 난데없이 노랫소리가 들려 와 동물들의 선잠을 깨우고 말았다.

이제 막 새로 들어온 아기 딱새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이 타이르고 부탁하지만, 제멋대로인 철부지 아기 딱새는 눈을 더 초롱초롱 빛낼 뿐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난 하루종일 잤는걸요. 지금부터는 노래할 시간이라고요…."

아기 딱새 때문에 동물들의 상쾌한 아침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밤새 동물들의 잠을 방해하며 노래를 부른 아기 딱새는 아침이 되자 리넨 나무 위로 올라가 이제는 잠을 자야 하니 조용히 해달라고 도리어 짜증을 냈다.

밤낮이 바뀐 아기 딱새 때문에 동물들은 날마다 잠을 설쳤고, 아기 딱새와 옥신각신하였다. 모두들 잠자는 밤에 아기 딱새를 함께 자게 할 순 없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느 날 사자가 꾀를 낸다. 사자는 곰에게, 곰은 하마에게, 하마는 뱀에게, 뱀은 또 다른 동물에게… 속닥속닥. 사자가 낸 꾀는 무엇일까?

"사자는 쁘르렁 쁘르렁 쁘르르~!, 코끼리는 뿌루 뿌루 뿌루루루~!, 곰은 빠라 빠라 빠라 빠라라라~!, 기린은 푸라 푸라 푸라라~!…,"

어느 날 동물원이 발칵 뒤집혔다. 사자의 제안에 따라 동물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아기 딱새를 흉내 낸 것이다. 작가는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흉내 내고 따라하면서 말을 배우고 동물들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의성어를 그림책에 넣었다.

단순하면서 다양한 책 속의 의성어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연령의 아이에게는 좋은 놀잇감이자 학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생한 그림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잠든 사자의 얼굴에선 초원의 풍경이 떠오르고, 하마에게선 노을에 휩싸인 평화로운 강이 생각날 만큼 그림들은 생생하다. 사자와 하마가 바로 눈앞에 있어 다가가 잠든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콧김이 쌕쌕 느껴질 것 같다고 할까?

잠자는 모습만이 아니라 화난 모습, 아기 딱새를 흉내 내는 모습 등, 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들의 표정들이 재미있다. 그래서 그림만 유심히 살펴보면서 넘겨 읽어도 즐거운 상상이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런 책은 전체적으로 읽게 한 다음(읽어주거나) 다시 처음부터 그림과 말을 살펴가며 읽으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아기 딱새 잠재우기>(다이앤 레드필드 매시)는 1963년에 출간된 이후 어린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오다가 2000년에 스티븐 켈로그의 그림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그림 동화가 세계의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아기에게 가족 모두가 잠자는 밤에 함께 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 밤낮이 바뀐 아기 딱새를 잠재우려고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에선 밤낮이 바뀐 아기를 안고 전전긍긍하는 한 가족의 풍경이 쉽게 느껴진다.

<아기 딱새 잠재우기>는 연령이 낮은 아이에게는 잠자리에서 읽어 주면 좋고, 좀 더 큰 아이들과는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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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장 신정희 - 흙과 불, 그리고 혼
신정희.이웅환 지음 / 북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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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잠든 시각, 몸빼 안주머니에 차고 있던 돈주머니에 차고 있던 돈을 꺼내기로 했다. 우녁장사 밑천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더 급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돈주머니 끈을 아예 가위로 잘라내고 주머니째로 들고 집을 튀쳐 나갔다. 밤 11시의 캄캄한 밤길이었지만 어둠이 문제가 아니었다."-책 속에서

사기장 신정희 선생(2007년 6월 18일 별세)의 자서전 <흙과 불 그리고 혼-사기장 신정희>(북인출판사)에서 처음 만난 부분이자, 책을 모두 읽고 다시 한 번, 또 다시 한번, 이렇게 몇 번을 읽어 보았던 '장모님, 지금도 못난 사위 놈을 미워하세요?' 소제목의 글 한 구절이다.

"사기장의 길은 내 운명이고, 종교다!"

몇 번을 읽었던 구절의 정황은 이렇다. 또래들이 공부를 할 때 산으로 들로 일을 하러 다니던 어느 날 우연히 한 무리의 학생들에 둘러 싸여 있는 '백자부'의 시인 교사 김상옥(1920~2004년)을 멀찍이서 만나게 된다. 1949년 어느 날이었다.

"이게 바로 고려청자 쪼가리다. 여기에 우리 조상들의 혼과 얼이 담겨 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위대함이 바로 이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김 선생은 그 청자 파편을 개울물로 깨끗이 씻고는 그 조각을 종이에 싸가지고 호주머니에 고이 집어넣었다.-책 속에서


우리 그릇과 이렇게 만나게 된다. 지천에 널려 있어서 귀찮도록 발에 채이던 사금파리들이 이제 더 이상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사금파리를 모으면서 우리 도자기에 눈이 조금씩 뜨이고, 우리 도자기를 찾아 전국을 누비면서 우리 사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속에는 500여 년 전에 맥이 끊겨버린 황도사발도 있었다.

묻혀버린 조선사발을 재현해내리라는 열정과 집념만으로 가마를 만들고 아무에게도 배운 적조차 없는 도자기를 빚기 시작한다. 문제는 돈이었다. 공사판 등에서 일을 하며 돈을 마련하기도 하였지만 늘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래도 반드시 재현해야만 하는 그릇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돈을 융통해보려고 집에 들른 어느 날, 행상에 지쳐 잠든 아내의 돈주머니를 잘라내고 만 것이다. 책 속에서 사기장 신정희 옹은 부인에게 속죄하고 있었다. 부인의 눈물겨운 고생과 희생이 있어 재현된 조선의 사발, 황도사발이라는 표현도 맞겠다.

"지금 생각하면 절로 손에 땀이 난다. 그야말로 별놈의 짓을 다 했다. 그만큼 우리 사발을 재현해 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탓이리라. 그 누구도 이런 나의 열정을 꺾을 수가 없었다. 사기장의 길은 내 운명이고, 종교다. 또 깨달음의 길이었다. 내가 사기장의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사실 나는 일찍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도, 오직 옛 사발을 재현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던 것이다. 운명 같은 도자기와의 만남에 후회는 없다. 지금도 흙을 만지면 포근하고,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책 속에서

몇 번을 읽었던 '장모님, 지금도 못난 사위 놈을 미워하세요?'는 이렇게 끝난다. 책 속에는 우리 그릇 재현에 일생을 바친 한 장인의 많은 부분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가장으로서 돌보지 못한 가족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 묻어나는 이 부분을 난 제일 좋아한다. 이 부분부터 읽었기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마음이 울컥할 때가 많았다.

"우리 옛 사발은 해질녘 다정히 걸어가는 노부부의 멋"

우리의 옛 사발, 조선의 사발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토록 번성하였던 우리의 옛사발들이 어떻게 왜 묻히고 만 걸까? 옛 사발 재현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가치는?

조선시대, 고려청자와 동질 흙으로 빚은 다음 얇게 백토를 덧입히고 다시 그 위에 다양한 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환원번조나 산화번조하는 다양한 분청사기가 시도된다.

고려 상감청자를 이은 상감 분청사기, 귀얄이란 도구로 백토를 성글게 혹은 곱게 입힌 귀얄 분청, 흑색에 가까운 철사 안료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 넣은 철화 분청사기, 도장을 찍듯 일련의 무늬를 새긴 인화문 분청사기, 백토를 입히고 선각하거나 선각한 부분만을 남기고 긁어내는 조화와 박지 분청사기, 백토 물에 아예 덤벙 빠뜨려 백토를 입힌 덤벙 분청사기.

이처럼 다양한 분청사기가 시도되어 조선백자와 함께 활짝 꽃을 피울 때 임진왜란이 터지고 만다. 혹자들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지칭할 만큼 우리의 많은 도공이 일본으로 끌려가고 가마는 파괴되었으며, 우리의 분청사기는 까마득하게 묻히고 만다.

반면 조선의 도공들을 끌고 가 각 지역마다 배치하여 다양한 도자기 굽기를 시도한 일본에선 우리의 도공들에 의한 도자기 문화가 활짝 꽃피게 된다. 18세기, 조선 왕실에서는 왕실의례에서마저 수입 자기들을 쓰게 되면서 분청사기는 더더욱 묻히고 만다. 이렇게 묻힌 조선 사발들. 일본이 우리의 도자기를 질투하여 깔아뭉개버린 이름 막사발.

역사의 굴곡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묻혀버림이었든, 외래 문물을 선호하고 소중한 내 것을 도리어 하찮게 여겨 버린 몰지각에 의한 잊음이든, 임진왜란과 함께 안타깝게 맥이 끊겨버린 조선의 황도 사발을 재현해 낸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 사기장 신정희 옹이다.

도자기를 만든 적이 전혀 없는 순 초자가 묻혀버린 우리의 소중한 유산에 대한 일념만으로 재현(1968년)한 사발이요, 문화재 전문가들조차 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감정할 만큼, 그리하여 문화재 도굴범으로 몰릴 만큼 완벽하게 재현해 낸 황도사발이다. 일본인들이 '이도다완'이라 부르고 국보로 지정한, 만남 자체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기는 그 그릇이다.

"나에게는 선생도 없었다. 선생이라고 하면 오륙백 년 전의 우리 사기장들이 내 선생이었다. 우리 사발과 우리 옛 그릇들은 그야말로 소박하다. 여기에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우리 민족성하고 같다. 우리 사발은 보이지 않는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화려한 채색 도자기가 젊은 청춘 남녀라면, 우리 그릇은 해질녘 석양아래 다정하게 걸어가는 노부부의 맛과 멋을 지니고 있다. 완숙의 경지이며 더 이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美)의 극치이다"-사기장 신정희

<흙과 불 그리고 혼-사기장 신정희>에는 도자기에 귀의한 사기장 신정희 선생의 이야기가 일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쿠와바라 시세이'의 풍성한 현장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가마가 있는 마을을 '점촌'이라 부르고, 가마일을 하는 사람들을 '점놈'이라 부르며 홀대하던 1970년대, 사기장 신정희의 도자기 작업을 귀하게 여기며 렌즈에 담은 그 사진들이다. 풍성한 도자기 사진과 우리 그릇 이야기도, 아버지로부터 도자기 기술을 전수받은 장남 신한균씨의 아버지와 도자기 이야기도 읽는 맛이 꽤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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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1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는 구호로만 그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네요.
그래도 이런 신념을 가진 분들의 집녑으로 복원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살리고 신념과 집념을 증명한 책이라 생각돼 추천!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양서파충류 도감 (양장) -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온 개구리와 뱀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11
심재한 지음, 이주용 그림 / 보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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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튼튼한 뒷다리로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 맹꽁이는 뒷다리로 땅을 잘 파기 때문에 '쟁기발개구리'로도 부르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봄잠을 잔다. 그러다가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땅에 물기가 오르면 잠자는 것을 멈추고 튀어나와 짝짓기 준비를 한다.

양서류는 울음소리로 짝짓기를 시작한다. 맹꽁이도 양서류이니 울기 시작하면 짝짓기를 해야겠다는 신호다. 그러니까, 동화에서처럼 장맛비에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을 수 있는 물이 풍성하니까 짝짓기를 하자고 암컷에게 구애를 하는 것이다.

맹꽁이 수컷 역시 암컷을 꼬드기려고 '맹 맹 맹 맹' 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맹꽁이 한 마리가 '맹' 하고 울면, 옆에 있던 맹꽁이가 더 크게 '꽁' 하고 운다. 그래서 맹꽁이가 떼로 울면 '맹 꽁 맹 꽁' 하고 들리는 것이지, 우리가 코를 쥐고 '맹 꽁' 하는 것처럼 한 마리가 '맹 꽁' 하고 울지는 않는다.

어떤 녀석이 '맹' 하고 울고, 어떤 녀석은 '꽁' 하고 우는 걸까?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맹'이나 '꽁'이 또 다른 비슷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한 마리가 '맹' 하고 울면 옆에 있던 또 다른 맹꽁이가 '꽁'하고 더 크게 운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재미있다. 그럼, 개구리 중 가장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청개구리는 어떻게 울까?

우는 모습과 울음소리를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묘사

저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 중 몸집이 제일 작은 청개구리가 가장 크게 운다. 밤에 '깩 깩 깩' 하고 우는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낮에도 시끄럽게 운다. 그런데 청개구리의 사촌쯤 되는 수원청개구리는, '깩 깩 깩, 깩 깩 깩' 하고 낮은 소리로 바삐 우는 청개구리와 달리, 날카로운 쇳소리로 '챙, 챙, 챙, 챙' 하고 더디 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때 암컷은 목청껏 우는 수많은 청개구리 중에서 가장 크게 우는 수컷에게 뛰어가 짝짓기를 허락한다는 것이다. 즉 울음소리로 잘나고 못나고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니 몸집 작은 청개구리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겠다(두꺼비도 마찬가지다).

모내기철부터 여름 내내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양서류의 울음소리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최대 무기인 만큼 이처럼 중요하다. 이 책 속에는 각 종류별 울음소리와 울 때의 행동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무당개구리 수컷은 턱밑을 불룩거리면서 '윙 윙 윙 윙' 하고 맑게 운다. 떼로 모여 울면 '휘리링 휘리링' 하고 우는 것처럼 들린다.▲모내기철에 참개구리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꾸르륵 꾸르륵' 하고 왁자하게 운다.▲금개구리는 참개구리보다 한 달 쯤 늦은 6월에 짝짓기를 하는데 논둑이나 연못 가장자리에 앉아 물을 바라보며 운다. 울음주머니가 없어 '쯔 쯔 끼이익' 하고 조그맣게 목으로 소리를 낸다.▲옴개구리는 밤이 되면 물가나 물풀, 바위 위에 올라가 서로 떨어져서 우는데 '촉, 촉, 촉' 하고 운다.▲산개구리를 전라도에서는 '뽀오옹악, 뽀오옹악' 하고 시끄럽게 운다고 '뽕악이'라고도 한다.▲한국산개구리는 '똑 똑 똑 똑' 하고 우는데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 같다.▲울음소리가 황소울음처럼 크고 우렁차다 하여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우우~웅, 우우~웅' 하고 굵고 낮은 소리로 운다. - 책 속에서

각각 다른 울음소리 묘사도 재미있지만, 물을 바라보고 운다거나, 떨어져 운다거나,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떼로 몰려 울다가 사람이나 천적이 나타나면 겁을 집어 먹고 흩어져 도망간다는 식의 설명이 각 종류마다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넘겨 읽는 내내 무척 흥미로웠다.

개구리 울음을 '개굴개굴'로 표현하는 동요 등이 많아 당연히 개굴개굴 울겠거니 했던 터라, 종류마다 다른 울음소리 설명은 아무래도 오래 남을 듯하다. 그런데 울음소리뿐이랴. 이 책은 양서류와 파충류의 종류별 각각의 생김새, 짝짓기나 산란, 올챙이과정, 천적과 먹이, 보호색 등 양서류 각 종류마다 고유한 특성을 재미있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양서 파충류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양서류는 4550여종. 우리나라에는 개구리 무리가 15종 살고 도롱뇽 무리가 6종 산다. 파충류는 온 세계 6500여종이 사는데 우리나라에는 거북 무리와 도마뱀 무리, 뱀 무리 등 31종 정도가 산다. 양서류나 파충류도 우리 고유종이 몇 종 있다. <세밀화로 그린 양서 파충류 도감>은 그 중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모든 양서 파충류만을 다룬다.

어린 시절부터 청개구리를 많이 보아왔지만, 울음소리와 필요에 따라 몸을 바꾼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꼬리치레도롱뇽 새끼의 까만 발톱도 직접 보고 싶을 만큼 궁금하고, 황소개구리도 잡아먹는 것을 꺼리는 무당개구리의 생태도 어지간히 흥미로웠다.

책을 읽기 전까지 세밀화로 그린 도감보다 사진을 넣은 도감에 훨씬 믿음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 그 이상의 것들을 남기고 있었다. 사진이 찍는 그 순간만을 기록하는 것과는 달리 세밀화로 가려진 부분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밤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양서 파충류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풍성하게 볼 수 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가 가까운 밭둑에 흔하게 살던 도마뱀은 이제 인적이 드문 곳에서마저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예전의 도마뱀들은 소꿉놀이를 하는 주변에까지 와서 기웃거릴 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함께 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흔적이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스스로 꽁꽁 숨어버린 것이리라.

이 책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양서파충류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한다. 우리가 양서 파충류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서류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살기 때문에 양쪽 환경이 모두 매우 중요하다. 양서류는 살갗으로 숨을 쉬어서 더러워진 물이나 공기, 가스 따위를 그대로 몸 속으로 빨아들인다. 또 알을 물속에 낳기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면 올챙이가 깨어나지 못하거나 깨어나더라도 기형이 되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양서류는 환경이 파괴되거나 오염되면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보다 먼저 그 영향을 받아서 양서류를 '환경지표동물'이라고 한다. 기형 개구리가 생기거나 개구리가 줄어들면 지구 환경이 그만큼 나빠진다는 뜻인데, 이는 사람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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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빌리 골드버그.마크 레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박상희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몹시 춥고 바람이 쌩쌩 불던 밤, 뉴욕의 한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콧줄'을 끼고 있는 내게 그가 왔다. 그는 슈퍼맨이라고 외치며 날뛰는 정서장애 환자를 이런 식으로 제압해버렸다.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의 힘을 약화시키는 돌)을 줘버리겠어!"- 저자 프로필 중에서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의 공동 저자 '빌리 골드버그'와 '마크 레이너'는 이렇게 만났다. 자칭 '호기심 작가'인 마크 레이너가 <윈더랜드>(ABC방송)라는 메디컬 드라마를 쓰면서 자문을 구하고자 뉴욕 응급실의 응급의사인 빌리 골드버그를 방문한 것이다.

이 둘의 만남은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단순한 질문과 자문을 뛰어 넘어 과히 환상적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작가가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번득이며 응급실 응급내과 의사에게 묻는다. 호기심 작가 못지않게 엉뚱하고 기발한 의사는, 질문에 맞먹는 답을 들려주고 그에 못지않은 질문을 호기심 작가에게 던진다.

속된 말로 쿵짝이 잘 맞는 이 둘은 서로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실험을 하고 세계 연구 기록 자료들을 뒤지는가 하면,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아 통계를 내고 정의를 내린다. 이렇게 나온 책이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이다.

전 세계 150만 독자의 웃음보를 터뜨린 의학 지식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정말 배가 터질까? 재채기를 참으면 위험할까? 간지럼을 태우면 왜 웃음이 날까? 손가락 관절을 뚝뚝 꺾으면 해로울까? 삼킨 껌이 소화되는데 정말 7년이 걸릴까? 여드름을 짜면 안 좋을까? 뱀에 물리면 정말 독을 빨아내야 할까? 술에 취하면 왜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남성에게도 폐경기 같은 것이 있을까? 침은 뱉는 것이 좋을까? 침을 삼키는 것이 좋을까? 하품은 전염될까? 방귀를 참으면 기체는 어디로 갈까?"

호기심 작가와 응급내과 의사 둘이서 궁금해 했던 이 질문들은 엉뚱하지만 꽤나 재미있다. 나 역시도 종종 궁금하던 것들이라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줄만한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엉뚱하다", "호기심도 유별나다"식의 대답과 함께 상대방은 얼버무리고 말았다. 때문에 이 책은 어지간히 반갑다.

방귀를 참으면 나오지 못한 그 기체는 어디로 갈까? 자기 집에, 자기만의 공간에 혼자 있는 경우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는 중에 나오려는 방귀를 어떻게든지 참아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혹은 숨죽여 뀐 방귀의 냄새가 의외로 고약하여 민망한 적도 누구에게나 있는 일 아닌가?

이때 참은 방귀가 몸 안 어디엔가 스며들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적 있는 사람들도 아마 많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만들어진 방귀를 억지로 참으면 장속이 기체로 풍선처럼 팽만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사례요, 혈액 속에 녹아 콩팥을 통해 오줌으로 배출되거나 고체형태로 변해 대변으로 나온다고 한다.

덧붙여, 저자들에 의하면 '콩'은 방귀를 만들어 내는 으뜸식품이다. 그러니 점잖은 모임에 가는 사람은 모임이 있는 날만큼은 콩 제품을 멀리하는 것이 방귀를 억지로 참아야 하는 고통을 막는데 도움이 되리라.

콩 말고, 방귀를 유난히 많이 유발시키는 식품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방귀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으며, 순간 시속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과 함께 '방귀에 불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다소 장난기 어린 질문도 있는데 두 말 할 것도 없이 위험하다.

실제로 후배들을 잡는다고(?) 술자리에서 엉덩이 가까이에 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잡는 방법이나 목적이 달라지는 상당히 위험한 놀이인 것이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한 가지는 소와 같은 초식동물의 방귀와 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요, 배출 가스를 확인한다고 소를 태워 죽인 사례도 있는 만큼 그냥 웃자고 만든 우스개가 아니다.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혹시 지금 이 순간 몰아치려는 재채기를 앞두고 있다면 속 시원히 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 시속 160킬로미터로 분출되는 2000~5000개의 세균 가득한 재채기를 참으면, 코의 연골 골절, 코피, 고막 파열, 청력 상실, 현기증, 망막 박리, 얼굴피부공기증이라는 일시적인 얼굴 팽창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꽤 진지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참, 남자에게 젖꼭지가 있는 이유는 배아 발생 6주까지는 남성이 아닌 여성의 특징으로 존재하고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에서 갈라져 남자로부터 삶을 덤을 얻은 것이 아니라, 남자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됐고, 인류의 근원은 여자인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다지 쓸모가 없는 젖꼭지를 가진 남성들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단다.

누구나 해결해야 하는 생리현상, 당당히 즐겨라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비롯된 책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 현상들,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의학 상식들을 알려주는 의학 서적이다.

음식과 관계 되는 우리 몸,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질문들, 배설물과 관계되는 생리 현상들, 성에 관한 은밀한 이야기들과 속설의 근거, 영화속에서 인용한 의학지식과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일어 날 수 있는 우리 몸의 변화 등 9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책 띠지에는 "전 세계 150만 독자의 웃음보를 터뜨렸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의학 상식이 이렇게 엽기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배꼽 이야기를 읽는 동안 배꼽을 쥐고 웃기도 했다. 이 책의 의도는 이렇다.

"서글픈 사실은 현대 의과대학 교육의 커다란 헛점 중 하나가 일반인들이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의학 지식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불행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묻는 의학 질문들에 대답하고자 했다.

맥주를 먼저 마시고 독한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괜찮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정자를 먹으면 살이 찌나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왜 머리가 띵하지요? 이 책은 사람들이 의사에게서 듣고 싶지만 막상 응급실이나 진료실에서는 묻기가 꺼려지는 좀 난감한 질문들을 담고 있다. 술이 석잔 쯤 들어가야 용기를 내서 물을 만한 질문들 말이다."- 머리말에서

--------------알고 뀌자? 방귀? ▲평균적으로 방귀는 질소 59%, 수소 21%, 이산화탄소 9%, 메탄 7%, 산소 4%로 이루어져 있다. 방귀 냄새를 풍기는 것은 1%도 안 된다. ▲뀌는 순간의 방귀 온도는 약 37도이다. ▲방귀는 초당 3미터의 속도로 분출된다. ▲사람은 하루에 약 0.5리터의 방귀를 뀐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방귀 뀌는 횟수는 별차이가 없다. ▲방귀 냄새는 황화수소 기체 때문이다. 이 기체에는 황이 들어 있으며, 그것이 냄새의 원인물질이다. ▲황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을 수록 방귀 냄새도 독해진다. 콩, 양배추, 치즈, 달걀이 대표적이다. 탄산소다도 방귀 냄새를 독하게 만든다. ▲보통 방귀는 하루에 약 14회 뀐다.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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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상당히 재미있겠네요. 살면서 진짜로 궁금한 사소한 것들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싶어 꾹~~추천합니다!

필터 2007-09-10 16:19   좋아요 0 | URL
사람에 따라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하지만 우리들이 알아야 하는 우리몸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국 토크쇼를 보는 느낌이었고요...암튼 이러쿵 저러쿵 그럴거야...누구한테 물어 보기 뭣해서 궁금하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 책입니다.^^